< 50화. 프로스트 나이트 (2). >
3.
히르칸은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도 그의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워로드와 함께했다. 그렇기에 히르칸은 과거로 돌아온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첫 번째 메인 시나리오였던 타락 백작 편, 그 당시는 많은 것이 혼란스러웠다. 많은 이들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들 그리고 그 새로운 시대를 이끌게 된 워로드에 흥미를 가지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모든 것이 신선했고 그래서 모든 것이
어색했다.
두 번째 메인 시나리오였던 배덕의 왕자 편은 보다 빨리 적응을 마친 이들이 본격적으로 주어진 것들을, 펼쳐진 것들을 즐기기 시작한 시대였다. 워로드를 직접 즐기는 건 물론, 워로드를 보고 즐기는 데에 돈을 아끼지 않는 시대이기도 했다. 게임을 잘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인기와 명성과 돈을 쥘 수 있으리란 사실이 증명된 시대였다.
세 번째 메인 시나리오였던 폐허 왕국 편은 즐기는 것을 떠나, 좀 더 나아간 무언가를 열망하고, 기대하기 시작하는 시대였다. 명작이라 불리는 모든 것들이 처음과 끝 사이에 존재하듯, 워로드의 처음을 함께 한 이들은 그 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끝, 워로드의 본질, 세상 모든 것이 전장이 되어버린 이 무대에 종지부를 찍을 ‘워로드’에 가장 가까운 건 누구일까?
워로드가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나지 않을 그 논쟁에 불을 지른 건 다름 아닌 우레여왕 시르, 바로 그녀였다.
프로스트 나이트.
서리용이 고대의 왕국에 내린 저주를 집행하는 괴물, 쉴 새 없이 저주받은 수하들을 소환하고, 자신을 노리는 적을 일순간 얼어붙게 만드는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며, 그 모든 난관을 뚫고 접근한 자들에게 결코 넘을 수 없는 통곡의 빙벽을 소환하며, 죽기 직전에
는 서슬 퍼런 보복의 한기를 내뿜는 그 괴물을 상대로 우레여왕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혈혈단신으로 보스 몬스터와 맞서 싸울 수 있으리란 가능성을!
이제껏 압도적인 체격과 능력을 가진 몬스터에게 달라붙는 것이 실력이자, 용기의 증명이던 시대가 우레여왕과 프로스트 나이트의 결전 이후에는 혼자 힘으로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몬스터와 맞서 싸우는 것이 그 실력과 용기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됐다.
당시의 히르칸도 그 무렵 그녀에게 반했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외모와 그 외모보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배경을 오히려 가소롭게 만드는 실력이, 그런 것이 있을 수 있구나!
심지어 당시의 히르칸은 그녀의 도움으로 버텼다. 하회탈 길드가 슬슬 자리를 잡아가긴 했지만, 워로드를 플레이하기 위해 매달 돈을 지불하고 나면 식비도 잘게 쪼개 계산해야 하는 궁핍한 삶, 언제든 하회탈 길드가 그저 존재했었던 길드로 변해도 이상할 것 없
는 상황 속에서는 꿈과 목표만이 유일한 원동력이었으니까.
물론 이 모든 건 이제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다. 이 세상에 오직 히르칸만이 기억하고 있을 이야기고, 몇 년 후에는 히르칸조차 기억하지 못할 이야기다.
‘인정하자.’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 히르칸은 그러한 것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우레사냥꾼 애들이 다 해놓은 밥상이 맞아. 그런데 이 밥상을 못 먹으면 그냥 내가 병신인 거지.’
때문에 이번 얼어붙은 왕국을 히르칸은 꼭 독식해야 한다.
단순한 각오의 표현이 아니다.
우레사냥꾼 길드는 보잘것없는 길드도 얼어붙은 왕국에서 유쾌한 사냥을 할 수 있도록, 얼어붙은 왕국의 모든 공략을 완벽하게 공개했다. 지금 히르칸이 얼어붙은 왕국의 왕도에서 프로스트 나이트의 절대적인 감시를 피한 채 휴식을 취하는 비밀 공간 역시 우레
사냥꾼 길드가 발견한 장소다.
모든 것을 우레사냥꾼 길드가 마련해준 상황, 그 상황 속에서 히르칸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채 실패를 삼켜야 한다면, 그건 후회나 통탄할 일이 아니라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하는 일이다.
‘이것도 못 먹으면 그냥 게임 접어야지.’
속된 말로 쪽팔려서 맨얼굴로 게임을 할 수 없을 만한 일, 남들은 이런 사실을 알 도리가 없지만, 히르칸 스스로의 자존심이 실패라는 결과를 결코 납득을 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히르칸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어느 정도라면, 배덕의 왕자와 맞서 싸울 때보다 진지했다. 사실 배덕의 왕자와 맞서 싸운 건, 철저한 준비 끝에 나온 행동이 아니었다. 히르칸은 배덕의 왕자와 우레여왕이 치고받고 싸우는 와중에도 고민하고, 그 고민 끝
에 행동했다.
그에 비해 이번 얼어붙은 왕국은, 테르베 성벽을 넘기 전부터 지금까지 철저히 계산된 결과물이다.
‘일단 남은 소모 아이템은…… 완벽하게 남았군. 딱 서리 기사 잡고, 돌아갈 만큼 남았네.’
최근 사냥 역시 레벨업이나 사냥 기간이 아니라, 철저하게 얼어붙은 왕국의 보스 몬스터인 프로스트 나이트와의 전투에 초점을 맞췄다. 프로스트 나이트와의 전투에 필요한 만큼의 소모품이 남을 때까지 사냥을 했다.
‘199레벨을 찍은 건 예상외의 일이지만.’
그 시점이 197레벨 혹은 198레벨을 찍을 무렵이라고 한 예상은 빗나갔지만…….
‘뭐, 이건 좋은 거고.’
그건 유쾌한 오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이프리트의 정수.’
그럼 현재 히르칸이 프로스트 나이트를 잡기 위해 준비한 소모 아이템은 무엇일까?
이프리트의 눈물을 모아 만든 정수, 대사제의 성혈로 만든 성수, 대식악어의 내단으로 만든 껌, 하얀 구울의 눈알로 만든 인삼맛 눈깔사탕, 붉은 트롤의 심장으로 만든 치료용 찰흙.
너무 비싸서, 30대 길드도 아주 중요한 레이드가 아니면 쉽사리 쓰지 못하는 아이템들이다.
이중에도 역시 핵심은 이프리트의 정수!
희귀 몬스터인 이프리트의 시종을 잡아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이프리트의 눈물을 모은 후에 마법사의 탑에서 비싼 제작비를 지불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가진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화염속성 저항력 증가 및 화염속성 공격에 따른 페널티 감소.
냉기속성 저항력 증가 및 냉기속성 공격에 따른 페널티 감소.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의 강력한 힘 덕분에 불과는 친구가 되고, 동시에 냉기로부터는 굳건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원래는 강력한 화속성 공격을 하는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때 주로 사용되던 소모 아이템으로 한때는 일회용 분량의 가격이 4천 골드를 가뿐하게 넘긴 적도 있었다.
그나마 최근에는 이프리트의 시종이 등장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수요가 줄면서 시세가 크게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싸다. 히르칸은 그런 비싼 이프리트의 정수를 이번 얼어붙은 왕국에서 써먹기 위해 무려 20개 분량을 준비해 왔고, 이제는 수중에 하나만 남
았다.
즉, 프로스트 나이트에게 도전할 기회는 한 번뿐이란 의미다.
사실 다음 기회는 없다.
만약 히르칸이 프로스트 나이트 레이드에서 실패한다면, 게임오버를 당한다면 그의 부활 장소는 테르베 성벽이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노스랜드 사냥을 위해 테르베 성벽에 모여 있다. 개중에서도 적지 않은 유저들이 이미 자격을 갖추고,
노스랜드 탐사를 진행 중이고, 그중에서 실력이 되고, 이동이 빠른 이들은 이미 얼어붙은 왕국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히르칸이 죽은 후 48시간을 보내고, 다시 프로스트 나이트와 싸우기 위해 테르베 성벽으로부터 짧지 않은 거리를 달려 얼어붙은 왕국에 온다면, 히르칸은 대기표를 뽑고 자기 순번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더불어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우르갈 대산맥 정상 등정을 한 번 해도 시간이 남을 것이다.
두 번째를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된다.
‘무쇠 코뿔소 보석을 비롯해…… 뼈폭탄까지. 기본 백 골드 단위군.’
그만큼 가장 비싼 것들을 준비했다.
어마어마한 수준, 만약 이번 프로스트 나이트 레이드에 실패하면 이번 얼어붙은 왕국에서 보낸 나날들이 전부 적자로 기록되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소모 아이템의 개수를 확인하는 히르칸의 모습에는 결연함마저 느껴졌다.
정리한 아이템을 조심스럽게 갑옷 곳곳에 마련한 주머니 혹은 틈 사이에 넣는 과정 역시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그냥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니라, 무엇을 어디에 넣었고, 긴박한 순간 가장 빨리 손에 닿을 수 있는 곳에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 그 모든 걸 계산하고 있
었다.
마지막으로 챙긴 건 당연히 가장 중요한 소모 아이템인 이프리트의 정수였다. 바로 입에 넣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크기의 붉은 사탕을 히르칸이 조심히 들어, 그 안을 들여다봤다.
‘내 한 달 치 식비보다 비싼 주제에 맛은 겁나 없단 말이야.’
그 순간.
“어?”
히르칸이 저도 모르게 손에서 이프리트의 정수를 놓쳤다. 손가락이 얼어붙어 매끄럽게 변해버린 탓이었다.
툭툭!
떨어진 이프리트의 정수는 딱딱한 소리를 내며 데굴데굴, 한쪽 벽을 향해 힘차게 굴러갔다.
‘어!’
그 순간 히르칸은 기겁했다. 이프리트의 정수가 굴러가는 방향의 벽, 그 아래에 있는 큼지막한 틈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놀라 반응할 여유조차 없었다. 히르칸이 벽에 다가갔을 때 이프리트의 정수는 그 틈 사이로 쏙, 마치 골프의 홀인원처럼 정확하게 들어갔으
니까.
히르칸은 여기서 자신의 놀란 심정을 마음속으로 되새김질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츠응!
‘이거 없으면 못 깨. 테르베 성벽으로 그냥 돌아가야 해. 제발!’
곧바로 허리춤에 찬 검을 꺼내고는 이프리트의 정수가 들어간 그 틈을 검으로 긁어내기 시작했다.
츠릉츠릉!
이제까지 무수히 많은 몬스터 그리고 실력자들을 베어내면서 명검이라 불리는 크라잉 소드가, 현재 워로드에서 검을 들고 싸우는 유저들에게 어떤 의미에서는 폐왕검 만큼이나 가지고 싶은 검으로 꼽히는 크라잉 소드가 삽시간에 곡괭이가 됐다.
그 때문인지, 크라잉 소드의 울음이 유난히 구슬프게 들렸다.
더 놀라운 건, 몬스터는 물론 매우 높은 방어력과 내구도를 자랑하는 방어구조차 거침없이 고철로 만들던 크라잉 소드가 평범하기 그지없는 벽돌을 긁어내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제야 히르칸의 사고가 시작됐다.
‘뭐야?’
[이 구역은 파괴 불가 구역입니다.]
그런 히르칸의 의문을 씻어주기 위해, 시스템 알림이 들렸다.
‘어?’
히르칸의 사고는 다시 정지했다. 히르칸은 하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평범하기 그지없는 벽을, 참혹한 추위 속에 자라난 서리로 뒤덮인 채 빙벽이 되어버린 벽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귀한 것을 먹어버린 벽과 바닥, 그 사이의 틈을 바라봤다.
그제야 히르칸은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왜 여기에만 틈이 있지?’
히르칸이 있는 곳은 10평 남짓한, 정육면체를 떠올리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들어오는 통로가 좁고, 프로스트 나이트가 부리는 저주받은 괴물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공간으로, 우레사냥꾼 길드가 프로스트 나이트와의 전투를 앞두고 안정적인 휴식이 가능한 중요 포
인트라는 설명을, 그 누구도 아닌 우레여왕이 직접 자기 육성으로 설명해준 곳이었다.
당연히 이제까지 히르칸은 전투를 치르고 휴식을 취할 때마다 이용했던 곳이기도 했다.
그런 공간에 틈이 있다? 아니, 이곳 무대의 설정을 고려하면, 유저가 틈을 만들더라도, 그 틈이 얼음으로 메워졌을 것이다. 심지어 워로드는 하루가 지나면, 공간이 리셋이 된다.
이 틈은 명백히 의도된, 기획된 틈이라는 의미.
히르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츠릉츠릉!
그러자 자신을 곡괭이로 써먹은 주인을 향해 크라잉 소드가 재차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히르칸은 그런 크라잉 소드를 이번에는 벽에 달라붙은 얼음을 벗겨내는 도구로 써먹었다.
서걱서걱!
벽에 달라붙은 두꺼운 얼음이 벗겨지는 소리에 크라잉 소드의 울음은 더 이상 들리지도 않았다.
이윽고 제 모습을 드러낸 벽에는 얼어붙은 왕국의 문양, 거대한 나무 위에 해와 달이 떠오른 모양이 있었다.
히르칸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제 다시 한 번 운이 따를 때가 됐지.’
우레사냥꾼조차 발견하지 못한 것, 그것을 히르칸이 발견했다.
4.
아주 오래전, 노스랜드에는 찬란한 성세를 이룩한 왕국이 있었다. 해와 달과 가장 가까운 그들은 다양한 종족을 하나로 아우르고 있었고, 그들은 세상의 모든 평화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등장한 서리용은 그 성세를 누리던 왕국을 짓밟고는 그곳에 저주를 내렸다.
평생 죽을 수 없으며, 풍화되어 사그라질 수도 없으며, 영원토록 자기들을 돕는 자들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는 저주를!
서리용은 심지어 그 저주를 감시하기 위해 자신의 권능을 품은 기사를 자신의 족적만이 남은 왕도의 주인으로 임명했다.
여기까지가 얼어붙은 왕국에 얽힌 이야기이며, 이것이 폐허 왕국에 대한 단서다.
“이제야 서리용의 사악하기 그지없는 저주를 이토록 길게 참아낸 보답을 받게 되었구나.”
그렇기에 히르칸은 자신이 발견한 비밀 통로, 그 통로를 따라 다다른 곳에서 스스로의 몸을 사슬에 결박한 채 오랜 세월 동안 풍화되어 무너지는 육체를 가진, 죽지 못한 것의 슬픔을 너무나도 역력하게 보여주는 NPC 누르오를 보았을 때 혐오스러움을 느끼지도
않았고, 당혹감을 가지지도 않았다.
“내 이름은 누르오. 이제는 악몽만이 남아버린 이 왕국의 마지막 계승자일세.”
오히려 담담히 자신을 소개했다.
“히르칸, 대단한 것은 없습니다. 그저 세상에 넘쳐나는 재앙으로부터 희망을 찾고자 최선을 다하는 모험가입니다.”
‘카메라 잘 돌아가고 있고.’
심지어 영리하게 이 모든 상황을 진작부터 녹화하고 있었다.
우레사냥꾼조차 알아내지 못한 진실 아닌가?
‘그래, 우레사냥꾼 애들의 영상에서 뭔가 아쉬운 느낌이 있었는데, 이걸 놓쳤었군!’
히르칸은 지금 너무 기뻐서 터져 나오려던 웃음을 참는 게 가장 고욕일 정도였다.
물론 우레사냥꾼조차 모르는 진실을 알아냈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이 아니었다. 이 영상이 히르칸이 현재 준비 중인 최초의 장편 유료 영상, 얼어붙은 왕국 퀘스트 총 편집본의 방점이 될 것에 대한 기쁨 그리고 그로 인해 얻을 달콤한 보상에 대한 기쁨이다.
“그러한가? 기쁘군. 자네와 같은 영웅이 아직 세상에 남아있다는 것이.”
“영웅이 아닙니다. 그보다 어찌하여 이런 신세로…… 사슬을 풀어드리겠습니다.”
“그러지 말게. 이 사슬이 나의 이성을 잡아주고 있네. 만약 이 사슬을 푼다면 나는 밖에 돌아다니는 가엾은 자들과 같은 신세가 될 걸세.”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겁니까?”
누르오는 그 질문에 이야기를 시작했고, 히르칸은 질문하지 않은 채 담담히 그 이야기를 담았다.
이야기의 내용은 히르칸이 아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리용이 내린 저주가 찬란한 왕국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그때 이후로 모든 것이 얼어붙은 채 여기까지 왔다고.
이야기를 마친 누르오는 자연스럽게 히르칸에게 임무를 주었다.
“이제 내가 부탁할 수 있는 자는 자네뿐이네. 무너진 왕국을 되돌릴 길이 없음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아네. 단지 나는 복수를 하고 싶을 뿐이네. 서리용의 기사, 하다못해 그로부터 고통 받는 자들을 해방시켜주고 싶네.”
[퀘스트 ‘왕국의 복수’가 시작됩니다.]
[퀘스트 ‘폐허 왕국의 단서’가 시작됩니다.]
[타이틀 ‘복수 대행자’를 획득하셨습니다.]
[타이틀 ‘폐허 왕국의 단서를 얻은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히르칸이 시스템 알림에 간신히 웃음이 터지려는 표정을 진지한 표정 그대로 고수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가면을 썼음에도, 지금 히르칸은 그 사실을 자각조차 못할 정도로, 그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예.”
그 순간.
[새로운 시대가 개막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개막한 자는 ‘히르칸’입니다.]
전체 시스템 알림이 히르칸의 귀를, 그리고 현재 워로드를 즐기는 모든 이들의 귀를 두드렸다.
‘어?’
그리고 다시 한 번 히르칸의 사고가 정지했다.
< 50화. 프로스트 나이트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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