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테르베 성벽, 그 너머 (2). >
4.
- 전투 상황은 어떤가?
“죽을 맛입니다.”
- 퀘스트 진행 상황은?
“퀘스트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여유가 없습니다.”
-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는 모양이군.
“예.”
- 그래도 소득은?
퍼스트 헤드와 대화를 하던 나탈이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의 눈에 몬스터 시체들이 보였다.
도축을 하지 않아 아이스크림이 되어 녹지 않은 시체들은 죽을 때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몬스터 시체의 종류는 가지각색이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일곱 종. 공통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키가 5미터에 다다르는 거인이었다. 외눈박이 거인으로, 두개골의 뼈가 망치처럼 생긴 기괴한 놈이었다.
그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종잇장처럼 얄팍한 몸뚱이를 가진 2미터 신장의 원숭이였다. 몸은 나뭇가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앙상했고, 피부는 직접 만져도 나무의 질감과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괴상망측한 생김새와 다르게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몬스터도 있었다. 크리스털처럼 영롱한 느낌을 품은 갈고리 모양의 발톱과 새하얀 순백의 털을 가진 2미터 몸길이의 여우는 몬스터라기보다는 신화나 전설 속에 나올 법한 녀석으로 보였다.
그 시체들을 바라보던 나탈이 입을 열었다.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지각색의 몬스터들이 동시에 덤빈 게 아니다. 놈들은 제각각 덤볐고, 그렇게 덤벼든 무수히 많은 놈들의 시체를 따로 골라 모아둔 것이다.
그 이유, 당연히 조사를 위해서였다.
- 기대할 만한가?
처음 보는 몬스터에 대한 조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제대로 된 공략 영상은 당장 금전적인 가치로 환산될 수 있다. 더욱이 정보가 곧 무기인 히드라 길드는 이런 정보 수집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때문에 나탈은 퍼스트 헤드의 질문에 조심히 대답했다.
“기대와 우려, 둘 다 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 재미난 대답이군.
재미나다…… 추가 설명을 해달라는 의미.
이 순간 나탈은 기억을 좀 더 돌렸다. 노스랜드 탐사를 결정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배덕의 왕자가 끝났을 때, 유저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세 번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초점이 맞춰줬다. 과연 세 번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크게 보면 동서남북, 네 방향 중 한 곳에 있을 것이다. 히드라 길드는 개중에서 두 곳, 북쪽과 동쪽에 초점을 맞췄다.
이 중에서도 북쪽, 노스랜드에 더 많은 무게감을 실었다. 근거는 딘 왕자의 영역이라는 것. 딘 왕자가 남들 몰래 어떠한 힘을 얻었다면, 그 무대는 자신이 담당하는 노스랜드가 될 가능성이 현격히 높았으니까.
히드라 길드가 노스랜드에 더 높은 비중과 의미를 부여한다는 증거로 이번 노스랜드 탐사단 멤버에 소행크라는 히드라 길드 최고 전력이 포함됐다. 그 외에도 이번 노스랜드 탐사단에 포함된 33인은 기본 전투 능력은 물론 그 외의 여러 능력에서 우수했다.
레이드 능력은 레이드 1군 팀보다 부족하지만, 탐사 능력과 일반 전투 능력은 레이드 1군 팀보다 훨씬 나은 전력이다.
그 전력이 일주일 동안 경험한 건, 자신들이 발을 들여놓은 무대가 생각 이상으로 버겁다는 점이었다. 몬스터들이 강했다. 동시에 이제까지 싸웠던 타입과는 여러 부분에서 다른 타입의 몬스터들이었다.
지금 시체로 누운 채 아이스크림이 될 꼴만 기다리는 몬스터들이 대표적이었다.
망치 머리를 가진 거인, 해머 헤드는 박치기라는 괴상망측한 공격법을 가지고 있었고, 고목 원숭이의 은신 능력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대단했고 그 은신 능력을 가진 녀석에게는 강력한 독침이라는,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최악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구성으로 조합
되어 있었다.
새로운 공략법이 필요한 놈들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재미와 기대를 위한 요소로 여길 수 있었다.
문제는 하얀 털을 가진 여우, 수정 갈고리 여우였다.
“숲에서 하얀 털을 가진 여우를 잡았습니다.”
- 한 마리인가?
“무리를 지어 다니진 않았습니다만, 세 마리를 잡았습니다.”
- 희귀 몬스터가 아니군.
“숲이라는 무대에 어울리는 놈도 아니죠.”
현실의 짐승들은 자신들이 살아가는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옷을 입지만, 워로드의 몬스터들이 꼭 무대에 어울리는 옷을 입는 건 아니다.
그래도 대부분 몸에 맞는 옷을 입는다. 고목 원숭이가 대표적이다. 숲이라는 무대에 최적화된 드레스코드를 갖춘 놈이다. 그에 비해 수정 갈고리 여우는 숲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렇다고 희귀 몬스터인 것도 아니었다. 여러 마리가 보였으니까.
이런 경우 답은 대개 하나다.
- 눈밭…… 우려할 만하군.
다른 무대에서 놀던 놈이 여러 사정으로 자기 무대가 아닌 무대에 올라오는 경우.
그렇다면 하얀 털에 어울리는 무대는 어디일까? 하얀 무대가 잘 어울릴 것이다.
“예, 아마도 스노우 필드가 나올 듯합니다.”
스노우 필드.
대단한 의미는 아니다. 그냥 눈밭이다.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워로드에서 본격적인 스노우 필드, 데저트 필드가 등장한 적은 이제까지 없었다. 토봇 소프트 측에서 공개적으로 그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 고생 좀 하겠군.
“고생만 하면 다행이겠죠.”
사냥 난이도가 전혀 달라지니까.
100미터를 9초에 뛰는 사람을 눈이 발목까지 쌓인 눈밭이나, 모래밭에 데려다 놓으면 과연 기록은 몇 초가 나올까? 전투도 마찬가지다. 허공을 날면서 전투를 치르는 게 아닌 이상, 모래밭과 눈밭에서의 전투 난이도는 급상승한다.
물론 난이도가 높다는 것 자체가 문제 될 건 없다. 그 역시 재미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단지 처음부터 너무나도 높은 장벽을 세워두면 그 장벽을 넘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법. 가뜩이나 게임 난이도가 높은 워로드 아닌가?
언젠가는 나온다.
그리고 지금이 그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나탈이 말한 기대와 우려는 이 부분이었다. 새로운 무대의 등장, 먼저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 그럼 고생하겠군.
퍼스트 헤드 역시 그 사실을 알았기에 짤막하게 말을 남겼다. 우르갈 대산맥 등정팀이 엄청난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는 그냥 삼켰다. 이미 고민이 많을 나탈에게 부담감을 얹혀줄 필요는 없으니까.
“예.”
통화가 끝이 났고 나탈이 다시 몬스터 시체를 바라보고, 이내 자신의 타이틀 목록을 활성화한 후에 타이틀 ‘숭고한 걸음’을 확인했다.
‘어차피 출발선은 다 똑같아. 그리고 우리는 그 누구보다 먼저 출발선을 떠났어.’
확인이라기보다는 위로였다.
‘우리가 다른 놈들에게 밀릴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그 누구보다 먼저 출발한 자신들이 추월을 당하는 일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의 위로.
‘걱정할 건 없어. 걱정할 건…….’
나탈이 그 위로로 조금은 싱숭생숭한 자신의 마음을 추슬렀다.
5.
“투창!”
외침과 함께 열 자루의 창들이, 뼈를 엮어 만든 듯한 3미터 길이의 창들이 우거진 나무 사이를 요리조리, 비집으며 포물선을 그렸다. 그 포물선의 끝에는 동족의 뼈를 갑옷처럼 두른 고블린들, 본 아머드 고블린들이 있었다.
콰직!
뼈와 뼈의 충돌이 내뱉는 소리는 거칠었다.
끼익, 끼익!
그 뒤를 이어 본 아머드 고블린들의 독이 바짝 오른 울음이 숲을 울렸다.
본 스피어에 따른 상처는 깊지 않았다. 본 아머드 고블린들이 동족의 뼈를 이용해 만든 갑옷은 굉장한 방어력을 자랑했으니까.
하지만 본 아머드 고블린들에게는 자신들의 소중한 동족의 뼈가, 뼈갑옷이 망가졌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자기 갑옷이 망가질수록 공격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 그게 본 아머드 고블린의 특징이었다.
히르칸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우레사냥꾼이 동영상까지 첨부해서 공개해준 본 아머드 고블린 공략 영상의 핵심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있었으니까.
‘독기 오른 새끼들은 샌드백을 보면 미쳐버리지.’
그 순간 거대한 덩치의 거북이 골렘이 거북이치고는 빠릿빠릿한 걸음으로 본 아머드 고블린 무리를 향해 전진했다. 독기가 바짝 올라 눈에 뵈는 게 없는 본 아머드 고블린 무리, 스물다섯 마리나 되는 머릿수를 자랑하는 놈들은 작심한 듯 거북이 골렘에게 달려들
었다.
곧바로 결과가 드러났다.
푹!
본 아머드 고블린이 손에 쥔 무기, 제 동료의 허벅다리 뼈를 갈아 만든 뼈칼이 거북이 골렘의 등껍질을 썩은 무처럼 파고 들어갔다. 거북이 골렘은 삽시간에 고슴도치 비슷한 꼴이 됐다. 심지어 본 아머드 고블린들은 한 번 찌른 것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대로 거
북이 골렘의 등껍질에 달라붙어 미친 듯이 칼을 휘둘렀다.
참혹한 그 광경 앞에서 히르칸은 우울한 기색은커녕 약간 들뜬 음색으로 소리쳤다.
“단단해지기!”
거북이 골렘이 곧바로 돌로 변했다.
꾹!
그 과정에서 몇몇 본 아머드 고블린들의 뼈칼은 거북이 골렘의 몸에 그대로 박혔다.
끼이이익!
칼이 박힌 녀석들은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 가득한 울음을 내질렀다.
끼익! 끽!
그러지 않는 녀석들 역시 안간힘 가득한 울음을 내지르며, 돌덩이가 되어버린 거북이 골렘에게 계속 뼈칼을 휘둘렀다. 콰직콰직, 뼈칼이 돌을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잘 미쳐버렸군.’
그렇게 모두가 돌덩이가 되어버린 샌드백에 관심이 팔리는 순간 히르칸 그리고 해골 기사와 해골 전사들이 움직였다. 히르칸과 해골 부하들은 한눈을 파는 본 아머드 고블린에게 그 대가를, 한눈을 판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했다.
쉬익 또는 콰직 혹은 푹…… 무기가 살상을 저지를 때 내는 소리가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들렸다.
이미 그것으로 승부는 끝이었다.
치명적인 일격을 당한 본 아머드 고블린들이 대응을 하기 위해 타깃을 바꾸는 순간, 해골 부하들과 히르칸은 점한 우세를 더 압도적인 우세로 바꾸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카앙!
무기가 충돌하는 쇳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그 소리는 어느 순간 무기와 무기의 충돌이 아닌, 무기가 살아있는 것의 피륙을 가르고, 뼈를 부수는 소리로 바뀌었다.
스물다섯의 본 아머드 고블린이 정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 짧은 전투의 마무리는 레벨업 알림이었다.
‘레벨업 페이스 좋고.’
183번째 레벨업 알림이었다.
그 알림을 배경음 삼은 채 너부러진 본 아머드 고블린 시체를 바라보는 히르칸의 입꼬리 한쪽이 올라갔다.
‘컨디션은 더 좋고.’
테르베 성벽 너머, 이름 모를 강을 건너는 순간 180레벨이 넘어가는 몬스터들이 히르칸을 맞이했다.
이제까지 상대한 몬스터들과 크든, 작든 여러 부분에서 차이점을 가진 새로운 유형의 몬스터들이 적잖게 등장했다. 기존의 공략법이 아닌 새로운 공략법이 필요한 놈들이.
물론 히르칸에게는 그런 방법 따윈 필요하지 않았다. 히르칸에게 적응기는 필요 없었다.
더욱이 히르칸은 지금 이 순간, 이제까지 게임을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느낌을 받고 있었다.
‘기분은 끝장나고!’
배덕의 왕자 편이 끝난 이후 히르칸이 본격적인 전투를 치른 적은 없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던 와중에 마주친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본격적인 전투, 히르칸이 가진 전력(戰力 )을 전력(全力)으로 토해내는 전투는 이름 모를 강 너머의 전투가 처음이었다.
이 전투에서 히르칸은 자신의 전투력에 놀랐다.
‘이렇게 자신 없는 날이 올 줄이야.’
이제까지 히르칸은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는 일반 유저들의 기준에서는 괴물이다. 하지만 히르칸은 전투를 치를 때면 언제나 게임 오버 리스크를 염두에 두었다. 죽을 때의 리스크를 염두에 둠으로써 죽을 위기를 의식적으로 피했다.
‘자신이 없다. 죽을 자신이.’
그러나 지금은 도무지 게임오버에 대한 리스크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흙골렘과 파이어 골렘, 두 마리의 해골 기사와 이제는 마흔 마리에 가깝게 소환 가능한 해골 부하들!
이 말도 안 되는 대군을 이제는 유지 가능한 마력 스탯과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값비싼 소모 아이템들!
마지막으로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크로니클 에픽 아이템으로 무장한 히르칸, 본인의 스펙!
이 요소들이 언제나 최전선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히르칸의 머릿속에서 리스크란 단어를 없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전투, 그런 전투에서 컨디션이 안 좋을 리가 없다.
그것은 심지어 마약과도 같았다.
‘전력으로 밟아도 뒈질 일이 없는데, 안전운전을 할 필요는 없지.’
히르칸은 150골드나 하는 마력 회복 아이템을 일말의 망설임 없이 입안에 넣었다.
빠드득!
아껴먹지 않고 단숨에 깨물었다.
아까움은 없었다. 지금 이 순간 히르칸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건 이 기분을 더 누리고 싶다는 생각, 그것 하나뿐이었다.
마력 회복을 마친 히르칸이 소리쳤다.
“나를 따르라!”
히르칸, 그가 바로 그보다 앞서 간 히드라 길드가 염두에 두지 못한 첫 번째 변수였다.
6.
서른 명.
대충 봐도 값비싸 보이는 아이템으로 무장한 그들은 저마다 몸 어딘가에 스마일 아이콘을 달고 있었다.
빅스마일 길드.
30대 길드 중 가장 약한 길드 취급을 받지만, 반대로 30대 길드 중 여전히 가장 많은 길드원 수를 자랑하며, 보통 길드들에게는 머리 위의 존재, 보통 유저들에게는 하늘 위의 존재로 군림하는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건, 테르베 성벽이었다.
드높은 성벽 앞에 모인 서른 명의 빅스마일 길드원 중에 성벽의 위엄에 짓눌린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더욱이 이 성벽을 수도 없이 바라보고, 이 성벽 너머에서 수도 없는 전투를 치렀던 빅스마일의 숨겨진 루키, 초우룽은 자신을 포함한 서른 명의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바이글 관리소장으로부터 탐사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이제 성벽 너머로 갈 수 있습니다.”
초우룽의 말에 아폴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준비해.”
그 말에 아폴로를 제외한 스물여덟 명은 슬쩍, 몸을 움직이면서도 아폴로가 아닌 다른 한 명을 눈치로 살폈다. 그들이 시선을 오롯하게 받은 유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듯 아폴로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미리 말해두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낙오하는 놈은 그 자리에서 버리고 간다. 각오 단단히 해. 우리가 잡을 건 지금 가장 거물 중 하나인 히드라이니까.”
말을 내뱉은 아폴로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당장에라도 본인이 히드라 길드를 혼자 힘으로 때려잡으려는 듯한 기세, 그런 기세가 담긴 비웃음이었다.
그러나 그 비웃음의 역할은 주변 이들의 비웃음을 사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우리 길드 꼴도 말이 아니네. 별 이상한 새끼가 간부랍시고 내리는 명령을 들어야 하다니.’
‘저 돼지 새끼, 대체 돈이 얼마나 많으면, 돈으로 간부 자리까지 앉는 거지?’
하지만 그런 비웃음도 한 유저를 바라볼 때면 사라졌다.
‘그래, 믿을 건 저분뿐이지.’
그 유저의 정체.
‘싱글레 님만 믿으면 돼.’
‘우리는 무대만 만들면 돼. 그럼 싱글레 님이 두 번째 머리를 잡을 테니까.’
바로 싱글레였다.
히드라 길드가 염두에 두지 못한 두 번째 변수가 등장했다.
< 48화. 테르베 성벽, 그 너머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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