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127화 (127/192)

< 44화. 아가르도 레이드 (2) >

5.

어느 마법사의 희생을 통해 봉인된 채 처참한 몰골을 품고 있던 저주받은 성, 그 성은 네 명의 영웅에 의해 광명을 되찾았다. 이후 화려하기 그지없는 아이템으로 무장한 자들이 저주받은 성을 채웠다. 꽃이 피어났다. 흐반 성이란 이름도 생겨났다.

하지만 그 화사함은 백안의 기사와 함께 검게 물들었다. 흐반 성은 저주받은 성이었을 때보다 더 처참한 몰골을 품었다. 예전보다 더한 절망감이 가득 찼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절망과 맞서 싸우기 위해, 화려한 꽃이 아닌 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천 명을 가뿐하게 넘는 유저들이 흐반 성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빌리지는 아니었다. 목책 따위는 없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대규모 캠핑장, 그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워로드의 일반 상식으로는 위험한 일이었다. 몬스터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하는 유저는 없었다. 여기 모인 유저들에게 흐반 성 주변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그저 용돈벌이 겸 입가심을 위한 아이스크림 디저트에 불과했으니까.

그런 그들조차 식겁하게 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오랜만이군.”

별들 중의 별이,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이 등장했다.

“말을 걸었으면 고개라도 끄덕여주는 게 보통 아닌가? 그렇게 매몰차게 나와야 하나?”

“무슨 일이지?”

시르와 체브.

그 둘의 등장 앞에서 흐반 성에 등장한 아가르도 레이드를 위해 모인 나름 실력과 명성을 가진 이들은 주연도, 조연도 아닌 관객이 되어버렸다. 모두가 그 둘의 만남을 주목했다.

그리고 과연 별들 중의 별답게, 시르와 체브는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 색을 드러냈다. 시르는 체브를 아주 매몰차게 대하고 있었다. 굳이 여기서 사이가 좋은 듯한 연기는 없었다. 더불어 그 둘 사이가 안 좋을 만한 사건도 있었다.

“별일은 아니고, 순번을 보니까 그쪽이 우리 다음이기에 인사라도 하러 왔지.”

체브의 말에 시르의 표정이 팍 구겨졌다.

이게 그 둘 사이의 안 좋은 관계를 더 안 좋게 만든 사건이었다.

“시비를 거는군.”

“그럴 리가.”

이번 아가르도 레이드가 대격전의 마침표가 되리란 사실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 때문에 역량이 되는 이들은 앞다투어 아가르도 레이드 참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추첨을 통해 순번이 정해졌다. 우레사냥꾼 길드는 레드불스 바로 다음이었다.

시르, 그녀가 기분이 좋지 못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다른 길드는 몰라도 레드불스라면…….’

우레사냥꾼 길드의 순서는 꽤 늦었다. 레드불스를 포함해서 앞에 30대 길드 중 네 곳이나 있었다.

하지만 시르의 눈에 걸리는 건 레드불스 길드 하나였다. 다른 길드들이 아가르도 레이드에 성공하는 건 기적이지만, 레드불스 길드의 경우에는 기적이 아닌 쾌승이었으니까. 시르는 그만큼 레드불스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여기에 하나 더, 아직 레이드 차례가 오지 않았음에도 체브가 직접 와서 한 번 상황을 보고 간다는 건, 레드불스가 이번 아가르도 레이드를 그저 핫이슈를 이용해 라이브 티켓 좀 팔아보려고 시도하는 게 아니라, 사즉생의 각오로 덤벼든다는 의미였다.

시르가 이곳에 온 이유 역시 체브와 같은 이유였다.

체브가 시르에게 굳이 도발에 가까운 일을 하는 것 역시 시르와 비슷한 이유였다.

서로가 직접 부딪치는 경쟁자는 아니더라도, 같은 표적을 두고 사활을 걸었는데, 그 둘 사이에 화기애애한 꽃이 피어날 리 없다. 꽃대신 불꽃이 튀었다.

그 광경을 보던 이들은 혀를 내둘렀다.

“두 길드 중 한 곳이 잡겠지?”

“레드불스가 가능성이 크지 않겠어?”

“반대지. 레드불스가 아가르도의 공략법을 거의 다 공개한 후라면 우레사냥꾼 길드의 성공률이 대폭 오를 테니까.”

“먼저 먹느냐, 주워 먹느냐.”

그리고 그런 그 둘을 유독 날카롭게 예의주시하는 시선이 있었다.

‘하회탈, 결국 놈이 저 둘을 활개 치게 만들었군. 아주 골치 아픈 짓을 했어.’

싱글레, 몇 시간 이후 있을 비앤비 길드의 아가르도 레이드 멤버인 그는 우레여왕과 마타도르의 등장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싱글레를 유독 날카롭게 예의주시하는 시선도 있었다.

‘저 새끼가 왜 여기에?’

무난한 디자인의 철제 갑옷 그리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투구를 쓰고, 망토를 두른 유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검사 클래스 타입의 유저인 척 연기를 하는 유저.

히르칸, 그는 싱글레를 발견하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또 이상하게 일이 꼬이네. 왜 저 새끼가 비앤비 길드의 로고를 가슴에 들고 여기에 있는 거야?’

히르칸이 이곳에 온 이유는 아가르도 레이드에 직접 참가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아가르도는 어마어마한 아이템을 준다. 아가르도 갑옷 세트는 180레벨의 크로니클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이고, 크라잉 소드는 180레벨짜리 크로니클 에픽 아이템이다. 두 아이템 모두 200레벨 중반까지 쓸 수 있는 매우 좋은 무기였다.

하지만 히르칸이 얻기는 힘든 무기였다.

‘젠장, 꼽사리 끼는 것도 쉽지 않겠네.’

아가르도 레이드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가르도만 상대하는 거라면, 히르칸 혼자서도 나름 시도는 할 수 있다. 승산은 히르칸도 크게 볼 수 없겠지만.

문제는 아가르도 레이드가 순수한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아닌, 대격전 무대라는 점이다.

일단 흐반 성을 지키는 타락한 군단을 무찌르는 게 우선이다. 성벽을 넘어야 한다. 흐반 공성전에서의 승리, 그게 아가르도와 싸우기 위해 필요한 티켓이다. 그건 아무리 히르칸이라고 해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히르칸은 거래를 하려고 했다. 나름 짜임새는 있지만, 에이스 카드의 부족으로 승산을 가늠할 수 없는 언더풋 길드에 들어가는 거다. 그들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거래일 터.

적어도 그냥 다른 대격전 무대에서 남들이 아가르도를 잡는 걸, 특히 30대 길드가 그걸 잡는 걸 손가락만 쪽쪽 빨면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싱글레가 비앤비 길드 멤버로 등장했다. 싱글레는 이미 히르칸을 작정하고 죽이려고 한 유저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무작정 히르칸에게 PK를 시도했다.

‘쟤 앞에서 다시 한 번 와치맨을 지껄이면, 우리 집까지 쫓아와서 현피를 시도하겠지?’

심지어 이제는 히르칸이 싱글레 입장이라고 해도,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눈깔이 돌아갈 것 같았다.

‘젠장, 아무래도 계획을 바꿔야겠어.’

히르칸이 재차 쓴소리를 삼켰다. 그 순간 싱글레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던 히르칸을 바라봤다. 히르칸은 그 순간 식겁하면서도 특별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여기서 고개를 돌리거나 다른 곳을 바라보는 행동이 오히려 의심을 살 테니까.

싱글레 역시 히르칸을 보는 순간 그저 고개만 갸웃했다.

‘누구지? 날 보는 건가? 착각인가?’

거기까지였다.

“아, 움직인다.”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시르와 체브가 대화를 마치고 등을 돌린 채 갈라졌다. 그 둘에게 집중됐던 좌중의 시선 역시 둘로 나누어졌고, 그들이 사라진 무대를 유저들의 관심과 사담이 채우기 시작했다.

다시 어수선해진 분위기 속에 싱글레와, 히르칸은 없었다.

6.

“포기! 포기해!”

그 외침이 들리는 순간, 곧바로 아가르도 레이드 중계 게시판은 소란스러워졌다.

- 성벽도 못 넘고 패배 선언!

- 어중이떠중이 새끼들이 머릿수 모아봐야 그게 그거지.

- 1.05배 맛있게 먹고 갑니다.

- ㄴ 불법 토토충 신고하고 갑니다.

아가르도 레이드를 뛰기 위한 유저들이 모여 만든 킬더나이트 팀이 레이드를 포기했다.

킬더나이트, 무려 1천2백 명이나 되는 유저들로 구성된 팀이었지만, 그들은 이미 앞선 레이드 팀들이 뭉갠 성벽조차 제대로 넘지 못했다. 물론 시멘트 지렁이가 토해낸 시멘트로 무너진 성벽은 어느 정도 땜빵이 된 상황이었지만,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킬더나이

트 팀의 전투는 너무나도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결정타는 성벽이 무너지는 순간, 그 안으로 들어가는 와중에 체증 현상이 일어났고, 그 체증 현상에서 대규모 범위 공격에 당해 적지 않은 유저들이 게임오버를 당한 것이었다.

이게 공성의 무서움이었다. 수성에서 필승법으로 여겨지는 하회탈식 노하우가 공성하는 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장애물로 변했다. 필승법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게 쉬울 리 없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 킬더나이트 팀의 성공을 예상하는 자는 거의 없었다. 스위퍼즈 길드처럼 어마어마한 마법 전력으로 몬스터를 쓸어버리거나 혹은 제약 가득한 전투 속에서도 결과를 내놓을 줄 아는 일기당천의 실력자가 필요하지, 머릿수만 많은 건 아무런 의

미도 없었으니까.

- 비앤비 길드가 아까웠어. 아가르도 전투까지 갔었는데, 결국 후퇴했잖아.

- 그런데 비앤비 길드 말이야, 아가르도와 전투 전에 몬스터 잡을 때 싸우던 한 명 실력이 굉장하던데, 왜 그 유저가 아가르도 전투에 나서지 않은 거지?

- ㄴ 나도 궁금함. 아가르도랑 붙었던 애들보다 훨씬 더 잘 싸우던데 안 보임.

그렇기에 워로드 팬들은 킬더나이트 팀 이후 시작되는 3개 길드의 도전을 기대했다.

- 어쨌거나 이번 3연전에서 결판이 나겠네.

- 그렇겠지.

30대 길드에 소속된 3개 길드가 연속해서 아가르도 레이드에 도전을 하는 무대가 마련됐으니까.

- 빅스마일, 레드불스, 우레사냥꾼 순이었지?

심지어 개 중 두 곳은 다른 건 몰라도, 레이드에 있어서는 워로드 최고라고 평가받는 곳이었다. 기대감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였다. 아니, 좀 과장하면 그들이 실패하면 과연 누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물론 이렇게 되면 꼴이 우습게 되는 길드가 있었다.

- 빅스마일은 버리는 카드라고 해도 레드불스랑 우레사냥꾼, 둘 중 하나가 끝내겠지.

- ㄴ 빅스마일이 왜 버리는 카드냐? 중국 최강의 길드인데. 두 길드랑 비교해서 꿇릴 건 없잖아?

- ㄴ 중국 최강 = 세계 최약.

- ㄴ 떼로 몰려다니는 거 아니면 할 줄 아는 거 있음?

- ㄴ 떼로 몰려다니다가 개 털리는 것도 할 줄 암. 겁나 잘함.

- ㄴ 1따봉 드립니다.

빅스마일, 그들은 오히려 이 두 길드와 하나로 묶이면서 우스꽝스러운 취급을 받는 중이었다.

그 결과는 라이브 티켓 판매량에서도 드러났다. 빅스마일의 아가르도 레이드 라이브 티켓의 판매량은 29만 장, 아무리 레이드 하루 전부터 판매가 가능한 조건이 붙었다고 해도, 중국이란 가장 머릿수 많은 팬을 보유한 빅스마일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었다.

더불어.

“젠장, 이런 시답잖은 일에서 후방지원만 하라니. 완전히 날 쓰레기 취급하는군. 감히 날!”

이번 레이드에 어쨌거나 간부 자격으로 후방 지원, 한국식 표현으로는 깍두기로 참가한 아폴로의 자존심도 크게 상하는 일이었다.

그런 아폴로의 옆에서 이번에도 그의 비위를 맞춰주는 역할을 맡게 된 치로로에게도 자존심이 크게 상하다 못해, 심정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뒤틀리는 일이었다.

‘너 쓰레기 맞잖아.’

애초에 아폴로는 이런 레이드에 참가할 수준이 못 됐다. 아이템이나 레벨이 낮은 건 아니지만, 개인기량이 수준 미달이다. 만약 이번 레이드가 정해진 숫자만이 참가 가능한 레이드였다면, 아폴로는 대기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반대로 이번 아가르도 레이드의 경우에 참가 인원수에 거의 제약이 없다는 사실이 아폴로의 참전을 가능케 했다.

물론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부르크가 꽂아주지 않으면, 너 같은 쓰레기를 누가 꽂겠어?’

빅스마일의 간부인 부르크, 그가 아폴로의 참전을 도와줬다. 쉽게 말해서 꽂아줬다.

‘얼마를 꽂아준 건지.’

당연한 말이지만, 아폴로가 부르크에게 적잖은 돈을 꽂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치로로 입장에서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아폴로의 수발을 드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고, 무엇보다 이번 아가르도 레이드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다.

‘우리 길드도 갈 데까지 갔네, 이런 레이드를 대체 왜 하는 거야? 전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번 빅스마일의 아가르도 레이드 시도는 그냥 요즘 이게 핫하니까 이걸로 라이브 티켓 좀 팔아볼까?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빅스마일 역시 대격전 불참 선언을 한 9개 길드 중 하나가 아니었다면, 굳이 이런 무리한 짓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분명한 건, 승산은 없다.

세부 계획이 나오진 않았지만, 치로로가 보기에 그냥 성벽만 넘고 아가르도 얼굴까지 보고, 적당히 티격태격하면서 시간만 채우고 끝날 것이다. 라이브 티켓을 팔았으니, 전투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치로로의 얼굴 위로는 저도 모르게 뒤틀린 심기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표정 관리가 안 되기 직전이었다.

그때.

“치로로 님, 아닙니까?”

누군가가 치로로에게 다가오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를 보는 순간 치로로의 표정이 바뀌었다.

“싱글레 님?”

그 정체는 비앤비 길드의 일원으로 아가르도 레이드에 참가한 싱글레였다. 아가르도 레이드에서 참가했던 그가 레이드가 끝난 후에 다시금 이곳에 방문한 것이다.

물론 치로로를 만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우레사냥꾼과 레드불스의 전황을 살피기 위해서. 하지만 그렇다고 비앤비 길드도 없는 곳에서 멍하니 있긴 좀 뭐한 상황에서, 싱글레는 빅스마일 길드의 간부급인 치로로를 보고 인사를 건넸다.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상황 보고 지나가는 김에 치로로 님을 발견하고 인사라도 하려고 왔습니다.”

“제가 인사를 받을 수준이 아닌데, 영광입니다.”

그 둘의 인연은 별거 아니었다. 싱글레가 빅스마일 길드를 몇 번 도왔고, 그 과정에 치로로가 있었다.

반면 싱글레와 인연이 눈곱만큼도 없는 아폴로 입장에서는 갑자기 붕 뜨는 기분이 드는 건 당연지사.

참지 못한 아폴로가 입을 열었다.

“이쪽은 누구?”

그 물음에 치로로의 표정이 조금 구겨졌다. 그러나 아폴로도 어쨌거나 간부인 상황에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 치로로가 싱글레에게 아폴로를 소개해줬고, 서로에 대한 소개를 들은 그 둘이 악수를 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이 있는 곳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시선이 미치지 않은 아주 은밀한 곳에서도 두 명이 악수를 했다.

7.

레이드는 바둑이다.

표적이 되는 대상에게는 패턴이 있다. 그 패턴을 분석하고, 그 패턴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건, 상대의 수를 읽고 그에 대응하는 수를 놓는 바둑과 본질은 같았다.

그런 레이드 공략을 위해 작전을 짠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부분에서 나름 내로라하는 실력자인 레드불스 길드 소속 전략가 누눔은 당연히 아가르도 레이드를 위한 작전을 짰다.

그런데 지금 그가 짰던 작전이 갑자기 리셋이 됐다.

“정말 이렇게 합니까?”

체브의 명령이었다.

그가 갑자기 작전의 변경을 요구했다.

“가능하겠나?”

“못할 건 없습니다만, 정말 이렇게 하실 겁니까?”

심지어 그 이유는 놀랍기 그지없었다. 누눔이 재차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유였고, 그 질문에 체브는 미소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 미소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은 듯, 누눔은 여전히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결국 체브가 설명을 곁들였다.

“어차피 승산은 그리 높지 못하잖아? 그렇다면 좀 더 재미있는 게 낫겠지. 보는 입장도 생각해줘야지. 라이브 티켓을 구매해준 분들을 실망시키진 말아야지. 적어도 이 방법이면 실망은 안 하겠지.”

그 말에 누눔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실망이 아니라, 어떤 결과가 나오든 대박일 텐데요?’

< 44화. 아가르도 레이드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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