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아가르도 레이드 (1). >
1.
계란을 두른 탐스럽기 그지없는 분홍 소시지에 조금 전 딴 싱싱한 야채 참치, 여기에 소고기 맛 다시다를 듬뿍 넣어 만든 미역국을 반참 삼아 하얀 쌀밥을 열심히 씹는 안재현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놀랍게도 안재현은 지금 메뉴에 불만이 많았다.
‘그 일만 아니었어도, 지금쯤 스태미나식으로 체력 보충 제대로 하고 달리고 있을 텐데.’
사실 안재현은 이번 대격전 동안은 과할 정도의 스태미너식을 먹을 생각이었다. 어느 때보다 체력이 필요한 때였고 동시에 최근 체력이 떨어진 걸 느낀 탓이었다.
때문에 돈도 야금야금 모았다. 일명 스태미나식 적금을 들었다.
‘젠장, 설마 거기서 그렇게 많은 돈을 쓸 줄이야.’
그러나 셰가 수성전이 끝나고, 정산을 마치는 순간 안재현은 감히 비싼 밥을 먹을 자신이 없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창고에 모아둔 소모 아이템을 대부분 썼다는 점이었다.
워로드 유저들, 특히 랭커들은 언제나 곳간이 풍족해야 한다. 중요한 사냥, 전투, 레이드를 앞두고 혹은 긴급한 상황을 앞두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소모 아이템을 구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하물며 당장 안재현에게는 넘어야 할 큰 산이 하나도 아닌 두 개나 남아 있었다. 당연히 안재현은 개미가 겨울을 나기 위해 여름에 먹을 것을 아끼듯, 다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식단은 안재현의 입지가 달라졌음을 말해주는 확실한 증거인 셈이다. 물론 식단만이 아니라, 워로드 내의 입지도 크게 달라졌다. 안재현의 유튜브 페이즈의 구독자 숫자를 비롯해 동영상 조회수, 유료 영상 판매량이 다시 한 번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셰가 수성전에서 안재현이 처음으로 공개한 노하우, 꼬리먹기 편은 동영상이 올라온 지 일주일 만에 무려 3천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 생각에 안재현이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뭐, 당장은 아니더라도 투자한 건 야금야금 회복하겠지.’
최근 받은 스폰서 업체의 제안서를 떠올린 안재현은 입안 분홍 소세지가 와규 스테이크처럼 느껴졌다. 밥맛이 좋아졌다. 안재현의 숟가락과 젓가락이 힘차게 움직였다.
‘응?’
그런 안재현이 어느 순간 숟가락을 놓았다.
‘드디어 떴다!’
팔부능선을 지난 안재현의 앞에 구부능선이 등장했다.
2.
하회탈의 인터뷰 이후 30대 길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앞다투어 대격전 참가를 선언했다.
“일반 유저들이 대격전으로 피해를 보는 걸 막겠습니다. 즉, 대격전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 유저들이 피해를 보는 대격전 무대에만 참가하겠습니다. 그 외 대격전 무대는 대격전을 참가하는 유저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질서 유지를 위한 노력으로 봐주십시오.”
명분은 질서 유지.
이에 따른 일반 유저들의 의견은 양분됐다.
수성의 성공 여부를 떠나 대격전에 참가해서 적잖게 득을 보는 유저들은 반대했다. 30대 길드의 참가로 그들이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줄어드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또한 하회탈식 공략법으로 이제 언더풋 길드는 물론 일반 유저들도 머릿수와 단합만 된다
면 충분히 수성에 성공할 자신감도 있었다.
반면 대격전에 참가하지 않는 100레벨 미만의 유저들은 30대 길드의 참전을 반겼다. 그동안 대격전을 뛴다는 명분으로 고레벨 유저들이 저레벨 유저들의 무대에서 적잖은 소란을 피운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30대 길드가 나서서 그 부분을 해결해준다는데, 마다
할 이유는 없었다.
의견은 양분됐지만, 30대 길드에게 중요한 건 어쨌거나 찬성하는 의견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와중에 불참 선언을 외친 비앤비 길드 외 8개 길드는 묘한 처지가 됐다.
온라인에도 그들 이야기가 적잖았다.
- 그럼 불참 공동 성명한 길드는 어떻게 되는 거야?
- 인간이 염치랑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불참하겠지.
그런 9개 길드가 찾은 돌파구는 수성이 아닌 공성이었다. 대격전 동안 타락한 군단에게 함락당한 성을 되찾는 공성전에 9개 길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일부에서는 눈 가리고 아옹하기라고 평가했지만, 큰 불만은 없었다. 공성이 수성에 비해 곱절이나 어렵다는 건 이미 여러 차례의 실패를 통해 검증된 상황이었으니까.
이 덕분에 오히려 30대 길드들은 경쟁 없는 역할 분담을 시작했다. 일부는 공성을, 일부는 수성을 뛰면서, 타락한 군단에게 하염없이 밀리던 전장의 전황을 빠르게 바꾸었다.
타락한 군단의 군세가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타락한 군단이 전세 역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카드를 꺼낼 때가 온 셈.
그래서 등장했다.
[흐반 성에 엄청난 보스 몬스터가 등장했다!]
흐반 성.
예전에는 저주받은 성이라 불렸던 그곳에 타락한 군단의 에이스 카드가 등장했다.
3.
흐반 성.
과거의 음울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한때는 꽃처럼 화려하고 값비싼 아이템을 입은 고레벨 유저들로 화사했던 그곳은 과거보다 더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성벽은 수천 년 전 유적처럼 붕괴했고, 그 성벽 너머를 채우고 있던 건물들은 성한 것을 찾는 게 힘
들 지경이었다.
“마법 포격 시작!”
그 참담한 무대 위에 다시 한 번 매몰찬 심판이 시작됐다.
한 사내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수백 명의 마법사들이 캐스팅을 마친 마법을 전개했다.
최소 레벨 130레벨.
최소 등급 레어.
마법사 전원 얻은 모든 능력치를 지력에 투자한 속칭 ‘극공법사’.
심지어 그들의 마법에는 하모니가 있었다. 가장 먼저 전개된 건 대지 속성 마법이었다. 반듯한 흙벽들이 승천하듯 땅바닥 아래에서 솟구쳤다. 그 높이가 20미터를 훌쩍 넘겼다. 그냥 흙벽들이 아니었다. 강력한 물리 및 마법 방어력을 가진 실드월이었다. 그렇게 솟
아오른 실드월들이 어깨동무를 하듯 뭉치며, 삼각형을 만들었다.
강력한 마법들이 그 삼각형 안으로 투척됐다. 거대한 불덩이들이 불의 숲을 만들었고, 그 불의 숲 위로 벼락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거대한 얼음창들은 번개처럼 떨어졌다.
쿠쿠쿠!
이 강력한 마법은 땅마저 울게 했다.
지옥.
그리 표현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스위퍼즈 길드의 1군 레이드 팀의 리더, 창술사 이치니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제발.’
다른 건 몰라도 마법 전력에서는 30대 길드 중에서 최고라고 자신하는 스위퍼즈 길드, 그런 스위퍼즈 길드에게 지금 보여주는 대규모 마법 폭격은 자존심이었다.
때문에 이치니는 이 강력한 마법의 콜라보를 볼 때마다 언제나 자신감 가득 찬 미소만 지었었다.
이 광경을 보고도 두려움과 불안감, 초조함으로 뒤섞인 침을 꿀꺽 삼킨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죽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좀 그냥 데미지, 조금이라도 좋으니 제발 데미지 좀 입어라. 하다못해 입은 방어구라도 망가지거나! 제발!’
심지어 그는 기도마저 했다.
하지만 그 기도는 다시 한 번 꿀꺽, 소리와 함께 이치니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콰앙!
실드월의 한 곳이 굉음을 내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구멍으로 온갖 마법이 만들어낸 소란이 흘러나왔다. 연기, 불길, 스파크…… 그러한 것들 위로 처벅처벅 발소리가 났다.
발소리의 주인공은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였다. 입고 있는 갑옷은 보통의 갑옷이 아니었다. 검은 얼룩무늬를 가진 은빛의 갑옷. 오른쪽 어깨 장식은 독수리의 머리가, 왼쪽 어깨 장식은 사자의 머리가, 가슴팍에는 세 마리의 뱀이 서로의 꼬리를 물어 만든 원을 달
고 있는 갑옷. 더불어 검은 얼룩무늬는 마치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은빛 갑옷 위를 하염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방패는 없었다.
대신 츠릉츠릉, 쉴 새 없이 울음을 토해내는 검 한 자루를 손에 쥐고 있었다.
어찌 보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모습이었다. 적어도 보는 순간 압도당할 정도의 사이즈를 가진 대형 보스 몬스터에 비하면, 이런 소란 속에서 눈으로 찾기조차 힘든 사이즈다.
하지만 이치니는 그를 보는 순간, 워로드를 시작한 후 가장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후퇴해!”
“예?”
이치니의 명령에 그의 옆에 있던 부하 동료가 반사적으로 반문했다. 사실 후퇴를 가늠하기에는 힘들었다. 지금 눈앞에 등장한 기사와 본격적인 교전이 시작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았다. 몇 번의 산발적인 교전, 그 이후 본격적인 마법 포격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었다.
그런데 후퇴를 한다?
하지만 이치니는 단호했다.
“물리 공격도, 마법 공격도 심지어 신성 공격도 안 통하는 놈을 상대로 무슨 전투야? 전부 후퇴해!”
“아, 네.”
리더의 명령은 절대적인 법. 부하 동료는 이치니의 말에 일단 군말 없이 보이스톡을 통해 모두에게 후퇴를 알렸다. 모인 이들의 숫자가 적지 않은 만큼, 한두 마디로 후퇴가 이루어지진 않았다. 후퇴 명령을 내리는 데에도 시간이 소비됐다.
물론 긴 시간은 아니었다. 결코 10초를 넘지 않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헉!’
보이스톡으로 명령을 전달하던 부하 동료의 눈앞에 멀찌감치, 꽤 먼 거리에 있던 기사가 등장했다.
다가왔다는 느낌보다는 사라졌다, 눈앞에 등장했다는 느낌.
심지어 기사는 검을 높게 들고 있었고, 이치니의 부하 동료가 그 존재를 파악했을 때 검은 하강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카앙!
다행히도 이치니, 그가 제 창을 가로로 들어 검을 막아냈다. 부하 동료가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나 무시하고 피해!”
이치니가 그런 부하 동료의 뒷걸음질을 재촉했다. 부하 동료는 대답 없이 잽싸게 자리를 피했다.
그 사이 이치니는 다시 한 번 눈앞의 기사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가까이 붙으니, 투구 사이로 번뜩이는 새하얀 눈동자가 보였다.
‘이 자가 딘 왕자의 왼팔, 아가르도 경인가?’
짧게 상황을 감상하듯 판단하는 순간.
끼익, 끼익!
아가르도의 검을 막아내던 이치니의 창대가 조금씩 썰리기 시작했다. 톱질을 하듯 검을 움직인 게 아님에도, 그냥 꾹 누르고 있는 것만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코팅!”
이치니가 반사적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사용한 스킬은 코팅. 자신이 사용 중인 무기 또는 방어구를 일정 시간 동안 파괴 불가 상태로 만들어주는 스킬이다. 유니크 등급의 스킬로 구하기가 쉽지 않다.
구하기 쉽지 않은 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창대는 더 이상 썰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치니가 스킬을 쓰느라 한눈을 판 찰나의 순간, 그 순간 아가르도가 이치니의 배를 꽈릉! 발로 찼다. 정말로 천둥소리 비슷한 소리가 났다. 이치니의 몸이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물수제비처럼, 거칠기 그지없는 땅바닥 위를 지나갔다.
‘제에에에엔장!’
그야말로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상황.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이치니가 멈추고, 곧바로 자세를 잡은 후에 정면을 바라봤을 때.
‘어디?’
그의 시야에 아가르도의 모습은 없었다. 이치니가 무언가 조짐을 느끼고 고개를 살짝 위로 들었다. 그제야 이치니는 볼 수 있었다.
푹!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내리꽂은 아가르도의 검을.
4.
- 으악, 끔살이다.
- 창술사 이치니가 1분을 버티질 못하네.
- 스위퍼즈 길드는 레이드 팀이 아니잖아? 솔직히 이 정도는 예상됐던 바였지.
- 스위퍼즈 주력이 몬스터 청소라고 해도 레이드 팀 전력은 못해도 상위 10위 안에 들어가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네.
백안의 기사, 아가르도 경.
딘 왕자의 왼팔이라 불리는 그의 레이드 권리를 손에 넣은 스위퍼즈 길드는 곧바로 라이브 방송을 편성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라이브 티켓을 구매했고, 실시간으로 방송 아래에 리플을 달았다.
그 반응을 읽던 시르는 고개를 돌렸다. 같은 방송을 보던 해치가 그녀의 시선을 느끼자마자 입을 열었다.
“하실 말씀이라도?”
“어떻게 생각해?”
“아가르도요? 아니면 스위퍼즈 길드요?”
“둘 다.”
대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여왕님하고 저하고 싸우면 이딴 NPC쯤은 10분 안에 곤죽으로 만들 수 있어요! 스위퍼즈 길드는 애초에 상대도 안 되는 조…….”
“야, 말은 좀 가리자, 가려!”
우레공주 하희의 입에서 결코 먹을 수 없는 밥 이야기가 나오려는 순간, 해치가 나서서 그녀의 말을 잘랐다.
“무슨 애가 주둥이로 못하는 말이 없어?”
“뭐라고?”
하희가 해치를 노려봤고, 해치는 그런 하희를 정당하게 무시하기 위해 시르에게 말을 걸었다.
“확인된 바로는 일단 스킬은 안 통합니다. 물리 공격, 마법 공격, 따윈 안 먹히죠. 갑옷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타락한 힘이나 혹은 다른 무언가에 의한 능력일 수도 있습니다.”
백안의 기사 아가르도.
그에 대한 정보는 제법 퍼져 있다. 워로드의 NPC기사들 중에서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였다. 당연히 딘 왕자가 배덕의 왕자란 사실이 밝혀졌을 때, 아가르도와의 전투는 정해진 일이었다.
단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가 문제일 뿐.
이제 그 모든 걸 알게 됐다.
“타락 백작과 비교하면?”
“RPG게임이란 게 원래 처음 나오는 드래곤보다 나중에 나오는 고블린이 더 센 법이지만, 비교가 안 됩니다.”
“보다 자세히.”
“근접 전투 능력이 이제까지 상대한 몬스터들과 차원이 다릅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말해.”
“여왕님보다 낫습니다. 제가 보기엔.”
“너 뒈질래?”
이번에도 하희가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다. 해치는 어휴, 저 계집애 입을 어떻게 막아야 하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근거는?”
시르는 하희를 슬쩍 바라봤다. 하희가 입을 꾹 다물었고, 동시에 삐죽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본 해치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이 녀석을 상대로는 레이드보다는 PVP경험이 많은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여왕님의 약점이기도 하죠.”
시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시르는 PVP에서도 강하다. 적수가 많지 않다. 그녀와 1대1로 싸워서 승리를 자신할 유저는 워로드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험 자체가 많다고 할 수는 없다. 애초에 그녀에게 PK를 걸 유저가 얼마나 되겠는가? 의지가 있어도 어지간한 경우는 그녀에게 닿기도 전에 커트를 당한다.
비단 시르만의 약점이 아니다.
“이 문제는 30대 길드를 대표하는 대부분의 스트라이커에게도 포함됩니다.”
30대 길드의 1군 레이드 팀 주력 스트라이커들, 워로드의 별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일반 유저들에게 있어서는 만나기조차 힘든 상대다. 달리 말하면, 그들은 유저에게 위협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
PVP경험의 부재, 그런 상황에서 PVP 전투 역량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아가르도와의 전투는 전력의 차이를 떠나서, 견적을 내놓기 힘들었다. 물론 전력의 차이도 컸다. 스위퍼즈 길드의 어마어마한 마법 스킬 포화가 먹히지 않았다.
“이 녀석을 잡으면 게임은 셋이군.”
그렇기에 아가르도는 완벽한 트로피였다. 녀석을 잡는 순간, 그 길드는 당분간 최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해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승산이 높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가르도와의 전투를 피한다면, 싸워서 패배하는 것보다 명성이 더 가차 없이 추락할 것이다.
“레이드 신청해두겠습니다. 순번은 늦겠지만, 아마 순번 걱정을 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아가르도를 잡는 순간, 그 이후는 오직 하나만이 남는다.
“그리고 배덕의 왕자 레이드도 준비해.”
하나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했다.
< 44화. 아가르도 레이드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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