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125화 (125/192)

< 43화. 금력(金 力 ) (3). >

8.

- 속보! 하회탈, 셰가 성에서 대격전 진행 중!

모든 소문의 시작은 대개 미약하다.

- 그게 뭐?

- 이상한 새끼 출몰했네. 그래서 뭐 어쩌라고?

- 하회탈이 셰가 성에서 대격전을 치르든 말든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

그리고 대개 미약한 소문은 그냥 미약한 채로 사그라진다. 하지만 때때로 그 미약한 시작이 창대한 결과로 이어질 때도 있다.

- 하회탈 대격전 하드 캐리 중!

이번 경우는 후자였다.

- 하회탈?

- 대격전?

- 하드 캐리!

세 가지 단어의 조합에 사로잡힌 워로드 팬들의 이목이 셰가 성으로 납치됐다.

창대한 결과를 위한 최소한의 밑거름이 깔리는 순간이었다.

9.

[레벨이 올랐습니다.]

160번도 넘게 들었던 레벨업 알림은 더 이상 히르칸을 설레게 하지 못했다. 히르칸은 눈앞의 아수라장에 집중했다.

현재 타락한 군단은 그들을 막기 위해 지역지역마다 자리 잡은 셰가 수성군과 밀고 밀리는 치열한 교전 중이었다.

대체로 전세는 타락한 군단이 우세했다. 체급 차이가 나는 이들끼리 몸을 부딪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셰가 수성군은 당장 무너지지 않은 채 나름 버텼다. 자연스럽게 타락한 군단의 진격은 거북이걸음이 되었다.

히르칸은 그 광경을 보며 혀로 입술을 적셨다.

꼬리먹기가 끝난 것에 대한 감정의 표현이었다. 정해진 바였고, 때문에 예상한 바였다. 꼬리먹기를 할 수 있는 건, 타락한 군단의 진격이 멈추기 전까지. 멈춘 타락한 군단에게 꼬리 먹기를 시도하는 건, 정면에서 싸우는 것보단 리스크가 적지만, 오히려 갉아먹기

보다 리스크는 커진다.

‘좀 물어라.’

이 순간 히르칸이 재차 입술을 오물오물하며 이미 충분히 적셔진 자기 입술을 재차 괴롭혔다. 그 행동의 의미는 명확했다.

초조함, 지금 히르칸은 애가 탔다.

‘이 정도로 보여줬으면, 이제 좀 물어.’

경험치 습득이 목적이 아니다. 다른 목적이 있다.

‘네놈들도 게이머라면, 여기서 그냥 비루한 개처럼 꼬랑지를 말고 도망치고 싶진 않을 거 아니야?’

게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별거 아닌 질문이다. 대부분의 이들은 게임을 하는데 무언가 철학적인 이유 같은 건 없다. 그냥 하는 거다. 그냥 하는 거니까, 기왕이면 폼 좀 나게 하고 싶은 거고, 남들보다 잘하고 싶은 거다.

히르칸은 유저들의 그 심리를 노렸다.

나를 봐라! 나랑 함께하면 따봉이든, 좋아요든, 팔로우든, 여하튼 뭐든 받을 수 있다! 오늘 하루만큼은 폼 좀 나게 게임할 수 있다!

사실 백인장을 포섭하는 건, 히르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백인장을 한다고 월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굳이 궂은일을 자처하는 건, 백인장이란 직위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익만 맞춰주면 백인장은 얼마든지 히르칸과 손을 잡

는다.

반대로 그렇기에 백인장은 생각만큼 강한 통솔권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그들 밑에 모인 이들은 그들의 부하가 아니다. 일을 잘못했다고 사과의 의미로 손가락을 자르거나, 그런 부류가 아니다.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유저들은 그냥 무대를 떠난다. 그렇게 일반 유

저들이 떠나면, 백인장이란 이들도 쓸모없는 게 된다.

때문에 애초부터 히르칸의 포섭 대상은 일반 유저들이었다.

이 모든 것, 일반 유저들의 가슴에 헛바람을 넣기 위한 수작이다.

‘이제 슬슬 소문 퍼질 때가 됐을 텐데?’

물론 지금 전투 중인 일반 유저들이 히르칸의 활약상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럴 여유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지금 치르는 전투에 오롯이 집중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학교에서 수업을 해도, 수업시간 내내 집중하는 자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어느 순간에 한눈을 판다. 전투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탱커들은 사정이 다르지만, 사제와 마법사들은 한눈을 파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다 보면 그들은 분명 어디서 보게 될 것이다. 하회탈의 활약을. 그 후에는? 수업 시간에 잡담을 위해 쪽지를 돌리듯, 주변에 전할 것이다. 보이스톡 프로그램이 있으니, 진짜 쪽지를 보낼 필요도 없다. 그냥 입만 뻐금뻐금 몇 번 움직이면 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때가 온다.

그때 되면…….

“하회탈!”

결국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기 위해, 그 어수선한 분위기의 원인을 찾으러 온다.

‘오케이.’

히르칸, 그가 이제까지 온갖 방법으로 괴롭혔던 입술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10.

- 5번, 6번, 11번, 12번은 전투 지역 밖으로 빠진다. 1번 팀과 2번 팀은 대기, 나머지 팀들은 탱커 라인과 사제 라인은 그대로 남고, 마법사들은 전부 성벽으로 올라온다!

빅케이의 지휘가 시작됐다.

평소라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지휘였다. 그냥 사냥터에 몇 마리 사냥을 하러 나온 이에게 당장 사냥과 상관없는 명령을 내린다면, 대부분은 자리를 떠나거나 로그아웃을 할 것이다.

이번에도 그런 유저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왜 갑자기 이 지랄이지? 사냥 잘하고 있는데?”

“미친, 진짜 하려는 건가? 아니, 왜 그런 걸 자기들 멋대로 결정하는데!”

“미치겠네, 내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하는 거야? 저 새끼들이 내 상관도 아닌데? 아, 몰라. 나 안 해.”

하지만 그 숫자는 적었다.

하회탈, 그의 이름값이 불만을 머금은 자의 숫자를 현격히 줄였다.

“하회탈 지금 뒤에서 장난 아니라던데.”

“보니까 한 수백 마리 혼자서 잡았다던데?”

“수백 마리? 그게 말이 돼? 1분에 한 마리씩만 잡아도 300마리 잡으려면 5시간인데?”

“하회탈이잖아. 해골 한 100마리 소환하면 까짓것 300마리쯤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뭐, 한 번 해보자고. 하회탈하고 같이 사냥하는 기회가 오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하회탈도 뭔가 수가 있으니까 이러겠지. 솔직히 여기서 타락한 군단 막으면 대박이잖아?”

“하회탈이 이번 일 끝나면 이기든 지든, 무조건 같이 인증샷 찍어준대. 그거나 하고 가자.”

“아, 잠깐 나 페이스북에 지금 상황 좀 올릴게, 잠깐 기다려봐.”

이미 하회탈에 대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부풀려진 채 셰가 수성군 사이에 퍼져 있었다.

하회탈이 해골을 100마리나 소환했다더라, 데스 나이트가 등장했다더라, 파이어 골렘이 등장해서 전장을 불바다로 만들었다더라, 하회탈이 축지법을 썼다더라…… 누가 들어도 허황한 소리였지만, 여기 모인 이들에게 중요한 건 진위가 아니었다.

일단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만약 정말로 수성에 성공한다면, 엄청나게 폼이 나는 일이 될 것이다!

그 요소들이 유저들을 일사불란하게 만들었다.

빅케이의 주문대로 탱커 라인들이 사제의 도움을 받으며 시간을 버는 사이, 마법사들이 부리나케 성문 안으로 들어온 뒤에 부리나케 성벽 위로 올라갔다.

성벽 위에 마법사들이 하나둘 배치되는 순간 새로운 명령이 내려왔다.

- 탱커 라인들 천천히 범위를 좁히면서, 후퇴해. 굳이 몬스터들 전부를 막을 필요는 없다! 안 되는 건 그냥 보내! 이대로 몬스터들이 그냥 성벽을 두드리게 놔둬!

성벽을 포기하라!

이 말에도 이런저런 말이 있었지만, 탱커들 입장에서는 당장 몬스터들로부터 숨 돌릴 여유를 찾는다는 사실이 기뻤기에, 모두 군말 없이 따랐다. 탱커들이 전장에서 물러났고, 사제들이 탱커들을 돌봤다. 물러난 탱커와 사제들이 대기했다.

- 마법사들 마법 준비!

이제는 마법사들이 활약을 할 때가 온 것이다. 마법사들에게 바로 주문이 내려왔다.

- 강력한 범위 마법이 아닌, 단발성 타격 마법 위주로!

그러나 이제까지와는 다른 주문이 곁들어져 있었다.

- 마법으로 잡는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마법으로 타락한 군단이 입고 있는 방어구를 뭉갠다는 생각으로 공격한다!

그 주문에 마법사들이 의구심을 품었다.

‘갑옷을 부수라고?’

‘그럼 데미지는 못 주잖아?’

원래 마법사들에게 마법이란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주는 용도일 뿐, 갑옷을 부수는 건 아니었다. 해서 안 될 건 없지만, 무장한 몬스터들에게 조잡한 마법을 던지는 건, 그들 기준에서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당연히 설명이 필요했다.

- 무장 해제를 시킨 후에, 결전은 성안에서 치른다!

충분하지 못할 설명이었다.

- 하회탈식 사냥법이다!

하지만 뒤에 이어진 그 말이 굳이 충분한 설명을 필요치 않게 했다.

‘하회탈이 까라면, 여기서 마늘이라도 까야지.’

마법사들이 마법을 준비했다. 1차 승급 이후 배운 강력한 마법이 아닌, 제법 오래전 썼던 마법들.

“파이어볼, 이거 간만에 쓰네.”

“볼 계열 쓰는 거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나 볼이나 볼트 계열 마법은 별로 안 써서 숙련도 낮은데, 괜찮은 건가?”

“난들 아냐? 지식인에 물어봐.”

여기서도 모두가 명령을 따른 건 아니었다. 큰 마법을 준비하는 마법사들도 있었다. 이 세상에 말 참 안 듣는 청개구리는 어디에든 있다.

그러나 그런 변수는 지금 상황에서 크게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다. 전부가 아니라, 대부분이 명령을 따라준다는 것이 중요했다.

“포격 시작!”

마법사들의 마법 투척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번 마법 투척은 쉼 없이 이루어졌다.

쿨타임은 물론 캐스팅타임도 길지 않은 볼, 볼트 계열의 마법들이다. 한 명이 쉴 새 없이 쓸 순 없지만, 수백 명이 자기 페이스에 맞춰 쓰면, 충분히 마법으로 전장을 덮을 수 있다.

그 마법 앞에서 몬스터들의 갑옷은 조금씩 균열을 일으켰다.

전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11.

“성벽 위 마법사들 마법으로 몬스터들을 무장 해제한다. 그다음 성문이나, 성벽이 무너지고 체증이 시작되면 최정예 탱커 라인으로 막은 후에 큰 마법들 투척.”

“그리고?”

“밖에 배치된 유저들이 성문으로 들어가느라 정신 팔린 놈들을 하나씩 갉아먹는 거다.”

“갉아먹기는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결국 성안으로 적잖은 수가 난입할 텐데?”

“무장 해제된 타락한 몬스터를 시가전으로 잡는 게 일도 아니지.”

“시가전이 되면 명령 체계는 어떻게 하지? 그런 소규모 전투는 일일이 컨트롤이 안 될 텐데?”

“명령이고 나발이고, 필드 사냥이랑 똑같아. 파티 단위로 자기들이 잡고 싶은 놈을 잡으면 된다.”

“시가전으로 가면 성의 피해가…….”

“너 셰가 성에 부동산 투자라도 했어?”

히르칸의 말에 빅케이는 무어라 반문을 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고, 미소를 지었다.

“대단하군.”

히르칸의 작전은 어렵지 않았다. 정말 단순했다. 단순했기에 금방 머릿속으로 그 작전이 추구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렇게 그려진 그림은 단순한 것에 비해 매우 놀라웠다. 히르칸의 작전대로라면 10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승산을 가늠할 수 있는 그림이 나

왔으니까.

만약 셰가 성에 있는 수성군의 숫자가 2천을 넘겼다면 히르칸의 방법은 필승법이 됐을 것이다. 물론 히르칸처럼 무리를 지휘할 확실한 지휘자가 있다는 가정이 붙겠지만.

‘30대 길드가 이 작전을 쓰면…… 이건 필승 공략법이다.’

때문에 빅케이는 진심으로 놀랐고, 그래서 물었다.

“어떻게 이런 작전을 떠올린 거지?”

그 말에 히르칸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빅케이는 그런 히르칸이 자신을 향해 코웃음을 치는 것 같았다. 굳이 그런 것까지 일일이 설명을 해줘야 하나? 같은 의미의 코웃음.

거만한 듯 보였지만, 빅케이는 그것을 거만함이 아니라 자신감으로 봤다.

‘그냥 잘 싸우는 게 아니라, 전술에도 능하다, 이건가? 정말 모든 걸 가졌군.’

동시에 빅케이는 체브가 왜 히르칸을 그토록 높게 평가했는지,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히르칸이 대답을 하지 않는 이유,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답을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 공략법 너희 길드가 만든 거야.’

지금 히르칸이 내놓은 공략법은 그 어느 길드도 아닌 레드불스 길드가 만든 매뉴얼이었으니까.

타락한 군단이 공성모드에 돌입하는 순간 꼬리먹기와 갉아먹기로 전력을 야금야금 줄이고, 마법사들의 대규모 마법 난사를 이용해 무장해제를 유도한 후에, 체증 구간에서 크게 전력을 줄이고, 이후 시가전에서 마무리를 짓는 것.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성안으

로 몬스터들을 모은 후에 성 밖에서 대규모 마법 폭격으로 정리하는 일명 ‘속풀이’가 있다.

성을 지키고자 한다면 성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지만, 그건 현실의 이야기이다. 워로드의 유저들은 그런 걸 신경 쓸 필요가 눈곱만큼도 없다. 그래서 이런 방법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을 레드불스가 내놓았고, 이 방법이 대격전의 스탠다드가 됐다. 30대 길드 전부가 레드불스의 방법을 따라 했고, 대격전은 금방 유저의 우위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레드불스의 주가가 적잖게 올랐다.

그 주가가 이제 히르칸 몫이 됐다. 히르칸은 이 부분에 대해서 살짝 미안한 마음을 품었지만, 이내 그 마음을 삼켰다.

‘뭐, 아무렴 어때. 30대 길드 밥 먹여주려고 이 짓을 하는 건데.’

결국 그들 좋아지라고 이 짓을 하는 중 아닌가? 오히려 히르칸은 배가 아팠다.

‘아니지. 까놓고 말해서 이 정도 해주면 30대 길드한테 돈을 받아도 부족하잖아?’

그때였다.

빅케이가 보이스톡 프로그램에 귀를 기울이더니, 갑작스럽게 히르칸에게 물었다.

“하회탈, 혹시 인터뷰 요청…….”

말을 하려던 빅케이는 입을 다물었다. 하회탈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한 기록이 극히 적다는 걸 떠올렸다. 그런 그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는 게 큰 실례라는 걸 그제야 떠올렸다. 시급한 상황이기에 빅케이의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증거였다.

빅케이는 당연히 히르칸의 매몰찬 거절을 예상하고, 대비했다.

“인터뷰? 레드불스랑?”

그러나 히르칸은 거절이 아닌 반문을 던졌다. 빅케이의 눈썹 한쪽이 살짝 올라갔다.

“아니, 프루트 포스트다.”

프루트 포스트.

“거기 기자하고 당신이 어떻게 아는데?”

“인맥 차원에서…….”

“인맥이 굵직하시네. 프루트 포스트의 기자랑 연락을 하고 다닐 정도라니.”

피치 사가 V기어 시리즈를 내놓은 이후 가장 먼저 한 건, 가상현실 콘텐츠의 활성화를 위해 가상현실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언론 매체를 만드는 일이었고, 피치 사는 당시 스마트폰의 시대에 결국 적응하지 못한 채 명색만 갖추고 있던 전통 있는 언론사를

인수한 후에 프루트 포스트란 새로운 언론 매체를 만들었다.

현재 가상현실 콘텐츠를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개중에서도 워로드 코너가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더불어 워로드를 주요 소재로 다루는 매체 중에서 인지도와 영향력은 세 손가락 안에 든다.

빅케이는 그런 프루트 포스트의 워로드 전담 기자 중 몇 명과 친분이 있었고, 개중 한 명이 잽싸게 상황을 파악하고 빅케이를 통해 하회탈의 인터뷰를 잡고자 한 것이다.

물론 기자 입장에서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심정이었을 터.

“좋아. 인터뷰하지.”

그런데 히르칸이 그 제안을 승낙했다.

그런데 그 감이 기자 입에 떡! 하고 떨어졌다.

“정말?”

빅케이가 놀랐고, 곧바로 놀란 자신을 추슬렀다. 침을 두어 번 삼킨 후에 되물었다.

“언제로 잡으면 될까?”

“지금 당장.”

“뭐?”

“시가전까지 여유가 있고, 그 전까지 내가 할 것도 없으니 여기서 인터뷰하지. 연결해줘.”

12.

- 하회탈 인터뷰 떴다!

- 실시간 인터뷰? 프루트 좌표 적어줘!

- ㄴ 37° 22′ 12″ N, 122° 2′ 24″ W

- ㄴ 미친 새끼, 실리콘 밸리 좌표를 찍고 지랄이야.

- ㄴ 프루트 포스트 본사 실리콘 밸리에 있음.

프루트 포스트가 실시간으로 핫이슈가 되어버린 하회탈의 실시간 인터뷰를 잡는 순간, 하회탈에게 이미 사로잡힌 워로드 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전부 그곳으로 몰렸다.

그렇게 모두가 주목하는 상황에서, 하회탈은 자신이 만들어낸 대격전 필승 공략법을 비롯해 대격전에 도움이 되는 결정적인 단서들을 아낌없이 공개했다.

당연히 워로드 팬들만이 아닌, 워로드 유저들이 전부 하회탈의 인터뷰 내용을 실시간으로 봤다.

‘내가 준 갑옷 입고 있네. 역시 잘 만들었어. 보기 좋네.’

우레사냥꾼의 길드 마스터도.

‘매수를 좀 더 일찍 했었어야 했어. 벌써 이렇게 움직일 줄이야. 아쉽게 됐군.’

레드불스의 길드 마스터도.

그리고…….

“답변 감사합니다. 이제 조만간 시가전에 시작될 텐데,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참고로 지금 이 실시간 인터뷰를 2천만 명 넘게 보고 있습니다.”

“뭐든 말해도 좋습니까? 생방송인데?”

“뭐, 문제가 생기면 경위서를 쓰면 됩니다. 욕만 조금 자제해주시면 됩니다.”

“솔직히 제가 이렇게까지 대격전 무대에서 나설 이유는 없습니다. 좀 더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이번 일은 제게 아무런 이익도 안 됩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핸즈 길드, 세상은 잘 알지 못하는 그 길드의 길드 마스터도 그 인터뷰를 봤다.

“지금 대격전에 참가하지도 않는 유저들이 대격전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고레벨 유저들이 대격전을 한답시고 저레벨 유저들의 성의 토벌협회 지부에 죽치고 앉은 채 저레벨 유저들의 퀘스트 습득을 방해하고 있고,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주변 몬스터 씨를

말리고 있습니다. 반대로 저레벨 유저들은 대격전 때문에 사냥터 구하기도 힘듭니다.”

“예, 지금 그런 불만이 조금씩 커지고 있죠.”

“아무리 봐도 전 이게 대격전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제 입으로 뭐라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이 바뀔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인터뷰를 마칩니다.”

그렇기에 그 인터뷰가 끝났을 때.

“하회탈. 그의 이름을 퍼스트 헤드, 우레여왕, 마타도르와 같은 등급으로 분류하도록.”

“예, 분류 후 통보하겠습니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 43화. 금력(金 力 )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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