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배드 엔딩? (1). >
1.
“마법사들 대기! 대기해!”
대륙의 중심부, 히반 왕국의 왕도 마르시바. 그곳으로부터 남동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아즈만 성에는 클래스 타워가 아닌 탑 하나가 높게 솟아올라 있다.
아즈만의 탑이란 이름을 가진 그 탑은 퀘스트를 통해 자격을 얻은 유저들이 가끔 탑의 꼭대기에 오를 기회를 손에 넣고는 한다. 그 드문 기회를 얻고 탑 꼭대기에 올라가도 탑 꼭대기에 특별한 건 없다. 대신 탑 꼭대기의 사방에 뚫린 창문을 통해 아즈만 성 주변
에 펼쳐진 데우 대평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 광경이 바로 크래퍼 밀림과 함께 워로드의 10대 절경 중 하나였다.
“아니, 몬스터가 지척까지 왔는데 언제까지 대기하라는 거야?”
“탱라인이 밀리잖아! 공격하려면 지금 공격해야 해!”
“탱커 새끼들 게임 욕 나오게 못 하네. 좀 제대로 버티라고, 병신들아!”
그리고 지금, 그 데우 대평야에는 이제껏 단 한 번도 펼쳐지지 않았던 혼란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가지각색, 종류와 레벨은 다르지만 모두가 검은 눈동자와 무기를 들고 있는 타락한 군단이 아즈만 성을 향하고 있었다. 수천의 몬스터 군단이 일거에 덤벼드는 광경은 밀물처럼 보였다.
제 몸을 두 배 정도로 부풀려줄 정도로 육중한 갑옷과 그런 무장한 몸뚱이마저 쉽게 가릴 정도로 거대한 방패를 앞세운 탱커들의 역할은 그 밀물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전열 대 전열의 충돌!
설명만으로는 대전(大戰)을 소재로 거액을 들여 만든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영화 속 장면과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다.
일단 전열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
“여기 뚫렸다고!”
“이쪽 뚫었으니까 좀 도와줘!”
“우리 갇혔어! 헬프! 헬프!”
지그재그 같은 수준을 넘어서, 탱커들이 구축한 전열은 이미 존재치 않았다. 속절없이 뚫린 자들이 전열을 잘라냈고, 반대로 제멋대로 뚫고 나아간 자들은 전열에서 떨어진 채 고립됐다.
이래서 전쟁이 어려운 거다. 그냥 일렬로 줄을 세우는 건, 애들도 자기 장난감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구축한 전열을 전투 도중에 유지하고, 바꾸는 건, 역사에 길이 남는 군사들조차 쉽사리 해내지 못하는 일이다.
하물며 군사는커녕 보이스톡 프로그램을 통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유저들의 소통 라인은 상황을 더 안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갔다.
처음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원래 문제란 건, 시간이 흐른 후에 이런저런 요소들이 쌓이고, 쌓인 것이 폭발하는 순간 생기는 법이니까.
지금 이 시점이 그 쌓인 것이 터지는 시점이었다.
“어, 누가 마법 던졌네?”
“뭐야? 지금 던지는 거야? 대기하라고 하지 않았어?”
“저기 던졌잖아!”
“에라, 모르겠다, 던지고 보자!”
마법 포격 타이밍을 도무지 잡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대기만 하고 있던 마법사들이 캐스팅을 마친 마법을 전장에 투척했다. 전장을 향하는 마법 중 허접스러운 마법은 없었다. 모든 마법이 마법사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강력하다고 여겨진 마법들이었다.
그 마법들이 전장을 헤집는 광경은 대단했다.
땅바닥은 불바다가 되어 들끓었고, 마른하늘에서는 벼락이 연달아 몰아쳤으며, 그 벼락 사이로 불화살과 얼음화살이 세차게 내리는 사이사이를 칼바람이 서슬 퍼런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그 마법들 앞에서 몬스터들이 울음을 토해냈다.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가지각색의 몬스터들에게도 마법 데미지를 입는다는 공통점이 존재했으니까.
“아, 진짜 마법사 이 개새끼들이!”
“마법사 새끼들 죽여 버린다!”
“헬프! 헬프! 사제 새끼들 튀지 마!”
그리고 그 공통점은 몬스터와 어우러진 채 전투 중인 탱커들 역시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소리를 내지르는 경우는 다행이었다. 거듭된 전투와 충돌로 HP상태가 좋지 못했던 탱커나, 아이템 세팅이 좋지 못해 마법 방어력과 속성 저항력이 높지 못한 탱커나, 레벨이 낮은 탱커들은 악소리 한 번 내뱉지 못하고 게임오버를 당했다.
이 상황에서 그나마 미봉책을 손에 쥔 사제들은 이 상황에서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탱커들의 헬프 요청에도 사제들은 달려가기보다는 고민했다. 과연 자신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오늘 처음 본 유저를 도와줄 필요가 있는지, 그런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고민을 데우 대평야에 모인 대부분의 이들이 했다.
몇몇은 그 고민에 대한 답을 빠르게 내놓았다.
“야, 튀자.”
“그래.”
“여기는 답이 없어. 싸워봤자 뒈지기밖에 더해?”
답은 다름 아닌 도주.
애초에 전쟁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하는 요소 중 하나가 탈영을 막는 일이다. 탈영을 막기 위해 탈영병을 그 자리에서 죽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탈영을 하는 이들은 전쟁통에 언제나 존재한다.
하물며 지금 이들이 하는 건 목숨과 국운을 건 전쟁이 아닌 그냥 게임 아닌가?
유저들은 도주라는 선택지를 고르는데 망설임이 없었고, 실천도 굉장히 빨랐다.
유저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습게도 이 상황에서는 호흡이 참 잘 맞았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같이 도망을 치자, 그제야 제대로 된 전열이 갖춰줬다. 후퇴는 기가 막혔다.
반면 타락한 군단은 적잖은 피해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은 채 거듭 전진했다. 동료의 시체를 밟고, 이제는 사라진 방해꾼들 너머, 아즈만 성의 성벽을 향해 돌진했다.
쿵쿵쿵!
달리는 몬스터들도 망가졌던 전열을 구축했다. 그 전열이 성벽을 향해 다가올 때마다 지축이 흔들리는 소리가 굉장했다.
‘아주 개판이네.’
그 모든 광경을 성벽 위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보던 히르칸은 실소 위로 콧방귀를 연신 내뿜었다. 그 정도로 지금까지 광경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즈만 성도 함락되겠군.’
히르칸은 오늘 아즈만 성이 타락한 군단의 손에 넘어가는데 전 재산을 걸라면 걸 자신이 있었다.
더불어 히르칸이 기다리던 상황이기도 했다.
‘슬슬 전투 준비를 해볼까?’
2.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업 보너스로 모든 HP와 마력이 회복되는 순간, 히르칸은 품에서 뼈폭탄을 한 움큼을 하늘 높게 던졌다. 던져진 작은 크기의 뼈폭탄들은 물을 머금은 스펀지처럼 부풀어 오른 후에 몬스터의 몸 위로 떨어졌다.
콰과광!
굉음과 함께 터진 뼈폭탄의 위력은 상당했다. 몬스터들의 갑옷이 뼈폭탄의 폭발력에 사정없이 뭉개지고, 파괴됐다. A랭크의 숙련도에 나름 비싼 뼈 재료를 쓴 덕분이었다.
‘아, 내 돈!’
심지어 뼈폭탄은 얼마나 위력적인지, 히르칸의 속마저 쓰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뼈폭탄으로 방어구가 뭉개진 타락한 트윈 헤드 트롤을 향해 해골 전사들이 달려들었다. 해골 전사들이 상황을 정리하는 사이, 히르칸이 아직은 멀쩡한 건물 한 채의 지붕 위로 올라 주변을 살펴봤다.
‘아이고…….’
눈앞에 펼쳐진 아즈만 성 내의 풍경은 처참했다. 건물 상당수가 뭉개져 있었고,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듯 다수의 몬스터들이 아즈만의 탑을 향해 진격 중이었다.
곳곳에서 몬스터들을 막기 위한 전투, 시가전이 일어났지만 타락한 군단의 진격을 막기에는 버거워 보였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히르칸의 입술이 어느새 삐죽 나와 있었다.
‘이걸로 일주일 동안 55개가 함락된 건가? 아니지, 다른 곳 전투도 좋은 꼴을 봤을 리가 만무하지. 그럼…… 아, 나도 모르겠다.’
대격전이 시작된 지 일주일째.
일주일 동안 히르칸은 3레벨이나 올렸다. 굉장히 빠르고, 놀라운 레벨업 페이스였다.
비결은 시가전!
히르칸은 몬스터들이 성안으로 진입할 경우, 건물을 이용해 몬스터의 동선을 막고, 포위 공격을 하는 방식, 일명 가두리 사냥을 펼쳤다. 타락한 군단을 상대로 드넓은 평지에서 싸우는 게 리스크에 비해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걸, 히르칸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
었다.
달리 생각하면, 히르칸의 엄청나게 빠른 레벨업 페이스는 그만큼 시가전을 치른 횟수가 많았고, 그건 곧 성이 함락될 정도로 위기에 빠진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내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보다 페이스가 곱절은 빨라.’
때문에 히르칸은 이 상황을 마냥 반길 수가 없었다.
대격전은 땅따먹기다.
현재까지 유저들에게 개방된 동서남북, 총 519개의 성을 두고 배덕의 왕자가 이끄는 타락한 군단과 유저들이 땅따먹기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 히르칸은 별걱정이 없었다. 그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도 유저들의 오합지졸 전투가 거듭되며 일주일 동안 삼십여 개 성이 함락이 됐지만, 이후 30대 길드의 주도하에 전투 양상이 바뀌면서 타락의 군단이 진격하는 속도가 줄어들었고, 타
락한 군단과 유저들은 배덕의 왕자가 죽기 전까지 40개 남짓한 성을 두고 공성과 수성을 반복했다.
‘30대 길드가 슬슬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데 지금 그때보다 곱절이 많은 성이 함락됐다. 유저들이 오합지졸인 것도 이유지만, 30대 길드 대부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대격전에 참가하지 않은 게 컸다. 30대 길드에 속한 유저들이 대격전에 아예 참가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길드 차원이 아닌 개인 자
격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왠지 싸하네.’
만약 30대 길드의 본격적인 참전이 없다면, 대격전의 현황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설마 배덕의 왕자가 왕위 찬탈에 성공하고, 갑자기 게임 서비스 종료를 하거나, 그러진 않겠지?’
최악의 상황을 떠올린 히르칸이 뾰족 내민 입술 사이로 혀를 빠끔히 내밀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
본인이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으니까.
‘30대 길드가 바보도 아니고, 슬슬 움직이겠지.
콰앙!
그렇게 히르칸이 전황을 보며 고민을 하는 순간, 성벽 한쪽이 크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무너지는 성벽은 굉음을 동반하며, 땅을 크게 흔들었다. 그 충격에 히르칸의 시야도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을 정도였다. 그렇게 무너진 성벽 너머에서 타락한 군단이 봇물 터지듯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히르칸이 곁눈질로 해골 전사들의 전투를 바라봤다. 해골 전사들은 이미 몬스터를 해치운 채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히르칸은 그런 해골 전사들에게 명령 대신, 그들을 해골 조각으로 바꾸었다.
이제는 정말 도망칠 때다.
3.
“조금 전 간부회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비앤비 길드 역시 이번 대격전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단한 결정을 하셨군요.”
“싱글레 님 조언대로, 당장 나서는 건 여러모로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닙니다. 조언은 무슨…… 제가 괜한 소리를 한 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그럴 리가요. 조언이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비앤비 길드 간부가 정보 전달을 마치고, 고개를 가볍게 숙인 후 등을 돌린 후, 몇 걸음 내디디며 싱글레와 멀어진 순간 싱글레가 개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비앤비 길드도 대격전에 참가하지 않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곧바로 보이스톡을 통해 대답이 나왔다.
“그보다 다른 곳은 어떻게 됐습니까?”
- 비앤비 길드를 포함, 현재까지 7개 길드가 대격전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불참.
그 말에 싱글레는 묘하게 불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표정에서 보이는 분위기는 나쁘진 않은데, 살짝 입술이 튀어나왔다.
“7곳이라…… 좀 더 모이면 여론의 흐름을 바꿀 수 있겠군요.”
- 글쎄요, 두고 봐야죠.
상대 역시 대답을 내뱉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지금 상황이 그다지 만족스러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는 사이 싱글레가 다시 한 번 비앤비 길드 간부와의 거리를 눈으로 가늠했다.
그 거리는 좀 더 멀어져 있었고, 그 거리만큼 싱글레의 목소리도 좀 더 커졌다.
“그보다 그 세 길드는 현재 어떻습니까?”
4.
“왜 우리는 대격전을 안 뛰는 거야?”
하희의 물음에 오랜만에 게임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새로 나온 영화 한 편을 보던 해치가 대답했다.
“나야 모르지.”
철컥!
하희가 곧장 허리춤에 찬 칼집에서 칼을 한 번 뽑았다, 다시 집어넣었다. 그 특유의 쇳소리에 해치가 영화를 일시 정지했다.
“아니, 그런 건 그렇게 좋아하는 여왕님께 직접 물어보라고. 왜 날 물고 늘어지는 거야?”
“말해.”
“허허, 이게 아쉬운 사람 주둥이에서 나올 말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되는군.”
“뒈질래?”
하희의 그 말에 해치가 이를 꽉 물었다. 마치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표정. 그러나 이내 해치는 아랫입술로 윗입술을 덮으며 입을 꽉 다물었다. 해치는 마음 같아서는 하희에게 한 번 뜨거운 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지만, 정말 사생결단을 내면, 누가 뜨거운
맛을 볼지는 뻔했다. 그게 그가 참는 이유였다.
“이거, 이거. 이거 때문에 못 뛰는 거야.”
해치가 자신의 손목에 차인 팔찌를 흔들었다.
은은한 빛을 내뿜는 그 팔찌는 비밀 결사대가 배덕의 왕자와 맞서 싸울 자격을 가진 자들에게 지급한 아이템이었다.
정식 명칭은 결전의 증표.
능력치를 올려주는 옵션은 없다. 대신 배덕의 왕자 레이드가 가능해지는 시점이 오면, 팔찌에 배덕의 왕자가 있는 위치가 표시된다. 그래서 결전의 증표다.
더불어 이 팔찌는 비밀 결사대의 멤버이거나 또는 타락 파괴자 타이틀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지급됐다.
후자의 조건은 타락 백작 레이드에 직접 참가한 이들을 위한 일종의 특혜였다. 즉, 레드불스와 우레사냥꾼 소속으로 타락 백작 레이드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배덕의 왕자 레이드에 참가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까지 두 길드가 배덕의 왕자 편을 진행하기 위
해 치른 대가를 생각하면 조금은 허무한 일.
여기까지 내용은 현재 언론을 통해 낱낱이 공개가 된 상황이었다. 누군가가 팔찌를 얻자마자 언론에 작심하고 풀어버린 탓이다.
“이 팔찌가 뭐?”
이게 이유였다.
대격전을 앞두고 우레사냥꾼 길드를 비롯해 레드불스 길드와 히드라 길드가 대격전을 주도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는 이유.
“이 팔찌 낀 놈이 대격전을 주도하면, 누가 봐도 다 해먹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잖아?”
이런 거다.
배덕의 왕자 레이드에 참가할 수 있는 자는 이미 정해졌다. 물론 그들이 그만한 노력과 수고를 해서 얻은 자격이라지만, 다른 이들 입장에서는 아예 기회조차 받지 못한 것이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타락 백작 때는 순번이라도 있어서 앞선 길드가 실패하면 다음 이에게 차례가 왔지만, 배덕의 왕자는 그마저도 없다. 도전자가 실패하면, 재도전이 주어질 뿐, 새로운 도전자의 등장은 용납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 밝혀진 바로는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유저가 참가할 수 있는 대격전 무대를 30대 길드, 더욱이 팔찌를 가진 레드불스나 우레사냥꾼, 히드라 길드가 독식하다시피 진행한다면?
물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여론은 결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팔찌를 확보한 세 길드는 여론을 무시하기에는 너무 인기가 좋다. 인기 순위를 정하면 세 길드는 30대 길드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빅스마일처럼 인기가 밑바닥이면 파격적으로 뭔가 해보겠는데, 이 세 길드는 아니다.
더욱이 레드불스와 우레사냥꾼 길드는 타락 백작을 잡아서 배덕의 왕자 레이드에 참가할 수 있는 특혜를 얻은 주제에 비밀 결사대의 증표도 다수 획득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일부 유저들은 두 길드가 다른 이들이 누려야 할
기회를 강탈했다고 보고 있다.
물론 하희는 해치의 이런 설명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독식하는 게 뭐 어때서? 꼬우면 지들도 타락 백작을 잡거나, 퀘스트를 깼었어야지.”
“사람이란 건 말이야, 술자리에서 이름만 알고 있던 사람이 주식으로 대박을 쳤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배가 아픈 족속이야. 그보다 대답은 이 정도로 충분하겠지?”
하희는 뚱한 표정으로 해치를 바라봤다. 솔직히 지금도 그녀는 작금의 상황이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았다. 해치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무시하고 다시 영화를 재생했다.
그 순간.
- 긴급 상황이다.
이번에는 앞서 상대한 공주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무시무시한 여왕이 해치의 영화 감상을 방해했다.
‘어휴, 살쾡이를 해결하니까 호랑이가 덤벼드네.’
혀를 내두르던 해치는 깔끔하게 영화를 포기했다.
< 42화. 배드 엔딩?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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