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96화 (96/192)

< 33화. 왈츠 (3). >

8.

- awesomeeeeee!

- 진짜 이런 건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데!

- 이건 영화로 만들어야 하는 수준의 퀄리티!

- 양심적으로 이 영상 봤으면 후원금으로 1달러는 지불하자.

- 위에 놈 비양심적인 놈이네. 고작 1달러밖에 안 지불함? 난 2달러 냈음.

- 위에 두 놈 비양심적인 놈들이네. 난 3달러 냈음.

- 위에 세 놈 비양심적인 놈들이네. 난……

왈츠 영상이 올라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왈츠 영상 아래 달린 댓글은 1만 개를 훌쩍 넘겼다.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조회수였다.

[20,397,119.]

무려 여덟 자리나 되는 숫자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일주일 만에 2천만 조회수를 돌파한 것이다.

1백만 조회수만 나와도 충분히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바닥에서 매일 3백만 조회수가 새로 달성된다는 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대박이란 의미였다.

이런 대박의 주인공이 된 안재현의 입가에 미친놈 같은 미소가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와, 진짜 겁이 날 정도다, 겁이 날 정도야.’

매일 영상이 3백만 번 재생된다는 건, 그 영상을 재생하는 천 명 중 1명이 1달러의 후원금을 보내도, 3천 달러가 나온다는 의미다.

또한 후원금이 아니더라도 광고 수익 자체가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수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웅!

안재현의 스마트시계가 문자 도착을 알리는 진동을 토해냈다. 안재현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 스마트시계 액정을 확인했다.

[WR엔터테인먼트에서 500,000원을 입금했습니다.]

[DBC에서 500,000원을 입금했습니다.]

[TW콘텐츠에서 500,000원을 입금했습니다.]

안재현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괴상망측한 수준, 마치 배트맨 영화에 나오는 악당, 조커를 떠올리게 만들 수준의 미소가 지어졌다.

워로드는 전 세계 인구가 관람하는 인기 콘텐츠가 됐다. 무수히 많은 미디어 업체들이 워로드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상황에서, 워로드를 떠들썩하게 만든 왈츠 영상은 어떻게든 방송에 내보내야 하는 존재가 됐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디어 업체들이 왈츠 영상을 자기들 방송에 내보내려면 안재현과 저작권 계약을 해야 한다. 그런 업계의 생리를 나름 잘 알고 있는 안재현은 왈츠 영상이 뜨는 순간, 안재현은 자신의 유튜브 페이지에 올라온 모든 영상을 방송에 송출할 수 있는

1년짜리 저작권 계약료를 50만 원으로 측정했다.

‘50만 원은 내가 봐도 좀 세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큰 금액이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길드도 아니고, 개인이 올리는 영상은 질은 몰라도 양은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까.

안재현 본인이 50만 원을 계약금으로 정했지만, 솔직히 배짱이었다. 당장 헐값에 계약을 하는 것보단, 앞으로 더 임팩트 있는 영상을 내놓으면 몸값이 더 오를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부린 배짱.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재현의 가능성을 인정한 미디어 업체들이 기꺼이 50만 원짜리 저작권 계약을 했다.

‘하긴, 얘네들이 베팅한 돈에 비하면 그 대단하신 미디어 업체에 50만 원은 껌값이지.’

더불어 안재현의 가치를 인정한 곳은 한 곳 더 있었다.

‘3개 영상에 스폰서 로고 삽입에 7만 달러라…….’

바로 스폰서였다.

이제까지 안재현에게 스폰서 계약은 여러 번 왔다. 하지만 개중 대부분은 안재현이 뜨기 전에 싼값에 계약을 하려는 자들이었다. 3년 계약에 3천 달러 같은 어처구니없는 계약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왈츠 영상을 포함해 앞으로 안재현이 제작할 영상 2개, 총 3개 영상에 스폰서 로고를 삽입하는 대가로 7만 달러를 지불하겠다!

물론 추가 조건이 있었다. 독점계약으로 자사 스폰서 로고만을 삽입해야 한다는 게 조건이었다.

‘조건은 좋아.’

독점 계약이었지만, 나쁠 건 아니었다. 특히 기간이 아니라 영상 개수로 계약을 제안했다. 안재현은 앞으로 남은 2개 영상에 스폰서 로고만 집어넣으면, 계약을 정리할 수 있다.

‘스폰서는 더 좋고.’

더욱 마음에 드는 건, 이번 스폰서 계약을 제시한 곳이 VV기업이라는 점이었다.

버츄얼 비디오의 약자인 VV는 가상현실비디오 제작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업체다.

가상현실비디오란 가상현실기계를 이용해 보는 비디오를 의미한다. 단순히 영화를 제삼자의 입장, 평면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영상 속 주인공의 시점 혹은 주인공이 보지 못하는 시점에서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이런 기술력을 가진 VV는 실력 좋은 가상현실 게이머들의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업체들이 스포츠 스타 마케팅을 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그런 VV가 스폰서 계약을 제안했다는 건, 안재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

마다할 이유가 없는 계약이었다.

‘계약은 VV랑 하면 되겠고.’

저작권 계약, 후원금, 광고 수익 그리고 스폰서 계약까지!

계산을 마친 안재현이 입가에 지어졌던 흉측한 미소를 지우고, 이내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식비를 걱정하던 상황에서 이런 멋진 반전이 일어날 줄이야?

어떤 의미에서는 구사일생인 셈.

한숨을 내뱉은 안재현은 곧바로 이 기쁨에 걸맞은 호사를 누릴 고민을 했다.

‘내일 장 보면서 돼지 목살 좀 사다가 김치찌개에 넣어 먹어야지. 스팸도 몇 개 사고.’

대단한 호사를 기획하는 안재현.

‘그리고 스폰서 계약하고 목돈이 들어 오면…… 그래, 차라리 재료를 구해다가 커스텀을 해서 유니폼을 만드는 게 낫겠어. 해골들이 전부 똑같은 옷을 입고 전투를 하면 끝내줄 거야.’

물론 진짜 호사를 누릴 녀석들은 따로 있었다.

9.

원시인이 짐승의 털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은 듯, 열 마리의 해골 전사들이 뼈로 만들어진 투구와 복슬복슬한 털로 만들어진 옷을 입은 채 손에는 모두 똑같은 모양의 칼을 쥐로 있었다. 쥐색의 털옷은 윤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마치 물에 젖은 것처럼 보일 지경

이었다.

커헝, 커헝!

그런 해골 전사 무리 한가운데에 블랙 하운드가 있었다.

포위당한 블랙 하운드는 해골 전사를 바라보며 연거푸 거친 울음을 토해냈다.

살기 가득한 울음은 사람이라면 저도 모르게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게 만들 정도로 섬뜩했다.

하지만 사람이 아닌 해골 전사들은 물러서지 않은 채, 천천히 걸음을 내디디며 포위망을 좁혔다.

좁혀지는 포위망에 답답함을 느낀 듯, 블랙 하운드는 자신의 몸을 스프링처럼 튕겼다.

타앗!

한 번의 도약으로 단숨에 해골 전사에 닿은 블랙 하운드는 단숨에 해골 전사의 어깻죽지를 물었다.

콰직!

해골 전사의 몸뚱이에서 사탕을 깨물 때 날법한 소리가 났다.

신기한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한 번 물면 놓을 줄 모르는 맹견, 블랙 하운드가 해골 전사를 뱉었다.

[블랙 하운드가 포이즌 밍크의 독에 중독됩니다.]

포이즌 밍크의 독 때문이었다.

포이즌 밍크.

귀여운 이름 때문에 때때로 귀여운 몬스터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빅풋을 떠올리게 만드는 5미터짜리 털북숭이 괴물이다. 110레벨의 보스 몬스터로, 특징은 온몸을 덮고 있는 덥수룩한 털이 맹독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름이 포이즌 밍크

다.

이런 포이즌 밍크를 잡아 얻은 재료로 만든 방어구는 닿는 대상을 중독시키는 특수효과를 가지게 된다.

특히 포이즌 밍크의 독에는 상태 이상 효과가 있다.

오감 마비!

포이즌 밍크의 독에 중독되면 오감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진다.

‘비싼 값을 하는군!’

오감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블랙 하운드를 향해 히르칸이 곧바로 달려들었다.

후웅!

히르칸이 검을 휘둘렀고, 블랙 하운드는 그 검을 입으로 받았다.

콰직!

블랙 하운드가 뼈다귀 씹듯, 제 이빨로 히르칸의 검을 물었다.

히르칸이 블랙 하운드의 입을 가를 기세로 힘을 줬고, 블랙 하운드는 밀리지 않기 위해 버텼다.

힘 대 힘의 대결.

결과는 히르칸의 열세였다.

히르칸의 몸이 뒤로 질질 밀려났다. 아무리 히르칸이 올힘 네크로맨서라고 해도 130레벨의 몬스터를 상대로 힘 대 힘 대결에서 이기긴 힘든 모양.

그사이 해골 기사가 움직였다.

히르칸의 반대편에서 대기 중이던 해골 기사는 자신의 주인이 만들어준 이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녀석은 블랙 하운드를 향해 검극을 앞세운 채 돌진했다. 제 검을 마치 창처럼 이용해 블랙 하운드의 몸 깊숙이 찔렀다.

[블랙 하운드가 마귀 저주에 걸립니다.]

[블랙 하운드가 나태 저주에 걸립니다.]

[블랙 하운드가 부식 귀신에 걸립니다.]

[블랙 하운드가 무기력에 빠집니다.]

해골 기사의 검이 머금고 있던 네 개의 저주가 단숨에 블랙 하운드를 휘어잡았다.

그 저주가 발동하는 순간, 뒤로 밀리던 히르칸이 제 자리에 멈췄다. 동시에 히르칸의 검을 물고 있던 블랙 하운드의 이빨이 부들부들, 좀 더 거세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히르칸의 검이 블랙 하운드의 이빨을 긁어내며, 틈을 비집고 나왔다.

푸홧!

히르칸의 검이 블랙 하운드의 입 크기를 늘렸다.

커헝!

블랙 하운드가 입을 크게 벌리며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 순간, 해골 기사가 재차 블랙 하운드의 몸을 제 검으로 내리쳤다.

콰직!

살점을 찢고, 뼈를 뭉개는 소리가 났다.

푹푹!

그 뒤를 이어 해골 전사들이 칼을 내찔렀다. 블랙 하운드가 거듭된 공격에 몸부림을 쳤다. 거센 몸부림이었다.

해골 기사들과 전사들이 그런 블랙 하운드의 몸부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거리를 벌렸다.

크르르!

몸부림을 멈춘 블랙 하운드가 주변을 보며 잔뜩 경계했다. 그런 블랙 하운드를 향해 히르칸이 검을 겨눈 채 말했다.

‘이 녀석이 백 마리째.’

“그때 약속대로 씨를 말려주마.”

10.

[레벨이 올랐습니다.]

[타이틀 ‘블랙 하운드 사냥꾼’을 획득하셨습니다.]

[타이틀 ‘우르갈 대산맥의 초보 사냥꾼’을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업이 끝나는 순간, 히르칸은 주변을 바라봤다.

똑같은 털옷을 입고 있는 해골 전사들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히르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멋지군.’

히르칸은 레벨업보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만족했다.

‘비싼 돈을 들인 보람이 있어.’

애인도 아니고 해골에 밍크코트를 선물하고 만족하는 인간은 히르칸이 유일할 것이다.

물론 히르칸이 만족할 만큼, 포이즌 밍크 재료를 구해다 아이템을 제작한 건 예상 이상으로 좋았다. 독의 위력도 만족스러웠지만, 포이즌 밍크의 독이 가지는 오감 마비 효과는 몬스터 어그로를 관리하는데 굉장히 유리했다.

그 덕분에 히르칸은 우르갈 대산맥 초입에서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타이틀도 획득했다. 타이틀 ‘블랙 하운드 사냥꾼’은 체력을 10포인트 올려주고, ‘우르갈 대산맥의 초보 사냥꾼’은 직업 관련 능력치를 10포인트 올려준다. 둘 다 매우 좋은 타이틀이었고, 그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 사냥터를 우르갈 대산맥으로 정했다.

우르갈 대산맥은 사냥을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많은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의 보고였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130레벨까지 찍고 싶지만…….’

히르칸이 슬그머니 우르갈 대산맥의 정상을 바라봤다. 우르갈 대산맥 초입은 정말 좋은 사냥터였다. 유저들의 활동이 적은 지역으로 경쟁자가 없었고,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다른 지역의 몬스터들과 많이 달라서, 몬스터 사냥 영상의 주목도도 높았다.

보통 때라면 이곳에서 레벨을 올릴 수 있을 만큼 올렸을 것이다.

‘퀘스트가 더 중요하지.’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히르칸이 마웅에게 받은 퀘스트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저주받은 영지]

- 퀘스트 등급 : 레어

- 퀘스트 수행 가능 레벨 : 12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타락한 동지, 아반의 임무인 ‘저주받은 영지’를 대신 조사하라.

- 퀘스트 보상 : 스킬북

아반의 검과 타락 파괴자의 목걸이와 함께 마웅이 준 퀘스트였다.

이 퀘스트 수행을 위해서 120레벨 달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사실 레벨 제한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저주받은 영지 퀘스트 수행을 위해 움직였을 것이다.

어쨌거나 120레벨을 찍기 위해 히르칸이 사냥을 하는 동안, 후발주자들이 충분히 추격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는 의미다.

‘우레사냥꾼 애들이 퀘스트 진행을 비공개로 돌리는 바람에 진행 상황을 모르지만…… 이제 내가 앞서는 건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특히 이번 퀘스트 루트의 경쟁자는 우레사냥꾼 길드다.

그들에게 추격할 시간을 줬다는 건, 사실상 추월을 허락한다는 것과 마찬가지. 어쩌면 우레사냥꾼 길드도 저주 받은 영지 퀘스트를 받았고,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 운이 없으면 퀘스트 진행 도중에 우레사냥꾼과 마주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 안재현은 왈츠의 빅히트를 통해 언제든 유효한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모든 세계가 그렇다. 높이 올라갈수록 마주하는 바람은 거세지는 법이고, 최고가 되기 위해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감내해야 하는 마땅한 일이다.

오히려 왈츠의 빅히트 덕분에 안재현은 대폭적인 전력 강화를 할 수 있었다. 스무 마리나 되는 해골들을 레어 아이템 이상으로 무장했고, 자신이 착용한 황금사마귀 낫칼은 이제 해골 기사의 것이 될 것이다.

분명하다.

히르칸은 빠른 속도로 최상위권 무리와의 격차를 분명하게 좁히고 있다. 그 격차가 좁혀지고, 역전이 되는 날, 그 날이 샴페인을 터뜨리는 날이 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멀었다.

히르칸의 얼굴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 33화. 왈츠 (3).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