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엘프의 유품 (3). >
9.
스위퍼즈 길드.
30대 길드 중 한 곳인 이곳은 다른 길드와 굉장히 차별화된 컨셉, 킬러 콘텐츠를 가지고 있었다.
길드에 소속된 막강한 마법사 전력을 이용해, 정해진 지역 내의 몬스터를 깔끔하게 제거하는 몬스터 청소가 바로 스위퍼즈 길드가 가진 킬러 콘텐츠였다.
물론 순수한 의미로 몬스터를 청소하는 건 아니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몬스터가 등장하니까.
하지만 일정 시간 동안 몬스터를 제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꽤 많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블럭 필드가 등장했을 경우였다. 블럭 필드가 등장할 경우, 몬스터 사냥보다는 블럭 필드의 조사가 더 중요하다. 운이 좋으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단서
또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으니까.
그와 별개로 인기 없는 사냥터에서 몬스터가 너무 많이 쌓여 있을 경우, 몬스터를 제거해, 유저 대비 몬스터 숫자를 조절하는 경우도 있다.
결정적으로 수백 명, 때때로는 천 명이 넘는 고레벨 마법사들이 온갖 포션의 도움을 받으며, 동시에 그들이 가진 강력한 마법을 퍼붓는 광경은 워로드에서만 볼 수 있는 끝내주는 광경이었다. 불꽃놀이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사실 그런 식으로 사냥을 하면 흑자를 보기 힘들다. 레벨업도 쉽지 않다. 사냥 효율도 떨어진다. 일단 몬스터를 다 잡고 나면, 다음 몬스터가 리젠 되기를 기다려야 하고, 그저 마법사만 데리고 가는 게 아니라 그 마법사를 지원해줄 다수의 사제와 검사 클래스 유
저들도 데려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퍼즈 길드가 이 컨셉을 고수하는 건, 방송 광고 수입이나, 영상 판매 수입은 30대 길드 내에서 언제나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그들이 만든 콘텐츠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스위퍼즈 길드는 몬스터 청소에 앞서서 당연히 공지를 한다.
[이글 마운틴 북동쪽에서 발견된 푸른 안개 숲의 청소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냥 중이신 유저분들에게는 소정의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스위퍼즈 길드를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분들께 감사합니다.]
그 공지가 나오면, 그 무대에서 벗어나는 게 현명한 짓이다. 마법 폭격에 휘말려서 죽으면, 보험 처리도 안 되니까.
하지만 모두가 그런 현명한 짓을 선택할 수는 없는 법.
‘빌어먹을.’
공지를 본 히르칸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동안 유저가 안 와서 꿀 좀 빨아보나 했는데, 이런 식으로 일이 틀어지는군.’
히르칸이 푸른 안개 숲에서 사냥을 하는 동안 여러 유저들이 푸른 안개 숲에 오긴 했다.
하지만 개중에 히르칸처럼 푸른 안개 숲을 주력 사냥터로 삼는 유저들은 없었다. 워낙 사냥 난이도가 높은 곳이었으니까. 이미 온라인에서는 푸른 안개 숲을 매우 비효율적인 사냥터로 평가해둔 상황이었다.
유저들에게는 반갑지 못한 소식이다.
그러나 반대로 스위퍼즈 길드에는 호재였다.
블럭 필드가 개방됐으니, 필시 비밀이 있을 터. 여기에 일반 유저들이 사냥을 꺼리는 장소이니, 청소를 시작해도 잡음이 일어날 여지는 극히 낮았다. 스위퍼즈가 진행하는 몬스터 청소의 가장 큰 장애물은 그 청소 예정 구역에서 사냥을 하는 기존 유저들이니까.
물론 청소는 쉽지 않을 것이다. 스위퍼즈 길드가 30대 길드라고는 해도, 110레벨 이상의 사냥터인 푸른 안개 숲의 몬스터를 일거에 소탕하는 건 불가능하다.
분명한 건, 스위퍼즈가 움직이는 순간, 히르칸의 시간은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히르칸, 이제 그가 각오를 실천할 때가 왔다.
10.
‘내가 미쳤지.’
안개를 헤치며 달리던 히르칸은 반성했다.
크어어!
그런 히르칸의 정면에서 갑작스럽게 스모그리언이 등장했다. 날카로운 칼처럼 벼려진 팔을 히르칸을 향해 휘둘렀다.
히르칸은 그런 녀석의 등장에 놀라지 않았다.
휘익!
오히려 가뿐하게 녀석의 팔을 피해내며, 녀석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다.
파각!
그 과정에서 잽싸게 검을 휘둘러 녀석의 몸뚱이를 상하체로 분리했다.
베이는 소리가 아닌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스모그리언의 몸뚱이가 반 토막이 됐다.
크어, 크어!
반 토막이 난 녀석의 상체는 팔을 다리 삼아 움직이며, 곧장 히르칸을 향해 입을 벌리고 괴성을 내질렀다.
슬쩍, 그 장면을 곁눈질로 살펴본 히르칸이 혀를 찼다.
‘내가 미쳤지.’
재차 반성하는 히르칸.
그런 그의 시선이 자신이 반 토막으로 만든 스모그리언 너머, 등 뒤로 향했다.
자욱한 안개 때문에 시야는 제한적이었고, 당연히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을 쫓아오는 무수히 많은 스모그리언을 모습이 히르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가 진짜 미쳤지.’
세 번째 반성.
푸른 안개 숲을 가로지르기로 작심을 한 히르칸은 곧바로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처음에는 어려울 게 없었다. 스모그리언들은 느리진 않았지만, 히르칸을 잡을 만큼은 아니었다. 엄청난 근력 스탯에 각력 개조(C) 스킬마저 있는 히르칸의 도주 능력은 엄청났다.
앞을 가로막는 놈들도 어려울 건 없었다. 그냥 눈앞에 보이면 때려 부수고 지나가면 됐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정도가 있는 법!
히르칸의 거듭된 질주는 그의 꼬리를 길게 만들었다. 히르칸을 쫓는 스모그리언들이 꼬리를 물었다.
뭐든지 꼬리가 길면 잡히 듯, 히르칸을 쫓아오던 스모그리언의 숫자는 루비콘 강이 되어버렸다. 돌이킬 수 없는 길이 됐다.
‘예상은 했지만…….’
물론 이런 상황을 몰랐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중심부로 이동할수록 출몰하는 스모그리언의 개체 수는 히르칸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이 정도로 많을 수가 없는데?’
오죽하면 이 개체 수가 버그처럼 느껴질 정도.
푸른 안개 숲을 사냥터로 삼는 유저의 숫자가 많아서, 그에 비례해서 리젠되는 몬스터의 숫자가 늘어났다면 모르겠지만, 그건 결코 아니었다. 아니, 그걸 감수하더라도 몬스터의 개체 수는 너무 많았다.
그건 곧 지금 상황이 특별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버그이거나 혹은.
‘대체 원인이 뭐지?’
특별한 이유로 몬스터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상태이거나.
히르칸의 입장에서는 후자이길 빌어야 한다. 버그라면, 밑도 끝도 없이 게임오버를 맞이할 테니까.
그런 히르칸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히르칸이 20분을 더 질주한 다음이었다.
11.
‘응?’
어느 순간부터 히르칸이 이상한 조짐을 느꼈다.
‘안 쫓아오네?’
히르칸을 부모를 죽인 원수처럼 쫓아오던 스모그리언의 존재감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심지어 한 발자국을 내디딜 때마다 덤벼들던 스모그리언의 등장도 사라졌다.
히르칸이 뒤를 돌아봤다. 히르칸이 멈추는 순간 잽싸게 히르칸의 뒤로 달라붙어야 할 놈들이 달라붙지 않았다.
‘설마?’
휙! 히르칸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골 조각을 멀리 던졌다.
멀리 날아간 해골 조각은 해골 전사가 됐고, 모습을 갖춘 해골 전사는 전투 없이 슬금슬금 히르칸의 근처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멀뚱히 히르칸을 바라봤다.
딱딱, 히르칸이 손가락을 두 번 튕겼을 때, 해골 전사는 전투 자세만 취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 봐라?’
근처에 몬스터가 없다는 의미였다. 히르칸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왜 갑자기…….’
당연히 피어오르는 의구심.
‘아!’
히르칸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풀어졌다. 히르칸의 시선이 검은 물체가 잡혔다.
히르칸이 그토록 원하던 곳에 온 모양. 히르칸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거지.’
히르칸이 숨을 고른 후에 곧바로 자신의 소비 아이템 현황 등, 자신의 상태를 체크했다. 넉넉히 준비해온 덕분에 소비 아이템은 아직 충분히 많이 있었다.
더불어 지금 가진 소비 아이템은 페라또에게 받아낸 것들이었다. 공짜나 다름없는 놈들이라서 그런지, 유독 맛도 좋고, 효과도 좋은 듯한 느낌이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상태 이상 저항 효과를 가진 사탕 하나를 입에 넣고, 머금은 히르칸이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빨리 끝내자고! 덤벼!”
그런 히르칸의 외침에 곧바로 반응이 왔다.
[타이틀 ‘타락한 동지와 조우한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히르칸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
‘어?’
타이틀 획득 알림.
좋은 소식이다. 여기서 타이틀을 이렇게 갑자기 얻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히르칸은 타락한 동지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타락한 동지?’
들어본 적 있는 단어였으니까.
‘서, 설마?’
그런 히르칸의 앞에 검은 물체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2미터 가까운 신장. 형태는 명백한 인간. 하체는 갑옷을 두르고, 상체는 그 어떤 무장 없이 드러낸 근육질 몸뚱어리는 거무칙칙했으며, 두 눈동자에는 눈동자란 느낌 자체가 없이 공허했다.
그러나 그런 외형적인 생김새는 히르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른손에 쥔 녹이 잔뜩 슨 평범한 롱소드 한 자루와 그 검을 쥐고 있는 손가락에 끼워진 금빛 반지, 그것만이 히르칸의 눈에 들어왔다.
히르칸이 손가락을 하나를 까닥였다. 결사대의 반지가 끼워진 손가락이었다.
“씨팔.”
히르칸이 후우, 숨과 함께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타락한 동지.
비밀 결사대의 멤버였으나, 타락한 힘을 쫓던 와중에 사로잡혀 모진 고문과 실험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존재.
사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는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건, 비밀 결사대 멤버인 히르칸의 적이라는 사실과 그가 가진 능력이었다.
‘굴러온 게 호박이 아니라 폭탄이었군.’
물리 공격에 대한 완벽한 내성, 그게 바로 타락한 동지가 가진 능력이었다.
12.
푸홧!
히르칸이 휘두른 금빛 검, ‘황금 사마귀 낫으로 만든 검’이 타락한 동지의 육체를 베었다.
베이는 순간, 히르칸의 검이 상처를 만들어내는 순간순간, 상처는 곧바로 아물었다.
그야말로 칼로 물 베기, 단순히 회복력이 좋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젠장.’
제 검이 아무런 상처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혀를 찬 히르칸이 곧바로 타락한 동지를 스쳐 지나가며 거리를 벌렸다. 적당한 거리가 벌려지는 순간 등을 돌렸다.
우어어!
히르칸이 몸을 돌리는 순간, 이미 히르칸의 지척까지 다가온 타락한 동지가 괴상망측한 소리와 함께 검을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검에 휘둘리듯 볼품없는 모습의 내리치기.
그러나 정말 빨랐다.
히르칸이 피하기 힘들어, 검을 가로로 들어 막아야 할 정도로!
카앙!
거친 쇳소리와 함께 히르칸의 발이 바닥에 푹, 박혔다.
히르칸이 가진 검이 공격력과 내구성 하나만큼은 속칭 ‘깡패’ 소리를 들을 정도로 무식한 유니크 검이 아니었다면, 어설픈 100레벨짜리 레어 등급의 검이었다면 검이 조각이 났을 것이다.
그 정도로 강력한 공격력과 빠른 공격 속도는 히르칸조차 간신히 맞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해골 전사로는 안 돼.’
달리 말하면 해골 전사로는 결코 시간을 벌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해골 기사나 골렘 정도만이 시간 벌이를 해줄 수 있을 터. 그마저도 시간 벌이에 불과하다. 몬스터를 상대로 시간만 벌어봤자, 남는 건 후회밖에 없다.
결국 히르칸에게는 그 외의 답이 필요한 상황.
츠응!
히르칸이 대치 중인 타락한 동지의 검을 밀어내며 시간을 번 후 곧바로 뒤로 빠졌다.
콰직!
타락한 동지의 검이 히르칸이 있던 자리를 내리찍었다. 그 사이 히르칸이 해골 조각 한 개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던졌다.
모습을 갖춘 해골 조각은 해골 마법사였다.
이게 답이다. 물리 공격에 대한 내성이 있다면, 마법 공격으로 처치하는 것!
물론 이것만으로 답이 될 순 없다. 답만큼 중요한 건 과정.
히르칸이 숨을 골랐다.
이 순간 히르칸이 남몰래 해왔던 노력들, 연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13.
과거로 돌아오는 순간, 히르칸은 분명하게 자신과 약속했다. 혼자서 모든 걸 다 해먹겠다고!
그런 히르칸이 해결해야 하는 숙제는 많았다.
개중 하나가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 몬스터에 대한 공략법을 갖추는 것이었다.
해결법 자체는 하나였다. 마법 공격이란 선택지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었다.
가장 좋은 건, 히르칸이 마법사답게 공격 마법을 습득하는 것이었지만, 제대로 마법을 파고들게 아니라면 무의미했다. 돈으로 스킬북을 산다고 해도, 하위 마법 랭크업을 하지 못하는 이상, 한계점은 명백했다.
그런 히르칸이 그나마 제대로 쓸 수 있는 마법 공격 스킬은 뼈폭탄 그리고 해골 마법사 정도였다.
뼈폭탄은 위력적이지만, 비싸다. 또한 무한정 쓸 수는 없다. 보조 데미지 딜링으로는 아주 제격이지만, 주력으로 삼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었다.
그럼 남은 건 하나, 해골 마법사밖에 없다. 의외로 해골 마법사의 공격력은 강력했다. 제대로 해골 마법사 랭크를 올릴 경우 마법의 위력은 강해지며, 여기에 해골 기사와 해골학의 버프를 받으면 데미지는 더 증가했다. 나중에 해골 마법사 관련 스킬을 확보하면,
더 강해질 여지도 있었다.
문제는 이용법.
해골 마법사를 해골 전사처럼 입맛에 맞게 가르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해골 마법사의 공격 패턴을 파악한 뒤, 그 공격 패턴에 맞게 히르칸이 움직임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히르칸이 한 연습은 바로 그 연습이었다.
해골 마법사를 앞에 두고, 몬스터와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연습! 그 연습의 성과가 지금 드러났다.
퍼엉!
해골 마법사가 던진 마법이 타락한 동지의 등판에 달라붙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타오르면서, 몸뚱이가 녹아내렸다. 불길은 오래가지 않고 사그라졌지만, 효과는 분명하게 보였다. 히르칸의 검에도 금방 회복됐던 몸뚱이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크어어!
타락한 동지는 곧바로 해골 마법사를 노려봤다.
푹!
히르칸은 그런 타락한 동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녀석의 몸뚱이에 칼을 깊숙하게 박았다 뺐다.
푹!
그리고는 재차 한 번 더 찔렀다.
데미지조차 받지 않는 그 공격에 타락한 동지가 히르칸을 향해 다시 관심을 돌리며, 히르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쉬익!
히르칸이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해냈다.
후웅!
하지만 위에서 아래로, 2차로 날아오는 검격은 피하지 못한 채.
카앙!
제 검으로 막았다.
히르칸을 이를 꽉 물었다.
‘다섯 걸음 움직여서 위치 바꾸고.’
히르칸이 대치 국면을 간신히 풀어낸 후에 곧바로 다섯 걸음을 움직였다. 단순히 뒤로 움직인 게 아니라, 위치를 바꿨다. 타락한 동지가 그런 히르칸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다시 그 둘이 검을 부딪친 채 시간을 보내는 순간.
퍼엉!
해골 마법사의 마법이 타락한 동지의 등판에 정확하게 꽂혔다.
조금 전 히르칸이 위치를 바꾸지 않았다면, 마법은 타락한 동지와 히르칸, 그사이에 떨어졌을 터.
하지만 히르칸은 한숨 돌릴 시간도 없이, 자신과의 대치를 풀고, 타락한 동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진짜 내 해골 마법사가 던진 마법에 맞아 죽으면, 쪽팔려서 워로드 접어야지.’
그 광경을 아마 다른 유저들…… 특히 워로드 실력자들이 본다면 감탄보다는 경악을 했을 것이다.
마치 슈팅 게임의 고수가 비산하는 적의 미사일을 피하는 모습. 심지어 적이 쏜 미사일의 유도 기능을 역으로 이용해 적에게 닿게 만드는 경지의 작업이었다.
그 작업을 반복한다는 건, 현기증이 나는 걸 넘어 아득한 수준이었다.
연습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히르칸이기에, 현실에서는 그 무엇도 남들보다 나을 것 없고, 보잘것없는 주제에 워로드에서는 감히 누구와도 비교를 거부하는 재능을 가진 히르칸이기에 가능한 일.
‘좋아, 감 잡았어.’
여기서 히르칸은 해골 마법사 한 마리를 더 소환했다.
‘자, 이제는 두 배 더 빠르게 가보자고’
히르칸, 그에게 빅히트를 가져다준 ‘왈츠’ 영상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32화. 엘프의 유품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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