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85화 (85/192)

< 30화. 레드불스와의 거래 (1). >

1.

[히르칸]

- 레벨 : 100

- 직업 : 네크로맨서

- 능력치 : 근력(991)/체력(445)/지력(658)/마력(755)

[스킬 목록]

- 소환

[해골 조각(A)], [매드니스 헬름(B)], [본 아머(B)], [해골 마법사(B)], [해골학(C)], [골렘 소환(B)], [단단 해지기(D)], [뼈폭탄(C)], [무장(D)], [찰흙놀이(E)], [해골 기사(F)]

- 저주

[마귀 저주(B)], [나태 저주(C)], [부식 귀신(C)], [블라인드(D)], [저주학(E)], [무기력(F)]

- 신체 강화

[피부 재봉(C)], [각력 개조(C)], [가짜 심장(D)], [끓는 피(E)]

태블릿PC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 능력치와 스킬을 확인한 안재현은 곧바로 유튜브 페이지를 확인했다. 자신의 페이지 구독자 숫자가 50만 명을 돌파했고, 최근 올린 영상들 모두 대박은 아니더라도 나름 준수한 조회수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래 달린 리플

은 더 이상 일일이 확인하는 게 힘들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안재현은 자신의 통장 잔고 내용을 확인했다. 앞서서 넘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숫자들과 대조적으로 안재현의 눈에 들어온 숫자는 참으로 빈곤한 숫자였다. 자신의 유튜브 페이지 구독자 숫자보다 적은 금액이 보였다.

그 숫자를 보는 순간 안재현이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어휴!”

100레벨이 되는 순간, 안재현은 가장 먼저 승급을 했다. 드디어 그의 캐릭터 직업이 마법사가 아니라 네크로맨서가 됐다. 승급과 함께 능력치들이 크게 성장했다. 그토록 바라던 해골 기사 스킬도 습득했다.

이후 모을 수 있는 최대한의 자금을 모은 후에 100레벨짜리 아이템을 구매했다.

‘버는 족족 죄다 빨리는구나.’

투명거미 세트와 황금사마귀 낫칼.

둘 모두 대단한 아이템들이었다.

투명거미의 거미줄로 만든 투명거미 세트는 100레벨을 찍은 유저들 사이에서는 페라리로 불릴 만큼 인기가 좋은 방어구 세트였다. 거미줄로 만들어진 만큼 무게감은 전혀 없지만, 방어력은 강철 같은 것으로 만든 아이템들보다 우수했다. 기본적인 능력치 옵션도

레어 아이템 등급에서는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높았다.

심지어 세트 착용 시 발동하는 추가 방어력 증가, 이동 속도 증가, 자가 복구, 능력치 증가 옵션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을 정도였다.

황금사마귀 낫칼은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으로 100레벨짜리 유니크 무기 아이템 중에서 공격력 하나만큼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위력적인 검이었다. 그 외 부수적이 옵션은 보통 유니크 아이템보다 낮은 편이었지만, 그 부분을 신경 쓸 이유가 없을 정도로 좋

은 무기였다.

이 두 가지를 사기 위해 안재현은 그동안 악착같이 모은 돈을 탈탈 털어 넣었다.

여기서 남은 돈으로는 새로운 해골 조각용 뼈 재료와 골렘용 재료 보석, 해골 전사용 무기, 소비 아이템 구매로 전부 썼다. 1골드도 남기지 않을 기세로 가진 돈 전부를 썼다.

만약 이 사실을 주변 사람에게 알렸다면, 아마 안재현을 미친놈 취급했을 것이다.

안재현 스스로도 느꼈다.

‘진짜 어마어마하게 썼네.’

자신이 쓴 돈의 액수를 골드가 아닌 현금으로 계산한 안재현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정말 큰돈을 썼다.

‘준비는 완벽하다.’

그러나 반대로 안재현은 그만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워로드는 돈을 투자하는 만큼 강해진다. 많이 썼다는 건, 그만큼 안재현이 강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당장 어느 무대를 가더라도 자기 몫을 할 자신이 있었다. 여차하면 우르갈 대산맥에서 블랙 하운드를 보는 족족 잡아 씨를 말릴 자신도 있었다.

‘준비는 정말 완벽해. 완벽한데…….’

문제는.

“타락한 엘프, 이 새끼를 어디서 찾지?”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도 뭘 해야 할 지,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타락한 엘프 퀘스트 내용을 떠올린 안재현이 손으로 자신의 미간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무작위가 그런 의미였을 줄이야.’

타락한 엘프 퀘스트는 배덕의 왕자 편에서 꽤 비중이 높은 퀘스트였다. 안재현이 바헤임 엘프 부족이 크래퍼 밀림의 베콩 폭포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더불어 안재현은 기억에 따르면, 타락한 엘프가 위치한 장소가 무작위로 설정된다는 내용도 분명 언급이 됐다. 안재현은 그 무작위가 뜻하는 바가 퀘스트 습득 시점에 따라서 지역 한 곳 혹은 동서남북 중 한 곳이 정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무슨 무작위야?’

그런데 이런 의미의 무작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 게임 만든 인간 얼굴 한번 보고 싶네.’

“어휴!”

안재현이 다시금 한숨을 내뱉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안재현이 이번 배덕의 왕자 편의 큰 그림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안재현, 천천히 생각해보자. 분명 단서는 있어.’

덕분에 타락한 엘프의 역할을 안재현은 알고 있다.

‘타락한 엘프의 역할은 타락 군대를 양성하는 거였지?’

타락한 엘프의 역할은 숲에서 몰래, 배덕의 왕자의 왕위 찬탈을 도울 반역군을 육성하는 것!

안재현이 처치한 헬름 오우거가 바로 그 예다.

이게 바로 단서다.

‘워로드에 이벤트로 등장하는 타락한 몬스터들 중 몇몇은 필시 타락한 엘프와 연결점이 있겠지.’

만약 갑자기 타락의 힘에 노출된 징조, 검은색이 깃든 눈동자와 무기로 무장한 몬스터가 이벤트 몬스터로 등장한다면, 그곳에 타락한 엘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타락한 몬스터가 등장한 장소, 시점 등의 정보를 모아서 잘 분석하면 타락한 엘프의 이동 루트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방법이 없진 않아.’

핵심은 정보를 모으고, 그 정보를 잘 분석하는 것이다. 이것만 하면 누구든 타락한 엘프를 찾을 수 있다. 비슷한 예를 들면,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고, 열심히 공부를 잘하면 누구나 서울대에 갈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열심히 잘하면 둘 다 가능하지 않은가?

“젠장.”

안재현은 못한다는 의미다.

애초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개인이 자기 혼자 해내라고 만든 퀘스트가 아니다. 다수의 유저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고, 머리를 맞대서 답을 찾으라고 만든 퀘스트지.

하지만 그렇다고 안재현이 지금 자신이 얻은 모든 정보를 워로드를 플레이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개한 뒤, 시나리오 퀘스트를 같이 깹시다! 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고민하던 안재현이 내놓을 수 있는 차선은 결국 정해져 있었다.

‘결국 30대 길드와 거래를 해야 하는 건가?’

30대 길드와의 거래.

지금 상황에서 안재현이 정말 혼자서 타락한 엘프를 잡고 싶다면, 30대 길드와 거래를 하는 게 그나마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쳇.”

탐탁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아깝다. 지금 안재현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 속도는 매우 빠르다. 선두 경쟁 중이다.

그런데 여기서 일찌감치 포기한다는 건 그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게임을 위해 안재현이 가진 모든 것을 바치는 이유를 포기하는 셈이다.

‘어쩔 수 없어.’

30대 길드를 짓밟고, 그들 위로 올라서고 싶다면 지금은 그들과 거래를 할 때다.

다행히 거래를 위한 밑밥은 충분하다.

‘그나마 타락 백작 정체를 미리 뿌려둬서 다행이야.’

타락 백작의 정체를 30대 길드 중 히드라 길드를 제외한 29곳에 넘겨줬다. 그때 사용한 메일주소로 다시 한 번 정보 거래를 요청한다면, 거래 여부를 떠나 일단 어떤 식으로든 판은 마련될 것이다.

어느 길드와도 판을 만들 수 있다. 그럼 남은 건 파트너 선정뿐.

‘정보력은 히드라 길드가 최고이지만…….’

30대 길드 중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에 있어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히드라 길드다. 안재현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타락 백작을 먹어치웠을 것이다.

반대로 그래서 안 된다.

‘내가 제안을 하면, 아마 거래하는 자리에서 날 죽이려고 하겠지.’

히드라 길드 입장에서 타락 백작의 정체를 아무 대가도 없이, 뜬금없이 29곳 길드에 넘겨준 안재현은 죽일 놈이다. 안재현 때문에 본 손해가 어마어마하다.

‘그다음은 우레사냥꾼과 레드불스인가?’

히드라 길드 다음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건, 타락 백작을 잡은 두 길드인 우레사냥꾼과 레드불스이다. 타락 백작을 잡으면서 후발주자와의 거리를 벌리고, 선두였던 히드라 길드와 거리를 크게 좁힌 그 두 길드는 레이드 등을 위해 마련해둔 역량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우레사냥꾼은 나랑 겹쳐.’

여기서 우레사냥꾼이 진행 중인 퀘스트 루트는 안재현과 같다. 그들에게 정보 거래를 요청하는 건, 뒤에 오는 경쟁자에게 손잡고 같이 골까지 달리자고 하는 꼴이다.

‘그래, 그 새끼들 때문이라도 절대 포기 못하지. 내가 포기하면 득 보는 건 우레사냥꾼 놈들이니까.’

물론 그게 이유가 아니더라도, 우레사냥꾼과 거래는 없다.

그럼 남은 건 한 곳.

“레드불스…….”

2.

- 어떻게 하실 겁니까?

레드불스의 길드 마스터, 마타도르 체브.

워로드를 대표하는 최고의 유명인 중 한 명인 그는 매우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 거래 제안을 받아들일까요?

“답변은 언제까지이지?”

- 딱히 기한은 표시하지 않았습니다만, 대답이 늦으면 아마 그쪽에서 무시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고민할 시간은 어느 정도지?”

-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이런 정보 거래는 무조건 빨리 끝내는 게 좋습니다.

체브는 당연히 기억한다. 어느 누군가가 보내준 메일 한 통 덕분에 레드불스 길드가 타락 백작을 잡게 된 사실을.

그런데 지금 그때 그 귀한 정보를 준 메일주소로부터 다시 한 번 메일이 도착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레드불스 길드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와 관련해서 정보 거래를 원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거래를 원하십니까?]

‘브로커였나?’

정보 거래를 요청하는 게 아니라, 정보 거래를 원하는 고객이 있다는 표현.

타락 백작 사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정보 제공자의 정체가 직접 정보 거래가 아닌, 거래자 간을 이어주는 역할, 즉 브로커라는 증거였다.

딱히 특별하거나 이상한 건 아니었다. 돈이 된다면,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 장기를 팔고, 심지어 사람조차도 사고파는 게 현실 아닌가? 워로드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움직이는 시장에서 정보 상인이란 건 오히려 없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존재다.

‘그래, 차라리 브로커인 게 낫지. 브로커라면 분명 언제든 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니까.’

어쨌거나 그쪽에서 해준 제안은 괜찮은 제안이었다.

레드불스 길드는 본래는 레이드에만 집중했을 전문 인력마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에 투입을 할 정도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에 적잖은 투자를 하는 중이었다.

문제는 잘하는 것만으로는 투자한 것을 회수할 수 없다는 점. 그냥 잘하는 게 아니라, 경쟁자보다 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뢰성은 어느 정도로 보지?”

- 적어도 신뢰가 없어서 고민할 정도는 아닙니다. 더불어 어쨌거나 이쪽 덕분에 우리가 가장 큰 덕을 봤지 않습니까? 우리가 거래를 해서 손해 볼 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구도 모르는 타락 백작의 정체를 알고 있던 정보 상인이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건,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언자의 말대로 잡아도 손해 볼 건 없다.

체브는 바로 답을 냈다.

“거래를 한다.”

- 예! 바로 메일 보내겠습니다.

3.

안재현은 레드불스에서 온 메일을 읽었다.

[우리가 원하는 정보는 붉은 산의 드워프에 대한 정보다. 붉은 산의 위치를 알고 싶다.]

메일 내용을 보는 순간 안재현은 기억을 헤집었다.

‘레드불스 쪽은 납치된 드워프 구출 스토리를 진행 중이었구나.’

배덕의 왕자가 타락한 군단을 무장시키는데 필요한 무기 수급을 위해 납치한 드워프를 구출하는 것, 그게 지금 레드불스 쪽이 진행 중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루트였다.

‘그럼 원하는 건 소금산의 비밀이겠군.’

더불어 지금 레드불스가 알고 싶어하는 붉은 산의 정체는 대륙 남부에 위치한 소금산이란 곳이다.

보기에는 새하얀 소금으로 된 산이지만, 그 소금산 안에 붉은 철이 나오는 광산이 있다. 소금산과 관련된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물론 그 사실이 퍼지는 건 좀 더 후의 일이다. 소금산은 120레벨 몬스터가 등장하는 사냥터로, 난이도가 높다. 그곳을 무대로 삼는 유저는 적다. 최근에야 유저들이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기에 지금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자는 운이 매우 좋은 몇몇 이들 밖에 없다.

그런 정보를 레드불스가 확보하기까지는 분명 시간이 걸린다. 안재현이 보기에 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레드불스는 그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황. 지금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다.

‘거래는 충분히 가능해.’

어쨌거나 이걸로 거래를 위한 최소한의 카드들은 마련됐다. 남은 건 안재현의 결정뿐.

‘문제는 내 정체가 드러날 여지가 있다는 것.’

안재현, 그가 굳이 귀찮게 브로커인 척 연기를 한 이유는 간단하다.

레드불스가 알려준 장소에 하회탈이 등장한다면, 레드불스가 바보가 아닌 이상 하회탈과 타락 백작의 정체를 알려주는 의문의 정보 상인 사이를 의심할 것이다.

브로커를 내세운 만큼, 정보 상인의 정체가 사실은 하회탈이다! 그런 의심을 당장 받진 않겠지만, 세상일은 모른다. 아니, 진실은 중요한 게 아니다. 레드불스가 그저 자기들 깜냥으로 하회탈과 정보 상인이 같은 무리라고 믿고 움직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하회탈에 대해 레드불스는 보다 높은 관심과 경계심을 가질 것은 분명하다.

이번 거래를 받아들인다는 건, 그 부분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안재현의 최종 목표는 30대 길드마저 뛰어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이미 충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앞으로 더 큰 관심을 받는 걸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흠.”

그 순간 안재현의 머릿속에 빅스마일 길드가 떠올랐다.

아직은 그들이 안재현을 향해 재차 이빨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분명 그들은 하회탈을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공격했다. 그럼 언젠가 다시 공격할 수도 있다.

지금 안재현이 빅스마일과 정면으로 붙을 순 없다. 심지어 안재현이 싸움의 여부를 정할 수도 없다. 방아쇠를 먼저 당기는 건 빅스마일 마음이다. 안재현 입장에서는 그들이 결코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도록 하는 게 제일 좋다.

“……한 번 만나볼까?”

< 30화. 레드불스와의 거래 (1).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