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바헤임 부족 (2). >
5.
굽이굽이,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긴 거리를 하염없이 흐르던 강의 길목에 깜깜 절벽 하나가 등장했다. 그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강줄기는 콰콰콰, 귀가 따가울 정도로 거센 비명을 내질렀다.
쉴 새 없이 터지는 강줄기의 비명 소리 앞에 도달한 두 유저, 히르칸과 씽은 서로를 마주 봤다.
히르칸이 입을 벌려 무어라 말했다. 씽 역시 무어라 대답했다. 하지만 그 둘의 목소리가 폭포 소리를 이길 리 만무했다. 히르칸이 고개를 짧게 흔든 후에 입을 다물고 손목시계를 가볍게 두드렸다. 씽이 그 모습을 보고 역시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렸다.
“폭포 소리가 어마어마하게 끝내주네.”
“여기가 베콩 폭포가 맞나?”
그제야 그 둘의 대화가 시작됐다.
“맞길 빌어야지. 괜히 헛수고하기 싫으면. 그보다 백 골드는 준비해두라고. 나중에 가서 딴소리하지 말고.”
“정말 이곳에서 엘프를 만날 수 있다면, 백 골드가 아니라 천 골드라도 줄 수 있다.”
“잠깐, 그 말 좀 녹음해둘게.”
꽤 멋진 배경을 두고 나누는 것치고는 그다지 영양가 넘치는 대화는 아니었다. 시답잖은 이야기였고, 시답잖은 만큼 대화는 금방 사그라졌다. 그 둘은 베콩 폭포를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디디며 거리를 좁혔다. 자욱한 물안개가 그들의 얼굴을 간질이기 시작했
다.
‘진짜 막다른 길이군.’
반원 모양의 베콩 폭포는 막다른 길이란 표현이 너무나도 어울리는 무대였다.
히르칸과 씽이 막다른 길 앞에서 폭포를 말없이 바라봤다.
“이제 엘프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나?”
씽이 먼저 침묵을 깼다.
히르칸은 대답 대신 주머니에 있던 해골 조각 다섯 개를 바닥에 흩뿌렸다. 그 행동의 의미를 모를 리 없는 씽이 표정을 바꾸며, 잽싸게 뒤를 바라봤다.
고개를 뒤로 살짝 젖혀야 머리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갈고리 사마귀 네 마리와 나무기둥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는 이를 착각하게 만드는 나무껍질뱀 다섯 마리가 씽의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덩치들을 자랑하는 녀석들, 작정하고 움직이면 적잖은 소음을 내는 놈들이었지만, 폭포가 녀석들의 소리마저 먹어치우는 탓에 히르칸과 씽이 녀석들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다.
단지 그뿐이었다. 눈치를 채지 못했을 뿐이다.
“본 아머.”
히르칸이 소환한 해골 전사들에게 갑옷을 입혀줬다. 흉갑, 하갑, 장갑 그리고 어깨 갑옷까지!
새하얀 갑옷을 입은 해골 전사들의 몸집이 부풀어 오른 듯 보였다. 동시에 해골 전사들의 머리에 뿔이 솟아올랐다.
매드니스 헬름을 쓴 해골 전사들이 입을 크게 벌려 자신들의 폭력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그런 해골 전사들의 광기에 화답하듯, 해골 전사들이 쥐고 있는 도검들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
히르칸이 그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해골 전사들은 곧바로 다섯 갈래로 나뉘며 몬스터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했다.
그 사이 히르칸이 주머니에서 보석 하나를 꺼냈다. 꺼낸 보석을 움켜쥔 채 골렘 소환 스킬을 사용했다. 흐물흐물, 히르칸의 손안에서 녹아내린 보석이 뚝뚝, 바닥에 떨어졌다.
쿠쿠쿠!
울퉁불퉁 솟아오른 땅바닥이 거대한 해머를 들고 있는 근육질의 외눈박이 거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사이클롭스.
흉포하기 그지없는 성정을 가진 그 몬스터의 성정을 이어받은 골렘에게 이제까지의 둔한 모습 따윈 더 이상 없었다. 골렘이 곧장 몬스터를 향해 돌진했다.
쿵, 쿵, 쿵!
6미터 신장의 흙으로 된 거인이 움직이자 지축이 울렸다.
후웅, 쾅!
그런 거인이 내리치는 해머는 바닥에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해머에 맞은 나무껍질뱀의 몸뚱이 일부분이 종잇장처럼 변했다.
캬아!
몬스터들 역시 공격에 반격으로 화답했다.
다섯 마리의 해골과 골렘 한 마리, 아홉 마리의 몬스터들이 뒤엉키며 난장판을 만들었다.
그제야 히르칸과 씽이 움직였다. 난장판은 그들에게 놀이판이었다.
해골 전사를 잡기 위해 쉴 새 없이 갈고리 팔을 휘두르던 갈고리 사마귀의 몸뚱이에 올라탄 히르칸이 녀석의 외골격 사이의 얇은 틈, 그곳에 검을 찔러 넣었다.
씽은 그저 몬스터와 거리를 적당히 잡은 후에, 초승달베기 스킬로 단칼에 토막을 냈다.
아홉 마리의 몬스터는 채 3분을 버티지 못하고 반의 반의 숫자로 변해버렸다.
순식간에 두 마리만이 남았다.
‘자, 어떻게 잡아볼…… 아!’
그때 히르칸이 소리쳤다.
“한 마리는 남겨둬!”
히르칸이 말을 마치는 순간 씽이 돌진 스킬과 함께 휘두른 검이 갈고리 사마귀의 목을 잘라냈다.
“뭐?”
씽의 반문에 히르칸이 곧장 대답했다.
“상황 연출은 해야지.”
히르칸은 대답을 하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날렵하게 움직이던 해골 전사들이 곧바로 자세를 낮추며 방어 모드로 전환했고, 살아남은 유일한 몬스터인 나무껍질뱀이 해골 전사 한 마리를 제 꼬리로 채찍처럼 후려쳤다. 그 꼬리치기에 해골 전사의 몸뚱이가 날아가
며 부스러졌다.
줄어드는 마력을 보는 히르칸의 입꼬리 한쪽이 비틀어졌다.
‘쳇.’
기분은 더럽지만, 어쩔 수 없었다.
NPC셀린은 위기에 빠지자 엘프가 구해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할 필요가 있었다.
“좋아.”
히르칸이 하는 말의 뜻을 모를 리 없는 씽은 제 칼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소환된 모든 히르칸의 부하들은 조각과 땅으로 돌아갔다.
혼란이 잦아든 무대는 나무껍질뱀의 독무대가 됐고, 녀석은 거침없이 날뛰기 시작했다.
히르칸과 씽이 번갈아가며 나무껍질뱀의 공격을 피했다.
그렇게 시작된 무대는 생각보다 길었다.
‘3분쯤 흘렀는데.’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특별한 변화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낌새를 살피던 히르칸이 조금씩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와야 하는데.’
히르칸이 초조한 이유.
‘천 골드가 걸렸어. 무조건 여기서 나와야 해!’
시답잖은 이유다.
그때.
캬아!
나무껍질뱀이 거친 소리를 토해내며 휘두른 꼬리가 씽을 후려쳤다. 그 광경을 본 히르칸이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왜?’
씽은 히르칸이 인정한 트래퍼 밀림의 최고수다. 트래퍼 밀림에서의 전투 능력은 히르칸보다 낫다. 그런 그가 나무껍질뱀의 단순한 꼬리 공격에 당할 가능성은? 정말 낮다.
그런데 지금 그 꼬리 공격에 당하다니!
‘아.’
의도한 거다.
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맞아준 거다. 히르칸이 실소를 머금었다.
‘미친 새끼.’
씽은 스트라이커 타입이다. 그러니까 파이터로 승급을 할 수 있었겠지. 그런 그에게 아무리 좋은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다고 해도 몬스터에게 제대로 된 일격을 허용하는 건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분명 죽진 않는다.
그러나 이 세상에 아주 취향이 특이한 인간이 아닌 이상, 맞는 걸 좋아하는 유저는 없다.
다행히도 씽의 희생과 도전은 값어치가 있었다.
푸후!
폭포 아래에 펼쳐진 호수 아래에서 거대한 바위를 붙여 만든 듯한 골렘 한 마리가 등장했다.
등장한 바위 골렘은 곧바로 나무껍질뱀을 향해 돌진했고, 그 사이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 하나가 나무껍질뱀의 몸에 깊이 박혔다. 그 화살을 시작으로 거듭 화살이 날아왔다.
캬아, 캬아!
나무껍질뱀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히르칸이 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 혼자 왔으면 절대 엘프 부족을 만나지 못했겠지.’
씽 역시 히르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의 앞에 그토록 바라던 엘프가 등장했다.
6.
창백하다기보다는 맑다는 느낌이 드는 피부에는 아주 옅은 녹음이 깃들어 있어, 청량감이 넘쳤다.
외모를 이루는 선은 얇았다. 마치 끝이 작은 붓으로 힘을 뺀 채로 선을 그린 듯, 얇은 선. 그러나 뭉그러짐 없이, 오히려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겼다.
큰 눈망울은 에메랄드빛을 품고 있었으며, 고고하게 솟아오른 코는, 솟아오른 것에 비해 자그마해 얼굴의 분위기를 고고하게 만들어주었다. 옅은 느낌이 드는 입술은 가련함을 위해 만든 예술작품처럼 보였다.
보는 순간 감탄조차 잊을 정도의 아름다움, 더욱이 화장 등 손이 닿아 꾸며진 외모에서 뿜어지는 묘한 텁텁한 느낌이 아닌 청량감을 가득 품고 있는 외모.
몸에서는 솔 향이 은은하게 풍겼고.
“당신들은 누구죠?”
입에서는 청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떨어지는 폭포소리에 파묻혔다.
그렇기에 히르칸과 씽은 말없이 바라봤다. 엘프가 무어라 말을 해도 들을 재주가 그들에겐 없었다.
물론 낌새를 느끼고 먼저 반응을 한 건 히르칸이었다. 엘프의 얼굴 이곳저곳을 살피던 히르칸이 살짝 뚱한 표정을 지었다.
‘예쁜 애들은 보면 이상하게 기분이 찜찜하단 말이야.’
히르칸은 결코 미인을 싫어하는 성격이 아니다. 이 세상에 미인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이상하게 미인을 보면 감탄을 하거나, 작업을 걸 생각보다는 그 속부터 의심한다. 히르칸이 이제까지 만나본 미녀 중에 정상적인 경우가 드물었을뿐더러, 히르칸이 본 가장 끝내주는 미녀는 히르칸에게 최악의 곤욕을 선물했다.
그런 히르칸에게 엘프 종족의 아름다움은 오히려 경계대상으로 느껴질 따름이었다.
반면 씽은 멍한 표정으로 눈앞의 엘프를 말없이, 하염없이 바라봤다. 히르칸이 그런 씽을 옆구리로 툭툭 쳤다.
“평생소원이라면서?”
“아!”
그제야 정신을 차린 씽이 엘프 앞으로 다가갔다.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다가갔고 엘프는 살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꽈악!
뒷걸음질을 치면서 잽싸게 손에 쥐고 있는 활의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 없이 당겼으나, 무언의 투명한 것이 활시위에 걸친 게 보였다.
“야, 멈춰!”
히르칸이 한마디 했고, 그 한 마디에 씽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 엘프가 씽에게 다시 한 번 경고했다.
“정체를 밝히세요.”
여전히 폭포소리 때문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씽이 눈알을 굴리며 상황을 지레짐작한 후 입을 열었다.
“모험가 씽입니다. 모험가…… 당신이 구해준 아이가 당신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씽이 품속에 조심스럽게 보관하고 있던 셀린의 편지를 꺼냈다. 덩치 좀 있는 인간이 어눌하게 편지를 꺼내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엘프가 다시 한 번 활시위를 더 당겼다. 씽이 무기를 꺼낸다고 생각한 모양. 씽이 기겁하며 양손을 벌려 비무장인 걸 증명한 후에 곧바로 허리춤에 있는 칼집을 풀어 바닥에 놓았다. 그 후에야 편지를 꺼낼 수 있었고, 꺼낸 편지는 바닥에 내려놓은 후에 양손을 들
고 뒤로 천천히 물러났다.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보던 히르칸이 콧방귀를 뀌었다.
‘영화를 찍는다, 영화를 찍어.’
원주민에게 적의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비무장 자세를 취하는 틀에 박힌 영화 속 광경을 게임 속에서 보게 될 줄이야? 히르칸이 조소를 힘껏 머금었다.
그때 엘프가 히르칸에게 활시위를 겨누었다. 씽을 따라 뒤로 물러나라는 의미. 히르칸이 귀찮다는 듯 양손을 쭉! 하늘 높이 뻗었다. 괜히 여기서 초를 칠 필요는 없다.
히르칸과 씽이 알아서 거리를 벌려준 후에야 엘프가 살짝 긴장을 풀고 편지를 주웠다. 편지를 읽기 전에 편지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부터 맡았다.
“그 아이의 부탁을 받았나 보군요.”
편지를 읽기도 전에 편지의 정체를 파악한 엘프가 삐이이!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숨어있던 엘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우리들을 본 만큼, 이대로 돌려보낼 수는 없겠군요. 따라오세요. 마을로 안내하죠.”
그 말은 여전히 히르칸과 씽에게 닿지 않았다.
대신.
[퀘스트 ‘셀린의 편지’를 완수하셨습니다.]
[타이틀 ‘엘프와 조우한 자’를 습득하셨습니다.]
시스템 알림이 히르칸과 씽에게 상황을 알려줬다.
7.
다섯 명의 엘프에게 포위된 채 씽과 히르칸은 베콩 폭포 주변을 계속해서 맴돌았다.
그 사이 그 둘은 대화를 나눴다.
“내 말이 맞지? 베콩 폭포에 있을 거라고. 평생소원이 이루어졌는데 말 바꾸지 말자고. 다 끝나면 꼭 골드는 줘야 해.”
히르칸의 말에 씽은 여전히 얼빠진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포위한 엘프들의 면면을 살폈다. 단순히 아름다움에 넋이 나간 표정이라기보다는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이었다.
히르칸 그런 씽의 표정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아는 핏불이 아니네. 얘가 이런 부류였나?’
핏불 씽.
핏불이란 별명은 생김새 때문에 붙은 별명이긴 하지만, 씽은 그 별명에 걸맞은 투견 같은 성정을 가지고 있었다.
과감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전투에 임하며, 한 번 전투에 임하면 죽기 전까지는 물러나지 않는 그는 멋진 투견이었다. 그런데 지금 씽의 모습은 핏불은커녕 애완견 같은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그렇게 엘프가 좋은 건가?”
히르칸이 결국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할 이유가 없었다. 히르칸에게 타인의 취향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으니까.
히르칸은 동료애 같은 건 이미 예전에 버렸다.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가, 손해를 끼치는가, 단지 그 두 가지 구분만 있을 뿐이다. 이익을 준다면, 엘프가 아니라, 드워프가 취향이라고 해도 봐줄 수 있었다. 심지어 오크가 취향이라도 봐줄 수 있었다. 트롤이 취향이
라면 그건 좀 매우 심각하게 고려해보겠지만.
그런 히르칸의 질문에 씽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론. 매우 좋아한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 이 게임을 했을 정도로.”
“미인을 좋아하는 모양이군.”
“미인을 싫어하는 남자는 없지. 하지만 단순히 그것 뿐만은 아니다.”
“다른 이유가 또 있어?”
“판타지에 대한 동경.”
“뭐?”
씽이 잠시 고민 후에 그동안 그 누구에게도 말해주지 않았던 이유를 꺼냈다.
자신을 도와준 히르칸에 대한 선물이었다.
“워로드는 게임이지. 그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중에 나온 게임 중에 가장 판타지에 가까운 세계. 그 세계에서 엘프를 만나는 게 내 평생소원이었다. 내게 엘프는 판타지의 상징이었으니까.”
“그래?”
“그런 엘프를 만날 수 있다면, 이 세계를 진심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정말 워로드를 진심으로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씽이 씨익, 웃었다.
“다들 그런 이유로 게임을 하는 거 아닌가?”
그 말에 히르칸의 머릿속에 한 사내를 떠올렸다.
‘도전자와 비슷한 부류군.’
돈키요테.
게임 속에서 로망을 품고 살아가는 도전자.
씽 역시 그와 같은 부류였다. 그렇기에 이 순간 히르칸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씽하고는 동료가 되는 일은 없겠군.’
핏불과는 동료가 될 수 없다. 히르칸은 낭만을 즐기는 자들과 정반대지점에 있으니까.
“도착했어요.”
그때 씽과 히르칸의 앞에 결계가 풀리며, 크래퍼 밀림에 숨겨져 있던 바헤임 부족의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크래퍼 나무 사이를 가득 채운 다리들과 나무에 대롱대롱 걸린 집들이 히르칸과 씽의 시선을 가득 채웠다.
[타이틀 ‘바헤임 부족의 첫 손님’을 획득하셨습니다.]
곧바로 타이틀 알림이 들렸다.
히르칸이 그 알림을 듣는 순간 씽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게임 재미있게 하라고.”
핏불과 동료가 될 수 없다는 걸 조금 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여기서 헤어질 때다.
“뭐?”
히르칸의 갑작스러운 말에 씽이 반문을 뱉었지만, 히르칸은 그런 씽의 반문을 무시한 채 바로 옆에 있던 엘프를 향해 말했다.
“대장장이 올프의 심부름으로 이곳에 왔다. 책임자에게 안내해줬으면 좋겠군.”
< 29화. 바헤임 부족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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