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바헤임 부족 (1). >
1.
드높게 솟아오른 거대한 트래퍼 나무의 나무기둥을 휘감은 채 숨어 있는 나무껍질뱀은 육안으로는 쉽사리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위장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대단한 위장능력을 이용해 나무를 휘감은 채 먹잇감이 지나가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먹잇감이 등장하는 순간 바닥을 향해 추락하듯 몸을 날리는 녀석의 사냥법은 당하는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의 날벼락, 그 자체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츄릅!
나무껍질뱀의 나무 옹이구멍 같은 눈이 먹잇감을 포착했다. 나뭇가지 같은 혓바닥을 한 번 날름거린 나무껍질뱀은 과감했다. 녀석은 자신이 닿을 수 있는 영역에 먹잇감이 오는 순간 나무기둥을 휘감은 몸뚱이를 풀고 바닥을 향해 추락했다.
캬아!
입을 거대하게 벌려, 네 개의 독니를 번뜩이며 추락하는 몸길이 9미터짜리 거대 뱀의 존재감은 대단함을 넘어 끔찍한 수준이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를 칠 정도.
그러나 머리 위로 드리운 검은 그림자를 바라보는 두 유저는 몸서리를 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떨어지는 뱀을 바라보며 그들은 계산을 시작했다. 뱀의 낙하지점을 고려했고, 뱀의 공격을 피하려면 어디까지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지, 역공을 취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은지.
물론 머리로 이런 걸 계산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계산은 오랜 전투를 통해 단련된 본능의 몫이다.
스윽!
사나운 핏불같이 생긴 한 명이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을 들며, 검을 한 손이 아닌 양손으로 잡았고.
스윽!
하회탈을 뒤집어쓴 다른 한 명은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검을 양손으로 든 이가 바로 검을 높게 머리 위로 든 채, 자신을 향해 추락하는 나무껍질뱀을 바라봤다. 여전히 그 둘 사이에는 거리가 적잖게 남아 있었다. 독니가 닿기는 힘들었고, 검 역시 닿기가 소원했다.
그 순간.
쉬이이!
유저가 양손으로 쥔 검을 힘차게 가로로, 세상을 반으로 가를 기세로 내리치듯 휘둘렀다.
츠응!
검이 바람 가르는 소리와 울음 그리고 푸르스름한 초승달을 토해냈다.
샤샤샤!
초승달은 섬뜩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날아갔다.
120레벨 이상의 파이터들만이 습득할 수 있는 레어 등급의 스킬, 초승달베기였다.
일명 검기(劍氣), 검사 클래스를 선택한 유저들의 로망 같은 스킬이였다.
굉장히 위력적인 공격 스킬이기도 했다. 절삭력과 공격력은 승급 전 검사 클래스의 유저가 괜찮은 스킬 두세 개를 복합적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더 위력적이었다.
하물며 그 스킬을 사용한 자는 131레벨에 120레벨짜리 유니크 무기를 착용한 상황이었고, 반대로 105레벨에 불과할뿐더러 방어력이 동급 레벨의 몬스터들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하는 나무껍질뱀의 처지는 이미 뻔하게 정해진 바였다.
푸홧!
마치 머리가 두 개 달린 뱀처럼, 나무껍질뱀의 머리부터 베기 시작한 초승달 검기는 나무껍질뱀 몸통의 1/4지점까지 베어버린 후에야 힘을 잃고 소멸했다.
쿠웅!
머리가 두 개가 된 나무껍질뱀이 투박한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잘려나간 몸뚱이에서는 나무 수액과 비슷한 약간 불투명한 액체들이 뿜어졌다. 핏물이었으나, 비린내는 없었다. 풋풋한 풀 내음이 섞여 있었다.
푸홧, 푸홧!
아직 죽지 못한 나무껍질뱀이 격렬한 몸부림을 치며, 풋내 섞인 핏물을 사방에 흩뿌렸다. 이미 일격에 나무껍질뱀에게 적지 않은 치명상을 입힌 유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몸부림을 치는 나무껍질뱀에게 다가가 녀석의 몸뚱이를 검으로 내리쳤다. 몸뚱이가 아
니라 명줄을 자를 속셈이었다.
‘역시 레벨이 깡패라니까.’
그 광경을 구경하듯 바라보는 하회탈 히르칸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 순간.
[레벨이 올랐습니다.]
히르칸의 귓속에 청아한 목소리가 들렸다. 히르칸은 이 기쁜 소식 앞에 머금었던 쓴웃음을 실소로 바꾸었다.
‘내 인생에 이런 식으로 버스를 타는 날이 올 줄이야.’
히르칸의 머릿속에 씽과의 만남이, 6일 전 일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2.
“크래퍼 밀림에 엘프 부족과 관련된 퀘스트 단서를 찾았는데, 도무지 내 능력으로는 퀘스트 진행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말인데, 퀘스트를 같이 클리어한다는 조건으로 내가 가진 퀘스트 정보를 전부 넘겨주겠다.”
엘프를 만나는 게 평생소원이라고 말했던 씽은 히르칸에게 미리 준비한 제안을 했다.
그의 제안은 매우 간단했고 동시에 일방적이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히르칸에게 아주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었다.
때문에 히르칸은 그 제안을 받는 순간 기쁨의 미소 대신에 의심의 눈초리를 품었다.
‘씽, 이 인간이 지금 날 엿 먹이려고 수작을 부리는 건가?’
길 가다가 만 원짜리 지폐를 주우면 기분 좋은 날이지만, 누가 와서 천만 원짜리 수표를 주겠다고 말하면 경찰에 먼저 신고부터 하게 되는 법이다. 지금 히르칸의 처지는 명백히 후자였다.
엘프를 만날 수 있는 퀘스트 정보를 공짜나 다름없는 조건으로 준다?
히르칸은 여기서 괜히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저울질을 하지 않았다.
“날 게임 오버시키고 싶으면 여기서 PK를 하고, 다른 식으로 날 엿 먹이고 싶거나 혹은 내게 알고 싶은 게 있으면 괜한 짓 말고 그냥 물어봐 줬으면 피차 좋을 것 같은데.”
네 말을 믿을 수 없다!
히르칸이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씽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날 못 믿겠다, 이건가?”
“워로드에서는 믿을 건 이거밖에 없거든.”
히르칸이 말과 함께 왼손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여줬다. 씽이 표정을 좀 더 구겼다.
“나 역시 하회탈, 널 신용하지 않는다. 이번 제안은 네 실력을 인정하기에 했을 뿐이다. 이 이상 뭔가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그 모습에 히르칸은 짧게 숨을 뱉었다.
‘핏불 씽, 이 인간이 어떤 인간이었더라…….’
이 순간 히르칸은 그다지 좋지 못한 머리를 열심히 회전시키며, 핏불 씽에 대한 기억을, 정보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단편적인 정보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히르칸이 아는 씽은 파이터즈 길드 소속으로 유명세는 있지만, 구설수는 없는 자였다. 또한 워로드가 서비스될수록 인지도가 떨어지는 케이스였다. 큰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하는 부류가 아닌 것이 그 이유였다. 소문이긴 하지만, 집안에 돈이 제법 있어서 굳이 돈
을 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그 소문을 듣게 된 게 씽과의 1대1 대결을 앞두고 있을 무렵이었다.
김동수, 그가 그 이야기를 해줬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금수저 놈들에게 질 순 없지! 그런 대답을 했던 것마저 히르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 얘 일반이었지?’
결정적으로 씽은 파이터즈 길드의 간부가 아닌 일반 길드원이었다. 그는 계속 일반 길드원으로 남았다. 파이터즈 길드가 그를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니라, 씽 본인이 파이터즈 길드와 적당히 거리를 뒀다.
길드 간부가 되면 길드의 이익과 정치적 이익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그냥 일반 길드원으로 적당한 의무와 적당한 권리만을 누리는 고레벨 유저들은 생각보다 많다.
‘적어도 빅스마일 길드나 다른 30대 길드에게 청부를 받고 날 잡으러 온 건 아닐 거야.’
히르칸이 입을 열었다.
“퀘스트 정보를 받고, 같이 퀘스트를 완료한다. 퀘스트는 정보만 주는 건가?”
“필요하면 도와주지.”
“내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군. 그런데 그쪽은 파이터즈라는 든든한 길드를 두고 왜 나한테 이런 제안을 하는 거지? 파이터즈 길드의 도움을 받으면 더 쉽게 일이 처리될 텐데. 이것만큼은 정말 궁금해서 말이야.”
그 물음에 씽은 잠깐 고민하더니, 히르칸의 질문이 타당하다고 생각한 듯 대답을 해줬다.
“그럼 길드에 코가 꿰인다. 퀘스트 클리어 조건으로 그만한 대가를 요구할 테니까.”
여기서 히르칸은 그렇게 엘프를 만나는 게 평생소원이라면, 엘프가 나오는 미연시 게임이라도 하면 되지 않느냐?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다. 취향은 존중 받아야 하는 법 아닌가? 알아서 호구가 되어준다는데, 히르칸이 그 호구의 심기를 자극할 이유는 조금도 없
었다.
“좋아.”
이런저런 말 대신 손을 내밀었고, 씽이 그 손을 잡았다.
3.
손을 잡은 이후 씽은 히르칸에게 퀘스트 정보를 줬다.
“일단 토벌협회 크래퍼 밀림 지부에서 주는 퀘스트를 다섯 개를 완료해야 한다.”
그가 발견한 퀘스트 루트는 꽤 난해했다.
“그럼 롱주 NPC에게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일단 토벌협회에서 주는 크래퍼 밀림 관련 퀘스트를 다섯 완료하게 되면, 트래퍼 밀림에 이틀 간격으로 등장하는 탐험가 NPC 롱주에게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롱주가 주는 퀘스트 세 개를 완료하면, 롱주에게 구출된 NPC소녀 셀린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롱주가 주는 퀘스트를 완료하면, 침묵의 소녀로 유명한 셀린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그 셀린이 엘프에 대해서 알고 있다.”
이렇게 퀘스트 루트를 알고 있어도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하물며 이 퀘스트 루트를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서 알아낸다는 건…… 히르칸은 진심으로 씽에게 감탄했다.
‘평범하게 게임을 즐기는 놈인 줄 알았는데 미친 새끼였네. 그렇게 엘프를 보는 게 평생소원이면 다른 게임을 하면 될 텐데, 왜 워로드에서 이런 미친 짓을 하는 거지?’
물론 그렇게 좋은 의미의 감탄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후 씽은 히르칸의 퀘스트 진행을 도왔다. 히르칸이 자신과 같은 퀘스트를 받는 것이 조건이었으니까. 그 과정에서 당연히 씽은 히르칸을 위해 몬스터를 잡았다.
120레벨의 유니크 무기를 든 130레벨의 실력 뛰어난 고수에게 트래퍼 밀림은 놀이터였다.
더군다나 그 퀘스트 클리어를 위해 트래퍼 밀림에서 살다시피 한 씽은 트래퍼 밀림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에게 악몽, 그 자체였다.
'몬스터의 모든 패턴이 몸에 익었어. 못해도 여기 나오는 몬스터를 종류별로 천 마리 이상 잡아본 솜씨야.'
히르칸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스펙하고 직업이 똑같아도, 트래퍼 밀림에서 등장하는 몬스터 사냥 능력은 씽이 나보다 낫다.’
히르칸보다 낫다.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겠지만, 워로드에서 최고라는 의미와 같다.
'엘프를 보려고 레벨업에 도움도 안 되는 몬스터를 천 마리 넘게 잡다니. 미친놈.'
더 놀라운 건 씽의 레벨로는 트래퍼 밀림에서 6일 동안 사냥을 해도 1레벨을 올리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작심하고 레벨업에 모든 걸 투자하면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고레벨이면서도, 고작 엘프를 보고 싶다, 그 이유 때문에 포기한
다? 남들보다 늦게 워로드를 시작하는 바람에 그 자격조차 가지지 못했던 히르칸은 아마 평생 워로드를 해도 씽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여하튼 이 게임은 참 이상한 새끼들이 많단 말이야. 특히 레벨이 높을수록 또라이 새끼들의 비율이 대폭 늘어나는 것 같아. 여하튼 미친놈들이 참 많아.’
워로드에 정상인은 없다!
새삼스레 현실을 다시 한 번 알게 되는 히르칸이었다.
4.
“피부는 투명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맑았어요. 트래퍼 나무 아래에 서 있으면 피부색이 마치 싱그러운 나뭇잎처럼 보일 정도로요! 또한 귀가 매우 뾰족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분이었어요. 그분이 아니었다면 전 살아남지 못했을 거예요. 그분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부디 저를 대신해서 그분께 제 편지를 보내주세요.”
[퀘스트 ‘셀린의 편지’가 시작됩니다.]
큰 눈망울과 얼굴을 가득 채운 주근깨가 인상적인 어린 NPC 소녀 셀린으로 퀘스트를 받은 히르칸은 곧바로 퀘스트 내용을 확인했다.
[셀린의 부탁]
- 퀘스트 등급 : 레어
- 퀘스트 수행 가능 레벨 : 9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셀린의 편지를 숲의 부족에게 전달해주자. 단서는 셀린을 통해 들을 수 있다.
- 퀘스트 보상 : 셀린이 손수 만든 비스킷.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히르칸이 셀린에게 말을 걸었다.
“그를 만난 장소가 어디인지 말해줄 수 있어?”
셀린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잘은 기억나지 않아요. 저는 나무껍질뱀에게 쫓기고 있었고, 그러다 막다른 길에 몰렸어요. 도망칠 곳은 하나도 없었죠. 그런데 그 순간 돌의 정령이 등장해서 절 지켜줬어요. 그때 그분이 쏜 화살이 뱀의 머리를 뚫고 지나갔어요. 나무껍질뱀이 죽고, 그분이 저를
롱주 아저씨에게 데려다줬어요.”
단서는 그게 전부였다.
히르칸은 셀린이 머무는 처소에서 나왔다. 씽이 기다렸다는 듯이 히르칸에게 왔다.
“막다른 길, 돌의 정령. 단서는 이 두 가지뿐이다.”
“방금 들어서 알고 있어.”
“그 단서를 듣고 막다른 길이라고 할 만한 장소는 전부 찾아봤다. 길이 막힌 곳은 전부, 절벽은 물론 큰 돌덩이가 있는 곳까지! 트래퍼 밀림을 샅샅이 뒤졌지. 하지만 어디에서도 엘프가 등장하는 이벤트는 발동하지 않았다. 돌의 정령은 등장하지 않더군. 나무껍질
뱀과 전투를 치르는 게 이벤트 발동 조건인 줄 알고 막다른 길이라고 할 만한 곳에 나무껍질뱀을 유인했는데도 이벤트는 발동하지 않았다.”
씽은 그제야 자신을 가로 막고 있었던 난제를 히르칸에게 털어놓았다.
씽도 알고 있다. 히르칸에게 자신이 한 제안을 누가 보더라도 자신이 손해 보는 제안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르칸에게 그런 제안을 한 건, 그만큼 답답했기 때문이다.
“방법이 있나?”
더불어 하회탈이 아니었다면 결코 자신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제안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히르칸은 대단한 전투 능력과 함께 뛰어난 퀘스트 클리어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심지어 현재 히르칸이 30대 길드 수준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도를 보인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 정도라면 히르칸의 퀘스트 클리어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수준
이라고 봐야 한다.
어쨌거나 씽 입장에서는 운이 좋았다.
“그럼 베콩 폭포일 가능성이 높겠군.”
“뭐?”
히르칸이 곧장 답을 내놓았다. 어려울 건 없었다. 애초부터 히르칸은 바헤임 엘프 부족이 등장하는 장소를 알고 있었다. 단지 그들과 만날 자격이 없었을 뿐.
“폭포라니, 이벤트 발생 장소는 막다른 길이다. 너도 셀린의 힌트를 들었잖아?”
물론 그런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씽 입장에선 히르칸의 대답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뿐.
히르칸은 그런 씽을 보며 옅게 웃으며 대답했다.
“여긴 현실이 아니라 게임이고, 우리 같은 유저들은 100미터짜리 절벽을 맨손으로 오를 수 있는 초인이라고. 그런 유저들에게 막다른 길이라면 폭포 정도는 되어야지. 안 그래?”
현실에서는 2미터 담장만 있어도 막다른 길이 되지만, 워로드에서는 20미터짜리 담장이 나오면, 얘를 뛰어넘을 생각보단 이걸 주먹으로 부술지 머리로 부술지, 그걸 먼저 고민하게 된다.
“그건…….”
때문에 워로드의 주민이라면, 당연히 현실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그것이 씽이 그동안 답을 찾지 못한 이유였다.
“200레벨 넘은 후에 막다른 길이란 표현이 나오면, 그때는 용암 정도는 건널 각오를 하라고.”
“정말 베콩 폭포가 이벤트 장소가 맞나?”
씽이 그런 히르칸에게 재차 질문을 던졌다. 히르칸이 그런 씽에게 반문했다.
“그럼 우리 내기할까? 베콩 폭포가 맞다는 것에 백 골드 걸지.”
“음…… 좋아.”
그 대답에 히르칸이 방긋, 웃었다.
< 29화. 바헤임 부족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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