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79화 (79/192)

< 27화. 골렘 업그레이드 (3). >

5.

끼이이!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성문 밖에서 이 순간이 오기를 그토록 기다리고 있던 유저들은 성문이 내려오는 순간,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젠장.”

기쁨에 대한 환호 대신 씁쓸한 쓴소리가 유저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번 격전지는 완전히 망쳤어.”

“그래도 살아남아서 다행이잖아? 죽은 유저가 적지 않던데…….”

“퍽이나 다행이겠다. 괜히 하회탈을 건드려서…… 그냥 평소대로 했다면 이벤트 몬스터까지는 못 먹더라도 경험치랑 아이템은 짭짤하게 챙길 수 있었을 텐데 왜 거기서 그런 짓을 해서!”

“야! 왜 나한테 화를 내? 그 제안에 좋다고 응한 건 너였잖아?”

“그래, 네가 초우룽인가 하는 놈하고 이야기했잖아?”

어느 때보다 큰 보상이 걸렸던 무대였고, 그래서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품었다. 품은 것을 야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무대에서 상은커녕 거대한 엿을 강제로 씹은 후에 엉망이 된 꼴로 지금 이렇게 성문이 내려올 때까지 몬스터 사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낭비하는 처지가 됐는데, 기분이 좋다면, 정신과 검사가 꼭 필요한 경우일 것이다.

쿠웅!

그렇게 유저들이 서로를 탓하는 사이, 육중하기 그지없는 성문이 바닥을 노크하듯 두드렸다.

처벅처벅!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성문 너머에서 대기하고 있던 NPC들이 성문을 다리 삼아 건너기 시작했다.

기사들이었다.

모두가 번쩍이는 갑옷, 딱 봐도 비싸 보이고 옵션이 빵빵해 보이는 갑옷을 입고 있었고, 그들은 그 갑옷에 어울리는 위엄 역시 풍기고 있었다. 기사의 숫자가 열셋. 모든 기사가 투구를 쓴 탓에 그들의 정체를 알아보는 건 불가능했다.

딱 한 명.

그 열세 명의 기사들 중에 눈에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작은 신장을 가진 기사의 정체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바이글이네.’

‘바이글이야.’

유저들의 예상대로, 그 작은 신장의 기사는 이 성벽의 주인이자, 관리자인 바이글이었다.

그는 유저들의 예상에 화답하듯, 육성으로 자신의 정체를 확실하게 공개했다.

“이제부터!”

바이글이 그 말을 외치는 순간, 열두 명의 기사들이 잽싸게 움직였다. 성문 밖으로 나온 그들은 성문 앞에서 반원 모양의 포메이션을 형성했다. 등에 메고 있던 방패를 꺼내 앞세웠다. 반원 형태로 줄지어 늘어선 큼지막한 방패들은 마치 간이 성벽을 보는 듯했다.

그 포메이션이 갖춰진 후에야 바이글이 말을 마저 마쳤다.

“1시간을 주겠다!”

그 통보가 끝난 후에야 유저들이 하나둘씩 성문을 건넜다. 성문을 넘는 이들의 어깨는 모두가 축 늘어져 있었다.

패잔병.

그 외의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허송세월로 낭비한 144시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반성하는 것뿐이었다.

그런 그들의 뒤로, 그들의 처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풍기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여기 계셨네?”

한껏 들뜬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히르칸.

“다들 사냥 잘하셨습니까? 즐겜하셨어요? 전 사냥 엄청나게 잘됐는데. 이거 보이시죠? 재료 코인이 너무 많아서 골라내는 게 일이었다니까요! 으하하!”

그가 간신히 살아남은 패잔병들의 심장에 아주 제대로 된 비수를 꽂았다.

히르칸의 마지막 복수였다.

6.

“대단하군.”

자신의 집무실에서 히르칸과 1대1로 마주 보게 된 바이글은 히르칸을 보며 진심 어린 표정으로 그를 칭찬했다. 히르칸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칭찬을 받았다.

“아닙니다. 주신 임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임무 수행. 임무 수행이라…….”

바이글은 히르칸의 말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히르칸의 말을 재차 음미하듯 읊조렸다.

“좋은 표현이군. 임무 수행.”

그 모습에 히르칸이 속으로 뚱한 표정을 지었다.

‘좋은 표현이고 나발이고, 그냥 보상이나 빨리 줘.’

더 이상 격전지에 볼일은 없다. 1분 1초가 아까운 히르칸 입장에서는 당장 보상을 받고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 그런 히르칸의 의중을 알 리 없는 바이글은 히르칸을 두고 10분 가까이 이야기를 했다.

의미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최근 몬스터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네. 개중에는 그동안은 볼 수 없었던 괴상한 놈들이 섞여 있더군.”

“푸른 피부, 냉기를 품은 괴물들…… 결코 저 성벽 너머의 숲에 어울리지 않는 놈들이 등장하고 있네. 그 숫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고.”

“내가 보기에는 성벽 너머의 숲, 그 숲 너머, 아직 정체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오는 놈들 같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숲을 개척하고, 그 숲 너머의 정체를 알아낼 것이네. 이제는 우리가 먼저 공격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이니까.”

정보였다.

이 격전지 너머에 새로운 무대, 얼어붙은 왕국에 대한 단서를 지금 바이글이 주고 있었다.

‘내가 나중에 얼음 여왕 목을 잘라다 줄 테니까 그만 좀 말하고, 스킬북으로 넘어가자.’

귀중한 단서였지만, 히르칸 입장에서는 다 아는 정보였다. 잔소리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히르칸이 10시간 같은 10분을 이겨낸 후에야 바이글이 히르칸에게 책 한 권을 줬다.

‘오!’

딱 봐도 그 책은 보통 책과는 다르게 표지부터가 달랐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다 못해 철철 넘치는 검은색 가죽 표지였고, 가죽 표지에 드러난 손바닥 자국은 손바닥 자국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독특한 무늬,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의도적으로 만든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드디어!’

유니크 스킬북이 등장했다. 바로 히르칸이 반색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바이글은 히르칸에게 곧장 책을 주지 않았다. 바이글은 책을 꺼내놓은 채로 말했다.

“이것은 자네에게만 주는 선물이네. 자네 외의 그 누구에게도 줄 생각이 없네. 오로지 자네만을 위한 것.”

히르칸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습득 시 귀속이란 걸 굳이 이렇게 설명해야 하나? 그냥 주면 되는데?’

“예, 감사히 받겠습니다.”

어차피 남에게 줄 생각조차도 없었다. 히르칸은 혹여 말이 더 길어질 것이 두려워 곧장 책표지에 있는 손바닥 모양, 그 위에 자신의 손바닥을 잽싸게 올렸다.

[스킬북이 정체를 드러냅니다.]

노네임 스킬북이 개방됐다.

‘부두 해골 같은 거 나오면 대박인데, 제발 부두 해골 나와라. 부두 해골! 부두 해골 나와라!’

히르칸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순간, 곧바로 새로운 알림이 떴다.

[찰흙놀이 스킬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응?’

처음 보는 스킬이 등장했다.

‘찰흙놀이?’

정말 난생처음,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스킬이었다. 히르칸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히르칸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찰흙놀이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을 습득하는 것뿐이었다.

‘뭐지?’

히르칸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사이, 바이글이 히르칸에게 다시 한 번 말을 건넸다.

“이를 통해 보다 강해진 자네가 앞으로 더 많은 활약을 보여줬으면 좋겠군.”

“예?”

“저 숲 너머에…….”

바이글은 당장 히르칸을 놔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7.

[찰흙놀이]

- 숙련도 : F랭크

- 스킬 사용 방법 : 몬스터의 보석을 제물로 삼아, 골렘을 제물이 된 몬스터로 변신시킬 수 있습니다. 사용된 보석은 소멸합니다.

- 기타 : 골렘은 제물이 된 몬스터의 외형적 특성만을 가지며, 스킬 숙련도가 오를수록 제물이 된 몬스터에 보다 가까운 능력치를 가지게 됩니다.

단, 몬스터가 가진 스킬 및 특수능력은 사용할 수 없으며 소환가능한 골렘보다 큰 몬스터로는 변신할 수 없습니다. 또한 모든 종류의 방어력과 체력은 변하지 않습니다.

찰흙놀이 스킬.

‘그러니까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보석을 제물을 쓰면, 그 몬스터랑 똑같은 모습을 가진다?’

쉽게 말해서 흐리멍덩하기 그지없는 골렘의 외형을 원하는 몬스터의 형태로 바꿀 수 있는 스킬이다.

물론 형태만 바뀔 뿐, 스킬 설명대로 방어력과 체력은 변하지 않는다. 대신 제물로 쓰이는 보석의 몬스터 레벨이 높고, 스킬 숙련도가 높아지면 몬스터에 가까운 공격력을 가질 수 있다. 외형적 특성과 공격 스탯을 복제한다고 보면 된다.

일단 단점은 명확하다.

‘또 돈 드는 스킬이네.’

스킬을 쓸 때마다 보석이 하나 소비된다. 그게 만약 보스 몬스터 보석이라면, 적게는 수백 골드, 많게는 수천, 수만 골드짜리 일회용 스킬을 쓰는 셈이다.

무장 스킬과는 수준이 다르다. 무장 스킬은 해골에게 무기를 주더라도, 나중에 회수해서 판매할 수 있지만, 이건 그냥 소모다. 뼈폭탄과 똑같다.

더욱이 골렘은 특성상 데리고 다니기가 힘들다. 히르칸의 경우에는 전투 도중 몸을 빼거나, 숨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루에 골렘을 재소환하는 경우가 못해도 서너 번은 된다.

가뜩이나 돈 쓸 곳이 넘쳐서 식비와 생활비를 빠듯하게 아끼고 있는 히르칸에게 치명타를 줄 만한 스킬이다. 라면에 김치만 먹던 식단에서 김치를 제거할 만한 수준의 치명타.

‘만약 몬스터의 전투 인공지능까지 똑같이 베낄 수 있으면 이건 진짜 대박이다.’

하지만 히르칸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만약 외형만이 아니라, 전투 인공지능마저 베낄 수 있다면 그건 엄청난 일이다. 아무리 몬스터가 가진 특수 능력과 스킬을 복제할 수 없다고 해도,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다수의 유저를 상대로 디자인되어 있고, 그만큼 전투 인공지능이 매우 훌륭

하다. 무엇보다 골렘의 전투 인공지능은 해골 전사들처럼 훈련이 거의 불가능하다.

더욱이 나중에 골렘을 강화하는 스킬들을 이용하면 부족한 방어력이나 체력은 얼마든지 커버 가능하다. 심지어 속성을 바꿀 수도 있다. 파이어, 아이스, 아이언 골렘 스킬을 염두에 두면, 정말 무장 스킬 이상으로 위력적인 스킬이 될 수 있다.

‘가만, 그러면 나는 것도 만들 수 있으려나? 와이번이나 그리폰 같은 것도?’

탈 것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골렘에는 이동 모드가 있다. 단지 골렘이 워낙 느리고, 승차감이 최악이기 때문에 쓰는 이들이 없을 뿐. 그런데 만약 찰흙놀이 스킬을 통해 골렘을 날아다니는 몬스터로 변신시킨다면, 히르칸은 어마어마한 기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워로드에서 기동력이 뛰어난 건, 유니크 아이템을 가지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설마 이런 스킬이 있었을 줄이야?’

놀라운 스킬. 더욱이 이제까지 본 적이 없던 스킬이기에 히르칸의 놀라움은 더 컸다. 히르칸이 본 적이 없다는 건, 리치리치의 레이드 솔플 영상에도 나온 적이 없는 스킬, 즉 리치리치조차 가지지 못했다는 스킬이라는 의미이다. 돈이 넘쳐나다 못해 썩어 문드러

질 정도로 많은 리치리치에게도 없던 스킬이 히르칸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일단 실험으로 스킬부터 제대로 분석해야겠어.’

8.

‘드디어 90레벨.’

태블릿 PC를 통해 캐릭터 히르칸의 능력치와 아이템 세팅, 소지 아이템 등을 확인한 안재현은 빈손을 옆에 둔 과자봉지에 쑥, 집어넣었다. 과자봉지는 안재현의 팔꿈치까지 먹어치울 정도로 큼지막했다.

하지만 안재현이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안재현의 시선이 태블릿 PC를 떠나 과자봉지 안을 향했다. 부스러기만 남아있는 과자봉지를 본 안재현이 표정을 구겼다.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제는 가상현실을 통해 캐비어로 만든 알밥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시대임에도 여전히 질소를 가득 채운 과자봉투를 바라본 안재현이 쯧! 짧게 혀를 찼다.

‘여하튼 세상에는 죄다 도둑놈 새끼들밖에 없다니까.’

과자봉지로부터 시선을 돌린 안재현이 시간을 확인했다.

‘꿈나라로 갈 때가 왔군.’

잠들 시간이 왔다. 5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고, 몸 컨디션을 회복한 후에 언제나처럼 워로드에 접속할 것이다.

그리고 떠날 것이다.

‘드디어 대산맥에 가는구나.’

우르갈 대산맥!

이제까지 레벨이 부족해 도전하지 못했던 그 무시무시한 험지를 향해 바로 떠날 것이다.

이미 히르칸 캐릭터를 파릉 숲에 대기해두었다. 소모 아이템을 비롯해 준비도 마쳤다. 자신감도 충분히 준비해두었다.

‘이 정도면 승급은 못했지만, 우르갈 대산맥 초입까지는 충분히 안 죽고 갈 수 있어.’

물론 100레벨을 찍고 승급을 한 다음 움직인다면, 더더욱 안전하게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시간!

현재 우레사냥꾼 길드가 안재현의 뒤를 쫓아와 있었다. 우레사냥꾼 길드가 이미 파릉 숲을 점령한 후에 헬름 오우거 사냥을 앞두고 있었다.

사실 우레사냥꾼은 훨씬 더 일찍 헬름 오우거 사냥을 준비했었다. 이미 주변에 통보를 했다. 파릉 숲에서 헬름 오우거를 발견해서 제보하는 자에게 포상을 지급하고, 도와주는 이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헬름 오우거를 잡는 자에게는 그만한 응징을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레사냥꾼의 행사를 방해해서 좋은 꼴을 보기 힘들다는 걸 모르는 워로드 유저는 최소한 파릉 숲에는 있을 수가 없었다. 그 통보가 나오는 순간 헬름 오우거는 우레사냥꾼 몫이라고 해

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헬름 오우거가 다른 무리의 손에 잡혔다.

그때 사건을 떠올린 안재현이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어떤 유저들인지는 몰라도, 나중에 만나면 물약이라도 줘야겠어. 아주 예쁜 놈들이 예쁜 짓을 했다니까.’

누가 잡았는지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후사정을 본다면 우레사냥꾼을 견제하기 위한 30대 길드가 몰래 잡았을 가능성이 컸다. 우레사냥꾼의 독주를 원하는 30대 길드는 단 한 곳도 없을 테니까.

어쨌거나 이렇게 확보한 시간을 더 늦출 수는 없는 상황. 안재현이 서두르는 이유였다.

‘절대 우레사냥꾼에게 질 수는 없어!’

안재현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유튜브 페이지의 조회수와 후원금을 확인하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근새근.

곧바로 잠이 든 안재현의 콧소리가 그의 작은 원룸을 가득 채웠다.

9.

5인 파티가 쓰러진 나무기둥 따위를 의자 삼은 채 앉아 있었다.

굉장히 이상한 조합이었다. 5인 파티였음에도, 그 파티에는 사제나, 마법사로 보이는 유저는 없었다.

5인 모두 갑옷을 입고 있었고, 무기를 하나 이상 가지고 있었다. 착용한 아이템은 가지각색이었다. 통일감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색부터 디자인까지, 모든 게 달랐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강렬한 공통점이 있었다.

다섯 명이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들이 현재 워로드를 기준으로 최고의 옵션, 최고의 레벨대 그리고 최고의 가격대를 자랑하는 아이템들이라는 것. 마치 모델은 달라도, 최고급 스포츠카들이 모여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이번에도 헬름 오우거를 잡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지금 우레사냥꾼의 최전력이 파릉 숲에 배치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지금 갔다간 우리 다섯이라고 해도 목숨을 구하기 힘들 거야. 솔직히 그때도 운이 좋았지.”

“그래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번에도 방해하면, 우레사냥꾼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에 큰 차질을 줄 수 있을 텐데? 더군다나 우리가 한 짓이란 걸 알 리가 없잖아? 분명 전쟁이 일어날 거야.”

“그래도 정도껏 해야죠. 차라리 그들보다는 히드라 길드를 막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도무지 그쪽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가 나오질 않네요. 분명 진행도는 30대 길드 중 제일 높을 텐데.”

“듣기로는 레드불스 그리고 예상외로 스위퍼즈 길드가 진행이 빠르다고 하던데.”

“다들 빠른 게 당연한 겁니다. 게임에 쓰는 돈이 그 정도로 많은데 진행속도가 느리면 진짜 그게 우스운 일이지요.”

“어?”

“어.”

“아!”

그런 그들의 대화는 갑자기 멈췄고 모두가 귀에 집중했다. 몇 분간 침묵이 이어졌고, 다섯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북쪽으로.”

“저랑 같이 가요! 그보다 나머지 분들은 어디로 가시나요?”

“동서남, 셋 중 하나이겠지. 일단 난 트리플윙 쪽으로 합류해야 하니까.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고생 좀 하시겠습니다.”

“고생을 해야 우리가 한 행동이 의미가 있는 거지.”

“그렇죠.”

그 대화를 끝으로 그들은 헤어지는 인사 없이 곧바로 헤어졌다.

< 27화. 골렘 업그레이드 (3).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