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77화 (77/192)

< 27화. 골렘 업그레이드 (1). >

1.

“주동자가 누구지?”

몽마르트 파티를 배경으로 둔 채 읊조리듯 말을 뱉는 히르칸의 모습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그가 쓰고 있는 하회탈은 그가 소환하는 해골 전사의 얼굴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였다. 살아있는 보통 사람의 느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몇몇 이들은 숨을 꿀꺽, 삼킬 정도였다. 숨을 삼키는데 말이 쉽사리 나올 리 만무.

모두가 히르칸을 말없이 바라봤고, 혹여 히르칸과 눈이 마주친 자들은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대답이 없자, 히르칸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길게 끌지 말자고. 분명 나를 잡자고, 먼저 나서서 수작을 부린 주동자가 있을 텐데?”

말과 함께 히르칸이 한 명을 지그시 바라봤다.

히르칸과 시선이 부딪친 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상황 자체는 물론, 자신이 의심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 리 없다. 히르칸이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미간을 찌푸린 그를 보며 이번에는 제법 큰 목소리로 확실하게 말했다.

“그쪽이 주동자인가? 혹시 예전에 나랑 만나서 나한테 손목 잘려본 경험이 있나?”

“난 아니야.”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히르칸이 재차 질문했다.

“그럼 누구지?”

그 순간.

“굳이 그쪽 말에 우리가 대답할 필요가 있나? 우리가 못할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여긴 격전지야, 격전지.”

히르칸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거슬렸는지 다른 유저 한 명이 히르칸에게 시비를 걸듯 말을 뱉었다. 히르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말을 꺼낸 이를 향했다.

상대는 그런 히르칸의 기세에 밀리기 싫은 듯, 좀 더 강하게 나왔다.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싸워! 괜히 이런저런 말을 지껄여봤자 그 말을 들을 사람은 여기 한 명도 없으니까. 그럴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싸움을 걸지도 않았어.”

이쯤 되면 도발이다.

싸우자!

어찌 보면 당연했다. 머릿수는 여전히 히르칸 쪽이 불리하다. 히르칸이 해골 전사를 소환하고, 그 숫자와 몽마르트 파티를 합친 머릿수는 스물을 넘지 못한다.

반면 히르칸을 잡기 위해 구성된 5개 파티 연합은 사제가 줄어들었다고는 하다, 그 역시 히르칸 무리보다는 많다.

잘못한 게 없는 건 아니지만, 변명거리는 충분하다. 격전지, 최고의 변명거리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히르칸 앞에서 죄인처럼 있을 이유는 없을 터.

그 사실.

“격전지이니까…….”

히르칸도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까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격전지이니까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좌중이 히르칸의 말에 적의를 잠시 잠재웠다.

‘뭐지?’

‘격전이니까 이런 말을 한다? 무슨 의미야?’

히르칸과 몽마르트 파티와 전면전을 붙어서 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5개 파티 연합에 거의 없다. 동시에 여기서 무리하게 싸우고 싶어하는 생각을 하는 자는 역시 거의 없다.

일단 히르칸의 말을 들어보는 게 순리.

“만약 주동자가 있다면, 그리고 그 주동자가 나에게 사적인 감정이 있어서 이런 일을 저지른 거라면 정리하고 싶다. 아직 이벤트 몬스터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경험치도 안 나오는 PK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일 텐데?”

‘여기까지 사냥하러 온 새끼들이 시간의 중요함을 모를 리 없지.’

이게 히르칸의 시나리오였다.

솔직히 자신을 노리고 손을 잡은 놈들이 괘씸하고, 놈들을 전부 잡아 손모가지를 자르고자 한다면, 할 수 있다. 더욱이 사제를 일찌감치 제거했으니, 말려 죽이는 것도 어렵진 않다.

문제는 그렇게 해봤자, 히르칸에게 득 될 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시계는 얻을 수 있겠지만, 시계가 언제나 대박을 주는 건 아닐뿐더러, 144시간 동안 히르칸이 제대로 된 사냥을 못하고 PK로만 시간을 보내는 건 히르칸 본인에게 너무 큰 손해다. 운 좋게 격전지

란 최적의 사냥터에 왔는데, 경험치도 안 주는 유저들 잡는데 대부분의 시간은 허비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정적으로 유니크 스킬북이 보상으로 걸려 있다. 히르칸 입장에서는 무난하게 상황이 진행되는 게 유리하다. 극단적으로 상황이 변해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다.

그 생각을 히르칸만 하고 있을 리 없다.

히르칸의 제안은 히르칸을 죽인 후에 그 사실을 SNS에 자랑스럽게 인증하려고 했던 이들의 마음을 충분하게 흔들었다.

‘화해를 하자, 이건가?’

‘그래, 어차피 블루 자이언트가 등장하면 다시 치고받고 싸울 텐데, 굳이 지금 싸워서 뭐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이벤트 몬스터는 포기하고 레벨업만 하자. 죽는 것보단 그게 훨씬 낫지.’

다들 넘어왔다.

그래도 히르칸의 말에 곧장 맞장구를 치는 유저는 없었다. 주동자가 없는 건 아니다.

초우룽, 그가 주동자란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초우룽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처럼 손가락질하면서 그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는 건, 오히려 손가락질받기 가장 좋은 행동이다. 어쨌거나 초우룽은 제안을 했을 뿐이고, 선택은 본인의 몫이었다. 이 상황에서 책임이 하나도

없는 자는 없다.

‘꼬였다.’

물론 초우룽의 사정은 이제 최악이 됐다. 이제 초우룽은 히르칸과 대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사실을 말할 필요는 없다. 초우룽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필요는 조금도 없다. 드러내서도 안 된다. 이 사건에 빅스마일이 연관되는 순간 상황은 엉망을 넘어 막장에 다다른다.

‘어쩔 수 없지.’

여기서 초우룽은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깔끔하게 끝내자.’

어영부영 뒷걸음질 치다가 벼랑 끝까지 몰릴 바에는 스스로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는 게 최선이다.

초우룽이 소리쳤다.

“내가 주동자다.”

그 말에 히르칸이 고개를 돌려 초우룽을 바라봤다. 히르칸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응?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익숙하진 않은데,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그렇다고 초우룽이 흔한 외모의 소유자인 건 아니었다. 각진 턱에 얼굴선이 굵었고, 눈썹도 매우 굵었다. 인상이 굵게 남는 타입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으면 정말로 봤을 가능성이 크다.

‘역시 개인적인 원한을 가진 놈이 일을 벌인 건가?’

피어오르는 궁금증을 히르칸은 굳이 참지 않았다.

“나하고 원한관계라도 있나?”

“그럴 리가. 처음 보는 사이인데.”

“이유는?”

“강하니까. 힘을 합치지 않으면 결코 잡을 수 없는 경쟁자가 활개 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지.”

그냥 들으면 어처구니없는 소리이지만, 히르칸이 들었을 때는 충분히 타당한 이유였다.

히르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이유라면 얼마든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일을 저질렀으니, 최소한의 마무리는 해야지. 1대1 대결을 신청한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초우룽이 히르칸을 향해 검을 겨눈 채 전투 준비 자세를 취했다.

좌중이 술렁거렸다.

‘대단하네.’

‘하회탈을 상대로 1대1 승부라니.’

설마 이 자리에서 1대1 승부를 제안할 줄이야? 확실히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꽤 낭만적인 광경이기도 했다. 어찌 됐건 본인이 책임지고 나서는 모습, 손가락질보다는 박수가 어울린다.

그리고 이게 초우룽이 마지막으로 던지는 승부수였다.

‘어차피 하회탈하고는 좋게 지낼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차라리 1대1 승부로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하는 게 최선이다.’

히르칸을 이길 자신은 솔직히 없다. 히르칸은 괴물이다. 그를 1대1로 잡으려면 못해도 승급은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길 확률이 0퍼센트인 건 아니다.

초우룽도 약자는 아니다. 자기 레벨대에서는 적수가 많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다.

‘이긴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긴다.’

이기면 대박이다. 하회탈이 가진 명성 전부를 초우룽이 먹어치울 수 있다. 단 한 번의 전투로 워로드에서 이름난 슈퍼 루키가 되는 거다. 더 나아가 헤비빈은 물론 아폴로부터 적지 않은 포상도 받을 수 있다.

이 정도 메리트라면, 48시간짜리 목숨 한 번 걸어봐도 나쁠 건 없다.

히르칸은 그런 초우룽을 바라보며 주머니에서 해골 조각상 하나를 꺼내, 초우룽 앞에 던졌다. 해골 전사가 곧바로 모습을 갖춘 채 히르칸과 초우룽 사이를 가로막았다.

말은 없다.

제스처도 없다.

그러나 그건 누가 보더라도 히르칸이 초우룽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초우룽은 자세를 잡았다.

‘좋아, 해골부터 처리한다.’

히르칸의 해골 전사가 보통 해골 전사가 아니라는 건 히르칸을 아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 무엇보다 히르칸의 해골 전사 육성법을 궁금해한다. 이미 많은 길드, 돈 많은 유저들이 히르칸에게 해골 전사 육성법을 팔라고 공개적인

제안도 했을 정도다.

잘 피한다. 요리조리, 어지간한 공격은 가뿐하게 피한다. 유저보다 잘 싸우는 수준이다. 섣불리 공격했다가는 오히려 틈이 생기고, 해골 전사에게 틈을 역공당하기 십상.

반대로 해골 전사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카운터 타입을 공략할 때는 오히려 카운터가 답이지.’

히르칸이 부리는 해골 전사는 적의 공격을 피한 후에 반격하는데 능숙하다.

반면 선공을 취하지 않는 대상, 방어적인 상대 앞에서는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전투 능력을 보여주진 못한다. 강하긴 강하지만, 단순하다.

단순한 것만큼 공략하기 쉬운 것 역시 없다. 무엇보다 해골 전사의 가장 큰 약점은 방어력이다. 본 아머도 두르지 못한 해골 전사는 굳이 스킬 공격이 아니더라도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약하다.

초우룽 입장에서는 서둘러서 공격할 이유가 없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승부에서 무모한 짓보다는 침착한 판단이 중요하다.

초우룽이 경계심을 갖춘 채 해골 전사의 틈을 노렸다. 초우룽은 해골 전사가 먼저 공격을 하길 기다렸다.

‘와라. 오면 베어버린 후에 곧바로 하회탈과의 거리를 돌진으로 좁히는 거다.’

그런 초우룽을 바라보던 히르칸이 피식, 웃었다.

웃음을 흘린 히르칸이 주머니 속에서 한 움큼의 해골 조각을 꺼내 바닥 초우룽의 머리 너머로, 등 뒤로 던졌다.

‘어?’

초우룽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날아가는 해골 조각들을 향했고, 해골 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빌어먹을!”

초우룽이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토해내며 몸을 돌렸다. 해골 전사 한 마리가 아니라, 뒤에서 등장하게 될 열 마리의 해골 전사들을 상대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아니, 그런 생각을 할 여력조차 없었다. 그냥 몸이 머리보다 먼저 움직였다.

그렇게 몸을 돌린 초우룽, 달리 말하면 히르칸에게 무방비 상태로 등을 내준 격이다.

히르칸이 그 틈을 놓칠 리 만무.

‘넌 뒈졌어.’

초우룽을 향해 히르칸이 곧바로 허리춤에 달아둔 뼈폭탄을 던졌다. 다섯 개의 뼈폭탄, 개당 50골드짜리 뼈폭탄이 초우룽의 발치로 날아갔고.

콰왕!

곧바로 폭발했다.

“으악!”

폭발력은 상당했고, 주변에도 여파를 줬다.

초우룽 주변에 있던 유저들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거나 반사적으로 팔을 들며 폭발의 여파를 피하거나 막았다.

그 사이 히르칸이 폭발 사이로 몸을 던졌다. 히르칸의 눈이 폭발로 생긴 분진 속에서, 모래먼지 속에서 초우룽의 모습을 잽싸게 포착했다.

쉬익!

히르칸은 초우룽의 갑옷과 투구 사이, 그 틈을 향해 자신이 가진 검을 내찔렀고.

콰직!

검은 거친 소리를 내며 초우룽의 목덜미에 박혔다.

“큭!”

초우룽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히르칸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초우룽의 목덜미를 파고든 검에 힘을 더 주었다. 초우룽의 몸뚱이가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철퍼덕!

바닥에 넘어진 초우룽. 히르칸은 곧바로 그의 등판을 꾹, 밟아 눌렀다. 초우룽이 쉽사리 일어나지 못하게 만든 상태로 만들었다. 그 후에 초우룽의 목에 꽂힌 검을 살짝 뽑은 후에, 같은 부위를 다시 한 번 정확하게.

푹!

재차 찔렀다.

푹, 푹!

기계나 토해낼 만한 규칙적인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

그것으로 상황은 이미 끝이었다. 데미지도 상당했지만, 이 상황에서 초우룽이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은 없었다.

“젠장!”

초우룽이 할 수 있는 건 바닥에 깔린 채 쓴소리를 내뱉는 것뿐. 히르칸은 그런 초우룽에게 말했다.

“실력으로 패배하면 패배하는 입장에서도 참 깔끔하지.”

속마음을 들킨 듯, 초우룽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난 그런 게 싫어.”

히르칸은 말과 말 사이에 마침표를 찍듯이, 초우룽의 목덜미를 칼로 찍었다.

“넌 나한테 그런 배려를 해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잖아? 날 어떻게 하면 제대로 엿 먹일 수 있을지, 그런 수작만 부렸지. 그런 놈에게 깔끔한 패배를 안겨준다?”

푹!

히르칸이 재차 검을 찔러 넣었다.

초우룽의 이를 콱 물었다.

“내가 미쳤냐?”

고통은 없다. 있을 리 없다. 이보다 더한 꼴을 본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화가 나고,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초우룽, 그가 속했던 프로게이머 구단이 말없이, 잔여 연봉 지급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체됐을 때보다 더한 부글거림이 초우룽의 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이 개자…….”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는 초우룽.

푹푹!

그런 초우룽의 말을 히르칸이 칼질로 막았다.

“헉!”

거듭된 칼질은 기어코 초우룽의 목덜미를 파고들어, 목젖을 뚫고 나왔다. 히르칸은 자신의 칼끝에서 흙더미를 찌르는 느낌이 나온 후에야 마지막 말을 남겼다.

“다음에 만나면 넌 죽는다. 나한테. 무조건.”

그 무렵 좌중의 소란은 진정되어 있었다.

덕분에 좌중에 있던 대부분이 이들이 히르칸과 그의 발치 아래에 시체처럼 깔린 초우룽을 볼 수 있었다. 찰나의 순간 끝난 전투를 말없이 바라봤다.

“초우룽!”

누군가가 초우룽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초우룽과 같은 파티의 유저였다. 그런 그의 외침을 듣는 순간 반응한 건 초우룽이 아니라, 히르칸이었다. 그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

그제야 히르칸은 떠올렸다.

‘초우룽…… 그래, 빅스마일의 팀 중 하나인 킬러 스마일팀. 거기서 봤던 놈이구나. 그런데 빅스마일이 왜 날?’

초우룽, 그는 그 무엇도 얻지 못했다.

2.

초우룽이 죽는 순간, 그의 파티원들이 히르칸을 향해 소리쳤다.

“비겁하게 이게 무슨 짓이야!”

“초우룽은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걸었어!”

히르칸은 그런 그들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실소를 지은 채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1대1로 싸웠는데 비겁하다고? 난 자칫 잘못했으면 38대1로 싸울 뻔했는데?”

히르칸을 향해 재차 언성을 높이려던 초우룽의 동료들은 입을 다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네크로맨서가 해골 전사를 쓰고, 뼈폭탄을 쓰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게 우스운 일이다.

“이이…….”

부들부들, 그저 분을 참느라 몸을 떠는 초우룽의 동료들을 히르칸은 가뿐하게 무시한 채 나머지 인원을 보며 말했다.

“이걸로 상황은 끝. 1대1 승부는 났고, 주동자는 끝났으니, 처음으로 돌아간 겁니다.”

히르칸의 말이 처음과 다르게 정중하게 변했다.

“그럼 이제 다시 시작합시다. 서로 손을 다시 잡든, 아니면 일단 이벤트 몬스터가 나오기 전까지 사냥에 집중해서 실속을 챙기든, 격전지이니까 뭘 하라고 강요는 안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히르칸이 초우룽의 목을 관통한 검을 뽑은 후에 초우룽의 왼손 손목을 검으로 내리쳤다.

카앙!

쇳소리가 났다.

“장갑 좋은 거 꼈나 보네.”

카앙, 카앙!

히르칸은 도끼질을 하듯 초우룽의 건틀렛을 착용한 손목을 수차례 내리친 후에야 갑옷이 뭉개지고, 손목이 잘려나갔다. 히르칸이 발로 그것들을 툭툭 차낸 후에 시계를 챙겼다.

시계를 챙긴 히르칸이 좌중을 보며 말했다.

“다들 즐겜하세요.”

말과 함께 히르칸이 자리를 잽싸게 떠났다. 그 뒤를 해골 전사들이 부리나케 쫓았다.

그 순간.

크오오오!

몬스터 무리들이 폭발음을 듣고 그곳으로 몰려들었다.

격전지가 다시 숨 가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27화. 골렘 업그레이드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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