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75화 (75/192)

< 26화. 격전지 (2). >

5.

[블루 자이언트]

- 퀘스트 등급 : 유니크

- 퀘스트 가능 레벨 : 80레벨 이상, 100레벨 미만

- 퀘스트 내용 : 격전지에 출몰한 돌연변이 몬스터, 블루 자이언트를 처치하라.

- 퀘스트 보상 : 유니크 스킬북(습득 시 귀속)

- 기타 : 이 퀘스트는 이벤트 퀘스트입니다. 이벤트가 종료되면 퀘스트는 사라집니다.

유니크 스킬북.

히르칸은 퀘스트 내용을 보고 또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 듯, 표정을 쉽사리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표정을 감춰주는 하회탈이 그 어느 때보다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거 너무 센데?’

그 정도로 이번 퀘스트는 강렬했다.

거래불가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유니크 스킬북 정도 되면 거래불가의 유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온다는 것 자체가 대박이다.

유니크 스킬은 돈이 있다고 무조건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만큼, 유니크 스킬을 확보한다는 건 같은 직업에서도 차별성을, 그것도 우수한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경쟁이 주류를 이루는 게임에서 우수한 차별성이 가지는 가치는 두말할 것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워로드가 그 우세한 차별성이란 놈을 쉽게 주는 게임인가?

절대 아니다.

이제까지 워로드를 플레이하면서 유니크 스킬북을 퀘스트 보상으로 얻은 이들에게는 아주 대단한 운이 따르거나 혹은 그 운에 비견될 만한 노력을 했다. 또는 그 노력과 운에 준하는 돈을 썼거나.

얻으려면 그만큼의 대가나 운이 따라야 한다.

분명한 지금 히르칸을 찾아온 상황은 무조건 운만 따라서 나온 상황이 아니라는 것.

‘난이도가 괴팍한 수준이겠군.’

히르칸은 격전지를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기에 격전지에 대한 지식이 깊은 건 아니지만, 격전지에 대박 보상이 걸릴 때는 그만큼 난이도가 어렵다는 사실 정도는 안다. 정말 그런 게 보상으로 나온단 말이야?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대박 보상이 걸린 이벤트 퀘

스트가 등장하지만, 그런 이벤트 퀘스트가 나왔을 때 성공하는 만큼 실패하는 경우가 나온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뭐, 난이도는 무의미하겠지만.’

아니, 난이도는 어쩌면 부수적인 문제일 지도 모른다.

보상이 무시무시해졌다.

그럼 자연스럽게.

‘역시 다들 얼굴이 달라졌네.’

경쟁도 무시무시해진다.

하회탈 사이로 뚫린 눈구멍, 그 구멍 사이로 간신히 보이는 히르칸의 눈동자가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주변 경쟁자들의 표정을 봤다.

‘센놈이 누군지 알긴 아는 모양이군.’

자신을 향한 경계심이 조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 표정을 보는 순간 히르칸이 스스로의 표정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히르칸이 입을 꽉 물었다. 저들 입장에서는 히르칸은 최우선 경계대상이다. 결코 히르칸이 자기 마음대로 활개 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서로 손을 잡고 히르칸부터 공격할 수도 있다.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갔네.’

인연이 없었던 격전지 무대를 이번 기회에 좀 즐기고, 팔릴 만한 영상 좀 찍고, 레벨 좀 올리자!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갑자기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일이 됐다.

물론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다는 건 아니다.

‘그래, 해보자. 이것보다 더 지랄 맞은 상황에서 살아남았잖아? 안재현! 머리를 굴려. 상황을 분석해. 방법을 강구해.’

유니크 스킬북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적들, 나중에 히르칸이 30대 길드라는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존재들과 경쟁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죽을 게 겁나서 피한다면, 그냥 지금 가진 아이템을 전부 현금으로 처분한 뒤에

그 돈으로 소고기나 사 먹는 게 낫다.

‘좋아.’

무엇보다 이런 개싸움, 다수가 자기 이익을 위해 손을 잡고 히르칸을 엿 먹이려고 덤벼드는 싸움.

‘날 건드리면, 무조건 시계 서른 개는 챙긴다.’

히르칸이 가장 잘하는 싸움이다.

[성문 개방까지 59분이 남았습니다.]

그 순간 모두의 손목시계에 시간이 표시됐다.

6.

- 형님, 여기 하회탈이 있습니다.

빅스마일 길드는 머릿수가 무기인 길드다.

머릿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내부적으로 파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이 모이면, 무리도 많아진다는 건 그 어느 곳에서나, 심지어 죽을 때가 되더라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

그런 파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알게 모르게 우군을 키울 필요가 있다.

헤비빈도 그랬다. 길드의 역량을 빼돌려 언제 어느 순간에도 자기편이 되어줄 유망주를 키우고 있었고, 지금 그에게 연락을 한 초우룽은 헤비빈이 키우는 유망주 중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키우는 유저였다.

중국의 어느 부호가 가상현실게임 전문 프로게이머 구단 창립을 위해 유망주를 모으고 훈련을 시켰으나, 워로드가 모든 게임을 평정하면서 구단은 해체됐고, 백수가 되어버린 그를 헤비빈이 데려다가 먹을 것을 주고, 게임할 여유를 마련해줬다.

기대할만한 기대주였다. 잘만 키우면, 언젠가는 헤비빈의 주력이 되어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워로드를 일찍 시키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고, 길드에서 공개적으로 키우는 것도 아쉬워서 숨긴 채 키우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초우룽이 우연히 하회탈과 같은 무대에 섰다.

헤비빈은 그 말에 놀라기보다는 짜증이 났다.

‘빌어먹을.’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게 됐으니까.

“정말 하회탈이 맞는 건가?”

- 일단 아이템 세팅은 하회탈이 맞습니다. 물론 이 자가 하회탈을 따라 한 따라쟁이일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눈으로 보면 맞습니다. 저도 그의 영상을 여러 번 봤습니다. 제 감으로는 확신이 듭니다.

헤비빈은 하회탈의 마지막 출몰 위치를 떠올렸다.

‘파릉 숲에 있던 놈이 대체 왜 북부 격전지에 온 거지? 격전지 출입은 어떻게 얻었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하면서 토벌협회 퀘스트도 진행했단 말인가?’

파릉 숲은 현재 워로드 시점으로 최동단이고, 지금 초우룽이 있는 테르베 성벽 격전지는 최북단 지역이다.

이동에만 수일이 걸린다. 때문에 보통 레벨업을 중시하는 유저들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그 수일 동안 사냥을 하는 게 더 이익이다. 랭커들 사이에서는 그 수일을 낭비하느냐, 버느냐에 따라 랭킹이 달라진다. 물론 히르칸이 랭커는 아니지만, 그 역시 레벨을 빨

리 올려야 하는 입장이다.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건 히르칸이 거기 있다는 것.

“격전지 진입은?”

- 50분 남았습니다.

“정체는?”

- 들켰을 리는 없습니다. 제가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녀석은 아니잖습니까?

‘후우.’

대답을 들은 헤비빈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하회탈을 처치하는 건 리스크가 있다. 그는 강하고, 유명하며, 인기도 있다. 안티팬보다 팬이 더 많다.

‘뒤에 뭔가 있는 놈이란 게 마음에 걸린단 말이야.’

여기에 하나 더, 그에게는 배후가 있다. 공개된 건 아니지만, 하회탈의 레벨업 속도, 사냥 스타일, 가진 스킬들, 아이템 등을 보면 결코 맨바닥에서 무자본으로, 그저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기 능력만으로 결과를 이룩한 케이스가 아니다.

그런 주제에 그런 결과물을 만드는 건, 있을 수 없다. 아니, 헤비빈은 그런 사실이 있다고 해도 납득할 수가 없을 것이다. 워로드는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투자를 해야 하는 게임이니까.

그런 하회탈을 건드리면 당연히 그 배후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

‘숨기는 데에 이유는 있겠지만.’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이제까지 하회탈의 행동 패턴을 봤을 때, 고작 한 번 당한 것을 가지고 배후를 내세우거나 그의 배후가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 정도 사건으로 배후를 내세울 정도였다면 애초에 지금까지 감추고 있는 게 우스운 일일 터.

‘이것저것 생각하면 밑도 끝도 없다.’

헤비빈은 복잡해지는 머릿속을 일단 얼려버렸다.

사실 지금 하는 이런저런 고민들은 확실한 근거를 두고 하는 고민이 아니라 추측을 기반으로 한 고민이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확신을 할 수는 없다.

그러니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간단하게 봐야 한다. 하회탈을 잡느냐, 안 잡느냐, 두 가지 상황에서 각각의 메리트와 리스크를 알아야 한다.

‘안 잡으면 리스크는 없지만, 아폴로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아폴로와 끈은 사라지는 셈.’

아폴로는 욕심이 많고 이기적인 놈이다. 자기 심기를 거슬리는 상대를 결코 놔두지 않는다. 본인도 아니고 본인이 만든 길드가 하회탈에게 욕보였다는 이유로 30대 길드 중 한 곳인 빅스마일에 복수를 요청하는 것부터가 그의 배포가 얼마나 옹졸한지 보여주는 대

목이다.

여기에 아폴로는 초우룽을 알고 있다. 초우룽이 격전지 무대 위주로, 레벨업을 위한 사냥을 주로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회탈이 필시 격전지 전투 영상을 올릴 테고, 그럼 초우룽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바닥에서는 정보는 금방 퍼지

니까.

그렇게 되면 아폴로는 무조건 헤비빈을 떠난다. 헤비빈을 떠나 다른 놈에게 돈을 주고 연줄을 만들 것이다. 오히려 그때 되면 배신감을 느낀 아폴로가 헤비빈을 엿 먹이려고 수작을 부릴 수도 있다.

‘잡으면 아폴로로부터 적잖게 받아낼 수 있다. 문제는 하회탈을 적으로 두게 된다는 건데…….’

하회탈을 잡을 경우에는 아폴로로부터 메리트를 얻을 수 있다. 아폴로는 여러모로 잡을 만한 끈이다.

물론 하회탈을 잡으면 앞서 말했듯이 하회탈 그리고 그 배후를 적으로 두게 된다.

핵심은 그 리스크를 죽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초우룽이 빅스마일 소속에 내 밑 사람이란 걸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뿐. 세상은 모른다. 나중에 초우룽이 데뷔를 하면 알게 되겠지만…… 그때 가서 예전 일을 가지고 트집을 잡는 것도 우스운 일. 하물며 하회탈의 배후에 30대 길드가 있다고 해도, 그때까지 빅스

마일이 30대 길드로 남으면, 밀릴 이유는 없다.’

초우룽은 빅스마일 소속이 아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흠.”

의외로 이렇게 보니 선택은 쉬웠다.

남은 건 방법뿐.

“초우룽.”

- 예, 형님.

“하회탈을 죽일 수 있나?”

대답은 곧장 나왔다.

- 죽이기만 하면 됩니까?

매우 빠르게.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

‘음?’

헤비빈이 아는 초우룽은 실력에 자신이 넘치지만, 그렇다고 무모한 짓을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 방법은 상관없이 48시간 동안 워로드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만들면 되는 겁니까?

아무래도 무언가 있는 듯하다.

헤비빈이 기대감 어린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과정을 영상으로 찍을 수 있다면 방법은 아무래도 좋다. 아니, 영상도 아니고 사진도 좋다.”

- 가능할 겁니다. 아니, 어쩌면 제가 나설 필요도 없을 겁니다.

역시 무언가가 있다.

“무슨 말이지?”

- 이번 격전지 이벤트 퀘스트 보상이 유니크 스킬북입니다.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헤비빈의 머릿속에 깔끔하게 변했다. 헤비빈이 마지막 말을 전달했다.

“20분 후 내가 연락하겠다. 대기하도록.”

- 예.

통화를 마친 헤비빈이 곧바로 아폴로에게 통화를 시도했다. 통화는 금방 이루어졌다. 마치 아폴로는 헤비빈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몇 초 걸리지도 않고 연락을 받았다.

헤비빈은 그런 아폴로에게 바로 물었다.

“하회탈이 죽기만 하면 되는 건가?”

- 예. 그냥 죽이면 됩니다. 누가 죽이든 상관없습니다.

“시나리오를 말해주지.”

7.

격전지 무대에서 적이 되거나 혹은 아군이 될지도 모르는 모든 이들이 굳건하게 닫혀 있는 성문 앞에 모였다.

그런 그들 앞에 바이글이 다시 등장했다.

갑옷을 입은 그는 여전히 묵직한 느낌보다는 귀여운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여성 유저 몇 명이 그런 바이글을 지그시 바라보며 손을 휘휘 젓고 있었다. 영상을 찍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 모습을 보던 히르칸은 잠깐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게임 시작하고 쭉쭉빵빵한 미녀 NPC 한 번을 못 봤네. 왜 난 시커먼 사내놈들만 본 거지? 이 게임 예쁜 NPC 많지 않았나? 이거 요정의 숲이라도 가야 하나?’

갑자기 자신의 워로드 플레이 과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퍽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런 사소하기 그지없는 고민은 바이글의 말 한마디에 사라졌다.

“개문!”

쩌렁쩌렁, 힘찬 바이글의 외침과 함께 거대한 성벽 사이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문이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리리, 끼리리, 끼리릭!

온갖 장치들이 굳었던 몸을 푸는 듯한 소리를 뱉었다. 그 소리가 적막감 가득한 주변을 소란스럽게,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그 소리와 함께 내려가는 문은 문이라기보다는 그냥 문 크기의 성벽이었다.

모두가 그 광경 앞에서 침묵했다.

감탄?

아니다.

압도당한 것이다.

이 놀라운 광경, 게임이기에, 가상공간이기에 볼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은 때때로 숨을 막히게 한다.

히르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걸 많이 봐서 압도당해 숨을 못 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언제나 놀라웠다.

‘이래서 워로드가 재밌고, 무섭다니까.’

그 무엇도 가능한 세계, 그러나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세계, 무시무시한 세계.

그게 히르칸이 무대로 삼는 워로드란 세계다.

이윽고 문이 다 내려갔을 때, 바이글은 좌중에 모인 여덟 개의 파티, 총 53명의 유저들에게 말했다.

“어차피 죽음은 각오했을 테니, 살아 돌아오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하나라도 좋으니, 더 많은 몬스터를 잡도록. 또한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살기 위해 성문 근처로 오더라도, 성문은 지금 이 시간부로 144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결코 열리지

않…….”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휘익!

히르칸이 잽싸게 후드를 뒤집어쓴 후, 얼굴 위를 어둠으로 덮은 채 가장 먼저 성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어?”

“헉!”

그 모습을 본 몇몇 이들이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단순히 히르칸이 움직여서 놀란 눈치는 아니었다. 주시하고 있던 사냥감이 갑자기 움직이는 걸 본 사냥꾼의 움찔거림.

“……는다.”

그 움찔거림 끝으로 바이글이 말을 마친 후에 휙, 고개를 돌려 히르칸이 지나간 방향을 바라봤다.

히르칸은 매우 빨랐기에 어느새 점이 되어 성벽 너머의 숲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히르칸이 먼저 주사위를 던졌다.

8.

초우룽은 히르칸이 달려나가는 순간.

‘이런.’

일이 틀어짐을 느꼈다.

‘이러면 계획과 다른데.’

히르칸을 죽인다.

그것을 위해 계획을 세웠다. 어려울 건 없었다. 초우룽은 히르칸을 경계하는 자들에게 접근했고, 그들에게 제안했다.

히르칸부터 제거를 하고, 그 이후 평화롭게 사냥을 한 후, 이벤트 몬스터인 블루 자이언트가 등장하면 새로운 경쟁을 하자!

여러 무리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일부가 편을 먹고 다른 경쟁자를 제거하는 건 싸움의 기본 중의 기본이었고, 그런 초우룽의 제안을 거절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히르칸을 제외한 일곱 개의 파티 중 초우룽이 속한 파티를 포함한 다섯 곳이 초우룽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개중에는 히르칸과 인증사진을 찍은 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건 그거, 이건 이거…… 하회탈이 가진 명성과 특색, 실력이 언제나 감탄과 박수를 부르는 게 아니라는 증거였다.

‘쉽게 갈 생각이었는데…….’

이쯤 되면 이미 게임은 끝이었다. 히르칸 혼자서, 다섯 개의 파티, 합이 38명의 유저를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며 그 어떤 도움도, 도망칠 곳도 없는 장소에서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데 히르칸이 이렇게 곧장 먼저 움직일 줄이야.

확실히 히르칸의 행동은 예상외였고, 히르칸의 행동에 히르칸을 같이 잡기로 합의를 한 이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혼란, 그 혼란 속에서 초우룽이 상황을 정리했다.

‘어차피 사냥을 하면 흔적이 남는다. 시간은 144시간이나 남아있다. 포착하면, 그때 잡으면 돼.’

초우룽이 자신과 커뮤니티를 만든 유저들을 바라봤다.

당황하던 그들에게 초우룽이 보이스톡 프로그램으로 계획 변경을 알렸다.

그들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시선이 그들과 손을 잡지 않은 유저들을 훑었다.

“하회탈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거지?”

“우리도 빨리 갈까?”

“천천히 하자. 일단 몬스터부터 잡아야지. 몸조심하는 게 가장 중요해.”

히르칸을 제거하기 전에, 그들과 손을 잡지 않은 두 곳을 먼저 제거하는 게 우선순위가 되는 순간이었다.

< 26화. 격전지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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