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헬름 오우거 (1). >
1.
[레벨이 올랐습니다.]
기분 좋은 소리가 났다.
‘쉴 틈을 안 주는군.’
하지만 히르칸은 레벨업 알림이 들리는 순간, 기분 좋은 미소 대신 찡그린 표정을 지은 채 숨을 고른 후, 눈앞에 보이는 전장을 향해 몸을 던졌다.
히르칸이 몸을 던진 전장에는 검은빛의 우둘투둘, 돌멩이 같은 피부를 가진 3미터 신장의 거인 두 마리와 일곱 마리의 해골 전사, 그리고 골렘이 어우러져 있었다.
90레벨 몬스터, 블랙 트롤.
질긴 피부에서 나오는 강인한 방어력과 섬뜩한 수준의 재생능력 그리고 아주아주 짭짤한 경험치를 자랑하는 녀석으로, 조금 전 들고 있는 몽둥이로 히르칸을 가차 없이 제대로 후려친 장본인들이었다.
나름 치명적인 일격을 받고 날아간 히르칸이 상처를 치료하고, HP를 회복시키기 위해 소모 아이템을 먹으려는 순간, 한 마리의 블랙 트롤이 죽으면서 레벨업을 하게 된 것이다.
레벨업 보너스로 모든 상태 이상에서 회복하고, 체력과 마력이 가득 찬 히르칸에게 휴식을 누릴 여유는 없었다.
‘진짜 힘들어 죽겠다.’
투정을 꾹, 삼키며 블랙 트롤에게 달려든 히르칸은 블랙 트롤의 벼락처럼 내려치는 몽둥이를 옆으로 걸음을 밟으며 피한 후에 곧장 미끄러지며 블랙 트롤의 가랑이 사이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급정지.
이후 빠른 도약과 함께 블랙 트롤의 등을 향해 들고 있는 화이트맘바 이빨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화이트맘바의 이빨검, 70레벨의 아이템으로 무려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주요 속성이 랜덤으로 설정되는 과정에서 힘과 체력 대신 지력과 마력이 붙는 바람에 경매장에 저렴하게 나온 물건을 히르칸이 구매했다. 구매가는 아주 저렴하게 나와서 3만 8천 골
드.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말도 안 되는 값이지만, 이 값이 저렴하게 느껴질 만한 아이템이었다.
[블랙 트롤이 화이트맘바의 독기에 중독됩니다.]
화이트맘바 이빨검의 보조 속성, 중독!
중독을 통한 데미지는 꽤 강력했다. 더욱이 트롤처럼 피부 재생력이 강한 녀석들에게는 중독 마법이 잘 먹힌다. 재생력이 강하다고 해도 HP는 정해져 있으니까. HP가 회복되는 게 아니라, 단지 입은 상처가 회복되는 것뿐이다. 독의 효과는 재생능력과 상관없이 지
속된다.
더불어 데미지도 위력적이다. 이 두껍기 그지없는 블랙 트롤의 가죽을 단숨에 뚫는 게 그 증거다.
그렇게 깊숙하게 칼을 찔러넣자, 블랙 트롤의 재생능력이 발동했다. 곧장 검에 찔린 채로 피부를 재생했다. 히르칸의 검이 굳게 박혔다. 히르칸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칼을 잡은 채 두 발을 트롤의 등판에 올렸다. 그 모습이 마치 암벽 등반을 하는 클라이머와
비슷했다.
능숙한 솜씨였고, 당연한 솜씨였다.
워로드 유저들이 괜히 클라이밍 테스트를 하는 게 아니다. 암벽 등반 기술은 워로드에서 몬스터, 특히 중형 이상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 몬스터의 몸에 보다 잘 달라붙을 수 있다는 건,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이니까.
츠릉!
히르칸은 그 상태에서 허리춤에 있는 다른 칼을 뽑은 후에 쉴 새 없이 칼을 움직이며 블랙 트롤의 등판에 칼자국을 만들었다.
스읏, 스읏!
칼자국을 만들 때마다 다시금 상처가 회복되는 광경은 섬뜩했다. 분명한 건 데미지는 누적되고 있었고, 블랙 트롤의 HP는 거듭,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어어!
블랙 트롤이 결국 자신의 관심을 히르칸에게 돌렸다. 어그로가 히르칸을 향했다. 블랙 트롤은 자신의 등판에 달라붙는 히르칸을 잡기 위해 몸을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앞에 섬뜩한 무기를 든 해골 전사들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실수였다.
더군다나 블랙 트롤과 조금 전까지 정면에서 상대하고 있던 블랙 오크 해골 전사의 손에 쥔 건, 오크 히어로의 검이었다. 대상의 방어력을 무시하는 그 위력의 검은…….
서걱, 서걱!
단숨에 블랙 트롤의 양쪽 무릎에 무시 못할 상처를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떨그럭떨그럭!
기회를 잡은 해골 전사들은 뼛소리를 내며 블랙 트롤에게 달려들었다. 그들 머리에 달린 뿔, 매드니스 헬름은 그들을 더더욱 저돌적으로 그리고 무시무시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히르칸의 거듭된 가르침 그리고 계속된 전투는 이미 해골 전사들의 전투 인공지능
을 수준급으로 만들었다.
해골 전사들은 틈이 보이는 순간, 미꾸라지처럼 그 틈으로 달려들었다.
달려든 후에.
푹, 쉬익, 쿡!
칼로 낼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소리를 냈다.
우어어!
블랙 트롤의 비명이 넓게 번졌고, 그러는 사이 히르칸 역시 쉴 새 없이 칼을 놀렸다. 그런 히르칸이 어느 순간 곧바로 땅에 박힌 검을 뽑듯, 블랙 트롤의 등을 양발로 밟은 채 화이트맘바의 이빨검을 뽑았다.
푸홧!
검이 뽑히며 핏줄기가 분수처럼 솟아올랐고, 히르칸의 몸 역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히르칸이 바닥을 한 바퀴 구른 후 멀쩡히 두 다리로 섰다.
우오?
자신의 등을 짜증날 정도로 교묘하게 괴롭히던 히르칸이 바닥에 알아서 떨어져 주자, 블랙 트롤이 히르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건 곧 블랙 트롤을 괴롭히던 해골 전사들로부터 등을 돌린다는 의미!
씨익!
하회탈 아래로 히르칸이 깊은 미소를 지었다.
2.
[히르칸]
- 레벨 : 75
- 직업 : 마법사
- 타이틀 : 39개
- 능력치 : 근력(649)/체력(219)/지력(352)/마력(467)
‘사냥개 세트 옵션이 끝내주긴 하네.’
레벨업으로 얻은 능력치 포인트를 찍기 위해 능력치 창을 살핀 히르칸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70레벨이 될 때를 대비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둔 그림자 사냥개 세트의 옵션은 만족, 그 이상이었다. 이제는 여러모로 풍족해진 능력치들이 히르칸의 마음도
풍족하게 만들어줬다.
물론.
‘그런데 요즘 왜 이렇게 그림자 사냥개 세트가 막 풀리는 거지? 오늘 경매장에만 풀세트로 10개 세트 이상이 나오다니, 설마 이러다 가격이 떨어지는 거 아니야?’
워낙 비싼 돈을, 무려 3만 7천 골드를 지불해서 구매한 그림자 사냥개 세트의 시세는 히르칸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주었다. 이제는 전 재산을 주식에 투자한 후 매일매일 자기가 구매한 주식의 주가만 바라보는 심정도 알게 됐다.
그야말로 사서 고생하는 상황. 히르칸은 이런 자신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좋은 것만 생각하자. 좋은 것만.’
히르칸이 억지로 긍정적인 것들을 떠올렸다.
‘일단 레벨업은 아주 잘 되고 있어.’
가장 긍정적인 소식은 레벨업 페이스였다. 현재 히르칸의 레벨업 페이스는 최고였다. 한 달에 10레벨을 올리는 게 현재 히르칸의 목표였다. 이 정도 속도면, 1년 이내에 최상위 랭커급에 근접한 레벨을 찍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파릉 숲에서는 무려 13일 만에 5레
벨을 찍었다. 매우 놀라운 레벨업 페이스였다.
‘랭커와의 차이도 분명 좁혀지고 있어.’
더불어 현재 워로드 최고 레벨은 134레벨. 최고 레벨 달성자는 당연히 퍼스트원 설우다. 100위 랭커의 레벨은 125였다. 75레벨인 히르칸에게는 여전히 아득한 레벨이지만, 히르칸은 그들과의 격차를 느리게, 점진적으로 좁히는 중이었다.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여기 몬스터가 너무 많아서 생긴 결과물이란 게 문제라면 문제인데 말이야.’
그러나 정상적인 신호는 아니었다.
파릉 숲.
90레벨이 넘는 블랙 트롤이 우글거리며, 필드 보스 몬스터로는 정말 무시무시한 레드 아이 오우거, 속칭 붉은눈이 등장하는 사냥터다. 두 몬스터 외에도 70레벨에서 90레벨 사이의 잔챙이 몬스터가 등장한다. 여기까지는 문제 될 게 없다.
문제는 지금 파릉 숲에서 상주하며, 사냥을 하는 유저의 수가 굉장히 적다는 점이었다. 현재 파릉 숲에는 빌리지조차 형성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이곳을 무대로 삼는 유저는 적었다.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일단 당장 빌리지를 만들 만큼 전력이 강력한 길드가 파릉 숲에 빌리지를 만들지 않았다. 파릉 숲이 나쁜 사냥터는 아니지만, 빌리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노력을 할 만큼은 아닐뿐더러, 결정적으로 빌리지를
만들 만한 적당한 장소가 없다.
또한 경험치는 괜찮지만, 90레벨 유저들에게도 난이도가 높은 곳을 멋대로 올 만한 유저들은 많지 않다. 현재 워로드에서 레벨 좀 된다는 유저들은 70레벨 중후반에서 80레벨 초반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파릉 숲보다 훨씬 좋은 사냥터인 불카스 산맥이 있는데
굳이 파릉 숲에 와서 고생할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로 파릉 숲은 몬스터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만약 유저들 다수가 파릉 숲으로 유입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사냥하기 힘들 정도로 몬스터가 늘어나 있을 것이다.
물론 현명한 유저들은 그 시점에서 물러난다. 굳이 목숨 걸고 더 무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히르칸에게는 이곳, 파릉 숲에서 꼭 통과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보름 가까이 파릉 숲을 뒤졌는데, 단서는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어.’
마웅의 부탁.
파릉 숲에 있는 베어 워리어와 같이, 사람처럼 무장을 한 몬스터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히르칸이 알기로 파릉 숲에 갑옷 입은 몬스터는 없었다. 블랙 트롤과 레드 아이 오우거는 특별한 무장을 하는 몬스터가 아니다.
‘대충 상황을 보면 드래곤 리자드 때처럼 정말 낮은 확률로 퀘스트 몬스터와 조우할 수 있다는 건데…….’
만약 파릉 숲에 히르칸의 예상 이상으로 몬스터가 등장하면, 히르칸은 물러날 수밖에 없다. 죽는 것보단 나으니까. 하지만 그건 곧 퀘스트 완료가 나중으로 미뤄진다는 의미.
히르칸이 입을 꽉 물었다.
‘우레사냥꾼 애들은 불카스 산맥을 조만간 졸업하겠지.’
여기서 히르칸의 퀘스트 진행이 지연되면, 우레사냥꾼 길드와 퀘스트 라인이 겹친다.
그렇다면 그들, 우레사냥꾼 길드와 동일 선상에서 경쟁을 해서 히르칸이 이길 가능성은?
높진 않다.
더욱이 다른 길드에게 제쳐지는 건 몰라도, 우레사냥꾼 길드에게 제쳐지는 건 히르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다.
히르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그때 커뮤니티에 들어갈 걸 그랬나?’
이 순간 히르칸인 열흘 전 일이 떠올랐다.
3.
파릉 숲에서 현재 활동 중인 유저 집단은 10개 집단 정도가 있다. 굉장히 적은 숫자다. 파릉 숲의 크기를 고려하면, 50개 이상의 팀이 동시에 사냥을 해도 무방할 정도였으니까.
이런 10개 집단은 대부분 우수한 실력자들이었다. 파티 평균 레벨은 95레벨, 일명 승급 예비반들이다. 워로드에서 큰 전환점이 되어주는 100레벨 달성을 앞둔 유저들을 승급 예비반이라고 부른다.
승급 예비반에 든 유저들은 대개 보다 빨리 100레벨을 찍기 위해 무리를 한다. 힘들고, 어렵고,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최단 시간 내에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사냥터를 찾는다.
알투 패밀리 역시 그랬다.
5명으로 구성된 그들은 전부 98레벨으로 대망의 100레벨까지 2레벨만 남아 있었고, 그들은 누가 보더라도 사냥이 힘들지만, 몬스터가 없어서 걱정할 일은 없는 파릉 숲을 찾았다.
처음에는 좋았다. 몬스터가 곳곳에 넘쳐 있었고, 블랙 트롤은 경험치도 짭짤했으니까.
하지만 최근 알투 패밀리는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이제는 일단 마주치면 세 마리씩 상대해야 하네.”
“블랙 트롤만 만나면 다행이지. 요즘은 블랙 트롤이랑 잔챙이들이 뒤섞이지 않은 적이 없잖아?”
몬스터들 개체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었다. 워로드의 리젠 시스템 설정 때문이었다. 워로드의 리젠 시스템은 추가 유저의 유입을 염두에 두고, 필드에서 사냥 중인 유저들의 전력보다 더 많은 숫자의 몬스터를 리젠시킨다.
그러나 최근 유저들의 추가 유입은 없었고, 결국 늘어난 몬스터는 파릉 숲에서 사냥을 하는 유저들의 몫이었다.
“소모품 상태는 어때?”
“한 번 성이든 어디든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아니면 출장 상인 부르거나. 100레벨까지 버티긴 힘들 거야.”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무리한 전투를 버티기 위해 소모 아이템을 계획보다 더 많이 사용했다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준비를 했는데…….”
“처음에는 그거 사도 다 못 쓴다고 말했을 정도였잖아?”
“돈만 억수로 깨지는군. 여기 와서 적자지?”
“흑자는 힘들지. 운 좋으면 그냥 퉁 치는 거고.”
알투 패밀리가 한숨을 내뱉었다. 아이템을 다시 구해오는 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100레벨 달성이란 대업이 하루, 이틀 뒤로 미뤄진다는 건 분명 속 쓰린 일이니까. 3일 동안 굶은 개에게 맛있는 사료를 앞에 두고, 참아! 라고 명령을 하는 수준의 일이다.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를 할 수는 없었다. 하루 이틀을 소비하는 게, 게임오버로 48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단 훨씬 이득이란 건 2천만 원짜리 게임기를 자기 돈으로 구매해서 매월 수십만 원짜리 돈을 내고 게임을 하는 자가 모를 리가 없다.
단지 아쉬움이 차오를 뿐.
“역시 그때 그냥 돈이라도 쥐여주고, 하회탈한테 버스라도 태워달라고 할 걸 그랬어.”
그 후회의 중심에는 하회탈 히르칸이 있었다.
“이런 곳에서 솔플을 하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니까.”
“두 눈으로 보고도 두 눈을 의심했지.”
파릉 숲을 무대로 사냥을 하는 그룹의 숫자가 적은 만큼, 누가 누군지는 다들 알고 있었다.
더 나아가 파릉 숲을 무대로 사냥을 하는 이들은 나름의 커뮤니티를 구축한 뒤 필요에 따라 서로를 도왔다. 빌리지조차 없는 상황에서 나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더 나아가 이런 커뮤니티는 결국 인맥이 되어, 나중에 적잖게 도움이 된다. 적어도 같은
무대를 사냥터로 삼는다는 건, 비슷한 실력이라는 의미이니까.
그리고 알투 패밀리는 하회탈 히르칸에게 커뮤니티 가입을 제안했었고, 매몰차게 거절을 당했다. 그때는 알투 패밀리 전부가 ‘뭐 저런 새끼가 다 있어?’ 하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하회탈의 실력이 감탄스러울 따름이었다.
그 정도로 알투 패밀리는 100레벨을 달성하지 못한 채 파릉 숲을 떠나야한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대단한 놈이야.”
“이야기 들어보니까 하회탈이 소환하는 해골 전사들은 오크 히어로 검 끼고 싸운다더군.”
“오크 히어로의 검?”
“그 비싼 걸 해골에게 쥐여준다고? 무슨 재벌집 자식인가?”
“아, 부럽다. 내가 하회탈만큼 게임에 현질을 했으면 지금 레벨이…….”
“하회탈, 걔는 매일매일 스테이크에 와인에, 커피도 직수입한 최고급 커피만 마시겠지?”
“아서라, 소고기는 질려서 못 먹고 캐비어 같은 걸 그냥 스푼 채로 아이스크림 먹듯 퍼먹을걸?”
그렇게 그들이 아쉬움에 별 이상한 생각마저 할 무렵.
“응?”
시시껄렁한 대화를 듣고만 있던 유저 한 명이 무언가를 들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튠 파티가 구조 요청 보냈어.”
“튠 파티가?”
튠 파티.
알투 패밀리와 같이 승급 예비반의 멤버들로, 알투 패밀리와 보름 넘게 알고 지낸 5인 파티였다.
“위치는 우리가 가장 가까운 것 같은데? 어떻게 할래?”
“튠 파티랑 하루 이틀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고, 이런 곳에서 도와줘야지. 어차피 조만간 떠나야 하는데, 도와주고 마무리한 뒤에 떠나자고. 그런데 튠 파티가 우리보다 전력 세지 않나? 블랙 트롤 서너 마리는 문제없이 처리할 텐데?”
“붉은눈이라도 발견한 건가?”
그 질문에 보이스톡을 하던 사내가 잠시 대화를 나눈 후에, 파티원들에게 대답했다.
“오우거는 오우거인데, 투구를 쓴 오우거라는데?”
“뭐?”
< 24화. 헬름 오우거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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