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59화 (59/192)

< 20화. 베어 워리어 (2). >

2.

화르르!

흉갑이 사라지고, 들판을 가득 채운 들풀처럼 갈색빛 털로 가득한 베어 워리어의 등줄기에 불길이 일어났다. 불길이 일어나는 순간 베어 워리어의 흑요석 같은 눈동자가 거세게 요동쳤다.

크오!

베어 워리어는 불덩이가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해골 마법사 한 마리가 홀로 외로이 서 있었다. 베어 워리어는 그 해골 마법사를 향해 두 다리를 거세게 놀리며 달렸다. 달리는 녀석의 보폭과 속도는 신체 능력을 가뿐하게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돌진.

스킬을 사용하는 녀석은 움직이는 재앙이었고, 순식간에 거리를 지척으로 좁히며 방패를 앞세운 몸통박치기를 날리는 베어 워리어를 피할 재간이 해골 마법사에게는 없었다.

콰앙!

굉음이 터지며 해골 마법사의 뼈들이 산산조각이 나며 이미 난장판이 되어버린 숲에 흩뿌려졌다. 섬뜩한 광경을 만들어낸 베어 워리어는 그 광경에도 만족하지 못한 듯, 멈추지 않는 돌진으로 나무 두 그루를 더 부러뜨린 후에야 돌진을 멈췄다.

우오오!

돌진을 멈춘 녀석이 분노 가득 찬 울음을 토해냈다. 그 울음이 칼바람처럼 숲을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갔다. 해골 마법사의 희생을 밑거름 삼아 도망치던 히르칸에게도 베어 워리어의 울음이 닿았다.

‘후우!’

히르칸이 속으로만 길게 숨을 골랐다.

‘죽을 뻔했네.’

베어 워리어와의 전투가 시작된 지 33분째. 히르칸이 목표했던 포인트를 공략하고, 베어 워리어의 흉갑을 벗긴 건 전투 돌입 14분째였다. 그 후 자연스럽게 2페이즈가 시작됐다.

2페이즈가 시작되는 순간 히르칸은 전술은 단순해졌다. 최우선 목표였던 흉갑을 벗긴 이상, 이제 갑옷 파괴가 아니라 데미지 딜링만 신경 쓰면 됐다. 물론 그냥 데미지 딜링을 넣는 건 쉽다.

‘사제가 없으니까 죽을 맛이긴 하구나.’

중요한 건 무사히 넣는 것이었다.

현재 히르칸이 가진 전력 그리고 그 짜임새는 동급 레벨의 5인에서 10인 파티 사이의 수준이었다. 대단한 일이다. 아무리 네크로맨서가 이런 스타일의 직업이라고 해도 혼자서 대여섯 명의 몫을 해낸다는 건, 워로드의 개발자들조차 예상치 못한 결과물일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합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존재했다.

사제의 부재.

히르칸이 당하면 모든 것이 끝장나는 상황에서 히르칸을 살려줄 수 있는 힐러의 부재는 생각보다 컸다.

힐러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힐러의 레벨이 100레벨 정도 되면, 어떤 유저든 죽지만 않으면 60초 안에 다시 싸울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심지어 HP가 0이 되더라도 살릴 수 있는 스킬도 있다. 이런 힐러가 있기에 워로드의 탱커들, 스트라이커들이 과감하게 무시무

시한 괴물의 몸뚱이에 달라붙어 모기처럼 피를 빨아먹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전투에서 히르칸에게 힐러의 도움은 머나먼 이야기, 100골드짜리 HP회복사탕을 미친 듯이 씹어 먹는 것이 유일한 힐링 아이템인 상황에서 히르칸이 구명줄로 삼은 건 두 마리의 해골 마법사였다. 2페이즈에 돌입한 베어 워리어가 마법 공격을 받으

면, 무조건 마법사에게 어그로를 집중한다는 부분을 역으로 이용했다.

물론 여러 번 쓸 수 있는 구명줄은 아니었다.

‘이걸로 해골 마법사는 당분간 쿨타임.’

일단 해골 마법사 소환은 해골 전사 소환보다 쿨타임이 훨씬 더 길었고, 최대 소환 가능 개수도 아직 두 마리에 불과했다.

‘마력 먹는 귀신들이라니까. 아니, 귀신이 아니라 해골이지.’

결정적으로 소환하는데 드는 마력과 마법 공격을 위해 소모되는 마력의 양이 보통이 아니었다.  준비해온 소모 아이템은 엄청 많이 사용했다. 개당 50골드짜리 뼈폭탄은 20개나 썼다. 마력 및 체력 회복 사탕은 쉴 새 없이 먹어치웠다. 입안에 온갖 종류의 사탕 맛

으로 가득 차서, 이제 침만 삼켜도 달콤할 정도였다. 버프 아이템도 대부분 썼다. 가지고 온 것 중 이제 남은 건 2할 정도.

크오오!

히르칸이 베어 워리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슬슬 3페이즈에 돌입할 때가 왔는데…….’

보스 레이드를 할 때 기준점이 되는 건, 준비해온 아이템의 수량이다. 남은 수량보다 몬스터의 HP가 많으면 그 레이드는 망한 거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아주 잘 되는 거다.

당연한 말이지만 망한 레이드에는 목숨을 걸어서는 안 된다. 히르칸도 마찬가지다. 아깝더라도 무리하다가 다 잃는 것보단 빠질 때 빠지는 게 진정한 고수의 능력이다.

물론.

‘제발.’

이런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가 대부분이고, 히르칸도 다를 건 없다. 머리는 이해하지만, 만약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히르칸은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계획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으면 히르칸에게 남은 건 파멸뿐이란 소리.

그 순간.

쿠웅!

베어 워리어의 발구름이 소란스러웠던 숲을 삽시간에 고요하게 만들었다. 살짝 초조함이 깃들었던 히르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숨 죽였던 히르칸이 숨을 토해냈다.

“왔구나!”

3페이즈가 시작됐다.

3.

레이드를 잘하는 명성 많은 유저들이 지겨울 정도로 받는 질문이 있다.

“레이드를 쉽게 잘하는 방법이나 비결이 뭔가요?”

그 질문에 그 유저들은 이런저런 대답을 한다. 동료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공략법을 제대로 숙지하는 게 중요하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그럴싸한 대답들이 나오지만, 사실 가장 확실한 답은 따로 있다.

“당신 레벨보다 낮은 레벨의 몬스터를 잡으세요. 그럼 정말 레이드를 쉽게, 잘할 수 있습니다.”

약한 놈을 잡으면 된다.

워로드는 기본적으로 100레벨 유저는 100레벨 이하의 몬스터를 잡을 수 있도록 몬스터의 능력치를 디자인한다. 개발자가 하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이 그렇게 한다. 어쨌거나 그런 설정에서 100레벨 유저는 100레벨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80레벨짜리 몬스터를 잡

는 게 훨씬 쉽다. RPG게임이 가지는 아주 당연한 특성이다.

그러나 반대로 레이드 좀 한다는 유저들은 기본적으로 자기들보다 적게는 10레벨, 많게는 30,40레벨이나 더 높은 몬스터를 잡으려고 한다. 심지어 보스 몬스터를 말이다. 그렇게 해야지 진짜 레이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게 말하면 무모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미련한 거다.

물론 레이드를 즐기는 게 아니라, 그 레이드를 통해 밥을 벌어먹어야 하는 이들은 그 무모하고 미련한 짓을 해야 한다. 자동차들이 시속 80킬로미터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걸 즐겨보는 사람은 없다. 시속 300킬로미터쯤 나오는 경주를 해야, 그 경기를 보기 위해 수

십만 원짜리 티켓값을 아끼지 않고 지불하게 된다.

그럼 무모하기 그지없는 짓을 하면서도 나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은?

다!

전부 다 잘해야 한다.

냉철한 판단력은 기본이고, 과감한 결단력을 기반으로, 빠른 행동력을 보이며, 때때로 무모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도박수도 시도해야 한다. 이걸 다 잘해야 최고가 될 수 있다.

그런 기준에서 히르칸은 최고다.

쿠웅!

3페이즈에 돌입한 베어 워리어는 모든 능력치가 33퍼센트 증가하며, 그 어떤 디버프 마법도 통하지 않으며, 돌진 스킬을 쿨타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눈에 뵈는 게 없다. 표적이 있으면 달려들어서 박살을 낸다. 돌진하는 베어 워리어를 정면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거대한 트럭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느낌과 흡사하다.

보통은 보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

하지만 히르칸은 오히려 시간을 가늠했다. 달려오는 녀석을 무작정 피하지 않았다.

‘와라!’

히르칸은 오히려 유인을 했다. 큼지막한 바위를 뒤로 한 채 베어 워리어가 지척까지 접근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 상태로 아슬아슬하게 몸을 날리며 베어 워리어의 돌진을 피했다.

꽈앙!

베어 워리어의 몸뚱이가 바위와 부딪치며 굉음을 토해냈다. 바닥을 구르며 착지한 히르칸은 곧바로 베어 워리어의 상태를 살피고, 시선을 돌려 주변을 훑었다.

‘바위가 없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 베어 워리어 같은 타입은 공격으로 데미지 딜링을 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다. 적어도 히르칸이 가진 저력으로는 녀석을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고, 있는 방법도 위력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러니까 조금 전과 같은 방법을 써야 한다.

거대한 바위 또는 절벽 혹은 아주 두꺼운 나무 기둥과 녀석이 충돌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말은 쉽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전속력으로 달려드는 트럭을 아슬아슬한 차이로 피해내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한다. 수차례를 넘어 수십 차례 반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는 입장에서도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긴박한 상황.

하지만 이제 이 상황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다.

크오!

베어 워리어, 그가 방패를 버렸다.

주변을 수색하면서도, 베어 워리어의 낌새를 살피는 걸 잊지 않던 히르칸의 눈빛이 빛났다.

‘특수 패턴!’

방패를 벗은 베어 워리어는 이제부터 유능한 전사가 아닌 포악한 짐승이 된다.

두 다리가 아닌 네 다리로 달리는 짐승!

이제 목숨이 경각에 다다라, 본능만이 남은 짐승!

히르칸이 자신이 발견한 바위를 향해 달렸다. 바위 근처로 도달한 히르칸은 해골 조각을 꺼내 해골 전사를 소환했다. 블러드 고블린 해골 전사가 등장했다. 등장한 녀석이 히르칸을 지그시 바라봤다. 명령을 기다리는 녀석의 손에 히르칸이 뼈폭탄 하나를 쥐여주

며, 녀석의 두개골에 검지로 십자가를 그렸다.

‘좋아.’

그리고 블러드 고블린을 번쩍 들어 수풀 사이로 던졌다.

딱!

수풀 사이로 해골 떨어지는 소리가 나자마자, 딱! 히르칸이 곧바로 비슷한 소리를 손가락으로 냈다.

‘이제 피날레다.’

쿠쿠쿠!

그런 히르칸을 향해 베어 워리어가 거침없이 달렸다. 네 다리로 돌진하는 녀석은 앞선 돌진보다 훨씬 더 빨랐다. 히르칸은 바위를 등진 채 그 광경을 마주했다.

눈 깜빡할 시간조차 없었고, 침 삼킬 시간은 더더욱 없었다.

그로부터 몇 초 후.

꽈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큼지막한 바위가 산산조각이 났다. 바위를 산산조각낸 베어 워리어의 몸뚱이가 바닥을 굴렀다. 4미터의 신장, 톤 단위의 체중을 가진 괴물이 어마어마한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바닥에 구르는 과정은 재앙, 그 자체였다. 구르는 길목에 놓인 나무

기둥은 뿌리째 뽑혔고, 나무기둥이 뽑히면서 땅은 엉망이 됐다.

크오!

베어 워리어는 그 상태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흉포함을 잃지 않은 채, 자신의 건재함을 드러내려는 듯, 두 다리로 굳건하게 섰다. 하지만 꼿꼿하게 서 있는 녀석의 모습에서 처음 보던 그때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었다. 투구는 거듭된 돌진으로 찌그러졌고, 흉갑은

예전에 사라졌으며, 등판의 털은 해골 마법사의 화염 마법에 새카맣게 탔고, 어깨 갑옷과 장갑 역시 걸레가 되었으며, 하체 갑옷 역시 찌그러진 곳투성이였다.

상처투성이.

그런 녀석의 가슴팍을 향해 투박한 디자인의 검 한 자루가 화살처럼 날아왔다.

푹!

오크 히어로의 검.

그 검은 나약해진 베어 워리어의 가슴팍 깊게 박혔다. 베어 워리어가 고개를 들어 검을 던진 자를 바라봤다.

해골 갑옷을 입은 히르칸이 베어 워리어를 향해 양팔을 벌린 채 소리쳤다.

“와라!”

도발!

베어 워리어가 마다할 이유가 없는 도발이었다.

베어 워리어가 히르칸을 향해 처벅처벅 걸어갔다. 칼도, 방패도 사라진 녀석은 두 팔을 놀려 히르칸을 때려 쓰러뜨린 후에 주둥이로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다.

그 순간.

딸그락딸그락!

숨어있던 해골 전사가 등장했다. 머리에 달린 뿔, 매드니스 헬름 효과를 가진 녀석은 신속하게 베어 워리어를 향해 접근했다. 베어 워리어가 녀석의 낌새를 느끼고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해골 전사는 베어 워리어를 향해 몸을 날린 상황이었다. 새처럼 몸을 날린

녀석이 들고 있는 단검으로 베어 워리어의 몸을 벌처럼 쐈다.

그와 동시에.

콰앙!

해골 전사가 들고 있는 뼈폭탄이 폭발했다.

이번에 터진 뼈폭탄의 파괴력은 상당했다.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500골드짜리 뼈폭탄, 히르칸이 준비한 뼈폭탄 중 가장 강력한 놈이었으니까. 70레벨 마법사의 70레벨 마법에 버금가는 위력이다.

물론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베어 워리어는 쓰러지지 않았다.

여기까지 히르칸이 계획했던 시나리오였다.

‘완벽해.’

뼈폭탄의 위력에 신경이 팔린 사이, 질주한 히르칸이 도약했다. 히르칸의 몸이 베어 워리어를 향해 날아갔다. 그런 히르칸이 베어 워리어의 가슴팍에 박힌 검을 잡았다.

푹!

검은 더 깊숙하게 박혔고.

그으으으으!

그 상태로 가죽을, 근육을, 살을 가르며 내려왔다. 베어 워리어의 마지막을 장식한 건, 히르칸의 검이었다.

4.

“타이틀이 2개 필요하다고?”

“예, 불카스 레인저의 대장인 NPC마웅으로부터 시나리오 퀘스트를 얻기 위해서는 불카스 레인저 관련 타이틀이 2개 이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설명을 들은 해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퀘스트 습득 조건이 타이틀 2개라…… 골치 아프게 됐군.”

“당장 빠른 건 불카스 레인저가 주는 퀘스트 10개 완료와 단일 몬스터 100마리 사냥입니다. 퀘스트 팀이 현재 작업 중이니, 금방 끝날 겁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이래서 짜증 난단 말이야. 뭐 하나 하려면 기본적으로 2,3일은 그냥 잡아먹으니…… 혹시 이 근처에 100레벨짜리 사냥터는 없어?”

“불카스 산맥 너머는 현재 블럭 필드입니다. 아직 개방되지 않은 상태라서, 100레벨 넘는 사냥터는 다른 지역으로 돌아가시는 게…….”

설명을 하던 사내는 해치가 손을 내젓는 걸 보며 말을 멈췄다. 해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앞에 놓인 멜론 맥주를 다시 한 번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멜론 맥주를 마시는 해치의 머릿속으로는 짜증이 가득했다.

‘빠르면 이틀, 늦으면 나흘 동안 불카스 산맥에 꼼짝없이 잡혀 있겠군.’

나흘이란 시간이면 1레벨을 올릴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퀘스트를 위해 허비한다는 건 분명 속 쓰린 일이었다. 물론 나중에 가면 이게 더 큰 도움이 된다. 퀘스트 진행을 통해 얻는 타이틀은 1레벨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가 높으니까.

더욱이 짜증 나는 일은 하나 더 있었다.

“그보다 하회탈 히르칸이란 놈은 이 근처에 있는 게 맞아?”

“그게 있는 건 확실합니다. 아폴로 길드라고, 일반 길드가 있는데 최근 하회탈 히르칸과 아폴로 길드가 충돌했다고 합니다.”

“아폴로 길드는 또 뭔데?”

“아폴로라고 집안에 돈이 많은 유저가 만든 길드입니다. 특징은 많이 뚱뚱합니다.”

그 설명에 해치가 누군가를 곧장 떠올렸다.

‘그때 봤던 갑옷이 불쌍하신 그 인간이 아폴로 길드의 아폴로란 인간인 모양이군.’

“그래서 아폴로 길드랑 무슨 이유로 충돌했는데?”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아폴로 길드란 곳이 먼저 시비를 걸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다지 소문이 좋은 길드는 아닙니다. 나쁜 것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아직 불카스 산맥을 떠나지 않은 건 확실합니다. 찾는 건 제가 할 테니까, 찾으면 그때 얼굴만 비춰주시면 됩

니다.”

그 말에도 해치는 여전히 얼굴을 풀지 않았다. 결국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계약 기간만 끝나면, 내가 무조건 이적한다.’

이 순간 계약 기간을 떠올린 해치가 갑자기 멜론 맥주를 전부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해치, 그가 우레사냥꾼과 맺은 계약 기간은 2050년까지였으니까.

< 20화. 베어 워리어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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