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55화 (55/192)

< 19화. 마웅의 시험 (1). >

1.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업을 알리는 알림에도 히르칸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해골 부하들과 칼원숭이가 만들어낸 난전 속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틈을 보이는 칼원숭이의 몸뚱이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히르칸의 장도는 긴 칼자국도 만들었고, 깊은 칼침 자국도 만들어냈고, 때때로는 칼원숭이의 사지 한 곳을 거침없이 잘라내고는 했다.

끼익, 끼익!

히르칸의 장도가 움직일 때마다 칼원숭이의 입에서는 고통 가득 찬 울음이 나왔다. 히르칸이 칼질을 멈추고 자신의 레벨업 사실을 확인한 건, 열두 마리의 칼원숭이가 시체가 된 채 바닥에 너부러진 다음이었다.

히르칸은 능력치를 대충 살폈다. 아니, 능력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거의 매시간 자신의 능력치를 체크하는 히르칸이 자신의 기본 능력치가 어떤지 모를 리 없다. 히르칸은 그저 자신의 레벨이 60레벨이 되었다는 사실만을 인지했다. 인지가 되는 순간 곧바로 너부

러진 칼원숭이들이 도축했다. 히르칸에게는 레벨업보다 아이템 획득이 더 급한 듯 보였다.

가죽을 벗긴 칼원숭이들의 몸뚱이가 아이스크림이 되어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뼈와 가죽만 남은 칼원숭이들의 흔적을 히르칸이 샅샅이 뒤졌다.

“진짜 씨발…….”

그 순간 히르칸이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뱉으며, 이제는 전부 녹아 뼈만 남은 칼원숭이의 머리를 전력을 다해 발로.

빡!

찼다.

슈웅!

히르칸의 발에 맞은 칼원숭이의 뼈가 멀뚱히 선 채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해골 전사를 향해 날아갔다.

쉬익!

해골 전사가 잽싸게 피해냈다. 피해낸 해골 전사가 저 잘했죠? 하는 눈빛으로 히르칸을 바라봤다. 히르칸은 언제나 해골 전사에게 공격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쳤으니까.

하지만 히르칸에게 해골 전사를 칭찬해줄 정신적 여력은 없었다.

“으아아아!”

결국 히르칸이 폭발했다.

“천 마리 넘게 잡았으면 하나 줘도 되잖아! 그런데 왜 나는 안 나오는 거야? 대체 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토봇 소프트에 뭘 잘못했는데? 내가 이 게임에서 대체 뭘 잘못했는데?”

히르칸은 최단 시간 내에 60레벨을 찍기 위해 칼원숭이 사냥을 포기했었다. 그러나 미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에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잡았다. 59레벨을 찍고 60레벨까지 경험치가 약 20퍼센트 정도 남았을 때 생각했다.

60레벨 찍을 때까지만 칼원숭이를 잡아보자!

솔직히 이제는 칼원숭이로부터 재료 보석이 나와도 무의미한 상황이었다. 60레벨이 된 히르칸이 쓸 무기는 정해져 있었으니까. 그야말로 미련을 해결하기 위한 사냥이었다.

해결하기 위한 사냥이었는데…….

‘이건 버그가 확실해. 이 빌어먹을 게임이…….’

빠드득!

히르칸의 이 가는 소리에 적막한 숲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워로드 때문에 화가 났던 적, 짜증 났던 적, 미칠 것 같았던 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이런 식으로 엿을 먹는 건 히르칸의 우여곡절 게이머 인생에서 처음이었으니까.

“어휴.”

물론 이런 상황에서 히르칸이 할 수 있는 분풀이는 없었다. 당장 토봇 소프트를 찾아가서 아이템이 안 나오니까 배상해 달라는 소리를 할 수도 없고, 칼원숭이를 잡아다가 보석을 뱉지 않으면 넌 죽는다! 그런 협박은 더더욱 할 수 없다.

그냥 삭히는 수밖에.

씩씩, 히르칸은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은 자신의 가슴 속 열기를 조금씩 내뱉었다.

그런 히르칸의 이성을 되찾게 만든 건.

쉭!

갑자기 돌아가는 해골 전사들의 머리였다. 해골 전사들의 반응에 히르칸이 경계심을 품은 채 고개를 돌렸다.

‘기습인가?’

그런 히르칸의 시야에 육중한 갑옷을 뒤집어쓴 유저가 거침없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달려오던 유저는 히르칸을 발견하는 순간 멈췄다.

“전투 중지!”

멈추자마자 소리쳤다.

“유저! 유저다! 몹 아니고, 유저야!”

그 외침은 후방에 있는 동료들을 향한 외침이었고, 외침을 마친 유저는 히르칸을 바라보며 목을 가볍게 숙였다.

“미안합니다, 몬스터인 줄 알았습니다.”

아무래도 히르칸이 소환한 해골 전사들을 몬스터로 착각한 모양. 히르칸 입장에서는 특별한 경험은 아니었다.

“괜찮습니다.”

히르칸의 괜찮다는 말에도 검사 유저는 몇 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 그의 동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사 두 명과 사제 두 명 그리고 검사 한 명 더.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였고, 그들은 히르칸과 해골 전사들을 바라보며 곧바로 관심을 보였다.

“설마 그 사람인가?”

“하회탈 히르칸? 맞는 거 같은데?”

그중 두 명은 히르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불카스 산맥에서 사냥한다는 소문이 있긴 했는데, 진짜였구나. 저 사람 전투 영상 끝내주던데.”

“그게 누군데? 저 사람 유명인이야?”

물론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요즘 유튜브에서 꽤 잘 나가. 영상 검색해봐. 기가 막혀.”

“그래? 하지만 난 본 적 없는데?”

“유튜브로 여자 아이돌 직캠만 떠올리는 네가 퍽이나 봤겠다.”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보는 듯한 그들의 시선.

이런 시선에 히르칸은 기분 상하지 않았다. 애초에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수익을 추구한다는 건 이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적의 없는 관심을 가져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 워로드에서 관심이란 건 호의 이상으로 적의가 많으니까.

검사 유저가 그런 동료들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했다.

“잔소리 말고 철수해!”

동시에 그 검사 유저가 히르칸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예의를 갖췄다.

“괜히 소란 피워서 죄송합니다. 득템하세요.”

‘이런 씨…….’

그 순간 히르칸은 저도 모르게 욱! 할 뻔했다. 상대가 악의를 가지고 한 말이 아님에도 저도 모르게 화가 났다. 칼원숭이 때문에 없던 분노조절장애마저 생길 기세.

그래도 당장 초면인 상대 앞에서 욕짓거리를 내뱉을 만큼 이성이 밑바닥까지 떨어진 건 아니었다.

히르칸이 입을 열고 천천히 말을 뱉었다.

“예, 수고하십시오.”

인사가 끝나자, 그들은 별다른 소란 없이 물러났다. 소란이 있을 이유는 없었다. 굳이 다른 유저를 공격하면서까지 자신들의 폭력성을 해방시키고 싶은 유저들은 많지 않으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워로드에서 자신의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상대는 얼마든지 있

다.

‘후우.’

한편으로 히르칸은 시간이 제법 흘렀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하긴 27일이나 지났으니까, 일반 유저들하고 마주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

50레벨에서 60레벨을 달성하기까지 27일이 걸렸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신기록에 가까운 기록이었다. 보통 이 구간에서 10레벨을 찍는데 걸리는 시간은 30일 안팎이니까. 그 기준은 현재 100위 안에 드는 최상위 랭커들의 기준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히르칸은 3

일이나 단축했다. 히르칸의 레벨업 속도는 최고 레벨의 유저, 퍼스트원과 비교해도 부족할 게 없었다.

한편으로는 히르칸이 불카스 산맥의 첫발을 내디딘 대가로 타이틀을 받은 이후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한 달 전 불카스 산맥은 그 누구도 모르는 사냥터였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불카스 산맥은 슬슬 달콤한 젖과 꿀이 졸졸 흐르는 지역이란 사실이 어느 정도 퍼진 상황이었다. 일반 유저는 물론, 제법 이름 있는 길드들도 이곳에서 터를 잡고 본격적인 사냥 지도를

만들고 있었다.

‘칼원숭이를 상대로 화풀이나 할 때가 아니야.’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더 많은 유저가 올 것이다. 유저가 많아진다는 건 경쟁자가 많아진다는 의미.

‘서두르는 게 좋겠어.’

경쟁자가 늘어나기 전에 미리 일을 처리하는 건, 신속한 게임 진행의 기본이다.

‘불카스 레인저의 친구, 불카스 산맥의 청소부, 일단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충족했고.’

무엇보다 지금부터 히르칸이 노리는 건, 그 누구보다 경쟁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마웅으로부터 배덕의 왕자 퀘스트를 받을 수 있겠지?’

배덕의 왕자.

타락 백작의 배후이며, 타락의 힘을 이용해 왕좌를 찬탈하고자 하는 왕자이며, 워로드 두 번째 메인 시나리오의 주연이다.

그런 배덕의 왕자의 정체를 불카스 레인저의 대장인 마웅이 알고 있다.

이게 이번 메인 시나리오의 시작점이다.

마웅은 불카스 산맥에서 최근 일어나는 괴이한 변화를 인지하고, 그 배후로 배덕의 왕자를 의심하고 있으나, 그 의심을 속으로만 품고 있다. 한 나라의 왕자가 타락의 힘을 이용해 왕위 찬탈을 노린다는 사실을 근거 없이 떠벌리는 건 누가 보더라도 비상식적인 일

이니까.

동시에 마웅은 이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어줄 근거를 찾기 위한 믿을 수 있는 동료를 모으고 있었다.

때문에 마웅으로부터 이 퀘스트를 받기 위해서는 불카스 레인저를 통해 얻은 다수의 퀘스트 완료 기록과 불카스 레인저와 관련된 타이틀을 2개 이상 확보해야 했다.

히르칸의 경우에는 불카스 레인저가 주는 퀘스트 22개를 완료하며 불카스 레인저의 친구 타이틀과 불카스 산맥에서 천 마리가 넘는 몬스터를 잡으면서 불카스 산맥의 청소부 타이틀을 확보한 상황이었다.

이제는 마웅을 찾아가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반응을 보여줄 것이다. 그 반응을 캐치하는 게 핵심이다.

더불어 마웅은 이런 히르칸을 시험하기 위해 불카스 산맥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베어 워리어 사냥을 요구할 것이다. 그 시험을 통과하는 순간 히르칸은 배덕의 왕자 편을 시작할 수 있다.

‘좋아, 일단 정비를 마치고 곧장 움직이자.’

마음을 추스른 히르칸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빠악!

히르칸이 바닥에 너부러진 칼원숭이의 두개골을 다시 한 번 발로 세게 찼다.

“아오, 빡쳐!”

마음은 추슬렀지만, 화는 덜 풀린 히르칸이었다.

3.

[요청하신 환전이 끝났습니다.]

안재현은 문자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태블릿PC를 통해 자신의 워로드 캐릭터 히르칸의 골드 보유 상황을 체크했다. 안재현의 두꺼운 안경에 13,598이라는 숫자가 반사됐다.

‘한 달 만에 정말 많이 모았구나.’

1만 3천 골드.

꽤 큰 금액이었다. 일단 현금으로 환산하면 1천 3백만 원이다. 안재현이 한 달 동안 사냥을 하면서 번 돈, 퀘스트 보상 그리고 유튜브 수입의 총합이었다. 물론 여기에 안재현이 구매하고, 레벨이 오르면서 팔아치운 아이템 값도 포함되어 있었다. 안재현이 한 달 만

에 1천만 원 넘는 돈을 번 건 절대 아니었다.

그래도 충분히 대단했다.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사채까지 빌리면서 게임을 시작한 주제에 사채 빚을 전부 갚고, 매달 천만 원이 넘는 돈을 게임을 해서 벌고 있다. 이 정도면 명절에 온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요즘 무슨 일을 하냐는 말에 자신 있게, 집밖으로 한 발

자국으로 안 나가고 집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게임하는데요? 라고 자랑을 해도 될 정도다. 그렇게 게임해서 매달 천만 원 넘게 번다는데 누가 구박을 줄까?

하지만 그렇게 잘 버는 것치고 안재현은 여전히 배고픈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하면 이게 내가 쓸 수 있는 전재산이라 이거지?’

중국음식점에서 탕수육 시켜먹을 돈조차 아끼는 중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안재현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 돈으로 이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는 건데.’

현재 안재현의 캐릭터인 히르칸은 투자를 거듭해도 모자랄 정도로 구멍이 많았다.

당장 아이템 세팅은 괜찮다. 타락 추적자의 목걸이, 반지는 100레벨 넘어서도 쓸 정도로 훌륭한 아이템이었고, 해골뱀 세트와 오크 히어로의 검 역시 70레벨까지 사용해도 무방할 정도로 괜찮았다.

문제는 습득한 스킬 목록.

‘일단 무조건 구매해야 하는 스킬북은…….’

소환 스킬트리는 괜찮았다. 10레벨 구간마다 얻는 공짜 스킬은 다 배웠고, 그 외에도 [해골학]과 [매드니스 헬름] 같은 희귀한 스킬도 확보했다.

하지만 저주 스킬트리와 육체 개조 스킬트리는 나무로 따지면, 가지조차 자라나지 않은 수준이었다.

저주 스킬트리 경우에는 마귀 저주와 나태 저주, 두 가지가 전부였고 육체 개조 스킬트리에는 피부 재봉만이 덩그러니 존재했다. 그 두 스킬의 상위 스킬은 단 하나도 배우지 못했다.

물론 배우기 싫어서 안 배운 게 아니다. 못 배웠다.

이유? 비쌌으니까.

다행히도 안재현은 자신에게 당장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 그 사실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부식 귀신은 꼭 배워야겠고.’

나태 저주 상위 스킬인 [부식 귀신]. 대상의 방어구를 부식시켜 방어력을 떨어뜨리는 저주 스킬로, 저주 법사의 핵심 스킬 중 하나다. 스킬북 현재 시세는 1천 골드다.

‘그러면 블라인드도 당연히 구해둬야지.’

부식 귀신 스킬의 상위 스킬인 [블라인드]. 설명 그대로 대상의 시야를 암흑천지로 만드는 스킬로 저주 법사의 핵심 스킬 중 하나이며, PK에서 가장 효과가 아주 좋은 스킬이다. 유저와 싸울 일이 많은 히르칸은 꼭 배워야 하는 스킬로, 현재 블라인드 스킬북의 시

세는 1천 골드!

‘육체 개조에서는 각력 개조를 습득해야 다른 걸 배우든지, 말든지 고민할 수 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고…….’

육체 개조 입문 스킬인 피부 재봉 상위 스킬 [각력 개조]. 패시브 스킬로 이동 속도 및 도약력을 올려주는 스킬로 근력 스탯이 부족한 마법사 직업에게 기동력과 생존력을 올려준다. 스킬북의 시세는 1천 5백 골드다.

‘여기에 가짜 심장까지는 얼마를 들여서라도 확보하는 게 좋겠지.’

육체 개조 레어 등급의 스킬인 [가짜 심장]. 패시브 스킬로 체력을 높여주는 스킬이다. 스킬북 시세는 1천 5백 골드.

각력 개조와 가짜 심장 스킬이 비싼 이유는 체력과 기동력이 부족한 흑마법사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패시브 스킬이기 때문이다. 네크로맨서가 아니더라도, 흑마법사 모두가 여유가 있을 때 찾는 스킬이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은 소량. 비쌀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가 안재현이 원하는 스킬북이다. 네 개의 스킬북을 합치면, 가격은 5천 골드!

계산을 마친 안재현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워로드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고 해도 스킬 네 개 배우는데 돈 오백만 원이라니.’

새삼스럽다.

‘미친 게임은 미친 게임이라니까. 이 게임 때문에 집 담보로 대출 받는 인간까지 있으니…….’

안재현은 자신이 얼마나 비싼 게임을 하는지, 그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후우.”

물론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미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리고 보다 나은 성장을, 미래를 위해선 꼭 필요한 스킬이다. 그럼 구매를 망설일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이 순간 안재현의 고민은 남은 골드의 사용처였다.

‘네 가지 스킬북을 구매한 후에 8천 골드쯤 남는군. 이걸로 소비 아이템을 구매하고…… 또 뭘 살까?’

어떻게 하면 이 돈을 가장 효과적으로, 위력적으로 쓸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히르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안재현의 고민 속에서.

꼬르륵!

안재현의 뱃속이 배고픔을 참다못해 소리를 내질렀다.

‘벌써 식사시간인가? 시간 참 빨리 가네.’

안재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보자, 그럼 오늘은 조금 사치를 부려서 계란찜이나 해먹어야지. 햄 좀 넣으면…… 아, 햄은 좀 비싼데. 그냥 계란에 물 좀 풀어서 먹자.’

게임 캐릭터에게는 돈 천만 원을 아낌 없이 쓰면서, 자기 위장에는 돈 천 원을 아끼는 안재현이었다.

< 19화. 마웅의 시험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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