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53화 (53/192)

< 18화. 득템 (3). >

6.

유명해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이미 유명한 놈을 먹어치우는 것이다.

세상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이 사실은 워로드에서는 진리로 통한다.

워로드를 하는 대부분의 유저들은 유명인이 되고 싶어 한다. 자기 이름이 유튜브나 구글에서 자동으로 검색되기를 원하고, 자신이 영상 하나만 올리면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 오르기를 원한다. 그걸 위해서 처음에는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

는 건 극소수다. 결국 실패한 자들은 한 번에 자신의 신세를 역전시킬 방법에 모든 걸 건다.

명성사냥꾼이 되는 것이다.

“내 이름은 키요테! 하회탈 히르칸, 당신에게 도전한다!”

때문에 유명세를 떨치는 순간, 그 유명세를 노리고 달려드는 하이에나 무리와 맞서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

히르칸은 이미 그 각오를 마치고 있었고, 갑자기 등장한 놈이 도전이라는 낯간지러운 소리를 지껄였을 때 당황하거나, 무시로 일관하기보다는 진지하게 행동했다.

검지와 엄지를 슥슥 비볐다.

얼마?

그 제스처의 의미를 파악한 키요테가 굳은 표정을 지은 후에 재차 소리쳤다.

“1천 골드를 주겠다!”

손가락을 비비던 히르칸이 행동을 멈추고 손을 휙휙 저었다. 저기 옆 필드에 있는 칼원숭이나 잡으라는 의미의 제스처였다.

“얼마를 원하지?”

키요테가 역으로 반문했다.

이 광경이 딱히 이상한 광경은 아니었다. 도전의 여부는, 도전자가 고르는 게 아니라 도전을 받는 자가 고르는 일이다. 도전자 입장에서는 도전을 받아주는 것에 대한 마땅한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이 대가를 지불하기보다는 그냥 PK를 시

도한다.

히르칸은 손가락 다섯 개를 활짝 펼쳤다. 키요테의 표정이 구겨졌다. 반응은 동료들의 입에서 나왔다.

“5천 골드?”

“이거 너무 센데? 요즘 핫하다고 해도 루키하고 한 판 붙는데 5천 골드라니?”

“싸우기 싫다는 거겠지.”

“키요테, 정말 붙을 거야? 그 돈 내고 붙을 바에는 그냥 클럽이나 한 번 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하지만 동료들의 말은 키요테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키요테는 잠시 고민하더니 소리쳤다.

“5천 골드 주겠다!”

동료들이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키요테가 부자라는 걸 알고 있다. 그가 입고 있는 화이트맘바 세트가 그 증거다. 70레벨짜리 아이템은 화이트맘바 풀세트는 6만 골드 단위에서 거래가 된다. 예전에는 특별히 제작된 화이트맘바 세트가 5만 골드에 거래가 됐는데, 그때보다 오히려 시세가

더 뛰었다.

그런 아이템을 70레벨이 되는 순간 구해서 입을 정도인 키요테에게 5천 골드는 큰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막 쓸 법한 액수도 아니다.

정말 그 돈 주고 싸우려고?

동료들이 키요테를 보고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에 키요테가 뒷말을 붙였다.

“대신 날 이기면 주겠다!”

그제야 동료들이 눈빛을 풀었다.

‘그럼 그렇지.’

‘그래, 아무리 그래도 5천 골드를 무조건 주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지.’

반면 키요테의 질문을 받은 히르칸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고개를 스윽, 숙였다. 마치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고뇌에 가득 찬 모습처럼 보였다. 어깨가 살짝 들썩이는 게 이상하긴 했지만, 그 부분에 크게 의미를 두는 사람은 없었다.

이윽고 히르칸이 긴 한숨을 내뱉으며 까닥까닥, 자기 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키요테가 미소를 지었다.

7.

‘드디어 기회가 왔다.’

쓰고 있는 투구에 달린 눈구멍, 촘촘한 쇠창살 너머로 아머 몽키를 재료로 삼은 해골 전사를 바라보던 키요테는 손에 쥐고 있는 검을 좀 더 꽉 쥐었다.

키요테, 71레벨이 된 그는 워로드를 시작한 이후로 단 한 번 곤란했던 적은 없었다.

돈이 많았으니까. 그는 언제나 자기 레벨에 맞는 최고 수준의 아이템을 착용했고, 시간도 많고, 딱히 일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하루의 대부분을 게임에 투자할 수도 있었다.

더불어 그는 게임이 좋았다. 게임에 돈을 쓰는데 주저함도 없었다. 덕분에 그는 이제까지 온라인게임을 할 때마다 언제나 최고였다.

하지만 워로드에서는 달랐다. 고난은 없었지만, 반대로 유명세 역시 없었다.

예전에는 게임을 하면, 그 서버 혹은 게임 전체에서 명성을 떨쳤는데, 워로드에서 그는 제대로 된 별명조차 없는 그냥 그저 그런 유저들 중 한 명일뿐이었다.

유튜브에 영상도 올려봤지만,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업자에게 돈을 주고, 꼼수를 부려 조회수를 올려봤지만 그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히르칸은 그 어떤 몬스터보다 매력적인 사냥감이었다.

‘너만 잡으면 인지도를 얻을 수 있어.’

실제로 히르칸은 굉장히 탐스러운 사냥감이었다. 일단 배경이 없다. 길드 소속이 아니니, 해치워도 후환이 없다. 또한 혼자 다닌다. 여차하면 머릿수로 밀어붙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명성은 상당하다. 히르칸이 랭커 수준의 명성을 떨치는 건 아니지만, 인지도를 얻

는 속도나 과정은 인상적인 수준을 훨씬 벗어나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를 잡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인지도를 쌓을 수 있을 터.

물론 가장 중요한 건 과연 키요테, 그에게 히르칸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키요테는 자만에 가까운 자신이 있었다.

‘레벨은 내가 10레벨 이상 높고.’

일단 키요테는 71레벨이다. 히르칸의 레벨이 공개된 적은 없지만, 영상을 보면 히르칸은 50레벨대가 분명하다.

‘꽤 괜찮은 아이템을 새로 구매한 거 같지만…… 내 아이템보다 좋을 린 없지.’

여기에 키요테에게는 화이트맘바 세트가 있었다. 70레벨 아이템 중에서도 손꼽히는 옵션을 가진 세트다.

마지막으로 키요테는 실력에도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유명세를 떨치지 못한 게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저 운과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키요테는 믿고 있었다.

‘내가 쟤보다 못할 건 없어.’

하지만 그런 키요테의 생각은 전투가 개시되는 순간 꽤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전투는 예고 없이 시작됐고,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꽤 화려한 공방이 이루어졌다.

선공은 키요테의 몫이었다. 키요테는 일단 탐색전을 위해 해골 전사를 향해 기본적인 공격들, 상대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공격을 날렸다. 그런 그의 공격을 해골 전사는 가뿐하게 피해냈다.

‘이 정도였어?’

히르칸의 해골 부하들이 잘 싸운다는 건 영상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영상이 연출과 편집의 결과물이라는 확신 역시 가지고 있었다. 연출과 편집만 잘 하면, 평범한 유저도 고수처럼 보일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직접 부딪치니, 해골 전사의 몸놀림은 영상보다 훨씬 더 잽싸고, 세련되어 있었다.

히르칸의 교육 덕분이었다.

모든 레벨업 능력치를 근력에 투자하는 히르칸의 공격에 적응한 해골 전사들에게 키요테의 단순하고, 직선적인 공격을 피하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여유가 남는 듯, 해골 전사는 공격을 피하면서 때때로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카앙!

해골 전사의 메이스가 키요테의 갑옷 위를 두드리는 소리가 청아하게 주변으로 번졌다.

공격에 당한 키요테가 뒤로 걸음을 물렸다. 해골 전사는 그런 키요테를 쫓지 않은 채 경계를 유지했다. 키요테가 그런 해골 전사를 한 번 살핀 뒤, 조금 전 메이스에 당한 자신의 왼쪽 옆구리 언저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물리적인 피해는 없었다. 고작 그 정도 공격에 피해를 입는다면 화이트맘바 세트를 그 비싼 돈을 주고 살 필요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정신적인 피해는 충분했다.

‘이 새끼가?’

탐색전을 염두에 두고, 천천히 싸우려던 키요테에게 조금 전 공격에 맞은 건 굴욕이었다.

‘오냐.’

키요테는 탐색전을 버렸다.

‘단박에 끝내주마!’

순간이었다.

공방을 잠시 멈추고 3미터 남짓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를 경계하던 상황에서.

“돌진!”

키요테가 돌진 스킬을 전개했다. 대지를 박찬 그의 몸이 미사일처럼 앞으로 날아갔다.

해골 전사와의 거리는 곧바로 좁혀졌고.

“부스터!”

좁혀지는 순간 키요테가 재차 스킬을 사용하며 검을 휘둘렀다.

돌진과 부스터.

검사 클래스 유저들의 18번 콤보다. 일방적인 공방을 펼치다가 이 콤보에 당하면 거의 백에는 백이 당한다.

해골 전사도 마찬가지였다. 상대방이 갑작스레 거리를 좁힌 뒤 수평으로 휘두르는 검을 피하기 위해 뒷걸음질 치며 몸을 뒤로 젖히려고 했지만.

콰직!

키요테의 검이 먼저 날아와 해골 전사의 어깨와 몸통의 절반 부분을 날려버렸다. 본 아머 덕분에 반 토막이 나는 건 피할 수 있었지만, 공격을 당한 해골 전사의 몸뚱이가 실 끊긴 인형처럼 날아가는 것마저 피할 수는 없었다. 해골 전사가 사라졌다.

그건 곧 히르칸과 키요테 사이의 방해물이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대로!’

키요테는 멈추지 않았다. 돌진 스킬이 유효한 상황에서, 히르칸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부스터 스킬도 유효했다. 거리만 좁힌다면, 지척의 거리만 만들어진다면, 키요테의 검을 히르칸이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맞거나 혹은 막거나. 뭐든 간에 히르칸에게는 적지 않은 데미지가 될 것이다.

이런 키요테의 기세등등한 돌진에 대한 히르칸의 응수는.

‘어?’

바닥에 잽싸게 엎드리는 거였다.

‘뭐지?’

자신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히르칸을 향해 돌진하던 키요테는 갑자기 히르칸이 엎어지는 순간, 자신의 시야에서 히르칸이 사라지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더 당혹스러운 건.

퍽!

키요테가 엎드린 히르칸에게 걸려 넘어지는 일이었다.

그 광경을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보던 키요테의 동료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미친.’

‘돌진을 저런 식으로 막아?’

돌진 스킬은 사용자가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저돌적인 돌진을 가능케 해준다.

때문에 때때로 돌진 스킬을 쓰다가 사고가 난다. 숲에서는 나무에 처박히고는 하고, 동굴 같은 곳에서는 벽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유튜브에 돌진 사고 모음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우스꽝스러운 영상을 다수 모아 편집한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저렇게 돌진 스킬을 쓰고 덤벼드는 상대를 엎드려서 넘어뜨리는 방법은…… 대단하다기보다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그래도 효과는 확실했다. 넘어진 키요테는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후에 곧바로 데굴데굴, 바퀴처럼 땅바닥 위를 굴렀다. 차라리 그냥 고꾸라지면 나았을 것이다.

‘으으!’

바닥을 구르는 바람에 세상도 굴러갔고, 덕분에 키요테는 살짝 어지럼증을 느꼈다.

그런 키요테가 구르던 걸 멈추고, 간신히 바닥에 일어서는 순간.

“위험해!”

동료의 외침에 들렸다. 키요테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외침이 난 방향을 바라봤다.

그 순간 그의 지척까지 다가온 히르칸이 키요테의 투구와 갑옷, 그 틈 사이로 검을 찔러 넣었다.

콰직!

바늘구멍에 실 끝을 한 방에 꽂듯, 옆으로 눕힌 히르칸의 검이 미세한 틈을 파고 들어갔다.

물론 그 틈 사이를 채우고 있는 사슬 갑옷 덕분에 검이 목을 관통하는 건 피할 수 있었다. 반대로 올힘 네크로맨서인 히르칸의 검이 가진 위력은 갑옷 속에 감춘 사슬 갑옷만으로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사슬 갑옷은 뚫렸고, 상처도 생겼다.

깊이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결코 치명상은 아니다. 당장 죽을 상처도 아니다.

대신.

[나태 저주에 걸렸습니다.]

[마귀 저주에 걸렸습니다.]

저주에 걸릴 뿐.

‘이런!’

자신이 저주에 걸렸다는 걸 파악하는 순간 키요테는 곧바로 스킬을 사용하고자 했다.

‘기합을…….’

60레벨 검사의 스킬, 기합!

레벨과 스킬 랭크에 비례해서 디버프 스킬을 없애는 상태 회복 버프라고 할 수 있다. 쿨타임이 길지만, 긴급한 순간 구명줄처럼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스킬이다.

사용 방법도 간단하다.

으랴앗!

그 소리만 또박또박 뱉으면 된다.

“으…….”

키요테가 그 소리를 뱉고자 했다.

‘응?’

그러나 그가 그 시도를 하는 순간 그의 눈에 갑자기 하늘이 보였다. 그의 몸이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히르칸, 검을 내찌르는 순간 그는 검을 버리고, 곧바로 키요테의 몸에 태클을 날리며 그를 넘겼다.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는 데에 걸린 시간은 1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당하는 키요테의 입장에서는 히르칸이란 유저가 두 명인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검을 찌른 자

와 자신에게 태클을 거는 자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것이다.

쿵!

“헉!”

뒤로 자빠진 키요테의 입에서는 기합 소리가 아니라 놀라는 소리가 나왔다.

목에는 여전히 검이 꽂힌 채였다.

그런 상황에서 히르칸은 넘어진 키요테의 투구 눈구멍 사이로 한 움큼의 흙을 뿌렸다.

‘뭐야?’

투구의 눈구멍을 향해 칼 같은 것이 날아오는 경험은 PK 좀 해본 유저라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흙이 들어오는 경험은 어떨까? 의외로 없다. 특히 몬스터들은 이런 짓을 절대 안 한다.

경험의 부재는 공황으로 이어지며, 그 시간은 곧 적에게 기회가 된다.

2초 남짓.

히르칸은 당황한 키요테가 자신에게 준 2초라는 시간을 마다하지도, 낭비하지도 않았다.

콱!

자빠진 키요테의 가슴팍을 발로 밟아 그가 쉽게 일어나지 못하게 한 후에, 그의 목에 여전히 꽂힌 자신의 검을 뽑았다, 다시 찔렀다.

푹, 푹!

찌르기가 반복될 때마다 상처는 깊어졌다. 좀 더 작업이 이루어지면 히르칸의 검이 키요테의 목을 뚫고 땅에 닿을 지도 몰랐다.

‘이, 이건 진짜 위험해!’

절체절명, 긴박한 순간, 키요테는 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몸을 거세게 뒤척이며 제 가슴팍을 밟고 있던 히르칸의 발을 치워낸 후에 전력을 다해 옆으로 몸을 데굴데굴 굴렸다.

간신히 히르칸으로부터 벗어난 키요테가 기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뒤!”

그때 동료가 그에게 다시 한 번 조언을 해줬다. 하지만 앞선 조언과 같이 늦은 조언이었다.

까앙!

키요테가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메이스가 그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종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앞서서 그에게 당해 왼팔과 몸통의 절반이 날아가며 오른팔만 남은 해골 전사가 휘두른 메이스가 만들어낸 복수의 종소리였다.

키요테가 휘청거렸다.

‘젠장, 이건 또…….’

정신이 있을 리 없다. 정신이 없으니 주변 상황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그런 와중에도 히르칸을 찾고자 두 눈을 게슴츠레 뜨는 키요테는 나름 싸울 줄 아는 자였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어, 어디 있지?’

키요테의 시야에서 사라진 히르칸, 그는 키요테의 바로 지척에 있었다. 키요테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땅바닥을 기듯 자세를 낮춘 채로 키요테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다시 태클을 걸었다.

쿵!

키요테가 다시 뒤로 자빠졌다. 히르칸은 그런 키요테의 투구 안에 다시.

팟!

흙을 집어넣었다. 그 양은 아까 전보다 훨씬 더 많았다. 키요테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FUCK!’

데자뷰. 아니, 데자뷰는 아니었다.

까앙!

이번에는 해골 전사가 있었으니까. 해골 전사는 쓰러진 키요테의 투구를 메이스로 신나게 내리쳤다.

까앙!

메이스가 투구를 내리칠 때마다 투구 안을 가득 채운 흙이 투구 안을 맴돌았다.

지옥이 있다면 지금 여기가 지옥일 터.

‘미친, 미친!’

키요테는 결국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하, 항복!”

키요테의 항복 선언이 터지는 순간 히르칸이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해골 전사가 행동을 멈췄다. 긴박했던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적막감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 적막감 사이로.

“시계랑 5천 골드는 놓고 가.”

히르칸이 짧게 한 마디 던졌다.

키요테, 그가 히르칸과 나눈 첫 대화였다.

< 18화. 득템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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