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46화 (46/192)

< 16화. 훈수 (1). >

1.

3월에 접어들었지만, 꽃샘추위 덕분에 날씨는 겨울과 다를 바 없었다. 옷을 두껍게 입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채웠고, 개중 몇 명은 추위를 견디지 못한 듯 눈에 보이는 커피숍 안으로 대피했다. 그런 사람들이 제법 되는지, 커피숍 안에는 주문을 기다리는 줄이 제

법 있었다.

그 커피숍 유리창 앞에 묘한 행색을 품은 사내가 있었다.

호호, 입김을 불며 태블릿PC의 터치스크린 자판을 장갑 끼지 않은 맨손으로 두드리는 사내의 빨갛게 달아오른 코끝은 사내가 커피숍 앞에서 버틴 시간이 적지 않음을 알려주는 신호등이었다.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사내의 행색은 그다지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었

다. 잘 먹지 못한 듯 제법 말랐고, 두꺼운 안경을 쓰는 걸 보면 눈이 좋아 보이지도 않았으며, 치렁치렁한 머리칼은 어수선했다.

하지만 개중에서 가장 의심스럽고 볼썽사나운 건 사내가 유리창 앞에 스티커처럼 붙어 있는 이유일 것이다.

‘젠장, 와이파이가 왜 이렇게 느려? 커피를 그렇게 비싼 값에 팔면, 이런 서비스라도 좀 제대로 해달라고.’

본래는 커피숍 이용 고객들을 쓰라고 커피숍이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를 아슬아슬하게 잡아 써먹는 것. 그게 바로 사내, 안재현이 이 추운 날 커피숍 유리창 앞에서 고생을 하는 이유였다.

물론 사서 하는 고생이었다. 만약 안재현이 정당하게 커피값을 지불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작업을 했다면, 크응, 크응! 흘러나오는 콧물을 막기 위해 코를 혹사하는 짓은 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그런 안재현의 고생은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오케이.’

끝을 볼 수 있었다.

안재현은 연달아 태블릿PC를 터치하며, 여러 계정을 이용해 여러 계정에 이메일을 보냈다.

작업을 마친 안재현은 태블릿PC를 끈 뒤 옆구리에 책처럼 끼어놓은 채 유리창에서 떨어졌다.

곧바로 집으로 향하는 안재현이 그동안 모아두었던 한숨을 내뱉었다. 입김이 길게 뿜어졌다.

‘대파격 서비스다. 누구든 좋으니, 얼른 타락 백작으로 잡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라.’

예정되었던 역사가 바뀌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2.

30대 길드는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만큼, 길드 운영에 있어 기타 길드와는 조금 다른 특이 사항들을 가진다. 개중 하나가 바로 제보팀이다. 제보팀이란 쉽게 말해서 제보를 받고, 받은 제보를 정리하고 관리하는 팀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시

스템이다.

제보팀을 운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시청자의 불편불만을 피드백하는 것도 이유고, 정말 괜찮은 정보를 제보 받으려는 것 역시 이유다. 물론 대체적으로 제보라는 명목하에 오는 것 중 8할은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것들이다. 버려도 무방한 것들. 남은 2

할 중 1할은 버리는 수준이 아니라 어떻게 법적인 처벌을 하고 싶어질 정도로 악의로 가득 찬 것들이다. 결국 1할 만이 그나마 의미가 있다.

당연히 쓰레기더미 속에서 쓸만한 것을 찾는 제보팀 직원의 하루는 험난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젠장, 오늘도 정말 쓰레기들뿐이네. 아니, 대체 왜 집 나간 고양이를 우리보고 찾아달라는 거야?”

월급 받고 하는 일인데, 싫다고 안 할 수는 없는 법.

“그건 애교지. 이거 보라고. 타락 백작의 정체를 제보하겠다는 메일도 왔어.”

어쨌거나 제보팀은 일단 오는 제보를 정리했다. 거를 건 거르더라도, 일단 보고 걸렀다. 물론 그 거른다는 기준은 주관적인 기준이었다. 똑같은 물건도 누군가에는 보물, 누군가에는 쓰레기가 되는 법이니까. 정보라는 놈은 더더욱 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그 두 곳은 행운아였다.

“타락 백작의 정체? 그런 걸 제보하겠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지. 그걸 팔면 못해도 10만 달러는 받을 수 있을걸?”

“그냥 버릴까?”

“거짓말일 가능성이 99퍼센트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정리해서 보내자고.”

레드불스와 우레사냥꾼.

두 곳만이 그 제보를 쓰레기가 아니라, 보물로 써먹을 수 있었으니까.

3.

30대 길드의 길드원 중 각 길드를 대표하는 실력자들의 얼굴은 이미 많이 공개됐다. 거의 매일 방송을 통해 공개된 그들의 얼굴은 안면인식장애가 있지 않은 이상, 잊기 힘들다. 심지어 30대 길드 중 한 곳을 제외한 모든 길드가 길드 유니폼을 입고 다닌다. 스폰

서의 로고가 잔뜩 박힌 유니폼을 입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 워로드에서 그들이 존재감을 드러내야, 그들을 지원하는 스폰서, 팬들이 보다 열광할 수 있으니까.

반대로 말하면.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히드라 길드 여덟 번째 머리 나탈님 아니십니까?”

각 길드를 대표하는 실력자가 토벌협회 NPC와 거의 똑같은 복장을 한 채 모자를 유난히 깊게 눌러써 얼굴을 최대한 감추기 위해 노력한다면, 필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레드불스 길드의 삼인자, 투우 킴스는 평소와 다르게 히드라 길드의 상징인 아홉 개의 목을 가진 뱀, 히드라가 새겨진 망토를 두르지 않고 있는 히드라 길드의 아홉 머리 중 한 명인 나탈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받은 나탈은 상대방의 인사에 반가운 기색은커녕 살벌한 표정을 지었다.

“레드불스 길드가 이곳엔 무슨 일이지?”

하지만 살벌한 건 킴스 쪽이 더 심했다. 투우, 싸우는 소란 별명이 붙은 것처럼 킴스는 2미터 신장에 험악한 얼굴을 가진 흑인이었으니까. 인상이 정말 더러운 자였다. 어지간한 사람이 살벌한 표정을 지어봤자, 킴스가 해맑은 미소를 짓는 것만큼 위협적이지 못한

게 현실이었다.

그리고 킴스는 살벌한 표정을 짓는 나탈을 향해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나탈이 그 미소를 보고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아니, 우리 길드가 못 올 곳에 온 것도 아니고 우리가 여기 있는 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움찔했던 나탈이 정신을 차리고 반문했다.

“없지.”

“그러는 그쪽은 여기 무슨 일이십니까? 그것도 평상시와 다른 옷차림으로. 망토를 두르지 않는 나탈님을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 그런 것치고 옷이 꽤 잘 어울리십니다.”

“일이 있어서 입었다. 그보다 나한테 볼일이 있나?”

“있을 리가요. 가시던 길 가십시오.”

나탈은 그 말에 곧바로 고개를 돌리고, 몸마저 돌렸다. 그러자 그와 함께 움직이던 이들도 같이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린 무리들이 곧장 자리를 벗어났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킴스는 입가에 지었던 미소를 지웠다. 킴스가 곧바로 옆에 있던 동료를 보며 왼손에 찬 시계를 오른손 검지로 툭툭, 두 번 건드렸다.

그러자 동료들이 신속하게 아이템 슬롯을 고르고, 아이템을 스위칭했다.

레드불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던 이들이 당장 전투가 가능한 전투 모드에 돌입했고, 그 사이 킴스는 보이스톡 프로그램을 통해 대화를 시작했다.

“대장, 대장.”

- 무슨 일이 있나?

“아무래도 그 제보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나탈이 있습니다.

- 나탈이면 히드라 길드의 여덟 번째 머리?

“심지어 복장이 평소처럼 그 유치하기 짝이 없는 히드라 망토가 아니라 토벌협회 NPC가 입는 것과 똑같은 디자인을 한 눈속임 복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눈썰미가 아니었으면 그냥 돌아다니는 NPC로 착각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 최근 히드라 길드 방송 중에 나탈이 나온 방송이 있었나?

“저야 모르죠. 걔네들 방송을 일일이 찾아볼 정도로 팬이 아니라서요. 옐 양에게 물어보시죠. 옆에 있잖습니까?”

- 옆에 있는 걸 어떻게 알고 있지?

“아니, 옐 양이 대장 옆에서 떨어지는 적이 있긴 합니까?”

킴스는 말을 하면서도 피식, 웃었다. 몬스터와 싸울 때는 어디 하나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한 스페셜리스트가 자기에게 호감을 가진 여인의 기색은 눈치채지 못하는 둔한 사내라는 게 웃겼으니까.

물론 웃음은 짧았다.

“어떻게 할까요? 칠까요? 한바탕 난리 떨어서 시간 벌이라도 할까요?”

- 아니, 여기서는 물러난다. 정말 그곳이 타락 백작의 성이라면, 히드라 길드의 적지 않은 전력이 모여 있을 터. 킴스, 네가 당하는 것보다 큰 손해는 없다.

“이틀 동안 휴가를 얻는 것뿐인데, 손해라고 하긴 뭐하죠.”

그때.

“킴스!”

“응? 뭐? 왜? 대장하고 이야기 중인데?”

동료가 킴스를 불렀다. 킴스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내 동료가 자신을 부른 이유를 발견한 킴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눈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유니폼을 입은 자들이, 수 명이 아닌 수십 명이 들어왔다. 더불어 그들 역시 킴스와 그의 동료들을 발견한

듯, 성큼성큼 거침없던 발걸음을 늦추기 시작했다.

묘한 기류가 샘솟기 시작했다.

“대장, 우레사냥꾼 길드에서 대충 마흔 명 정도가 여기에 왔는데요?”

우레사냥꾼.

30대 길드 중에서 종합적인 평가로 순위를 매긴다면, 능히 5위 안에는 들 법한 세력과 재력 그리고 권력을 가진 집단이다. 더불어 레드불스 역시 우레사냥꾼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당연히 두 길드는 30대 길드 내에서도 선두다툼을 위해 치열하게 대립 중인 경쟁자였다.

그들의 유니폼을 킴스가 모를 리 없다.

- 우레사냥꾼 길드가?

킴스가 두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런 킴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짧은 단발머리가 인상적인 여인이었다. 킴스에게는 다른 의미로 인상적인 여인이었다.

“우레사냥꾼의 공주가 왔네요.”

우레공주 하희.

우레사냥꾼 길드의 삼인자이자, 우레사냥꾼 길드가 레이드가 아닌 PVP를 위해 전문적으로 육성한 PVP의 스페셜리스트였다.

더불어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킴스를 한 번 죽였던 경력이 있는 여성 유저이기도 했다.

킴스의 표정이 굳었다.

“어떻게 할까요?”

- 우레사냥꾼이라, 골치 아프군. 그들이 당장 공격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이나?

“우리 보고 발걸음을 멈춘 걸 보면, 쟤네들도 우리가 여기 올 줄 몰랐던 것 같습니다.”

- 어쩌면…… 그 제보가 우리에게만 온 게 아닐지도 모르겠군. 좋아. 일단 우레사냥꾼 길드와 충돌은 피한다. 그 자리에서 협상이 가능하면 협상을 하도록. 나 역시 따로 우레여왕과 대화를 할 테니까.

“예.”

통신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곧바로 킴스가 손을 들었다. 워낙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탓에 손을 드는 것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은 선명하게 보였다. 킴스가 그렇게 손을 흔들며 말합시다.

“아무래도 비슷한 이유로 온 것 같은데, 괜히 싸우지 맙시다. 참고로 방금 저쪽으로 나탈이 지나갔습니다.”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

4.

후웅, 후웅!

골렘의 팔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허공을 저었다.

크어엉!

그런 듬직한 체격의 골렘 앞에는 50레벨의 몬스터, 자이언트 베어가 있었다.

레벨은 50레벨이지만, 중형 몬스터로 분류되는 자이언트 베어는 소형 몬스터보다 곱절이나 되는 경험치와 재료를 보장해주는 놈이었다. 3인 파티가 아니라 5인 이상의 파티 사냥이 권장되는 녀석이었다.

그런 만큼 골렘 한 마리가 녀석을 압도하는 건 불가능했다. 골렘이 휘두르는 묵직한 팔은 두 다리로 선 몸길이 6미터의 자이언트 베어의 옆구리를 두드렸지만, 자이언트 베어는 쓰러지지 않은 채 오히려 골렘을 향해 반격을 했다.

콰앙!

자이언트 베어의 오른쪽 앞다리가 골렘의 몸뚱이를 쳤다. 돌덩이로 만들어진 육중한 무게의 골렘의 왼발이 살짝 들릴 정도로 강렬한 일격이었다. 공격을 당한 골렘의 왼쪽 어깨에는 굵직한 발톱 자국이 깊게,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 순간 골렘이 두 팔을 모아 권투 선수처럼 방어 자세를 갖췄다. 자이언트 베어가 기다렸다는 듯이 골렘의 몸뚱이를 제 앞다리로 열심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중량감 넘치는 둘의 공방은 마치 자동차가 충돌하는 것처럼 강렬하기 그지없는 소리와 충격, 무게감을 주변으로 흩뿌렸다.

동시에 거듭된 공격 앞에 자이언트 베어의 눈동자는 더 붉게 달아오르며 골렘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크오오오!

이윽고 자이언트 베어가 분노 가득한 울음을 토해냈다. 자이언트 베어의 모든 신경이 골렘에게 집중됐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 신호가 터지는 순간.

스윽!

근처에서 숨죽이고 있던 해골 전사 한 마리가 나무기둥 사이로 고개를 빠끔히 내밀었다.

고개를 내민 해골 전사는 작았다. 1미터 남짓한 작은 신장에 검붉은색의 뼈.

블러드 고블린이다.

고블린 종류의 몬스터들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잽싼 움직임을 보여주는 블러드 고블린은 희귀종으로 보기도 힘들고 잡기는 더더욱 힘든 녀석이기도 했다.

그런 블러드 고블린을 재료 삼아 만들어진 해골 전사의 몸놀림은 기타 해골 전사와는 비교를 거부했다.

타다다닷!

한 번 달리기 시작한 녀석은 순식간에 자이언트 베어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도약했다.

타앗!

작은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그런 의구심이 들 정도로 단숨에 10여 미터 가까운 거리를 도약으로 좁히는 녀석은 단숨에 자이언트 베어의 등줄기에 닿았고, 손에 쥐고 있던 자기 뼈로 만든 칼을 자이언트 베어의 등줄기에 꽂았다.

푹!

마치 칼이 아니라 바늘이 꽂힌 것 같은 광경.

우어어!

자이언트 베어가 등에서 느껴지는 따끔함에 울음을 토해냈다. 아마 데미지는 없다고 봐야 할 터.

애초에 데미지를 위한 공격도 아니었다.

공격의 진짜 목적은.

[자이언트 베어가 마귀 저주에 걸립니다.]

[자이언트 베어가 나태 저주에 걸립니다.]

두 개의 저주를 발동시키는 것이었다. 자이언트 베어의 온몸에 저주가 퍼졌다.

E랭크 마귀 저주 효과에 따라 모든 능력치 13퍼센트 감소, F랭크 나태 저주 효과에 따라 움직임 10퍼센트 감소.

자이언트 베어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런 자이언트 베어의 느려진 움직임을 골렘이 놓칠 리 없었다. 가드를 푼 골렘이 곧바로 느려진 자이언트 베어의 앞다리 휘두르기 공격을 피하며 자이언트 베어의 허리를 두 팔로 껴안았다.

크어!

자이언트 베어가 제 몸을 잡은 골렘을 떼어내기 위해 두 팔로 골렘의 머리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블러드 고블린 해골 전사보다 발걸음이 느린 네 마리의 해골 전사가 자이언트 베어 근처에 도달했다. 스켈레톤 워리어의 뼈를 재료로 삼은 해골 전사 넷은 위풍당당한 체격과 덩치, 칼을 쥐고 있었다. 자이언트 베어보다는 작았지만, 기세에서 밀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등장한 네 마리의 해골 전사들은 크게 칼을 휘두르며 자이언트 베어의 가죽에 칼자국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치 시계 속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이어지는 공격은 순식간에 자이언트 베어의 온몸을 걸레보다 더 처참한 몰골로 만들었다. 그 사이 골렘은 여전

히 자이언트 베어의 허리를 잡은 채 녀석을 묶어두었다.

크엉!

종국에 자이언트 베어가 짧은 단말마를 내뱉으며 쓰러졌다.

죽은 자이언트 베어는 움직이지 않았다. 해골 전사들과 골렘도 더 이상 죽은 자이언트 베어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들은 행동을 멈춘 채 고개를 돌려 자신들의 주인을 바라봤다. 그들의 시선이 굵직한 나무, 그 나무에서 자라난 굵은 나뭇가지에 앉은 히르칸을 향했

다.

그러나 정작 히르칸은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니, 왜 이렇게 기사가 안 뜨지? 히드라 길드를 제외한 29개 길드에 제보를 한 지 3일째인데 왜 이렇게 조용해? 젠장, 설마 구라인 줄 알고 내 제보를 쓰레기통에 버린 건가?’

그 순간.

- 히드라 길드, 타락 백작 레이드 시작!

속보가 떴다.

3월 5일, 히드라 길드가 일정보다 훨씬 더 일찍 타락 백작 레이드를 시작했다.

그 속보를 보는 순간 히르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오케이! 어?”

그리고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어? 어!”

쿵!

히르칸이 나무에서 떨어졌다. 나무에서 떨어진 히르칸이 바닥에 대(大) 자로 누웠다.

해골 전사들과 골렘이 그런 히르칸 근처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히르칸을 지그시 바라봤다. 히르칸은 그런 부하들의 시선에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뭐 구경났어? 고개 돌려!”

< 16화. 훈수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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