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황금 해골 (2). >
4.
해골 대 해골.
똑같은 해골이지만, 일방적인 전투가 치러지는 전장 속에서 히르칸은 바위 하나를 의자 삼아 앉은 채 동영상 한 편을 관람하고 있었다. 영상 속에는 히르칸이 자랑하는 해골 전사가 들고 있는 해머를 야구 선수처럼 휘두르며 스켈레톤의 머리통을 멀리 날리는 장
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바라보던 히르칸이 고개를 저었다.
‘찍을 땐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보니까 좀 그러네.’
스컬 클라운 영상이 올라온 지 열흘째.
‘장난스러운 분위기는 괜찮은데, 너무 가벼운 건 좀 그렇지. 그렇다고 이미 전투 영상을 내놓은 상황에서 연달아 전투 영상을 내놓는 것도 그리 좋은 건 아니고.’
스컬 클라운 영상은 히르칸의 예상대로 대박을 쳤다. 4일 만에 10만 조회수를 돌파했고, 열흘째인 지금은 무려 31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30만의 벽도 돌파했다.
수입도 짭짤했다. 광고 수익도 크게 늘었고, 후원금도 평소보다 곱절 이상으로 두둑하게 들어왔다. 아직 스폰서 접촉은 없었지만, 히르칸의 페이지 구독자 수가 3만 명을 돌파하면서 히르칸이 스폰서의 접촉을 받을 매력은 실시간으로 상승 중이었다.
이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생각될 정도!
하지만 반대로 히르칸 본인은 그때 이후로 기분이 날아가기보다는 오히려 고민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고민의 이유는 스컬 클라운의 뒤를 이어가 줄 영상이었다. 이제까지 새로운 영상 제작에 쓰일 만한 전투 영상들을 계속 찍었지만, 개중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히르칸이 잠시 하회탈을 벗고 양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었다.
‘필이 안 온단 말이야.’
전투 자체가 안 됐던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반대. 히르칸의 지금 전투 능력은 스컬 클라운 속에 나오는 히르칸보다 우수했다.
일단 피부 재봉 스킬 덕분에 히르칸은 좀 더 과감하게 전투를 치를 수 있었다.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이 나왔다.
하지만 반대로 스컬 클라운 때보다 나아졌지만, 크게 달라진 느낌은 없었다. 차의 디자인은 똑같은데 마력만 달라진 느낌이랄까? 더군다나 상대가 스켈레톤이니, 보는 입장에서는 그 나물에 그 밥일 수밖에.
‘이대로는 안 돼.’
히르칸은 워로드를 즐겨 보는 이들의 성향을 잘 안다. 구독자들은 자신이 구독하는 페이지의 주인이 올린 영상이 그저 조회수만을 늘리기 위해 마구잡이로 찍어낸 영상인지 아닌지 귀신같이 구분해낸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들키면, 깊은 애정과 관심은 살벌한 비
수로 변한다.
당연히 새로운 영상은 말 그대로 새로운 게 필요했다.
어떻게 싸우든 죽은 자의 숲에서 스켈레톤을 잡는 건 똑같은 영상일 뿐이다.
더군다나 히르칸은 더 이상 스켈레톤과 스켈레톤 워리어를 상대로 고난을 겪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전투가 아슬아슬하면 보는 이들이 스릴이라도 느끼겠지만 지금 히르칸은 압도적인 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죽하면 히르칸이 직접 전선에 나서지 않은 채 해
골 전사들보고 알아서 싸우라고 해도 잘 싸우는 수준이다. 그래서 지금 보는 영상처럼 우스꽝스러운 연출마저 했던 것이다.
‘너무 잘 싸워도 골치 아프네.’
히르칸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진짜 별것이 다 문제네.’
너무 잘 싸우니까 재미가 없다니? 솔직히 이런 우스꽝스러운 경우가 생길 줄 몰랐다.
‘레벨업은 여기가 최고인데.’
결국 여기서 차선책은 사냥터를 바꾸는 거다. 상대하는 몬스터를 바꾸면 된다.
하지만 지금 히르칸의 주변에 죽은 자의 숲보다 레벨업에 유리한 사냥터는 없었다. 있다고 해도 거리가 먼 곳에 있다. 이동하는 데에만 하루 이상 걸리는 거리. 더군다나 그곳에 가면 다시 처음부터 지형을 파악하고, 포인트를 잡고, 해골 전사들의 전투 경험을 새
로이 쌓아야 한다. 귀찮은 일이 아니라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다.
‘좀 더 잡으면 해골 파괴자 타이틀도 얻을 수 있다고.’
심지어 지금 사냥은 단순히 레벨업뿐만이 아니라 타이틀도 걸려 있었다.
스켈레톤 타입의 몬스터를 일정 숫자 이상 잡으면 ‘해골 파괴자’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다. 마력과 체력을 +3씩 올려주는 타이틀이다. 충분히 따낼 만한 가치가 있다.
“쯧.”
결국 혀를 한 번 차는 히르칸. 그러는 사이 해골 전사들이 스켈레톤을 가차 없이 뭉개기 시작했다. 스켈레톤은 더 이상 신체 복구를 하지 못했다. 그건 곧 스켈레톤의 죽음을 의미했고.
[레벨이 올랐습니다.]
녀석이 레벨업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 경험치였다. 히르칸은 레벨업 알림을 듣는 순간 미소를 지었다.
‘진짜 좋아.’
언제나 그렇지만, 레벨업을 알려주는 소리보다 듣기 좋은 소리는 없다. 심지어 히르칸은 이 여유가 마음에 들었다. 네크로맨서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리치리치가 돈지랄을 한 이유가 있었어.’
히르칸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스컬 클라운 영상의 조회수와 답글을 확인했다.
‘응?’
그런 히르칸의 눈에 조금 전 막 새로 달린 답글이 들어왔다. 잠금 처리되어 히르칸과 답글을 쓴 당사자만이 볼 수 있는 그 답글 내용에 히르칸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건 또 뭐야?’
5.
유튜브에 워로드 관련 영상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답글이 달리고, 그 답글들을 보다 보면 정말 별꼴을 다 본다. 밑도 끝도 없이 욕을 하는 건 양반이다. 도배를 하는 놈,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놈, 이유도 없이 징징거리는 놈, 돈 달라고 구걸을 하는 놈들까지!
히르칸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초월한 자였다.
애초에 영웅도살자란 별명이 붙기 전부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마음의 준비와 각오가 끝나 있었다. 그가 잡았던 대상들은 랭커, 팬이 넘쳐나는 자들이었고, 그들이 개수작을 부리고 히르칸은 정정당당 싸워 히르칸이 이겼을 때도 히르칸은 어마어마하게 까였다.
정말 히르칸은 뭘 하든 욕을 먹던 때가 있었다.
참 다양한 식으로 욕을 먹었다.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놈이 워로드의 물을 흐린다, 부터 시작해서…… 빌어먹을 놈이다, 생긴 게 마음에 안 든다. 우리 오빠 건들지 마 이 못생긴 놈아! 등, 정말 별의별 소리를 다 들었다.
그래서 어지간한 욕설이나 비아냥거림 등은 실실 쪼개면서 넘게는 히르칸이다.
그런 히르칸의 표정을 바꾸게 만든 답글은 당연히 히르칸의 일신에 대한 모욕 같은 게 아니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영국에서 워로드를 즐기는 블렛지란 유저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현재 히르칸 님이 활동하는 지역이 죽은 자의 숲인 듯해서 이렇게 답글을 답니다. 그곳에서 PK를 갑자기 당했습니다. 혹시 복수 해주실 수 있나요?
복수 의뢰.
이 역시 특별한 건 아니다. 워낙 무법천지나 다름없는 워로드 세계에서는 고수들을 찾아가서 제발 자기 복수 좀 해달라는 의뢰가 심심할 때마다 나오고는 한다.
하지만 이 비밀글 내용은 히르칸의 촉을 건드렸다.
‘복수의뢰라…….’
워로드에서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PK를 당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히르칸이 연달아 PK표적이 된 건, 그야말로 호구의 별 아래에서 태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결과물이다.
어쨌거나 그것만 해도 히르칸 입장에서는 나름 반가운 일이다.
‘이놈들 잡는 걸 올려볼까?’
가뜩이나 신선한 소재가 필요한 상황에서 무차별적인 PK를 벌이는 PK범들은 싱싱한 활어다. 심지어 지느러미 대신 손모가지에 완성형 아이템을 주는 시계도 차고 있는 활어!
이 활어가 파닥이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을 터.
물론 상대가 버거운 실력자라면 못 본 셈치고 지나가면 된다. 히르칸은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은 아니니까.
‘견적만 일단 보자고.’
때문에 히르칸은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6.
히르칸이 자신의 영상에 비밀 답글을 단 유저가 말해준 장소로 이동했을 때, 운 좋게도 히르칸은 PK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1대2.
혼자가 된 쪽은 이미 절망감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둘은 그런 한 명을 상대로 가차없는 공격을 퍼부었다. 상황은 신속하게 정리됐다. 잡음은 없었다. 당하던 한 명이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그를 잡으려고 덤벼드는 두 유저는 로봇처럼 철두철미하게 행동했
다.
‘응?’
그래서 히르칸은 의구심을 가졌다.
‘이거 뭐지?’
PK범들은 상대를 그냥 죽이지 않는다. 가지고 놀다 죽인다. 애초에 그러려고 PK를 저지르는 거다. 그저 단순히 상대를 죽여서 아이템만 얻기 위해 무차별적인 PK를 저지르는 경우는 없진 않지만 극히 드물다.
하지만 저들은 깔끔했다. 상대방을 최단시간 내에 처치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잡담도 없었고, 망설임도 없었다.
‘PK에 맛들린 싸이코 새끼들이 아닌데?’
PK를 즐기는 게 아니라, 수단으로 써먹었다는 의미다.
자세를 낮춘 채 상황을 지켜보던 히르칸이 그 두 유저의 행동을 더 유심히 지켜봤다.
한 명을 처치한 그들은 곧바로 시계만 챙긴 후에 자리를 떴다. 신속하게 자리를 벗어났고, 한 방향으로 곧게 움직였다. 이미 돌아갈 목적지가 있다는 의미. 동료가 있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컸다.
여기서 히르칸이 촉을 느꼈다.
‘뭔가 발견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기 전에 먼저 제거를 한다?’
재미로 PK를 저지른 게 아니라 목격자와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 PK를 했다는 의미.
그럼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
‘황금 해골을 발견했구나.’
히르칸이 금방 견적을 냈다.
황금 해골!
죽은 자의 숲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다. 리자드 늪에 등장하는 드래곤 리자드와 같다. 그러나 몸값은 드래곤 리자드보다 곱절이나 비싸다. 아니, 비싼 정도가 아니다.
‘지금 시세로 따지면 황금 해골을 잡을 경우 나오는 황금의 뼈는 못해도 5백만 이상이지.’
잡기 어렵고, 리젠 주기도 10일이다. 여기에 일정 시간 동안 잡지 못하면 사라지는 특별한 설정을 가지고 있었다. 한 번 놓치면, 내일을 기약해야 하는 몬스터다.
더불어 황금 해골을 잡으면 얻을 수 있는 재료 아이템, 황금의 뼈는 70레벨 레어 아이템 제작 재료로 쓰인다. 주재료는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서 70레벨 레어 아이템의 가치를 고려하면, 비쌀 수밖에 없다. 다른 유저를 죽이면서까지 노려볼 만하다.
아마도 황금 해골을 발견한 자들이 황금 해골 사냥에 실패한 이후, 다른 이들의 개입과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황금 해골이 등장하는 영역 근처로 접근하는 유저들을 제거하는 중일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정도면 먹어서 탈이 날 건 없지.’
그런 그들이 응징을 당하는 건 워로드의 기준에서는 아주 마땅한 일이다. 그들을 때려잡는 게 곧 정의 집행이다.
히르칸이 크게 웃었다.
아무리 명분을 붙여도, 그는 영웅도살자. 몬스터보다 유저를 잘 때려잡고, 그걸 즐기는 인간이었으니까.
7.
워로드에는 두 가지 타입의 길드가 있다.
돈을 쓰고 게임을 하는 길드와 돈을 벌려고 게임을 하는 길드.
블루캣 길드.
그다지 명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백 명이 넘는 길드원을 가진 이 길드는 돈을 쓰기보다는 돈을 버는 길드였다. 물론 큰돈을 만지는 경우는 없었다. 버는 돈과 쓰는 돈을 저울질하면, 그냥 용돈이나 버는 수준이었다.
이런 블루캣 길드의 운영 방법은 간단했다. 평소에는 점조직처럼 알아서 움직이다가 필요하면 힘을 합치는 형식. 대부분의 길드가 이런 시스템이었다. 30대 길드처럼 한 가지 프로젝트를 위해 모든 것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만큼의 시스템을 갖추기란 쉽지 않
다.
그런 블루캣 길드 소속 7인이 죽은 자의 숲에서 사냥을 하던 도중에 황금 해골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은 당연하게 작당을 했다.
“이거 우리끼리 먹자.”
길드에 알려봤자 그들 몫으로 떨어지는 건 정보제공료란 명분하에 주는 푼돈뿐.
물론 반대로 이런 보스 몬스터의 등장을 길드에 신고하지 않는 건 길드 규율 위반이다. 제재 사유다.
하지만 누군가 그 제안을 꺼냈을 때 마다하는 자는 없었다. 중소규모 길드가 대부분 그러하듯, 문제 생기면 길드를 떠나면 되고, 자그마한 길드에 미련을 가지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문제는 첫 번째 레이드가 실패했다는 점이었다. 황금 해골이 다시 등장하기까지 하루를 그냥 하염없이 보냈다. 두 번째에서도 실패를 했다. 그때부터 일정이 꼬였다.
일단 독기가 생겼다. 황금 해골을 무조건 잡는다!
동시에 황금 해골을 독점하기 위해 변수가 될 만한 유저들을 제거했다. 한 명이 어렵지, 한 명을 처치한 후에는 망설임은 없었다. 나중에 큰 문제가 생겨도 이상할 게 없는 비매너 행위였지만, 이미 돈에 눈이 멀어 길드 규율도 무시하는 이들에게 그런 비매너 행
위가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 황금 해골 사냥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그들 앞에.
“어떤 놈이 근처에서 해골하고 싸우던데, 어떻게 할까?”
“혼자? 낙오된 놈인가?”
“그냥 처리하자. 어차피 갈 데까지 갔는데, 아이템이라도 최대한 뜯어가야지.”
지루하고, 짜증으로 가득 찬 그들 앞에 먹잇감 하나가 등장했다.
“조인트, 너희 둘이면 충분하지?”
“물론.”
“빨리 처리하고 돌아오라고. 조만간 황금 해골이 등장하면 총력전을 펼쳐야 하니까. 네 번째는 없어.”
“3분 안에 끝내고 오지.”
그 먹잇감을 낚아채기 위해 두 명이 움직였다.
검사 직업을 가진 조인과 마법사 인트, 일명 조인트 콤비였다. 나름 실력 괜찮은 그들은 블루캣 길드에 가입하기 전 PK로 자그마한 악명도 떨쳤던 이들이었다. 그런 그 둘이 나섰으니, 이미 상황은 끝난 셈. 남은 다섯은 오로지 황금 해골을 잡을 방법만을 머릿속
에 떠올렸다.
한편 유저 사냥을 위해 이동하던 조인트 콤비는 해머를 든 스켈레톤과 싸우는 유저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보는 타입인데 뭐지?’
‘희귀종인가?’
그 유저가 싸우는 스켈레톤의 외형이 이제껏 그들이 보던 곳과 많이 달랐지만, 큰 의구심을 가지진 않았다. 그 둘에게 중요한 건, 틈이 보이는 순간 저 유저를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하는 것! 오로지 그뿐이었으니까.
틈은 금방 드러났고, 조인트 콤비는 예고 없이 움직였다.
먼저 마법사인 인트가 얼음 수류탄을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고 날아간 얼음 수류탄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무수히 많은 얼음 조각들을 사방으로 토해냈다.
“으악!”
그 얼음 조각을 간신히 피한 유저가 비명을 내질렀고, 검사인 조인이 그 유저를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 빠르게 이동하며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런 와중에 봉변을 당한 유저가 소리를 쳤다.
“누구야?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러는 사이 조인은 유저와의 거리를 좁혔고, 지척이 거리가 되자마자 가차 없이 칼을 휘둘렀다.
쉬익!
유저는 아슬아슬하게 조인의 칼을 피했다. 조인이 움찔했다.
‘이 녀석 할 줄 안다.’
싸울 줄 아는 녀석.
조인이 긴장했다.
그러는 사이 유저는 조인을 바라보며 놀란 눈으로 소리쳤다.
“지금 PK 하자는 거냐? 젠장, 내가 누군지 알아? 날 죽이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 경고 어린 외침에 조인은 피식, 웃었다.
‘웃기지도 않는군.’
스켈레톤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놈이 허세를 부리는 꼴이 재미없다면 거짓말일 터.
그래서 조인은 평소와 다르게 반문을 던졌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 짧은 말과 함께 조인이 재차 상대방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한 수 재간 있더라도 그뿐이다. 조인이 시간을 끄는 사이, 캐스팅을 마친 인트가 마법을 던져줄 것이다. 혹은 그 전에 조인이 단숨에 상대방을 끝장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그 둘은 호흡이 맞았다. 실력
이 없는 건 절대 아니었다. 이제까지 그들이 처치한 유저의 숫자가 그 증거다.
단지.
‘어떻게 하긴, 감사히 먹는 거지.’
그 유저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친 히르칸이라는 것.
조인트 콤비가 마주한 불운은 그게 전부였다. 동시에 히르칸은 이미 함정을 파두고 있었다.
조인이 히르칸과의 거리를 좁히기도 전에, 해골 전사가 조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헉!’
조인은 갑자기 자신과 싸우던 히르칸을 보호해주는 해골 전사를 보고 놀랐다. 조인의 눈에 해골 전사는 소환물이 아니라 스켈레톤 몬스터로 보였으니까.
한편 히르칸의 손가락이 두 번 튕기는 순간, 잠복하고 있던 해골 전사 두 마리는 곧장 두 번째 마법을 캐스팅 중인 인트를 향해 달려갔다. 상대방이 마법사와 검사로 움직인다는 걸 알고, 그게 맞춰 준비해둔 히르칸의 비수였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기획한 히르칸은 이 긴박한 순간.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준 워로드에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 14화. 황금 해골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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