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해골 잡는 해골 (2). >
4.
히르칸은 언데드 몬스터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 히르칸과 김동수가 손을 잡고 40레벨을 찍기 위해 열심히 사냥터를 전전했을 때, 그들은 사냥 및 전투 영상을 나름 열심히 편집해서 유튜브 등에 올렸지만 썩 좋은 성적표는 받지 못하고 있었다. 레벨이 낮으니까 그렇겠지…… 위안을 하면서
도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 의구심을 확신으로 바꿔준 게 바로 언데드 몬스터 사냥 영상이었다. 히르칸과 김동수가 언데드 몬스터가 가득한 죽은 자의 숲을 타잔처럼 활개 치는 영상이 한 달 만에 10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하회탈 길드의 디딤돌이 되어줬다.
이번에도 히르칸은 그런 언데드 몬스터를 디딤돌 삼아 보다 높은 곳으로 도약할 생각이었다.
일단 히르칸은 우선순위를 정했다.
‘최우선으로 필요한 건 무기.’
30레벨이 된 만큼, 30레벨에 맞는 아이템을 구매할 필요가 있다. 개중에서도 무기가 가장 중요했다.
‘해골 부수는 데에는 둔기가 최고지.’
언데드 타입의 몬스터에게 도검류보다 둔기류가 잘 먹히는 건, 게임초보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다.
물론 마법사가 언데드 타입의 몬스터를 잡는데 둔기류 아이템을 떠올리는 경우는 없다.
그 덕분이었다.
“응?”
열심히 경매장의 아이템을 검색하던 히르칸은 매우 저렴한 값에 나오는 둔기 무기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마법사를 위한 망치]
*주요 속성
- 레어 등급의 아이템
- 마력 +35
- 요구 레벨 : 30레벨
- 요구 조건 : 마법사 직업만 사용 가능
*기타
- 오직 마법사만을 위해 만들어진 망치다.
마법사를 위한 망치.
‘어떤 미친놈이지?’
웃기지도 않는 아이템이었다. 마법사만 착용 가능한 둔기류 아이템이라니?
‘대체 얼마나 미쳐야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걸까?’
소위 망템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맨정신으로 만들 수 있을 법한 아이템은 아니었다.
덕분에 값은 꽤 저렴했다.
‘어디 보자 가격이…… 550골드군.’
550골드.
현금으로 따지면 약 55만 원 정도였다. 고작 30레벨 무기라기에는 꽤 비싸다. 하지만 워로드의 지금 시세를 기준으로 30레벨 레어 등급의 무기 아이템이 55만 원에 나오면 거저 주는 셈이다. 그런데도 그런 가격에도 거래가 안 된다는 건, 달리 말하면 진짜 쓸모없
는 아이템이란 의미다. 그 어떤 마법사도 이 무기는 안 쓴다. 심지어 지력이 붙으면 모르겠는데, 마력이 붙었다. 마법사들에게 마력은 중요하지만, 마력과 지력,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지력을 고르는 게 보통이다.
‘뭐, 나야 고맙지.’
어쨌거나 올힘 네크로맨서의 새로운 장점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그 누구도 쓰지 않는 아이템이 히르칸에게는 그 어느 아이템보다 필수적인 아이템이 될 테니까.
히르칸은 곧바로 구매를 했다. 이미 아이템을 지르기 위한 총알은 장전한 상황이었다.
2천 골드!
히르칸이 준비한 총알이었다. 필요하다면, 현금으로 추가 총알을 구매할 의사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히르칸의 자신감은 방어구 아이템을 검색하는 순간 처참하게 무너졌다.
‘시세 엄청나네. 지금 괜찮은 것들로 풀세트 하나 맞추려면…… 못해도 4천 골드 이상은 써야겠네.’
마력과 지력 옵션이 준수하게 달린 30레벨 레어 등급의 방어구 아이템들 시세는 어마어마했다. 유니크 아이템의 경우에는 검색하는 순간 골드로 만 단위 액수도 나왔다.
사실 보통 게임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유저 평균 레벨은 높아지고, 낮은 레벨의 아이템들 시세는 떨어진다. 그러나 워로드는 신규 유저 유입 숫자가 여전히 폭발적인 탓에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소소하게 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 폭발적인 증
가는 앞으로 3,4년 이상 더 계속될 것이다. 지금 백만을 넘기는 유저 숫자가 천만에 도달할 때까지 증가할 테니까.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히르칸이기었기에, 히르칸은 가격에 대해 토를 달지 않았다.
단지 방법을 강구했다.
싸게!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물론 방법은 이미 히르칸도 잘 알고 있었다.
“……맙소사, 대체 누가 이런 걸 만드는 거야?”
5.
메이저리그 야구팀, 뉴욕 양키스의 로고가 박힌 줄무늬 스냅백에 세기말에서나 입을 법한 징이 잔뜩 박힌 검은색 가죽 자켓 그리고 꽃무늬가 화사하게 박힌 타이츠 반바지에 무릎까지 넘어갈 기세인 레인부츠. 여기에 허리춤에 걸려 있는 슬레지 해머, 속칭 오함
마라 불리는 묵직한 거대 해머는 화룡점정…… 아니, 목불인견이었다.
히르칸은 자신의 옷차림을 보면서 정말 얼굴이 당장 터질 것 같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와, 이건 아니야.’
20레벨 때 착용한 고블린 가죽 세트는 괴상하기는 했어도 나름 가죽이라는 통일감이 있었다. 취향이 특이한 인간이구나! 그 정도로 나름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패션은…….
코미디언들조차도 입지 않을 옷이다. 차라리 우스꽝스러우면 그게 컨셉이 되겠는데, 보는 순간 얼굴이 굳을 정도였다. 솔직히 아이템을 구매할 때까지만 해도 히르칸은 어떻게든 1골드라도 더 저렴하는 걸 구하느라 조합을 염두에 두지 못했다.
아니, 설마 이 정도까지 옷 자체가 구린 옷일 줄은 몰랐다.
‘대체 이런 건 누가 만드는 거야? 아니, 그보다 이 바지는…….’
특히 꽃무늬 타이츠 반바지는 정말 맨정신인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옷이 아니었다.
‘여자가 입던 거겠지?’
몸매 좋은 여자가 입어야 그나마 의미가 있는 옷. 다 큰 남정네가 입으면…….
‘……당분간 PK 붙을 때 상대방의 혐오감을 일으키는 건 문제 없겠군.’
그 자체로 시비다.
히르칸은 장담할 수 있었다. 40레벨을 달성하기 전에 히르칸의 패션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만으로 히르칸을 죽이려고 덤벼드는 유저가 한 명 이상은 있을 것이다.
‘어휴. 내가 돈 모으면 진짜 멋진 옷 한 벌 맞춘다. 젠장…….’
푸념은 거기까지였다.
히르칸은 아이템 슬롯을 바꿨다. 평범한 토벌협회 보급품 옷을 착용했다. 허리에 검 대신 해머가 들린 것만 달랐다. 누가 보더라도 돈 없는 호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준비는 다 끝났고.’
아이템 세팅은 끝났다.
동시에 클래스 타워에서 30레벨 달성 기념으로 공짜 스킬도 배웠다.
[해골 마법사]
- 숙련도 : F랭크
- 현재 소환 가능한 해골 마법사 : (1)
- 해골 전사 대신 해골 마법사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 해골 조각으로 소환할 수 있는 해골의 숫자가 1마리 증가합니다.
해골 마법사.
쉽게 말해서 지금 히르칸이 해골 조각 마법을 통해 소환 가능한 4마리의 해골 중 한 마리를 해골 전사가 아닌 마법사로 소환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이었다.
해골 마법사의 스킬 랭크가 오르면 보다 많은 해골을 해골 마법사로 소환할 수 있으며, 동시에 스킬 랭크가 오르면 부수적으로 해골 조각으로 소환 가능한 해골 숫자도 늘어난다.
결정적으로 40레벨, 골렘 소환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꼭 배워야 하는 필수 스킬이기도 했다.
여기서 히르칸은 기쁨과 함께 우려를 했다.
‘내 마력이 언제까지 버텨주려나?’
해골 마법사를 소환할 때 소모되는 마력량은 해골 전사보다 1.5배 이상이다. 또한 해골 마법사가 마법을 쓸 때 소모되는 마력 역시 히르칸의 마력이다.
아니, 이번에는 어떻게 버틴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골렘 소환 마법을 배울 경우 진지하게 마력 부족으로 게임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템의 도움을 무조건 받아야 한다. 히르칸의 레벨이 높아지면, 더더욱 비싼 아이템이 필요하게 된다는 의미다. 무엇
보다 이런 부족한 부분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그저 좋은 아이템이 아니라 워로드에서 내로라하는 수준의 아이템이 필요하다.
그런 아이템을 구하지 못하면, 레이드 솔플은 불가능하다.
히르칸이 가야 하는 길은 그 정도로 매우 험한 고난의 길이었다.
물론 고난의 길도 길이다.
히르칸은 짧은 한숨 대신 허리춤에 차고 있는 망치를 들었다. 모든 능력치를 힘에 투자한 덕분에 망치가 가볍게 느껴졌다.
‘여기까지 왔는데,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서라도 가야지.’
6.
그 해골 전사는 황소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길쭉한 두개골과 툭 튀어나온 두 개의 뿔 그리고 손에 쥐고 있는 큼지막한 망치가 인상적이었다. 눈썰미가 있는 유저라면 그 해골 전사가 40레벨 희귀 몬스터, 해머링 카우를 제물로 삼아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해머링 카우를 제물 삼아 만든 탓인지, 해골 전사는 큼지막한 해머를 굉장히 능숙하게 다뤘다. 그 해머를 이용해 칼과 방패를 들고 있는 인간 형태의 스켈레톤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한 후에 틈이 보이는 순간 놈의 머리통을 가차 없이 후려쳤다.
콰직!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날아가는 스켈레톤의 머리통을 바라보며 히르칸이 소리쳤다.
“오! 나이스샷!”
말과 함께 히르칸이 손가락을 두 번 튕기자, 다른 해골 전사들이 떡방아를 찍듯, 위에서 아래로, 머리를 잃은 스켈레톤의 몸뚱이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거듭된 해머 세례에 스켈레톤의 몸뚱이는 붕괴했다.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진 스켈레톤의 몸뚱이는 더 처참한
꼴을 당했다.
그 과정을 보던 히르칸이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아.’
해머링 카우을 재료로 삼아 해골 전사 조각상을 다시 만들기 위해 무려 두당 20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했다. 해머링 카우의 뼈는 구하기 힘들고, 동시에 꽤 인기가 높은 재료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히르칸은 그 돈이 아깝지 않았다.
‘역시. 골은 부숴야 제맛이지.’
그렇게 히르칸이 감탄하고 있을 무렵, 그를 향해 단검을 쥐고 있는 스켈레톤 한 마리가 슬금슬금 접근하고 있었다. 녀석은 히르칸의 지척까지, 그것도 히르칸의 후방으로 접근했다.
단검으로 히르칸을 찌를 수 있는 거리가 됐고, 그 거리가 되는 순간 스켈레톤은 망설임 없이 히르칸을 향해 단검을 내찔렀다.
그 단검을.
휘릭!
히르칸이 당연하다는 듯이 몸을 돌리며 피해냈다. 몸을 돌려 피해내면서, 손에 쥐고 있는 해머로.
콰직!
스켈레톤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스켈레톤의 머리통은 근처에 있는 나무기둥에 맞고 히르칸과 스켈레톤 근처로 데굴데굴, 굴러왔다. 머리 잃은 스켈레톤은 거기서 당황하지 않고, 히르칸을 향해 다시 한 번 단검을 휘둘렀다.
언데드 몬스터의 특징이다. 신체 일부를 잃는 건,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머리를 잃는다고 앞을 못 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몸이 더 가벼워지고.
쉬익쉬익!
공격도 날렵해진다.
하지만 그뿐이다. 히르칸이 당할 정도로 날렵한 건 아니었다.
머리 잃은 스켈레톤이 연속해서 휘두른 단검을 몸을 낮춰 피해낸 히르칸은 곧장 바닥을 구르던 스켈레톤의 머리통을 집었다. 그 후에 히르칸은 해머를 짧게 쥔 후에 해머로 스켈레톤의 머리통을 종처럼 빠르게 연타하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마치 목탁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소리 좋고.’
스켈레톤 타입의 몬스터를 잡을 때 쓰는 팁이다.
언데드 몬스터를 잡는 건 결국 많은 데미지를 줘서, HP를 제로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주는 게 핵심이다. 그게 아니면 머리를 부숴도, 골반을 부숴도 움직인다.
그 점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두개골을 가져다가 쉴 새 없이 두드려서 데미지를 누적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 작업은 도주를 겸하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물리지만 않으면 된다. 이 점은 매우 중요했다.
히르칸의 눈이 주변을 훑었다.
‘개떼 같이 오는군.’
지금 두 마리의 스켈레톤을 상대했다. 여기서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몰려드니까.
히르칸의 시선에 사방에서 몰려드는 열 마리의 스켈레톤이 잡혔다.
언데드 몬스터 사냥의 난이도가 낮지 않은 이유다. 한 마리를 잡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보통 한 마리를 잡으면 주변에 있는 스켈레톤이 그 한 마리를 돕기 위해 모여든다. 모여든다는 건, 자연스럽게 포위망이 형성된다는 의미다.
스켈레톤의 포위에 갇히면 골치가 아파진다.
그러니까 한 번에 끝낼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일단 데미지를 입히면, 다음 장소로 바로 이동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움직이면 몬스터만 모으는 꼴이 된다.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빙빙, 포위되지 않도록 움직이는 게 핵심이다.
히르칸에게는 숨을 쉬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
탁, 탁!
히르칸이 목탁 두드리듯 스켈레톤의 머리를 두드리며, 포위망이 형성되기 전에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해골 전사들이 히르칸을 따라왔다.
그 순간 해골 전사와 함께 도망치던 히르칸의 앞에 큼지막한 덩치를 자랑하는 스켈레톤이 등장했다. 이제까지 상대했던 놈과는 전혀 다른 스케일의 괴물이었다.
‘스켈레톤 워리어네?’
3미터 신장에 뼈를 전부 가릴 정도로 묵직한 흉갑과 투구. 여기에 신장에 어울리는 큰 방패와 긴 칼.
스켈레톤 워리어였다.
리자드 워리어처럼 드물게 등장하는 희귀종이었고 동시에 앞선 스켈레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놈이었다.
‘갑자기 리젠된 건가?’
죽은 자의 숲에 온 이후로 첫 만남이기도 했다.
스켈레톤 워리어는 히르칸과 해골 전사가 나아갈 길을 제대로 막아서고 있었다.
히르칸은 스켈레톤 워리어를 빠르게 분석했다.
‘머리는 힘들고.’
놈의 머리를 해머로 쳐내서 날리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 고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사이 히르칸과 스켈레톤 워리어의 거리가 지척이 됐다.
선공은 스켈레톤 워리어의 몫이었다.
후웅!
녀석이 들고 있던 긴 칼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히르칸의 목을 단칼에 날려버릴 속셈이 노골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소리도 묵직한 게 정말 맞기만 하면 히르칸의 목 정도는 단숨에 자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히르칸은 자세를 낮추며 그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동시에.
콰직!
스켈레톤 워리어의 왼쪽으로 지나가며, 녀석의 왼쪽 무릎을 해머로 후려쳤다.
‘도가니 하나 박살났고.’
그렇게 스켈레톤 워리어의 왼쪽으로 지나간 히르칸이 급하게 몸을 돌린 후에 스켈레톤 워리어의 등을 향해 질주했다.
질주하던 히르칸은 잠시 동안 제구실을 못하게 된 왼쪽 무릎을 꿇으며 넘어지려는 스켈레톤 워리어의 오른쪽 무릎 뒤, 오금을.
콰직!
해머로 다시 한 번 후려쳤다. 스켈레톤 워리어가 균형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딱, 딱!
히르칸이 곧장 손가락을 두 번 튕기자, 해골 전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에 쥐고 있는 해머를 높게 든 후에 넘어진 스켈레톤 워리어의 몸뚱이를 향해 벼락처럼.
콰앙!
전력을 다해 내리쳤다.
개중 해골 전사 두 마리는 넘어진 스켈레톤 워리어와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기 위해 도약을 한 후에 착지하며 해머를 내리쳤다. 보통의 해골 전사들은 보여주지 못하는 날렵하기 그지없는 공세였다. 공세는 한 번에서 그치지 않았다. 네 마리의 해골 전사가 쾅, 쾅,
쾅! 악기를 연주하듯 거듭해서 해머를 내리쳤다. 재생되려던 스켈레톤 워리어의 몸뚱이는 다시금 가루가 되고는 했다.
히르칸이 그 광경을 보며 다시 한 번 만족감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누가 키웠는지 몰라도 잘 키웠다!’
물론 이 공격으로 스켈레톤 워리어가 죽을 리는 없었다. 스켈레톤 워리어는 산산조각이 난 자신의 몸뚱이를 빠르게 수복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히르칸을 쫓던 스켈레톤 무리들이 등장했다.
히르칸이 고개를 돌려 그 숫자를 확인했다.
‘일곱? 세 마리 없네? 이 정도면…….’
순식간에 전투 견적 계산을 완료한 히르칸이 곧장 자켓 주머니에서 작은 해골 조각 하나를 꺼내 던졌다.
검은색 뼈를 가진 평범한 외형을 가진 단신(短身)의 해골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파이어붐!”
히르칸이 마법 주문을 외쳤다.
해골 마법사가 두 손을 높게 들었다.
화르르!
높게 든 녀석의 앙상한 손아귀 안으로 붉은 불덩이가 모였다.
히르칸이 캐치볼을 하듯, 허공을 향해 공을 던지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 제스처를 해골 마법사가 따라했다.
휙! 해골 마법사의 손에 있던 불덩이가 빠르게 다가오던 스켈레톤 무리들을 향해 날아갔다.
콰앙!
스켈레톤에 닿은 불덩이는 폭발했다.
폭발은 스켈레톤 무리들에게 큰 타격을 주진 못했다. 직접 명중 당한 녀석의 몸뚱이가 크게 박살이 나긴 했지만 금방 수복 가능한 수준이었다. 나머지들 역시 타격은 크지 않았다.
대신 폭발의 충격에 스켈레톤들의 전열이 무너졌다.
히르칸이 손가락을 두 번 튕겼다.
스켈레톤 워리어를 거듭 해머로 내리치던 네 마리의 해골 전사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스켈레톤 무리들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일말의 망설임이나 주저함 없이, 자신들이 바라본 방향으로 질주했다.
전열이 무너진 일곱 마리의 스켈레톤과 전열을 갖춘 채 기세 좋게 달리기 시작한 네 마리의 해골 전사.
“골 때리는 게 뭔지 보여주마!”
그리고 네 마리의 해골 전사보다 더 앞에서 달려가는 히르칸!
그 순간 이미 승패는 그 상황에서 가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이게 진짜 전쟁이었다면, 싸우기도 전에 스켈레톤 쪽이 항복 선언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몬스터들에게 그런 기능은 없었다. 스켈레톤은 달려오는 히르칸과 그 부하들을 보며 그저 정해진 반응만 보였다. 전열을 갖추지도 않은 채, 맞불을 놓을 생각으로 같이 돌진했다.
그 두 무리가 충돌했다.
충돌의 결과물은 히르칸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 13화. 해골 잡는 해골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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