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아힘브리 (3). >
8.
“둥지. 둥지, 둥지.”
태블릿PC에 열심히 지문을 남기며 정보를 검색하던 안재현이 옆에 놓아둔 커피를 홀짝였다. 포도당 가득한 카페인 덕분에 돌머리나 다름없던 안재현의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퀘스트 예상 지역은 일단 세 곳 정도인가?’
둥지에서 알을 가져와라!
밑도 끝도 없는 테스트이지만, 그래도 나름 워로드로 밥을 벌어먹었던 안재현 아닌가?
안재현은 일단 지역을 좁혔다. 아힘브리는 현재 방츠 성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퀘스트 지역은 어찌 됐건 방츠 성 주변 지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여기에 둥지 그리고 알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귀중한 힌트다. 조류, 파충류, 곤충 타입의 몬스터가 테스트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
“토굴뱀 절벽, 리자드 늪, 톱니개미굴.”
방츠 성 주변에 위치한 무수히 많은 사냥터 중에 이 조건을 충족하는 사냥터는 일단 공개된 바로는 세 곳이었다. 일단 밝혀진 것만 세 곳일 뿐, 숨겨진 사냥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애초에 진짜 괜찮은 사냥터는 공개되지 않는다. 길드나, 발견자들이 뽕을 뽑
을 때까지 사냥터를 독점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까.
더불어 안재현의 선택지는 정해져 있었다.
‘토굴뱀은 50레벨이 넘는 몬스터고, 톱니개미도 40레벨 근처가 되어야 잡을 수 있지.’
토굴뱀의 절벽은 50레벨 사냥터고, 톱니개미굴도 40레벨의 사냥터다. 그곳이 아힘브리의 테스트 장소라고 해도 당장 안재현이 가서 무언가를 할 수는 없다.
그럼 남은 선택지는 당연히 하나.
‘리자드 늪밖에 없네.’
리자드 늪.
그곳이 안재현의 다음 출발지다. 30레벨 근처의 그린 리자드가 등장하는 곳이다.
사실 사냥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안재현의 능력이라면 리자드 워리어는 힘들어도 보통의 그린 리자드 정도는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더불어 리자드는 선호도가 높지 않은 몬스터다. 일반 유저들을 기준으로는 잡기 어려운 편이다. 웨어울프와 같이 사람처럼 전
투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부분 무기와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다.
물론 잡고자 하면 못 잡을 건 없지만, 굳이 어려운 몬스터를 잡기 위해 나서는 유저는 없다.
반대로 잡는 방법, 실력만 확실하면 괜찮은 놈이다. 테스트가 아니더라도, 안재현의 다음 사냥터로 적합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오히려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레벨도 올리고, 퀘스트 조사도 하고.
문제는 영상 촬영 여부였다.
‘만약 정말 그곳이 아힘브리의 퀘스트 에어리어라면…….’
리자드 늪에서 사냥을 하는 영상을 올릴 경우 어떤 식으로든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하회탈을 쓴 게임 속 캐릭터, 히르칸은 이미 유망주 타이틀 확보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유망주 타이틀을 확보한 히르칸이 아힘브리의 테스트 장소로 예상되는 리자드 늪에 출몰한다? 여러모로 의심받기 좋은 시나리오다.
아니, 그때 안재현이 일반 토벌협회 보급품 복장을 하고 있어서 그냥 넘어갔지, 하회탈을 쓰고 있었다면 왼손 악수를 받건 말건 무조건 의심을 받았을 것이다.
“젠장.”
‘이상한 새끼들 때문에 괜히 골치가 아파졌어.’
솔직히 이런 종류의 고민은 예상한 바가 아니었다. 하이에나가 붙는 건 아무래도 좋다. 이 정도 급이 되는 퀘스트, 심지어 크로니클 퀘스트를 하는데 하이에나가 안 붙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문제는 이번에 달라붙은 놈들이 하이에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심지어 안재현은 그들이 사자인지, 호랑이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대체 누구지?’
맹수는 맞다.
‘화이트맘바 세트……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단순히 고레벨은 아니야. 랭커급은 분명해.’
그런데 어떤 종인지를 모르겠다. 단순히 안재현이 기억하지 못해서 그러는 게 아니었다.
화이트맘바 세트는 옵션으로 따지면 정말 대단한 수준의 아이템이라고 보긴 힘들다. 대신에 3개 길드가 화이트맘바를 잡은 이후 명성 있는 디자이너를 통해 디자인을 해서 내놓은 제품이다. 똑같은 가방이라고 해도 명품 로고가 들어가면 명품이 되는 법이다.
보통 이런 제품은 공시된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는 없다. 대개 길드가 선물로 스폰서를 비롯한 다른 누군가에게 주거나 혹은 상징적인 유니폼 정도로 놔둔다.
달리 말하면 역추적이 쉽다.
그런데 그는 역추적이 되지 않았다. 그런 눈에 띄는 아이템을 착용하고 다니는 주제에 온라인상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어디 유명한 길드 소속 랭커라면 오히려 안심하고 그에 맞는 대처를 하겠는데 그게 아니다.
안재현이 과할 정도로 경계심을 품는 이유다.
느낌도 안 좋았다.
‘사람을 그런 식으로 시험하는 놈들치고 뒤가 구리지 않은 놈들은 없지.’
막말로 30대 길드, 그에 준하는 세력 길드라면 그런 식으로 나오지 않는다.
길드를 밝히고, 거래를 제안한다. 그리고 거래를 제안하는 것도 그런 랭커급이 아니라 아예 전담자가 나선다. 솔직히 그 정도 레벨이 되는 유저들은 플레이타임의 대부분을 사냥에 투자해야 한다. 의심이 가는 유저를 찾아와서 협상과 대화를 하는 건 시간 낭비다.
‘30대 길드는 절대 아니야. 그런 식으로 나오는 30대 길드는 본 적이 없어.’
안재현의 기준으로 보면 30대 길드 소속은 아니다.
‘필시 조직은 조직인데…….’
하지만 조직인 건 확실하다. 안재현과 대화를 하던 이 말고 다른 한 명이 숨어 있었던 게 그 증거다. 여러모로 워로드란 세계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들. 그런 그들이 안재현을 노리고 있으니,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고민하던 안재현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젠장.”
‘대체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거지? 게임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지경인데? 채설연, 그 년 같은 인간 때문에 이미 미치겠구먼, 왜 이상한 새끼들이 갑자기 튀어나오고 지랄이야?’
세상에 쉬운 건 없다.
안재현이 그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9.
리자드 늪.
일반 유저들은 기피하는 사냥터인 그곳은 방츠 성 남쪽에 위치해 있었다. 일반 유저의 이동속도로는 약 5시간 남짓 떨어진 곳이었다. 적지 않은 거리였다. 적어도 게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국토대장정을 하고 싶어하는 유저는 없을 테니까.
히르칸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리자드 늪으로 간다고 해서 기분 좋은 반전이나 발견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는 길에 겸사겸사 다른 일도 처리하는 게 정답이다.
“어디 보자.”
지금 히르칸이 해골 전사를 소환한 후에 해골 전사의 뒤통수를 만지작거리는 것 역시 그 겸사겸사에 포함되는 일이었다.
‘여기에 이렇게 그리면 되는 건가?’
해골 전사의 뒤통수를 만지작거리던 히르칸이 마법을 사용했다. 마법을 사용한 후 해골 전사의 뒤통수에 검지로 십자가 모양을 그렸다. 히르칸의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에 붉은 십자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각인의 정체.
‘이 상태로 마법을 쓰면 된다, 이거지?’
유니크 마법 스킬, 매드니스 헬름이다.
각인을 새긴 히르칸이 해골 전사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찰싹! 한 대 때렸다. 그리고는 해골 전사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해골 전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히르칸을 마주 봤다.
그 순간.
훅!
히르칸의 왼주먹이 화살처럼 해골 전사의 두개골을 향해 날아갔다. 완벽한 잽이었다. 간결하기 그지없는 잽. 정말 몸에서 주먹만 따로 떨어져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그냥 잽만 날린 게 아니었다. 발을 내디디면서, 거리를 좁히면서 잽을 날렸다.
그 잽을 해골 전사가 고개를 옆으로 휙! 젖히며 피했다. 피하면서 해골 전사는 곧장 히르칸과의 거리를 벌렸다. 히르칸이 그 모습을 보면서 옅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가르쳤지만 참 잘 컸어.’
예전에는 이렇게 주먹을 날리면 그냥 맞았다. 피하더라도 주먹만 피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는 피하고, 거리도 벌리면서 다음을 준비한다.
더군다나 지금 히르칸의 주먹은 10레벨 때보다 훨씬 더 빠르다. 이 빠른 공격에도 반응을 한다는 건, 예전 이상으로 더 많은 성장을 이루었단 의미다. 그동안 히르칸이 매일 30분 이상 해골 전사를 잡고서는 가르친 결과물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다음.
‘이 회피 능력이 매드니스 헬름 버프가 적용되는 순간에도 과연 유효할까?’
매드니스 헬름은 스킬 명칭만 보더라도 얌전함과는 거리가 멀다. 해골 전사에게 이 버프를 걸면, 공격적으로 변하리란 예상은 게임 초보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소환물들이라면 과도한 공격성이 메리트가 된다. 그러나 히르칸의 소환물은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공격적으로 변하는 건 좋다. 그러나 그 속에 가르침이 녹아있어야 한다. 그냥 공격적이기만 하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헬름 온.”
히르칸이 주문을 외웠다.
그 주문이 끝나기 무섭게 해골 전사의 뒤통수에 새겨진 붉은 각인이 빛났다.
뿌드드!
동시에 기괴한 소리와 함께 해골 전사의 머리에 두 개의 뿔이, 성인 남자 주먹 크기의 원뿔이 솟아올랐다. 해골 전사의 푸른 불꽃으로 된 눈동자도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눈동자의 크기도 커졌다. 활활! 당장 불길이 해골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마지막으로 해골 전사가 입을 벌렸다. 마치 끓는 피를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물론 피가 끓을 일은 없겠지만.
그 해골 전사를 바라보던 히르칸이 입가에 미소를 지웠다. 그리고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았다.
츠릉!
검을 뽑는 소리와 함께 히르칸이 전력으로 해골 전사를 향해 질주를 했다. 단숨에 거리를 좁혔고, 거리를 좁히면서 해골 전사의 목을 베어낼 각오로 검을 휘둘렀다.
쉬익!
휘두른 검이 반월 모양의 궤적을 만들어냈다.
그 궤적을 해골 전사는 휙! 목만 뒤로 가볍게 젖혀서 피해냈다. 히르칸은 그 광경을 보지 않았다. 해골 전사가 목을 뒤로 젖히는 순간, 검을 휘두른 히르칸은 그 원심력을 이용해 몸을 회전시켰다. 히르칸의 왼발을 축으로 오른발이 원을 그렸다. 히르칸의 발꿈치가
해골 전사의 몸통을 향해 묵직한 소리를 내며 다가갔다.
휘익!
해골 전사는 그 뒤돌려차기를 몸을 크게 뒤로 젖히면서 피해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몸마저 뒤로 젖혔던 해골 전사는 활처럼 구부러진 몸뚱이를 곧바로 다시 꼿꼿하게 세웠다.
히르칸이 그걸 보고 움직임을 멈췄다.
‘이것 봐라?’
히르칸의 눈에 뒤로 물러나지 않은 채, 꼿꼿하게 제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해골 전사의 모습이 들어왔다.
‘죽어도 뒤로 물러서진 않겠다?’
임전무퇴.
해골 전사는 공격은 피하되, 뒷걸음질은 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꿋꿋하게 서 있었다.
히르칸이 그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크게 그렸다.
‘이거 잘하면…….’
10.
워로드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30대 길드를 비롯해 많은 길드들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 유망주를 영입하는 건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예전부터 진행되던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유망주 영입에 불이 붙었다. 불을 붙인 건 1주년이란 단어였다.
워로드의 특성상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1주년이란 단어는 심리적 커트라인이었다. 워로드 서비스가 시작되고 1년이 지난 후에 시작한 유저가 랭커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없다! 그게 랭커들 사이에서는 정론으로 받아들여지
고 있었다.
즉, 1주년이 되기 전에 영입한 유망주들이 랭커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루키들인 셈.
이러한 배경이 채설연이 유망주 명단을 직접 확인하게 된 이유였다. 그녀는 선별된 유망주들의 전투 영상과 이력을 살폈다. 대부분이 다른 게임에서 나름 실력자 소리를 듣던 유저들로 이미 가상현실게임에는 충분히 적응이 된 자들이었다.
나쁘지 않은 재능과 가능성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가상현실게임 인구가 천만 명이 넘어가는데, 이 중에서 쓸모 있는 인간이 어떻게 한 명도 없는 거지?”
채설연은 그런 유망주 후보들이 탐탁지 않았다. 기분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유망주를 일일이 체크하는 건 그녀의 소관이 아니었다. 그녀가 때때로 유튜브 등을 통해 유저들의 영상을 보긴 하지만, 그건 유망주 영입보다는 그냥 기분 전환에 불과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일을 처리하게 됐으니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자가 없었다. 돌멩이 속에서 보석을 찾는 작업도 보석이 나올 때 할 마음이 생기는 거다. 돌멩이만 잔뜩 있으면 할 마음이 들 리가 없다.
그런 채설연의 가시 잔뜩 돋친 반문에 그녀의 비서인 박수지는 잽싸게 머리를 굴렸다.
‘아가씨가 평소보다 더 신경질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기준치가 있는 모양이야.’
깐깐한 채설연의 비서로 5년 넘게 활동한 박수지는 금방 채설연의 심중을 파악했다.
“마음에 들거나, 미리 점찍어둔 사람이 있으십니까?”
그녀의 질문에 채설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에 드는 사람? 있다.
문제는 채설연 마음에 드는 실력자들이 이미 다른 길드 소속이라는 점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을 탐내는 건, 그림 속의 빵을 탐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돈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30대 길드들 사이에는 신사협정이 있다. 그 신사협정 중에 가장 핵심은 바로 유저의 이적이다. 합의 하에 유저가 이적되는 건 상관없지만, 강제로 빼
앗아갔다가는 그야말로 전쟁이 시작된다.
그런 실력자들을 제외하면, 솔직히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뭐였더라?’
인상적인 얼굴이 있다. 아니, 얼굴이라고 하긴 뭐하다.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아는 건 하나.
“하회탈.”
“예?”
박수지가 고개를 갸웃했고, 그제야 채설연은 자신의 심기가 뒤틀린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하회탈을 쓰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유저가 있었어. 한 번 알아봐. 그리고 얘네들 데이터는 전부 삭제하고.”
하회탈.
단서는 그것뿐이었지만, 이야기를 들은 박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보겠습니다.”
“그보다 헬퍼에서는 답변이 왔어?”
“아직 안 왔습니다.”
“정말 대단한 자들이군. 이런 식으로 배짱을 부리다니. 별 수 없지. 우리쪽에서 연락을 해. 정확히 누굴, 언제까지 파견해줄 수 있는지. 조만간 레이드에 나서야 하니까 최대한 빨리 답변을 받아. 만약 답변이 늦으면 내 이름을 팔아서 협박을 해도 좋아.”
“알겠습니다.”
“아, 30분 뒤에 운동할 테니까 트레이너에게 준비해두라고 말해줘. 식사는 그 이후. 오늘 식단은 어떻게 되지?”
“한우 안심 스테이크로 만든 샐러드입니다. 커피는 저번에 말씀하셨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으로 준비해뒀습니다.”
“그 외의 일은?”
“없습니다.”
없다.
그 말에 채설연이 얼굴색을 바꿨다. 진지한 표정을,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회장님은?”
“아무 말씀도 없으셨습니다.”
아무 말씀도 없다, 그 말에 채설연이 굳은 표정에서 실소만 살짝 머금었다.
“워로드가 잘나가니까 아버님이나 어머님이 아무런 말도 안 하시네. 내가 게임에 돈 쓴다고 했을 때 날 어떻게든 강제로 시집을 보내려고 작심을 하시던 게 엊그제 이야기 같은데.”
잠시 과거를 떠올린 채설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얇은 잠옷만을 입고 있는 탓에 모델처럼 시원시원하면서도 잘빠진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 몸매와 채설연의 외모를 본 비서 박수지는 진심으로 부러움을 느꼈다.
‘인생 참 불공평하네. 그보다 이런 아가씨랑 결혼하게 될 남자는 누군지 몰라도 전생에 나라를 구한 인물이겠지?’
< 10화. 아힘브리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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