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23화 (23/192)

< 8화. 위기와 기회 (3). >

8.

[인스턴스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히르칸이 어둠을 뚫고 들어가는 순간, 그를 반긴 건 100평 남짓한 적당한 넓이의 공간이었다. 공간은 팔각형 형태로 곳곳에 각이 보였고, 천장까지의 높이는 4미터 정도였다.

‘링이네.’

전체적인 느낌이 종합격투기 시합이 치러지는 무대와 흡사했다.

그때.

파르르!

해골 전사의 머리 위에 떠있던 빛의 구체가 힘차게 움직였다. 빛의 구체가 천장에 닿았고, 어두침침했던 공간에 빛줄기가 하나둘씩 내려오기 시작했다. 은은한 빛줄기는 어둠 전부를 몰아내지 못한 채 그저 조심스럽게 어둠을 가로 지르고만 있었다.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느낌 좋고.’

히르칸은 이 분위기가 나름 마음에 들었다. 영상으로 찍으면 그럴싸한 장면이 나올 테니까.

이윽고 어둠 속을 비추던 빛이 어둠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괴물마저 비추기 시작했을 때.

크르르!

괴물이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웨어 울프.’

히르칸이 금방 상대의 정체를 파악했다. 다른 몬스터와 착각할 만한 외형도 아니었다.

‘좀 크네.’

대신 히르칸이 상대해봤었던 블루 웨어울프와는 체격부터 시작해서 몇 가지 차이가 있었다. 신장은 2미터를 넘기는 게 분명했고, 팔도 매우 길었다. 손톱은 피터팬에 나오는 후크 선장의 갈고리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굵직했다. 털빛도 푸른빛이 아니라 검은색

에 가까웠다.

‘음?’

무엇보다 히르칸의 눈길을 끈 건.

‘눈동자가?’

놈의 눈이었다.

‘검은 마블링?’

눈 속에 붉은색과 검은색이 마블링처럼 뒤섞여 있었다. 정말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다.

‘이런.’

히르칸의 입꼬리 한쪽이 올라갔다.

‘여기서 타락 백작 관련 퀘스트를 마주할 줄이야.’

타락 백작.

워로드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첫 번째 장을 장식하고 있는 녀석이다.

워로드의 메인 시나리오는 가장 큰 물줄기다. 이 물줄기를 뚫어야 다음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내가 마지막으로 진행하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네 번째 장인 용의 군대 편이었지.’

과거로 돌아오기 전 히르칸이 워로드를 할 당시에는 네 번째 시나리오 퀘스트가 진행 중이었다.

타락 백작, 배덕의 왕자, 폐허 왕국…… 세 가지 메인 시나리오에서는 조연조차 되지 못했지만, 네 번째 시나리오 퀘스트였던 용의 군대에서는 주연급으로 급부상했다. 하회탈 길드가 명성을 얻기 시작한 시점이었으니까.

이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몇 개가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토봇 소프트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정보를 극비로 취급하고 있으니까. 중요한 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보상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일단 타이틀이 쏟아진다. 엄청나게 쏟아진다. 메

인 시나리오 퀘스트에서 주요 타이틀을 확보하고 안 하고 차이는 엄청나다.

동시에 주목도가 다르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관련 영상은 취급부터가 다르다. 유료 영상으로 올려도 팔린다. 세 번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였던 폐허 왕국의 마지막 대전투 영상은 구매수가 처음으로 1억 명을 돌파했었다.

당연히 이런 핵심 콘텐츠를 30대 길드가 그냥 놔둘 리 없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주연은 언제나 30대 길드였다. 그들은 핵심 정보를 손에 쥐고 있을 뿐더러, 경쟁자를 회유하거나 혹은 가차 없이 제거한다.

그런 퀘스트의 끄트머리를 지금 히르칸이 잡게 됐다.

‘타락 백작 편은 이미 꽤 진행됐을 텐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징검다리다. 하나의 퀘스트를 시작점으로 계속 다음 퀘스트로 이어진다. 때문에 이런 식으로 기회를 잡았다고 해도 이미 앞선 이들이 맛있는 건 다 먹어치웠기에 히르칸이 먹을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뭐, 주는 걸 마다할 필요는 없지.’

이게 싫다는 건 아니다.

잡념은 여기까지였다.

타락 백작에 의해 타락한 몬스터는 일반 몬스터보다 훨씬 더 뛰어난 전투 능력을 보인다. 히르칸이 잡은 블루 웨어울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괴물이다.

딱딱!

히르칸이 예고도 없이 손가락을 두 번 튕겼다. 해골 전사가 눈빛을 태우며 타락한 웨어울프를 향해 돌진했다.

그 사이 히르칸이 칼을 쥐고 있는 오른손의 검지를 편 채 왼손 손바닥에 글자를 썼다.

마귀.

한글로 그 글자를 쓰는 순간.

[마귀 저주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히르칸의 왼손 손바닥에서 아주 불길하기 그지없는 어둠의 기운이 일렁거렸다.

“저주 부여.”

히르칸이 어둠의 기운이 깃든 손으로 롱소드의 칼날을 어루만지듯 쓰다듬었다. 롱소드의 칼날이 물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저주를 빨아들이고, 머금었다.

여기까지가 히르칸이 당장 꺼낼 수 있는 패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이 패가 얼마나 통할 것인가? 하는 부분.

저주 마법을 마친 히르칸이 정면을 바라봤다. 해골 전사와 타락한 웨어울프의 거리가 지척이 됐다. 눈 한 번 깜빡하기도 전에 둘이 승부를 겨룰 것이다.

‘30초만.’

여기서 히르칸은 해골 전사에게 오직 한 가지만 기대했다.

30초만 버티는 것.

솔직히 해골 전사가 타락한 웨어울프를 혼자 잡으리란 생각은 해골 전사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택도 없는 생각이다.

그저 30초만 버텨주면 된다. 그렇다면 정말 이야기는 쉽게 풀릴 테니까. 나름 기대도 했다. 영웅도살자가 근력을 찍으면서까지 1대1로 강습을 해주지 않았는가?

버틸 것이다!

히르칸이 그리 기대를 하며 정면에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는 순간.

퍼억!

아주 통쾌한 소리가 났다.

‘아.’

타락한 웨어울프가 휘두른 팔이 해골 전사의 머리통을 가뿐하게 날리는 소리였다. 벽에 머리통이 부딪쳤고, 기다렸다는 듯이 해골 전사의 몸뚱이가 머리통 근처로 날아왔다.

두 번.

타락한 웨어울프는 두 번의 팔짓만으로 해골 전사를 가뿐하게 일시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해골 전사의 해골 눈알이 X자 표시가 됐다. 히르칸의 입모양도 그와 비슷하게 변했다

‘에라이.’

아무래도 더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한 모양이다.

물론 나름의 소득은 있었다.

‘속도, 위력 전부 대단하지만……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다.’

확실히 빠르다. 그러나 히르칸의 기준에서는 피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다.

동시에 해골 전사를 두 번이나 때리고도 완전 파괴로 이끌지 못했다는 건, 공격력 역시 위력적이지만 히르칸을 단숨에 파괴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네 방? 아니, 세 방 정도.’

세 방.

히르칸이 피거스 성까지 단숨에 날아가기 위해 필요한 티켓 값이다. 덤으로 48시간 동안 강제로 현실에서 손가락을 빨아야 하는 서비스도 제공될 것이다.

보통은 이런 경우를 절체절명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도망칠 구석도 없지 않은가?

히르칸이 느끼는 감정도 크게 다를 건 없엇다. 등 뒤에 절벽이 있는 느낌이다. 뒷걸음질 치는 순간 당장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 게임 속에서 심박수가 빨라질 리가 없는데 왠지 그런 것 같은 느낌.

‘목숨 3개, 딱 좋은 숫자야.’

히르칸은 이 느낌이 좋았다.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을,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끼는 듯했으니까.

“으럇차!”

큰 기합소리와 함께 히르칸이 타락한 웨어울프를 향해 질주했다.

딱딱.

질주하면서 손가락을 두 번 튕겼다. 해골 전사가 히르칸의 마력을 빨아들이며 빠르게 육체를 복구했다. 해골 전사의 눈이 X자 표시에서 다시 이글거리는 불길로 바뀌었다.

후우웅!

그 순간 타락한 웨어울프가 자신의 거리 안으로 들어온 히르칸을 향해 오른팔을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히르칸의 왼쪽 시야가 시커멓게 물들었다.

쉬익!

히르칸이 고개를 숙이며 팔을 피했다. 히르칸의 머리칼이 섬뜩한 발톱에 잘려나갔다.

종이 한 장 차이, 그 표현이 오히려 과장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슬아슬한 순간이 지나가고, 곧바로 새로운 위기가 왔다.

타락한 웨어울프가 자신의 오른팔을 피하며 제 품 안으로 들어오는 히르칸을 향해 이번에는 왼팔을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 사선으로 휘둘렀다. 녀석의 팔이 그릴 궤적을 히르칸이 피하기란 쉬워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쉬익!

그 어려운 궤적을 히르칸은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이는 것만으로, 그 간략한 행동만으로 피했다. 타락한 웨어울프의 팔이 마치 히르칸의 어깨와 팔을 따라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이쯤 되면 히르칸이 의도적으로 최소한의 몸놀림으로 아슬아슬하게 피한다는 걸 보는 이도 알 수 있다.

그 이유.

‘보인다.’

히르칸의 시선을 보면 알 수 있다. 위기를 감수하고 아슬아슬한 순간을 넘어간 히르칸의 눈앞에 타락한 웨어울프의 옆구리가 훤히 드러났다. 이 광경을 보고자 했다.

히르칸은 그 옆구리를 롱소드로 가볍게 그어냈다. 깊은 상처를 낼 생각은 없었다.

[타락한 웨어울프가 마귀 저주에 걸립니다.]

저주를 걸기 위한 공격이었으니까.

공격에 성공한 히르칸은 곧장 타락한 웨어울프의 등 뒤를 지나가며 거리를 크게 벌렸다.

타락한 웨어울프가 히르칸을 시선으로 쫓으며 등을 돌렸고, 벽에 다다른 히르칸도 등을 돌렸다.

둘이 서로를 마주 봤다.

크르르.

낮게 깔린 울음으로 타락한 웨어울프가 자신의 분노를 토해냈고.

까닥까닥.

히르칸이 왼손을 까닥이며 타락한 웨어울프를 도발했다.

그 순간.

푹!

복구를 마친 해골 전사가 웨어울프의 등줄기에 몸을 날리며 뼈칼을 꽂았다.

크앙!

타락한 웨어울프가 괴성을 내질렀고, 해골 전사가 잽싸게 몸을 날려 거리를 피했다. 타락한 웨어울프는 그런 해골 전사를 쫓지 않은 채 등 뒤에 꽂힌 뼈칼을 뽑아냈다. 그리고는 해골 전사를 향해 뽑아낸 뼈칼을 신경질적으로 던지며 해골 전사를 노려봤다. 해골

전사는 그 험악한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그 사이.

‘어디 보자.’

히르칸이 슬그머니 타락한 웨어울프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하자.

크르르!

타락한 웨어울프가 곧장 히르칸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섬뜩한 송곳니를 드러냈다.

‘공격을 당하는 순간에만 어그로가 끌리고, 경계 상태에서는 어그로가 수시로 바뀌는군.’

생각을 마친 히르칸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타락한 웨어울프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망설임 따위는 필요 없었다. 히르칸의 역할은 이미 명백하게 정해졌으니까. 타락한 웨어울프의 시선을 끄는 게 그의 역할이다. 그가 시선을 끌면, 해골 전사가 히르칸의 이빨

이 되어 타락한 웨어울프의 몸에 상처를 만들어줄 테니까.

9.

해골 전사는 눈앞의 괴물을 바라봤다. 괴물을 바라보는 녀석의 머릿속에 공포심이나 생각 같은 단어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녀석은 그저 때를 가늠할 뿐이었다.

그의 주인이, 무조건 충성을 맹세해야 하고, 때때로는 자신에게 거침없이 손바닥을 날리는 괴팍한 주인이 괴물의 시선을 끌고, 괴물이 등을 보이는 순간.

딸그락!

해골 전사는 달렸다.

해골 전사의 몸뚱이는 다트였고, 괴물의 등판은 다트판이었다. 해골 전사는 이미 무수히 많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점수는 마지막 점수였다.

푹!

해골 전사의 뼈칼이 이미 뼈칼이 꽂히며 만들어놓은 상처를 다시 한 번 파고들었다. 깊숙하게 들어간 뼈칼은 칼을 잡는 뿌리만 남을 정도였다. 그 순간 딱딱, 주인의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났다. 거듭 이어진 공격 명령에 해골 전사는 도망치지 않았다.

덥석!

괴물의 등판을 물었다. 이빨을 박았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듯, 이빨을 박은 채로 열심히 손을 놀렸다. 손끝에 달린 날카로운 손톱으로 괴물의 몸을 깊게 할퀴었다.

괴물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 순간 해골 전사의 온몸에서 힘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푸욱!

해골 전사의 두 손이 괴물의 살점을 마치 모래사장의 모래를 쥐듯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해골 전사가 살점을 물어뜯었다. 물어뜯은 살점을 머금은 해골 전사가 늑대가 울음 토해내듯, 주둥이를 벌린 채 아우우…… 소리 없는 울음을 토해냈다.

10.

[해골 전사가 매우 강한 몬스터를 잡았습니다. 해골 전사와 관련된 스킬의 숙련도가 크게 오릅니다.]

[해골 조각 스킬 랭크가 E랭크로 상승했습니다.]

“응?”

약 5분 동안 치러졌던 전투의 종극을 알리는 알림은 히르칸이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뭐라고 했지?’

히르칸이 마치 잘 들리지 않는 라디오를 들으려는 듯이 귀를 기울이는 순간.

[비마 산의 동굴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새로운 타이틀이 3개 등록되었습니다.]

‘어?’

히르칸은 재차 놀랐다.

‘타이틀이 왜 3개야?’

털썩!

그런 히르칸의 고막에 새로운 잡음이 끼어들었다. 타락한 웨어울프의 몸뚱이가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였다.

“후우!”

그 쓰러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전투 시작 후 처음으로 히르칸의 입에서 숨소리가 나왔다.

숨죽인 채 치러진 전투.

원래 계획은 사냥에 성공하는 순간 세레모니를 하는 것이었다. 멋진 세레모니와 대사를 날리려고 했다.

하지만 머릿속에 마련해두었던 대사는 갑작스러운 소식들에 묻혀 사라져버렸다.

‘상황부터 정리하자.’

일단 히르칸은 자신의 왼팔을 확인했다. 그의 왼팔에는 큼지막한 상처가 있었다. 팔꿈치 그리고 어깨. 타락한 웨어울프가 제대로 할퀴고 간 상처였다. 팔이 떨어져 나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당연히 팔은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히르칸은 자신의 왼손 손

목을 남의 손처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손목에 찬 시계를 입가에 가져갔다.

“촬영 종료.”

첫 번째 소득, 영상 확보에 성공했다.

히르칸이 시계 다이얼을 돌리며 퀘스트 앱을 실행하고, 퀘스트창을 살펴봤다.

‘퀘스트는 완료됐고.’

두 번째 소득인 퀘스트 완료 보상도 얻었다.

여기까지가 히르칸이 기대했고, 원했던 보상이었다.

그런데.

‘스킬 랭크가 벌써 올라?’

추가 소득이 있었다. 히르칸이 스킬앱을 활성화하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손가락이 다이얼을 바쁘게 움직였다.

[해골 조각]

- 숙련도 : E랭크

- 현재 소환 가능한 해골 : 전사(2)

‘20레벨 직전에 오를 줄 알았는데…….’

해골 조각 스킬의 스킬 랭크가 올랐다.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른 성장이었다.

아마도 강력한 몬스터를 잡는데 해골 전사가 마지막 일격을 날리면서, 히르칸이 아니라 해골 전사가 몬스터를 잡은 걸로 판정을 받은 모양이다. 공격 관련 스킬 숙련도 경험치는 그런 경우에 큰 폭으로 오르는 경우가 많다.

‘나쁠 건 없지.’

갑작스럽지만, 기분 좋은 깜짝 선물이었다. 해골 조각 스킬 랭크가 오르면 해골 전사의 능력치도 오른다. 심지어 이제 두 마리를 소환할 수 있게 됐다. 한 마리로도 이 정도 전력을 보여주는데 두 마리를 소환한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광경이다.

하지만 히르칸은 당장 기뻐하기보다는 네 번째 소득을 살폈다. 시계를 통해 자신이 확보한 타이틀 관련 메시지를 확인했다.

[타이틀 ‘유망주’를 획득하셨습니다.]

원래 얻고자 했던 타이틀.

[타이틀 ‘영웅에 도전하는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응? 영웅 시리즈 나왔네? 하긴, 인던을 혼자 깨고, 심지어 이게 퍼스트킬이니까. 조건은 충족했겠군.’

알고는 있지만 여기서 나올 줄은 몰랐던 타이틀.

그리고 마지막은.

[타이틀 ‘타락 추적자’를 획득하셨습니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 히르칸과는 인연이 있을 수가 없었던 타이틀이었다.

그것으로 히르칸이 자신이 얻은 소득을 정리했다. 히르칸의 머릿속에 있는 계산기가 계산을 마쳤다. 계산기에 뜬 계산 결과를 보는 순간 히르칸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거지.”

‘이제야 뭐가 풀리는구나!’

하지만 진짜 대박은 따로 있다는 걸, 지금의 히르칸은 알 수 없었다.

< 8화. 위기와 기회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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