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해골과 함께 춤을 (4). >
7.
위이잉!
안재현이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그를 가장 먼저 반긴 건, V기어에서 나오는 쿨러 소리였다.
[시스템 종료 중입니다. 대기해주세요.]
안내음은 쿨러 소리 다음이었다. 안재현은 물고 있던 마우스피스를 뱉었고, 곧바로 철컥! 안전 잠금 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재현이 묵직한 V기어 헬멧을 벗었다. 두꺼운 장갑도 벗었다. 러닝 셔츠에 팬티만 입고 있는 안재현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
었다. 단순히 가상현실게임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원룸방 자체가 매우 후덥지근했다. 실내 온도가 28.5를 가리키고 있으니, 1월 3일이라는 날짜에 어울리는 온도는 결코 아니었다.
안재현은 땀으로 범벅이 된 머리칼을 뒤로 쓸어넘겼다.
‘난방비 어마어마하게 나오겠군.’
난방 장치가 고장이 난 것도, 실수를 한 것도 아니다. 의도적으로 실내 온도를 높였다. 오랜 시간 워로드를 하면서, 안재현 본인이 가상현실에서 베스트 컨디션을 낼 수 있는 온도가 27도에서 29도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중요하다. 현실 육체의
컨디션이 떨어지면 게임 내에서의 컨디션도 떨어진다. 좀 심하면, 강제 종료 시스템이 시작된다. 보통 때는 신체 컨디션에 따라서 게임 플레이를 조절하면 되지만, 긴박한 상황에서는 베스트 컨디션으로 몇 시간을 플레이 할 수 있느냐, 그게 모든 레이드의 승패를 가
른다.
‘난방비만 해도 수십만은 나오겠고, 여기에 사채 이자에, 게임 이용료까지 구하려면 아주 똥줄이 타겠군.’
그야말로 돈 먹는 게임이다.
그 돈 먹는 게임으로 돈을 버는 게 쉬울 리 없다. 안재현이 숨을 돌렸다. 사실 지금 게임에서 나오는 건 그의 계획에 있던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에서 나온 건.
‘내가 알던 네크로맨서가 아니야.’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해골 전사를 이용해서 거듭 전투를 치렀다. 치르면 치를수록 실망감이 샘솟았다. 어느 순간부터 실망감은 위기감이 됐다. 단순히 못 싸우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안재현이 바보도 아니고, 워로드의 네크로맨서들의 전투 영상을 보지 않았을 리 없다. 1월 1일, 과거로 귀환하고, 사채업자를 찾아가고, 돈을 빌리고, 곧바로 피치 스토어로 가서 V기어를 구매하고, 그곳에서 워로드 캐릭터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틈틈이 워로드 네
크로맨서 유저들의 사냥 영상을 찾아봤고, 그들이 올린 공략도 살폈다.
거기에 해골 전사가 이렇게 멍청하다는 내용이나, 기미는 어디에도 없었다.
영상에 나오는 해골 전사들은 나름 잘 싸웠다. 쥐고 있는 방패로 곧잘 공격을 막아냈고, 공격을 막아내면 쥐고 있는 칼과 창으로 반격을 시도했다. 10마리의 해골 전사가 일렬로 선 채, 절제된 모습으로 진격하는 모습은 퍽 멋있었다.
‘왜 내 해골은 그따위지?’
안재현이 이론보다는 실전으로 부딪치면서 습득하고, 성장하는 타입은 맞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몸으로 부딪칠 때가 아니었다.
정말 아니다 싶으면 처음부터 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3개월 이내에 확실한 결과를 내야 한다. 그게 아니면 그때부터는 정말 작업장 같은 곳에 가서 빚을 갚느라 그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별수 없지.’
결국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하나.
‘돈 내고 얻는 수밖에.’
정보와 공략을 구매하는 거다.
워로드는 돈이 되는 게임이다. 그런 만큼, 돈이 되는 중요한 정보들은 비싸게 거래된다.
비싼 정도가 아니다. 진짜 제대로 돈이 되는 정보, 공략 정보는 수백만 원이 넘는 돈에 거래가 되는 경우도 있다. 캐릭터 육성에 대한 정보도 마찬가지다. 이런 건 영상으로 올라오지도 않는다. 알짜배기 정보는 1대1 강습을 가르쳐준다. 보통 강습 비용은 싼 경우
에는 10만 원에서, 비싼 경우에는 수백만 원이 나온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그저 단순히 마우스와 키보드로 하는 게임이 아니니까, 제대로 먹힐 수 있는 팁을 확보하거나, 자신의 단점을 고칠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그건 게임을 하는 동안 평생 써먹을 수 있다.
접근 방법은 간단하다.
레벨이 제법 되는 유저들 중에 무료로 영상을 푸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가진 메일 주소로 연락을 보내면 된다.
아무래도 수중에 있는 돈이 많지 않기에, 이런 일을 하는데 뜸을 들였다. 아니, 필요하더라도 나중에 필요하지, 정말 가장 기본적은 해골 부하 때문에 이런 정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훈련 던전에서 10레벨까지 찍는 것부터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다.
‘기왕 하는 거.’
안재현은 통장 잔고를 떠올렸다. 이것저것 열심히 사느라 빌린 돈이 얼마 안 남았다. 더군다나 그 돈은 3개월 동안 게임만 해야 하는 안재현의 생활비이기도 하다. 여기서 목돈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반대로 질러야 할 때는 질러야 한다.
‘제대로 된 놈에게, 나름 잘 나가는 놈에게 해야지.’
8.
워로드의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지 11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현재 워로드 최고 레벨은 퍼스트원이란 별명을 가진 설우라는 유저라고, 85레벨을 기록 중이다. 랭킹 100위의 레벨은 79레벨로 100명이 6레벨이란 구간 안에 몰려 있는 중이다.
당연히 70레벨을 넘으면 정식 랭커는 아니더라도, 어디 가서 나름 랭커라고 자기를 소개해도 된다. 60레벨만 넘어가고, 이미 최고 레벨의 유저라고 할 수 있다. 현실에 있는 시간과 게임을 하는 시간이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헬겐, 그는 그런 시대 속에서 61레벨을 기록한 네크로맨서였다. 네크로맨서 유저들 중에서는 최고 레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동시에 그는 유튜브에 무려 3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인기인이기도 했다. 무료 영상 광고 수입과 유료 영상 수입으로 매
달 천만이 넘는 돈을 만질 정도였다.
그런 그의 또 다른 부업은 바로 강습이었다. 네크로맨서에 대한 정보는 공개된 게 많지 않았고, 그런 만큼 그에게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은 넘쳤다.
그 노하우를 담은 강습 영상은 단계별로 있으며, 가장 낮은 단계의 영상은 무려 1백만 원이다. 고작 강습 영상을 보내주는 것으로 돈 백만 원을 가져간다는 게 어떤 의미에서는 사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수요는 높다. 네크로맨서를 하려는 유저들은 애초에 합리
성과는 거리를 둔 부류들이니까. 더불어 영상만 툭 보내는 게 아니다. 궁금한 점은 피드백도 해준다. 때때로는 게임상에서 만나서 도움도 준다. 사실 이것도 크다. 솔직히 개인방송이 한참 인기를 끌 무렵에는 여성 VJ가 뿌잉뿌잉 해주는 거 한 번 보려고 수십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으니까.
때문에 안재현은 지불했다.
돈 백만 원, 아니, 갑자기 며칠 새 달러가 올라서, 110만 원 가까운 돈을 지불했다.
그리고 곧바로 헬겐으로부터 영상을 받았다. 헬겐이 준 영상은 네크로맨서에게 필요한 다양한 팁들이 세밀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안재현은 개중 소환 마법 항목의 해골 조각 스킬 파트를 가장 먼저 봤다.
- 이번 파트는 해골 조각 스킬에 대한 것입니다.
영상 속에는 거대한 뱀 비늘로 만든 듯한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 뒤로는 열두 마리의 해골들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 해골들은 우수한 전투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수한 학습능력도 있습니다.
“퍽이나.”
영상을 보던 안재현은 매우 엄격하고, 진지하고, 근엄한 표정을 지은 채 반문했다.
- 물론 처음에 무조건 해골 전사를 소환해 전투를 시키면, 제 말이 거짓말로 들릴 겁니다.
딱!
말과 함께 영상 속 유저 헬겐이 손가락을 튕겼다. 한 번 튕겼다. 그러자 해골 전사들이 등에 메고 있던 방패를 앞세우며 방패 뒤로 자신의 몸을 숨겼다. 뼈밖에 없는 몸뚱이라서 그런지 방패 너머로 해골들의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 문제는 지능지수는 우수하지만, 습득한 지식 자체는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전투라는 것이 굉장히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당장 격투기 대회 영상을 보고, 그 영상 속에 나오는 격투기 선수들의 모든 행동을 글로 써보십시오. 분량이 엄청날 겁니다.
이런 복잡한 작업을 그냥 뭉뚱그려서 하라고 하면 배운 것도 없는 애가 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방어 모드와 공격 모드가 있는 겁니다.
이 대목에서 안재현은 아! 탄식을 내뱉었다.
‘그렇군.’
설명은 계속됐다.
- 가장 먼저 방어 모드를 교육하는 게 중요합니다. 방어 모드는 어려울 게 없습니다. 방패 따위를 이용해 적의 공격을 막아냅니다. 자신의 피해를 줄이는 겁니다.
안재현은 이해했다.
‘방어는 습득하기 쉽지. 그리고 방어를 하면, 수 싸움도 예측하기 쉬워지고.’
전투의 달인인 안재현이 방어의 중요성을 모를 리 만무하다.
일단 아무리 뇌가 없는 듯한 해골 전사라고 해도 방어 정도는 금방 습득할 것이다.
더욱이 방어를 하게 되면, 적의 행동도 예상할 수 있다. 적은 방어를 보고 대치 상태를 유지하거나 혹은 방어를 뚫기 위해 움직이거나, 방어를 우회하려고 할 것이다. 선택지가 3개로 좁힌다. 이중에서 대응이 필요한 건 두 가지뿐이다. 우회하려고 덤벼들면, 우회
를 못하게 움직이면 되고, 방어를 뚫으려고 덤벼들면 버티면 된다.
뚫리면? 어쩔 수 없는 거다.
하지만 버틴 후에는 역습의 기회가 온다. 그 역습의 기회에서 반격은 쉽진 않지만, 많은 고민과 판단을 요구하는 작업은 아니다. 단순하지만 어려울 뿐이다.
안재현의 예상과 똑같은 걸, 헬겐이 직접 해골 전사들을 지휘하는 모습으로 보여줬다. 직접 해골 전사들을 지휘해 몬스터를 잡는 걸 보여줬다. 방패로 덤벼드는 몬스터를 막은 후, 방패에 막힌 몬스터가 틈을 보이는 순간, 그 틈 사이로 창을 찔러 넣은 후 다시 방
패를 드는 모습에는 절도가 넘쳤다.
- 거듭된 전투 그리고 시행착오를 통해 해골 전사는 빠르게 성장합니다. 20레벨쯤 도달하면, 어중간한 유저들보다는 잘 싸웁니다. 그때쯤 되면 정말 얘네들의 인공 지능이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선방어 후공격.
그게 바로 해골 전사들을 제대로 다루는 노하우였다. 정말 알면 벌거 아니지만, 이렇게 듣기 전까지는 쉽지 않다.
더불어 헬겐은 과연 돈 백만 원을 받은 영상답게 보다 빨리 해골 전사들의 전투 인공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어떤 몬스터와 싸우는 게 좋은지, 어느 정도 레벨 차이가 좋은지, 해골 전사 코어를 만들 때 어떤 몬스터를 재료로 쓰면 좋은지, 정말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
‘밑밥 잘 까네. 돈 주고 볼 만해.’
헬겐이 네크로맨서 중에서 나름 잘나가는 이유가 있었다.
소비자는 정말 돈이 아까운 콘텐츠에는 돈을 안 쓴다. 반대로 돈이 아깝지 않으면 쓴다.
‘이런 놈이 왜 인기가 없었을까?’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네크로맨서로 60레벨쯤 찍었으면, 최고 수준의 랭커까지는 아니더라도 명성은 떨칠 만했다. 그런데 대체 왜 이런 유저가 나중에 아무런 명성도 없었던 걸까? 어지간한 수준이라면, 안재현이 몰랐을 리가 없는데.
둘 중 하나다.
게임을 접었거나, 한계에 부딪혔거나.
‘워로드는 접고 싶다고 접을 수 있는 게임이 아니지.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는 이상.’
이게 핵심이었다.
헬겐의 방식은 나쁘지 않다. 충분히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다. 선방어, 후공격. 해골 전사들을 군병처럼 육성할 수 있다.
‘잔챙이들을 상대로만 유효해.’
그러나 반대로 이 시스템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선방어, 즉 선방은 내줘야 한다는 거다. 어중간한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상관없다. 그러나 자기보다 레벨이 높고, 심지어 무시무시한 스펙을 가진 대형 몬스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한방을 버티지 못
할 가능성이 크다.
‘리치리치는 돈으로 그걸 커버했지.’
정말 돈지랄을 해서, 해골 전사의 스펙을 엄청난 수준으로 올린다면 버티겠지만, 보통은 그러지 못한다.
즉!
‘이건 내가 갈 길이 아니야.’
헬겐의 스타일로는 그저 보통의 네크로맨서로 남을 뿐이다. 이 길은 안재현이 갈 길이 아니다.
그러나 안재현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으로 분명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바보는 아니다.’
안재현이 가장 우려했던 건, 예상과 다르게 해골 전사의 전투 인공지능 수준이 낮은 경우다. 그러나 헬겐의 설명을 보니 머리가 나쁜 게 아니다. 단지 아직 알고 있는 게 많지 않을 뿐이다.
그야말로 순수한 백지장이고, 무엇이든 그 백지장이 흡수하듯 빨아들일 것이다.
‘흡수하듯…….’
안재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포도당 사탕을 입에 한움큼 집어넣은 후에 V기어를 착용했다.
‘어디 한 번 춤을 춰보자고.’
모든 준비를 마친 안재현이 다시 워로드의 세계로 넘어갔다.
8.
빠악!
거친 타격음과 함께 해골 전사의 머리통이 날아갔다. 해골 전사가 양팔을 흔들며 아등바등했다. 히르칸이 그런 해골 전사의 무릎을 로우킥으로 후려쳤다.
퍼억!
재차 이어진 타격음과 함께 해골 전사가 바닥에 쓰러졌다. 히르칸이 해골 전사를 향해 소리쳤다.
“똑바로 서!”
그 말에 해골 전사는 자리에서 일어선 다음 자신의 머리를 주워 목 위에 끼었다.
두개골 사이로 보이는 해골의 눈, 푸른 불꽃이 X자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름 깜찍한 모습이다.
그러나 히르칸은 그 모습을 보고 웃지 않았다. 실소조차 짓지 않았다. 해골 전사의 눈이 다시 본래 형태로 돌아오는 순간, 히르칸의 해골 전사의 머리통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해골 전사가 이번에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주먹을 피했다.
퍽!
그러나 히르칸이 곧바로 팔꿈치를 구부리자, 굽혀진 팔꿈치가 해골 전사의 머리통을 쳤다. 해골 전사의 목이 크게 휘청였다. 해골 전사가 그 피격에 멈칫하는 사이, 히르칸이 곧바로 해골 전사의 발목을 후려쳤다. 해골 전사의 몸이 허공에서 땅과 수평이 됐고, 바
닥에 그대로 푹! 떨어졌다.
따닥따닥!
해골 전사의 온몸에서 뼈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마치 치를 떠는 듯한 소리.
히르칸은 그런 해골 전사에게 소리쳤다.
“맞으면 멍청하게 있지 말고 다음으로 넘어가! 경계를 해. 계속 피해!”
해골 전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멀뚱히 히르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해골 전사는 기본적으로 주인인 히르칸을 공격할 수 없다. 그러니, 해골 전사는 히르칸의 모든 공격에 반격 자체를 할 수 없다.
히르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연히 그가 원하는 건 그냥 회피였다.
‘선방어 후공격은 결국 나중에, 진짜 제대로 된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먹히지 않는다.’
선방어 후공격만으로는 안 된다.
그럼?
‘선회피, 후공격이 답이야.’
피하는 방법이 우선이다. 막지 말고 피하는 거다. 회피 역시 방어의 한 수단이지만, 그저 막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만약 이게 안 된다면?
‘이게 안 되면, 네크로맨서는 접고, 그냥 검사로 직업 바꾼다. 시간과 돈 낭비지만, 두 번째 기회마저 통째로 날리는 것보단 나.’
그땐 포기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히르칸이 다시 일어선 해골 전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조금 전과 똑같은 공격 루트였고, 해골 전사는 고개를 옆으로 젖혀 피했다. 이번에 히르칸이 팔꿈치를 구부렸다. 해골 전사는 허리를 숙여서, 회피 반경을 넓혀 팔꿈치의 궤적도 피했다.
휙!
동시에 해골 전사의 발목을 향해 날아오는 히르칸의 발목차기도 발을 들어 피했다.
그러나 히르칸은 그 발목차기를 시도한 발이 땅에 닿자마자, 반대편 발로 크게 돌려차기를 했다.
휙!
그때 해골 전사가 등을 크게 뒤로 젖히며 자신의 몸통을 향해 날아오는 발차기를 피했다.
그리고.
딱!
바닥에 넘어졌다. 너무 허리를 뒤로 젖혀서, 무게중심을 잃어버린 것이다.
히르칸이 그걸 보고 입꼬리 한쪽을 올렸다.
‘나쁘지 않아.’
분명하게 흡수를 하고 있었다. 또한 해골 전사는 나름의 장점이 있었다. 뼈밖에 없어서 그런지 관절의 기동 범위가 굉장했다. 심지어 관절이 뽑혀도, 데미지는 있지만, 복구가 가능했다.
회피를 위한 조건은 다 갖추고 있다. 그 조건을, 능력을 제대로 쓸 머리만 있으면 된다.
히르칸!
그 정도 수준의 능력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래, 나 같은 놈이 열 명이면, 그게 드림팀이지.’
히죽!
한쪽 입꼬리만 올라갔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어졌다.
히르칸이 손목시계를 움직였다. 시계에 있는 기본 앱중 하나인 음악감상 앱을 작동했다. 곧바로 히르칸의 주변으로, 사방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음악은 마이클 잭슨의 명곡, 빌리 진이었다.
“자, 그럼 한 번 제대로 춤을 춰보자고.”
< 4화. 해골과 함께 춤을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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