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오른손을 허공에 뻗어 일직선을 그었다.
응, 안 됨.
"다시 한번만……."
응, 그래도 안 됨.
"풉. 아! 미안하다. 비웃은 거 아니다."
"아, 네. 뭐, 네."
"그래도 대단하구나. 흉내를 내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런가요?"
"그래, 내가 놀랐을 정도면, 방금 너는 정말 엄청난 수를 보인 것이다."
"그래도 실패잖아요."
"가자. 가서 다시 얘기하자꾸나."
"네."
천마가 선을 그었고.
우리는 다시 선계로 돌아갔다.
* * *
선계에서 1년.
천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알게 되었다.
그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간은 인간이되.
그 힘이 신에 미치는 인간이다.
덕분에…….
낭만개 아저씨가 나에게 말해 주었던 내 무도의 방향.
그 끝에 닿을 수 있었다.
아니, 이미 그 끝을 본 지는 오래다.
한 달도 되지 않아, 꿈만 같았던 그 경지에 오를 수 있었고.
그 후로는, 천마가 내게 보여 준 길을 밟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그때 왜 말하지 않았느냐?"
"무슨 말이요?"
"소인국에서, 칵뉴의 땅에서, 미인국에서, 다시 자연이들에게."
"……?"
"도와달라고."
"그냥…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최소한 그 골드 드래곤은 네게 큰 도움을 주었을 테다."
"그 녀석 제 동생이에요."
"……?"
"동생한테 같이 죽으러 가자고 할 수는 없잖아요."
"훗. 그렇기는 하지."
천마가 웃었다.
우리는 잠시 그렇게 조용히 웃었다.
"도와주지 않으실 거죠?"
"그렇다."
"인간들이 천마 님을 배신해서 그런 건가요?"
"그런 감정을 초월한 지 이미 수만 년이나 됐다."
"그럼 왜요? 천마 님도 인간이시잖아요. 우리 세계의 인간. 왜 우리 인간을 돕지 않는지 물어봐도 돼요?"
천마가 고개를 돌려 마치 부처님을 닮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신은 인간에게 힘을 주었다. 고난과 역경을 주는 대신, 그와 싸워 이길 힘 또한 분명하게 주셨단다."
"모르겠어요."
"자유는, 언제나 피를 흘려 쟁취하는 것이란다. 수만 년 우주를 돌고 시공간을 여행하며 깨달은 바니라. 네가 누려야 할 자유는, 너의 피로 만들어 가는 것이란다."
"공짜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가 고개를 끄덕끄덕, 미소를 짙게 지었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네, 알아요. 어떻게 될지."
"그래, 그러면 됐다."
"구배지례를 해야 할까요?"
"됐다. 그런 것도 초월한 지 수만 년이다. 가서 네 새아빠한테나 해라."
"풉. 그럴게요. 새아빠가 보고 싶네요."
"태한아."
"네, 천마님."
"수고했다."
"또 볼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럼,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래, 잘 가라."
"네."
"응, 그래."
"네, 안녕히……."
"응."
"네."
"응?"
"네?"
"뭐? 너, 왜 안 가냐?"
"그러게요?"
"작별 인사도 다 했는데. 뻘쭘하구나."
"저도요."
껌뻑껌뻑.
껌뻑껌뻑.
서로 뻘쭘하게 눈만 껌뻑였다.
시간이 다 됐는데, 행운석이 아직 작동을 안 하는 모양이다.
천마도 그런 뻘쭘한 게 좀 그랬나 보다.
"그냥 열어라."
"차원 이동의 문이요?"
"그래, 이젠 너도 열 수 있지 않으냐?"
"행운석이 작동할 시간이 다 됐는데 굳이 차원 이동의 문을 제가 직접……."
번쩍!
* * *
번쩍!
"태한아."
"낭만개 아저씨."
"돌아왔… 아! 무슨 일이 있었던……. 허허! 너는 정말 끝까지 사람을 놀라게 하는구나."
"보이세요?"
"아니, 보이지 않는다. 이젠 네가 어디에 서 있는지, 보고 있지만 보이지가 않는구나. 허허허."
"가요."
"그래, 가자꾸나. 모두 기다리고 있다."
내 달라진 모습에 낭만개 아저씨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를 찾아왔고.
나를 찾았고.
나를 찾았을 때는.
내가 돌아온 후였다.
달라진 모습으로.
* * *
천마신교가 도착했다.
구천마제 교주가 혈우도마, 환영비마, 뇌마에 10만의 마인들을 이끌고 나를 찾아왔다.
심지어 구천마제 교주는, 전대의 교주와 고수들까지 모두 이끌고 왔다.
야수궁과 태양궁에서 왔다.
야수왕과 태양왕이, 십수만에 달하는 밀림의 전사들과 영물들을 이끌고 중원 땅을 밟았다.
녹림왕이 의형제인 동정십팔채의 총채주와 함께.
녹림삼십육채와 동정십팔채의 호걸들을 이끌고 도착했다.
걸삼번에게 무릎을 꿇었던 구파가 몰래 나를 찾아왔고.
뿔뿔이 흩어져 도망갔던 오대세가의 고수들이 내게 몰려들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도움이 있었다.
포달랍궁에서 활불이 신비한 기운을 뿜어 대는 무승 1,000명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
파스라 스님 덕분이었다.
또 있다.
만리상단의 상단주 연단첨.
걸삼번에게 무릎을 꿇고 바닥에 이마를 찧어 피를 뿌렸던 그가.
비밀리에 서역의 교황청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교황이 직접, 서역의 성자들과 성자 기사단 5,000명을 대동하여 이 땅을 밟았다.
거기에 더해.
이건 좀 충격적이다.
아니, 이젠 더 놀랄 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내가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다.
고려에서 온 산신령들.
백두산을 지키는 백두신령과 금강산을 지키는 금강신령을 비롯한 산신령들이 위기를 감지하고 함께 싸우려고 온 것이다.
모든 이를 경악하게 한 것은.
백두신령과 함께 온 백두산의 산군이란 호랑인데.
아!
머리 하나 크기가 초가집 세 채를 합쳐 놓은 것보다 컸다.
상취개의 말에 따르면, 300년 전 요괴대전 당시에도 함께 싸웠던 이들이라 하였다.
그리고 계속하여.
계속.
밤이고 낮이고.
계속.
황제의 패잔병들까지.
또 민간의 고수들까지.
은거한 이들까지.
천하 곳곳에서 갓 오브 언데드, 귀계의 신 걸삼번과 싸우기 위해 고수들이 몰려들고 있다.
가자.
이제 내 이야기도 끝낼 때가 됐다.
난…….
그렇게 모두를 이끌고.
하남 낙양, 황궁으로 향했다.
* * *
황제의 120만 대군.
그들이 모두 불사괴로 변해 있었다.
북해빙궁의 고수들.
대부분이 반인반괴(半人半怪)의 불사괴였다.
또 수십만에 달하는 무림인들이.
불사괴가 되어 그곳에 있었다.
다시!
땅이 갈라지며.
시체가.
해골이.
끝도 없이 땅을 헤집으며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것들의 수를 모두 세어 보면.
족히 수백만은 되지 않을까 싶다.
저 멀리.
황궁 성벽의 중심 높디높은 곳.
화려한 금룡의 의자에 앉아 있는 놈.
걸삼번이다.
거지새끼가.
바보 새끼가.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 말했지. 살려 주는 건 한 번뿐이라고.
놈이 비웃음을 가득 담아 나에게 말했다.
솔직히 떨렸다.
두려움에 의한 떨림이 아니다.
놈은 내가 죽인다.
하지만…….
피해가 너무 클 것 같다.
낭만개 아저씨가 있고.
무치개 장로가 있고.
천마신교의 교주에 전대 교주, 거기에 활불까지 있다.
야수왕이 있고, 태양왕이 있는데.
우리의 숫자도 수십만 명에 달하는데.
얼마나 죽어야 이 싸움이 끝날지.
걱정이 앞섰다.
"태한아."
"네, 낭만개 아저씨."
"교주한테 말 좀 전해 주어라."
"옆에 있잖아요. 다 듣고 있어요."
"어험. 그냥 말 좀 전해 줘."
"네."
"천하제일인은… 나도, 그쪽도 아니라고."
"들으셨죠, 교주님? 낭만개 아저씨가 그렇다는데요?"
"어험. 본좌는… 에휴, 취소다. 본좌가 천하제일인이라는 말 취소라고 전해 줘라, 태한아."
"들으셨죠, 낭만개 아저씨?"
"태한아."
"네, 낭만개 아저씨."
"난, 주변 놈들을 모두 쓸어 버리겠다. 그러니 넌……."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태한아."
"네, 교주님."
"다른 건 걱정하지 마라. 본좌가 너 때문에 천하제일은 포기했어도. 저 잡귀 따위가 네 결전을 훼방하지 못하게 깔끔히 정리하는 데에는 문제없으니 말이다."
"고마워요, 교주님. 그리고 두 분 다 좀! 전투를 앞두고 유치한 짓 좀 그만하세요!"
"어험. 어험."
"쿨럭. 어험."
싸움이.
시작됐다.
낭만개 아저씨와 교주가 정신을 집중하자, 그냥 분위기 자체가 바뀌었고.
그렇게 둘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적들을 향해……. 응, 한발 늦었다.
무치개 장로가…….
"개잡종의 잡귀들아! 죽어라!"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선빵을 날렸고.
이내 한발 늦은 것을 깨달은 낭만개 아저씨와 교주가 곧바로… 응, 또 늦음.
천마신교의 일 장로 혈우도마 이 양반이.
"다 죽여 버리겠다! 크하하하하하!"
적진 한가운데에 뛰어들어 광혈도를 미친 듯 갈겨 대기 시작했다.
곧바로 낭만개 아저씨와 교주도 싸움에 가세했고.
전대 교주와 활불, 야수왕, 태양왕까지.
또 모두가!
그렇게 자신의 목숨을 생각지 않고, 용맹하게 적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치열한… 아니다.
일방적이다.
낭만개 아저씨와 구천마제 교주가 작심하고 적들을 도륙하기 시작하자.
거기에 전대 교주, 무치개, 활불, 야수왕, 태양왕에 정말 많은 고수들이.
아! 성자 기사단도 무시무시하군.
적들의 피를 뒤집어쓰며, 일방적인 학살을 벌이고 있다.
고려의 산신령들과 백두 산군은 정말 그냥 무지막지하다.
그런데…….
그런데……!
걸삼번 X새끼.
웃고 있다.
놈의 자랑이었던 귀계의 열여섯 데몬 언데드.
암흑십육귀(暗黑十六鬼)가 낭만개 아저씨에게 찢기고, 구천마제 교주에게 박살 나고.
고려의 산신령들과 백호 산군에게 활활 타오르며 잡아먹히고 있음에도.
놈의 군대가 처절하게 무너지고 있음에도!
걸삼번은 여유롭게 웃고만 있다.
그리고 놈이.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숭산에서 봤던 것처럼.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환했던 낮은, 순식간에 밤이 되었다.
그리고…….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콰르르르르르르르르릉쾅쾅쾅!
천둥 번개가 온 하늘을 뒤덮었다.
올 게… 왔다.
하늘의 중심에 커다란.
암흑의 문이 열렸다.
스산한 귀기가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휴우.
결국.
놈이.
걸삼번이.
열었다.
귀계의 문이.
열렸다.
"꾸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귀신들이.
불사괴가.
언데드들이.
그곳에서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데몬 언데드만, 수십.
아니, 수백이다.
수백의 데몬 언데드.
낭만개 아저씨나 구천마제 교주가 막을 수 있는 데몬 언데드의 수는 한정적이다.
정말 모든 것을 걸고 싸운다고 하여도.
열 구 이상의 데몬 언데드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무치개 장로도.
활불도.
야수왕과 태양왕도.
그나마 고려의 산신령들과 백두산의 산군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데몬 언데드의 수가… 너무 많다.
500… 600… 700에… 1,000이 넘는다.
데몬 언데드의 수가.
휴우.
걸삼번만 상대하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다.
내가 나서지 않으면.
내가 걸삼번을 죽이기도 전에.
모두 죽는다.
내가, 나서야겠……. 으음.
하늘이.
변했다.
또 뭔가 움직이고 있다.
걸삼번이 아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 곳곳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거대한 진동이.
대기를 모두 흔드는 진동이.
그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시종일관 여유롭게 미소를 짓고 있던 걸삼번 녀석마저.
인상을 찌푸리는 게 보였다.
그리고 곧…….
콰콰콰콰콰콰콰쾅!
쿠르르르르릉쾅쾅!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하늘에.
허공에.
문이.
차원 이동의 문이.
또 열린다.
걸삼번은 아니다.
귀계의 문도 아니다.
빛이 있고, 선함이 있고, 사랑이 있으며, 뜨거운 우정이 있는… 어?
네 개의 문이 열렸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다른 차원의……. 아!
"우가쿠가! 붕가차차! 우가쿠가! 붕가차차!"
지상 최강의 전사들이.
X팔.
눈물이 쏟아졌다.
그들이 왔다.
차원을 넘어 우리 세계로 오자마자.
용맹한 그리고 우렁찬 구호를 외치며.
그냥 돌격.
귀신이고 언데드고 악귀고 뭐고!
그냥 닥치는 대로.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부숴 버린다.
두 번째 문에서.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사람이.
바람과 같이 부우우우우웅 소리를 내며 달려와.
주먹을 냅다 지르는데.
바위를 부숴라 형님이.
비 사이로 막 가가.
깐 데 또 까가.
소인국의 전사들이.
수 갑자의 내공과 내가 전수한 삼재검법에 그 모든 힘을 실어.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모든 것을 터뜨려 버린다.
그리고 다시!
세 번째 문에서.
아! 저건 전차다.
특대의 최신형 기관연사궁을 장착한 전차 수백 대.
그것들을 선두로.
갖가지 최신형 무기들을 장착한 드워프들이.
쏟아져 나온다.
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
한 번의 장착으로 1,000발의 활을 쏘아 대는 특대의 최신형 기관연사궁.
무지막지하다.
전차는 그야말로 사기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그냥 적진으로 밀고 들어가 모두 으깨어 버린다.
거기에 천궁이며, 비귀부며, 각종 최첨단 기술이 밀집된 무기들.
마왕과 드래곤들을 상대로 싸우려 했던 무기들이 총집합해.
귀계의 악마들을 대량으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드워프들의 용맹함이!
귀신들마저 뒷걸음치게 만들고 있다.
눈물이… 눈물이 자꾸 쏟아진다.
그리고 마지막 차원의 문.
그녀들이.
미녀국 세계의 미녀들 전체가.
갑옷을 입고, 말을 타고, 검을 휘두르며.
"샤이닝 라이트(Shining Light)!"
구넬샤찌국 최강의 전사 실버 로마노프.
그녀가 샤이닝 라이트를 외칠 때마다.
극악의 괴물이라 생각했던 데몬 언데드들이 정확히 한 마리씩 소멸하였다.
"블랙 스톰(Black Storm)!"
미인국 최강의 전사 아나스타샤가 블랙 스톰을 시전하자.
땅에서 수십 장이나 되는 용오름이 수십 개나 동시에 솟구쳤다.
용오름은 언데드들을 수십, 수백 마리씩 집어삼키며 소멸시켰다.
"아이언 스노우(Iron Snow)!"
미인국 전설의 최강 전사 나타샤 표도르바.
그녀가 아이언 스노우를 펼치자.
대기에 철의 눈이 형성되었고.
이는 무시무시한 폭설로 쏟아져 불사괴들을 대량으로 소멸시키고 있다.
"자연아… 너였구나?"
"응, 자연아. 내가 알리고, 내가 데리고 왔어."
"몰랐네? 네가 차원 이동이 가능하고, 차원 이동의 문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었어? 네가 나고, 내가 너잖아. 네가 할 수 있어서, 나도 할 수 있게 되었고. 네가 아파서, 나도 아팠어. 그리고 지금 너를 위해 싸우는 친구들."
"응……."
"네 이야기를 듣고 모두 슬피 울었어. 우리는… 하나야, 자연아."
"고마… 고마워, 자연아."
눈물이.
자연이가.
나를 위해 싸우러 와 준 그들이, 그녀들이.
너무나도 고마워서.
눈물이.
자꾸 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참아야 한다.
눈물은.
이 싸움이 모두 끝난 후에 흘려도 된다.
난…….
시선을 걸삼번에게로 향했다.
놈이.
화가 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이건 예상 못 했지? 그래서 다들 널 바보라고 불렀던 거야."
도발이다.
뒤를 볼 필요는 없다.
둘 중 하나는.
오늘 죽는다.
피식.
그런데 놈이.
피식.
웃어?
왜지?
나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가?
그럴 수도 있겠지.
놈이 원래 바보… 젠장!
걸삼번 뒤에.
처음부터 계속.
시종일관 자리를 하고 있던 괴인.
"내가 말했지? 클클. 마왕을… 내 수하로 만들 거라고. 마왕, 가라! 가서 나태한을 죽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