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그날부터 남궁무검의 뒤만 쫓았다.
단씨 형제들은 함께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마공을 숨기는 장기공만큼은 실제 대단했지만, 몸을 숨기는 은형술에 있어서는 많이 서툴렀기 때문이다.
단씨 형제는 신성교 주변, 남궁무검과 창궁검무대가 신성교를 드나들 때 사용하는 문 쪽에 배치한 후, 나 홀로 남궁무검의 뒤를 쫓았다.
놈과 창궁검무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주 전역을 들쑤시고 다녔다.
누가 보면 정말 열심히 흉수를 찾는다고 볼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뭔가 의심쩍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하지만 딱 이거다 싶은 그런 결정적인 상황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5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놈이 얼마나 쏘다니는지, 내가 다 지칠 정도였다.
심지어 밤이 되면 신성교에까지 잠입해야 했다.
놈의 숙소가 신성교, 그곳에서도 내원에 있기 때문이다.
신성교에는 성존이 있다.
화경의 고수다.
조심해야 했다.
남궁무검이 밤사이 뭔 작당을 할지 몰라, 놈이 지내는 전각까지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성존 정도의 고수라면, 내가 내원에 들어서는 순간 분명 감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어쩌면 성존과 남궁세가가 뭔가 함께 작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
가능성이야 희박하겠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행인 건, 기감에 있어서는 내가 성존보다 한 수 위라는 것.
난 첫날 신성교로 잠입하기 전 기감을 극대화했고, 성존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성존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하지만 남궁무검의 기운을 놓치지 않을 최단의 거리를 확보해야 하고.
그렇게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며 밤마다 신성교에 잠입해 남궁무검이 지내고 있는 전각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데.
다시 닷새가 지났지만 아무 소득도 없다.
그렇게 내가 지쳐 가고 있을 때였다.
짙은 어둠이 깔린 그날 밤.
한 마리의 매가 빠른 속도로 신성교로 날아오는가 싶더니, 곧바로 남궁무검의 전각으로 날아들었다.
무슨 일일까?
분명 전서응일 텐데.
무엇을 전하는 걸까?
궁금했지만, 선을 넘을 수는 없다.
내가 선을 넘는 순간, 곧바로 성존이 움직일 테고.
그러면 남궁무검을 잡기 전에 내가 먼저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매가 날아들고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의 그 매가 다시 전각의 창문을 통해 훨훨 날아왔던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응, 동시에 나도 몸을 날렸다.
엄청난 도약.
자연에 몸을 맡겼고.
매보다 빨랐다.
척!
녀석을 한 손으로 잡은 후 착지!
"뭐냐?"
끼악! 끼아악!(뭐야! 깜짝이야!)
"내가 먼저 물었다."
끼악! 끼악(살려 줘! 살려 줘!)
"대답만 잘하면 살려 줄게."
하아!
이 새끼도 뇌가 단순한 동물이다.
그래도 보통 새들의 새 대가리보다는 좀 나은 편인 것 같은데, 영물 급은 당연히 아니고.
대화가 통할 수 있을는지 걱정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
"야! 내 말 들어! 들으라고!"
슬쩍 살기까지 흘리며 놈을 윽박질렀다.
그러자 매가 토끼 눈을 뜨며 입을 꾹 닫았다.
덜덜 떨기까지 한다.
음, 확실히 위협을 하니까 좀 통하긴 하는군.
완전 바보 새 대가리는 아닌 새야.
"본 거 다 말해."
"어허! 진짜로 죽는다! 불에 통으로 구워 먹는다고!"
끼악! 끼아악!(말하겠다! 살려 줘!)
"알았어. 살려 주겠다고 했잖아. 그러니 진정하고, 본 거 다 말해. 그러면 바로 풀어 줄게."
끼이이악! 끼악끼악! 끼이아아악! 끼악! 끼악!(인간이 인간을 먹었다. 인간이 인간 고기를 먹는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인간들이 인간을 죽이고 먹는다. 다시 인간이 인간을 죽인다. 나는 전달한다. 나는 이곳에 전달한다.)
인간이 인간을 먹어?
인간이?
설마……?
X팔!
좀비다.
좀비가 나타났다.
그때!
남궁무검의 전각 쪽에서 큰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안력을 극대화해 살펴보니, 남궁무검이 창궁무검대를 이끌고 빠르게 말을 몰아 신성교 밖으로 출동하는 게 보였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신법을 펼쳤다.
전서응은 풀어 줬고, 곧바로 신성교 외원의 전각과 전각의 지붕을 밟으며 바람보다 더 빠르게 달렸… 뭐지?
쉬이이이이이이익!
막 신성교를 벗어나려고 하던 그때!
뭔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검은 인영이 어둠과 함께, 마치 허공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그렇게 튀어나왔다.
사방이 뚫렸고, 내 앞만 막혔다.
그런데, 사방이 막힌 느낌이다.
절대적인 벽.
저 멀리 남궁무검과 창궁검무대가 말을 몰아 빠르게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게 보였다.
젠장!
누구지?
아니, 안다.
놈이 내 앞에 나타나는 순간, 이미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성존이다.
그런데 성존이 왜?
아니, 어떻게?
그보다 성존 이 새끼… 직접 대면한 성존은……. 젠장!
젠장!
젠장!
젠장!
빌어먹을!
지금으로써는 방법이 없다.
일단 모른 척, 미친 척 좀 하자.
시간이 없다.
"누구……?"
성존이 피식 웃는다.
"그건 내가 물을 말이다. 며칠 동안 계속 본교의 담을 넘던데, 도대체 누구냐, 넌?"
하아!
알고 있었구나.
최대한 조심한다고 조심했는데.
다 알고 있었던 거였어.
아니다.
내 탓이 아니야.
놈이 내가 예상하던 능력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기에 내 계산이 틀려 버린 것이다.
"제가 매일 담을 넘는 걸 알면서 왜 이제야 나타나신 겁니까?"
"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죽치고 가만히 있기에 뭐 하는 놈인가 그냥 지켜봤다. 그러다 갑작스레 기운의 변화가 일어 확인하러 온 것이고. 살수냐? 시간에 맞춰 누굴 죽이려는 거였냐?"
아! 돌겠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는데.
나는 급한 반면, 성존은 여유롭다.
마치 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혹시 성존이십니까?"
"용케도 알아보는군."
"개방 비걸개 소속 걸이번이라고 합니다. 이건 순찰패입니다. 의심 가는 자가 있어서 미행 중이었습니다. 급합니다. 비켜 주시죠."
순찰패도 보여 줬다.
하지만 성존은 꼼짝할 생각이 없다.
힘으로도 어쩔 수 없고.
급해 죽겠는데, 정말 미칠 지경이다.
"의심 가는 자? 그게 누군데?"
"지금 당장은 말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정식으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급해요. 비켜 주세요."
"난 네가 더 의심 가는데?"
이 새끼가!
아! 화를 낸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
난 차분히 허리춤을 들춰 사결 매듭까지 보여 줬다.
"보이시죠? 매듭. 사결 매듭. 개방의 방도 맞다고요."
"내가 거지도 아니고, 그게 개방의 매듭인지 어떻게 아냐?"
X팔!
한 대 때릴까?
아니다.
그러면 진짜 죽는다.
하아! 갑자기 새아빠가 보고 싶다.
난 급해 죽겠는데, 성존은 지금 나를 가지고 놀고 있는 중이다.
됐다.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시간마저 나에게는 낭비다.
난 빠르게 태사대부패를 꺼냈다.
또 만리상단의 만리귀룡패까지 꺼냈다.
녹림의 녹림지존패도 꺼낼까 하다가, 혹시 트집을 잡을까 싶어서 그건 꺼내지 않았다.
"보세요! 태사부의 태사대부패입니다! 그리고 이건 만리상단의 만리귀룡패! 개방의 매듭은 몰라도, 눈이 있으면 태사대부패와 만리귀룡패는 알아볼 것 아닙니까! 정말 급하다고요!"
"음……."
성존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천하의 성존이라고 해도, 태사대부패 만큼은 쉬이 볼 수 없는 모양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테고.
하지만 그렇다고 쉬이 길을 비켜 주지도 않는다.
설마 이 새끼……!
이 새끼 지금……!
시간 끄는 건가?
남궁무검이 정확히 지금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놈이 충분히 벗어날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해?
이 새끼도 진짜 한패였던 거야?
아니!
성존이 남궁무검과 한패인 것보다, 남궁무검이 성존과 한패인 게 나에게는 더 충격이다.
성존은… 성존 이 새끼는 말이다.
"신분은 확실한 것 같군. 인정하마."
"그럼 비켜 주세요! 급하다고 몇 번을 말씀드립니까!"
"나는 이번 불사괴 사건의 최종 명령권자다."
"지금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러는 거잖아요!"
"내일 오시까지 본교로 돌아와라. 어떻게 된 일인지 네가 직접 나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건 명령이다."
"알, 알았으니… 그만 비켜 주세요."
그런데 성존.
놈은 다시 얼굴에 나를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짓기만 할 뿐, 길을 비켜 주지 않았다.
시간 끄는 게 맞다.
놈과 남궁무검이 한패일 가능성은 9할 이상이 되었다.
심지어 되지도 않는 말까지 하며 시간을 끌려 한다.
"그렇게까지 급하고 중한 일인가? 도움이 필요하면 본교의 고수들을 지원해 주겠다."
"필요 없으니까… 제발… 제발요."
"오, 정말 급한가 보군. 그럼 내가 직접 따라가 보겠……."
소리를 버럭 질렀다.
"비켜!"
놈이 나를 어떻게 하건 말건, 곧바로 신법을 펼쳤다.
내가 충돌하기 직전에야 길을 터 주는 성존.
난 뒤통수가 따가움을 느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정말 내가 펼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어둠을 뚫고 달렸다.
* * *
사라졌다.
남궁무검과 창궁검무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자연에게 물었다.
끊겼다.
내가 사는 세상의 자연은 하나로 연결되지 않는다.
저 멀리서 남궁무검과 창궁검무대의 냄새를 바람이 전해 줘야 한다.
멍청하게!
꿈쩍도 못 하고.
바람이나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니.
젠장!
그때였다.
"매제 형님!"
셋째 단발령이다.
"이곳입니다! 이곳으로 갔습니다!"
눈물이 찔끔 났다.
놓친 줄 알았는데, 단씨 형제들이 제대로 한 건 해 준 것이다.
"가요, 셋째 단 형님!"
"넵! 매제 형님!"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잠시 후 둘째와 조우했고, 우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혹시 몰라 기감으로 내 뒤를 살폈다.
성존의 기운, 그것의 기운은 감지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쫓지 않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것의 능력은 훨씬 더 대단하다.
내 기감을 피해 내 뒤를 쫓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 한들 지금으로써는 방법이 없다.
일단 남궁무검을 찾아야 한다.
어느새 우리는 첫째 단두령이 남긴 흔적들을 쫓아 달리다가 이름 모를 산속의 깊은 곳까지 들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단두령이 남긴 흔적이 아니더라도, 놈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괴이하고 사이하며 섬뜩한 기운이, 이 이름 모를 산 전체를 뒤덮고 있다.
속도를 좀 더 올려 결국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단두령은 몸을 잔뜩 숨긴 채 놈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나와 단행령, 단발령도 함께 몸을 숨겨 놈들을 지켜보았다.
현장은 끔찍했다.
수백 구, 아니 1,000구가 넘는 시신들이 찢기고 먹혀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사방에 사람의 살과 피가 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피를 잔뜩 뒤집어쓴 창궁검무대의 일부가, 더 살아 있는 좀비가 있는지 수색하고 있었다.
이미 죽은 시신이더라도 목을 베고 머리를 터뜨려 확실히 끝장을 보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끔찍한 현장의 끄트머리.
남궁무검이 제왕검을 들고 광기 어린 조용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바로 그 뒤로, 창궁검무대에서도 가장 강해 보이는 고수 서른이 그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남궁무검 바로 앞에 있는 사나이.
무릎을 꿇고 있다.
그리고 그가 바로!
휴먼 언데드다.
인간 불사괴.
왜지?
그런데 왜 죽이지 않고 있지?
"가라!"
"가… 가도… 정말 가도 됩니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가라. 단! 이번엔 제대로 일해야 할 것이다. 천하가 깜짝 놀라게. 내가 너희의 존재를 두려워할 만큼! 제대로 활약을 해 보란 말이다! 그래야 내 명성이 더 천하를 진동시킬 게 아니더냐! 크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미, 미쳤다.
남궁무검이 미쳤어.
휴먼 언데드는 그런 남궁무검을 반신반의하며, 눈치를 사정없이 살피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선다.
남궁무검은 그런 그를 부릅뜬 눈으로 노려보고 있지만, 제지하지 않는다.
결국 확신이 선 휴먼 언데드는, 몸을 펄쩍 뛰어 뒤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안 돼!"
나와 단씨 삼 형제가 곧바로 숨겼던 몸을 일으켜 휴먼 언데드를 추살하려고 했다.
하지만…….
처처처처처처처처처처처척!
미친 새끼.
남궁무검과 창궁검무대가 그런 우리의 길을 막았다.
여전히 광기 어린 얼굴의 남궁무검.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 놈이.
터벅터벅 다가와 나에게 한마디를 했다.
"내가 말했지? 내 일에 끼어들면 죽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