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항주 수색 12일째.
소득이 없다.
인간 불사괴는 마치 땅으로 꺼졌는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의심되는 곳은 이미 다 수색을 했다.
이젠 어쩌지?
정말 작은 무관에서 객잔, 상점, 민가까지 죄다 수색을 해야 하나?
아! 돌겠네.
도대체 이 새끼들이 어디에 숨은 걸까?
"매제 형님. 저기, 저기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요?"
노상의 국숫집에서 싸구려 국수를 먹은 후 죽을 치고 있는데, 막내 단발령이 손가락으로 저 멀리 화려한 객잔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시선을 그곳으로 향하니, 꽤 많은 사람이 객잔 안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뭔 일이래요?"
"모르겠습니다, 매제 형님."
"한 번 가 보죠."
"넵!"
철전 몇 닢짜리 국수 네 그릇 먹고 한 시진이나 죽을 치고 앉아 있다가 자리를 뜨려 하니, 무서워 말은 못 하고 눈치만 보고 있던 늙은 국숫집 할배가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얼굴을 했다.
역시나 우리가 무서워 할배 옆에 꼭 붙어 있던 세 살, 네 살 손주 녀석들까지 그제야 좀 안심하는 얼굴들이었다.
그나저나 이 국숫집 국수 말이다.
정말 맛없다.
이래서 어떻게 저 어린 손주들을 키우겠다고.
쯧쯧.
빈 그릇 옆에 은자 쉰 냥 놓고 왔다.
아! 써도 써도 내 돈은 줄지를 않네.
어쨌든 그렇게 2층짜리 화려한 객잔에 도착.
"뭔 일이래요?"
바깥에서 구경하던 사람 한 명을 잡고 물었다.
껑충껑충 뛰면서까지 객잔 안을 구경하려던 사내가 그런 나를 귀찮은 듯 보며 말했다.
"남궁세가의 창궁검무대에서 식사를 하려고 왔다는군요. 오! 저기! 저기 보이네요. 신의룡 남궁무검 대협."
젠장!
녀석이었군.
재수 없어.
시간 낭비만 했다.
그만 가야겠… 아니다.
놈이 뭔가를 알지도 모른다.
"들어가죠."
"넵, 매제 형님."
난 단씨 형제들과 함께 객잔으로 향했다.
"영업 안 합니다."
당연히 남궁세가의 무인, 그것도 창궁검무대의 대원이 우리를 막아섰다.
스으윽.
순찰패를 들이밀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새끼, 눈 한 번 깜짝하지 않는다.
"기다리시오."
냉기를 펄펄 풍기며, 눈까지 흘긴 후 안쪽으로 향하는 게 아닌가.
무인이 남궁무검에게 우리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뭐라 뭐라 말했고.
순간 남궁무검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향했다.
난 곧바로 손을 쭉 뻗어 마구 흔들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어이! 배신자! 나야 나! 네 형님이라고, 새끼야!"
채채채채채챙!
곧장 창궁검무대의 대원들이 일제히 발검을 하여 나에게 겨누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이! 배신자! 나도 밥 좀 먹자! 이 형님께서 배고파 돌아가시겠다. 어이! 남궁이! 이봐! 야이, 배신자 새끼야!"
인상을 와락 구기는 남궁무검.
창궁검무대 대원들은 남궁무검의 명령이 떨어지면 곧바로 나를 베어 버릴 기세였고.
하지만 결국…….
남궁무검이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고.
나는 유유히 걸어 그가 앉은 식탁에 마주 앉을 수 있었다.
단씨 형제들은 밖에 대기.
"남궁무검이, 잘 지냈냐? 신수가 훤한데?"
싸늘한 눈빛의 남궁무검.
"은자 몇 푼 줄 테니까 그냥 가라. 그리고 명심해라. 다시 한번 더… 이런 행동을 했다가는 죽는다."
새끼, 재수 없는 건 여전하네.
일부러 씩 웃어 줬다.
놈도 기분 좀 더러우라고 보여 준 웃음이다.
"겉은 화려한데, 속은 바뀐 게 하나도 없구나? 여전히 농담도 할 줄 모르고."
놈의 인상이 더 깊게 구겨졌다.
은은한 살기까지 흘린다.
이 새끼가, 뒈지려고 환장을 했나.
한 대 패 주려다가 일단 참았다.
창궁검무대가 단체로 덤비면, 아마 많이 죽을 거다.
우리 말고, 쟤네.
"걸이번, 잘 들어라."
"듣고 있는데 뭘 또 잘 들으라고 해?"
"걸이번."
"뭐? 어쩌라고? 인상 풀고 얘기해, 새끼야."
"휴우. 지금의 난, 네가 알던 예전의 내가 아니다."
"좋겠다. 방을 배신하고 부잣집 양아들로 가서."
"농담하는 거 아니야. 제대로 들어."
"듣고 있다니까."
"난! 네가 봐서도 안 되고, 엄두도 내서는 안 되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재.수. 없.는. 새.끼."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내가 사는 세상으로 넘어오려고 하지 마. 그러다 죽어, 진짜로. 그냥 살던 대로 살아. 그게 오래 살 수 있는 길이야. 옛정을 생각해서 해 주는 충고다."
"하나만 묻자."
"……."
"네가 사는 그 세상에서는 똥을 입으로 싼다냐?"
"미친놈! 진심으로 충고를 해 줬거늘."
"배신자 따위의 충고를 들을 마음 없어. 미친놈 반사."
놈이 체념한 듯 긴 한숨을 내뱉는다.
"휴우, 한심한 건 여전하구나."
"됐고, 아는 거 있으면 다 불어. 나도 네 면상 보고 싶지 않아.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토할 것 같은데 억지로 온 거야. 협조는 해야지."
"야, 걸이번."
"뭐?"
"너… 지금 이 일이 애들 장난 같냐?"
"뭔 개소리야? 지금 진지하게 묻고 있는 거 안 보여?"
"너는 네 임무나 충실히 하라고. 내가 하는 일에 관여하지 말고. 그러다 죽는다고 했잖아!"
"미친놈. 부잣집 양아들로 들어가더니, 천하가 네 손바닥에 놓인 것 같냐? 네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모두 허수아비, 들러리, 조연 다 이런 것으로 보여? 끝까지 재수 없는 놈이네. 배신자 새끼."
"너… 너… 휴우, 됐다. 가라. 너와 이러고 있을 시간도 없다. 꺼져."
"내가 물은 말에 아직 답 안 했어."
놈이 부들부들 떤다.
주먹까지 꽉 쥐고 나를 노려보는 게, 정말 한바탕이라도 할 기세다.
그런 놈에게 싸늘한 웃음을 날리며 내가 말했다.
나직한 음성으로.
"내가 경솔했군. 뭘 주고받아야 하는데, 너무 일방적으로 달라고만 했어. 그런 의미로… 내가 특별한 정보 하나 줄까? 불사괴를 만든 것으로 강력하게 의심되는 진짜 흉수."
순간 남궁무검의 부들거림이 멈추었다.
살짝 놀란 기색까지 보이는 놈.
난 그런 놈에게 비웃음과 함께 말했다.
"불사괴가 나타났을 때, 처음이 감숙이었지?"
대꾸하지 않는다.
응, 대꾸 들으려고 한 소리 아니다.
계속 말을 이었다.
"그다음은 산서. 무려 마흔세 구의 불사괴가 갑작스레 출현했지. 그다음은 호남. 인간 불사괴가 처음 출현한 곳이지. 그다음이 바로 이곳 절강. 무려 세 구의 인간 불사괴가 나타났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냐?"
"내가 말이야. 처음 감숙에서부터 산서, 호남 그리고 이곳 절강까지, 불사괴가 나타날 때마다 그 현장에 있었던 놈을 알고 있거든. 이 정도면 아주 강력하게 의심해 볼 만하지 않아?"
놈의 동공이 미세하지만 분명하게 떨리고 있다.
심지어 목소리까지 떨며 묻는다.
"그게… 그게 누구지?"
난 놈에게 짙은 미소와 함께 답했다.
"남궁무검. 너다, 이 X새끼야!"
난 놈이 식탁을 쾅 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줄 알았다.
그런데…….
분명 순간 부들부들 떨고, 또 분노가 치솟은 게 분명했는데.
곧바로 평정심을 찾는다.
그러더니 미세하게 웃기까지 한다.
이 새끼, 많이 컸군.
오히려 놈의 평정심에 내가 좀 당황했다.
그러면서 놈이 하는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군."
"뭐야? 자백하는 거야?"
"미친놈."
"거지 때도 안 하던 욕을 이제는 하네?"
"걸이번."
"뭐?"
"너 예전부터 『무림 영웅전』 읽는 거 좋아했지?"
"그 말이 왜 갑자기 여기서 나와?"
"그 이야기 속에는 분명 주인공도 있고, 조연도 있고, 단역도 있지."
놈이 씩 재수 없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거지가 주인공인 거 봤어? 한 번이라도?"
"그, 그게……."
"네 말이 맞아. 감숙에서도, 산서에서도, 호남에서도, 그리고 지금 이곳 절강 항주에서도. 굵직한 사건이 있는 곳에는 모두 우리 남궁세가가 있어. 그리고 내가 있지.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
"재수… 없어."
"넌!"
"……."
"넌 조연도 아닌, 그저 이야기 속에 잠시 나왔다가 사라지는 단역이라는 거야.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와 우리 남궁세가라는 것이고! 이제 현실 파악이 좀 되냐?"
순간,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슬퍼서?
아니, 너무 웃겨서.
"하하하하하하!"
고개를 홱 들며 대소를 터뜨렸다.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
꿈틀하는 남궁무검.
난 녀석에게 손가락질까지 하며 큰 웃음과 함께 말했다.
"하하하하! 미친놈아! 어느 『무림 영웅전』 주인공이 말 대가리야! 새끼야! 동경 좀 쳐 봐! 너 말 대가리야! 말 대가리에 뱁새 눈이라고, 새끼야! 푸하하하하! 주인공이 말 대가리에 뱁새 눈이래, 크하하하!"
그러니까 내 이야기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내 이야기의 첫 화에 분명 나는 녀석을 두고 이런 표현을 썼었다.
‘말처럼 길쭉한 얼굴에 뱁새처럼 쫙 찢어진 눈’이라고.
세상천지 어느 미친 『무림 영웅전』의 주인공이 말 대가리에 뱁새 눈이겠는가?
아! 진짜 웃기네.
뚝!
웃음을 뚝 그쳤다.
그리고 나는 놈에게 나직한 음성이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주인공은 나야, 새끼야."
웃는다.
놈도 나를 비웃고 있다.
내 외모가… 어험.
그래도 말상은 아니지 않나.
뭐?
어쩌라고?
아무튼 놈이 나를 비웃으며, 또 체념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그렇게 너 편한 대로 생각하며 살아라. 아무것도 모르는 한심한 새끼. 이 모든 일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내가 있고, 그 끝에도 내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 승자의 영예는 나와 남궁세가가 모두 갖게 될 것이다."
좀 놀랐다.
지금 이 새끼가 하는 말의 의미가 그렇지 않은가?
"야, 남궁무검.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말하는 거야? 이 일의 배후에 네가 있다는 걸 자백하고 있어."
"한심한 놈. 그렇게 편협한 머리로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다고. 에휴, 됐다. 진짜 됐어. 너하고 이러고 있는 내가 다 한심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경고다. 앞으로 절대! 절대로 내가 하는 일에 끼어들지 마. 그러다 너 진짜로 죽어."
놈이 방금 했던 말도 그렇고.
내 예감까지 강하게 나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놈!
놈이 분명 뭔가를 알고 있다.
"너! 너 이 새끼… 진짜로 뭘 알고 있구나?"
이젠 대답조차 하지 않는 남궁무검.
난 다급했다.
이건 확신이다.
예감도 예감이고, 지금 나를 비웃고 있는 놈의 표정이 이를 강하게 증명하고 있다.
놈이 알고 있다!
"아니면… 아니면 정말로 네가… 흉수냐?"
얼마나 놀랐는지, 내 목소리가 떨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놈은 여전히 그런 나를 건방지게 쳐다보며 비웃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
아니, 곧바로 축객령이 내려졌다.
"손님 가신다!"
너무 놀라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창궁검무대 대원 둘이 그런 나를 질질 끌고 객잔 밖으로 데리고 갔다.
저항이고 뭐고, 너무 놀라 정신이 없었다.
정말, 정말로 놈이 흉수란 말인가?
만에 하나 그게 아니라 하여도, 놈이 분명 뭔가를 알고 있다.
놈은 확신하고 있고, 나는 이를 놈의 표정에서 읽었다.
"매제 형님, 괜찮으십니까?"
"일단… 일단 사람 없는 곳으로… 생각 좀 정리해야겠어요."
다리에 힘이 풀려 단발령이 나를 업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나는 홀로 오랜 시간 앉아 고민에 고민.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단 형님들."
"넵, 매제 형님!"
"이제부터 남궁무검을 미행할 겁니다."
"넵!"
남궁무검이 흉수다.
확신이다.
증거를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