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무슨 소리야! 뭔 소리가 이렇게 요란해?"
세 오빠가 나를 향해 허리를 넙죽 숙이며 처남이라고 하는 동시에.
측간에 갔던 단문령이 바지 끈을 묶으며 헐레벌떡 달려왔다.
앗! 위험하다.
나 말고, 오빠들.
그런데…….
"어? 뭐야? 뭔 일 있었던 거 아니야?"
어리둥절해하는 단문령.
와!
이 인간들 말이다.
오빠들.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벌써 숙방으로 들어가 딴청을 피우고 있다.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큰오빠는 꾸벅꾸벅 졸고, 둘째는 심심하다는 듯 손가락을 돌리고 있고, 셋째는 빛이 번쩍번쩍 나는 냄비들을 닦고 있고.
"태한아, 우리 오빠들이 뭔 짓 했어?"
"응? 아니. 나 혼자 계속 있었는데?"
"무슨 소리 들었는데?"
"아! 내가 잠깐 의자에서 넘어졌다가 다시 앉았어."
의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한 번 보고, 다시 도끼 눈으로 오빠들을 한 번 본 후, 단문령이 한 번만 그냥 넘어가 주겠다는 듯 그렇게 모른 척 자리에 앉았다.
단문령이 자리에 앉아 시선을 나에게로 향하자, 저 뒤에 있는 오빠들이 나를 향해 별의별 손짓으로 연인들 사이에서 나 볼법한 사랑의 표식을 마구마구 표현… 아! 좀 과하군.
확실히 이 집안에서는 돈이 최고다.
그럴 일은 없겠다만, 만약 정말로 만약 내가 이 집으로 장가온다면 말이다.
내가 이 집안 제일 큰 어른이다.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내가 묻자 곧바로 단문령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뭐? 내가 뭘 좋아하는지 궁금해?"
"무공. 어떻게 된 거야? 너도 그렇고 너희 오빠들도 그렇고."
순간, 단문령이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보여? 우리 오빠들 경지가?"
"응."
"와! 너… 많이 변했다."
"그럴 일들이 좀 있었어."
"궁금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 시간 많아."
"질문은 내가 먼저 했어. 뭐, 말하기 곤란하면 하지 않아도 돼."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곤란하기까지 해?"
"보통 무공은 아닌 것 같은데."
"아수라혈천신공(阿修羅血天神功)이야."
"아… 아수라…혈천신공?"
"놀랐지?"
놀랐다.
너무 놀라 대답도 하지 못하고 멍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단문령 집안은 무려 250년 동안 혈교에 잠입해 활동했다.
"우리 집안이 혈교에 잠입해 첩보 활동한 건 알고 있지?"
"응, 무려 250년 동안."
"맞아, 250년이야. 그리고 250년 동안 무림맹은 그들을 철저히 관리했어. 힘을 키우고 뭉치지 못하게. 나도 잘은 모르지만, 기록에 따르면 처음에는 아무리 패망한 혈교의 후예들이라고 해도 그 힘이 엄청났대. 보유한 무공도 어마어마했고, 고수들도 하나같이 천하를 발칵 뒤집을 만했다고 하더라."
"그랬겠지. 마교와 단일 세력으로 싸웠던 자들인데."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힘이 빠르게 약해졌어. 처음 혈교에 잠입했던 우리 몇 대 위의 할아버지는 하급 무사 정도로 활동했는데, 대가 이어질수록 그 직책이 높아졌고. 반대로 혈교의 수뇌부는 계속 약해졌고."
"……."
"결국 뭐, 우리 고조할아버지 대에 이르러서는 250년 전 혈교 교주의 직계 혈통과 친구 먹는 정도였다고 하더라."
"아……."
"우리 임무가 감시와 그들이 힘을 키우지 못하게 하는 거잖아."
"응."
"고조할아버지가 혈교 교주의 직계 혈통한테 매일 술 사 주고 그랬대. 그랬더니 이 양반이 매일 공짜 술 얻어먹는 게 미안했는지, 어느 날 술에 잔뜩 취해서 지하 창고에 엄청난 신공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원하면 다 가지고 가라고 그랬다더라."
"미친."
"풉. 내가 생각해도 그렇긴 해. 고조할아버지가 설마 하는 마음에 가 봤는데, 웬걸. 혈교의 신공들이 먼지가 가득 쌓여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수라혈천신공을 가지고 온 거야?"
"그것 말고도 몇 개 더 가지고 왔어. 우리 큰오빠 보이지?"
"응."
"큰오빠는 아수라혈천신공을 기반으로 멸혼신권(滅魂神拳)을 익혔고, 둘째 오빠는 혈마신장(血魔神掌), 셋째 오빠는 백옥혈마수(白玉血魔手)를 익혔어."
"넌?"
"봤잖아. 나는 아수라혈천신검(阿修羅血天神劍)."
"왜 너만 검법이야?"
"여자는 약하다고, 무기가 필요하다고 했거든."
"누가?"
"아빠가."
"아니, 누가 약해?"
"내가."
"네가?"
"응, 내가."
"그래."
"그거 알아?"
"응, 너 약해."
"아니, 우리가 익힌 무공들."
"……?"
"모두 역대 혈교의 교주들이 익혔던 무공들이야. 엄청나지?"
큰오빠가 대략 30대 중후반에 초절정 극상.
둘째는 30대 중반에 완연한 초절정.
셋째는 20대 후반에 절정 끝자락.
그리고 단문령은 고작 스무 살이다.
그런데 그녀 역시 완연한 절정의 고수다.
무엇보다 이들 사 남매.
나와는 다르다.
무공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아니다.
무공보다는 돈에 더 목을 매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무공의 경지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확실히 신공을 괜히 신공이라 부르는 게 아닌가 보다.
뭐, 오빠들 같은 경우 생김새가 그렇듯 무재 역시 뛰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나도 궁금한 거 있어."
내가 아수라혈천신공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 아! 이건 뭐 생각이고 뭐고 좀 황당하기 그지없다.
아무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단문령이 나에게 말했다.
또 엉뚱한 질문을 할까 싶어 인상을 살짝 구겼는데.
"너희 새아빠 많이 아파?"
"낭만개 아저씨? 새아빠 아니야. 그때는 그냥 그렇게 말했는데. 뭐, 새아빠 같은 사람이긴 한데 정확히는 아니야. 그런데 낭만개 아저씨는 왜?"
"이런 말 하는 게 좀 미안한데. 정신이 온전치 않은 분 같아서. 나중에 혼인하면 우리가 모셔야 해?"
"야!"
"어머, 왜? 우리가 모셔야 해? 어쩔 수 없지. 내가 잘 모실게."
"내가 왜 너랑 혼인을 해!"
"내 걱정은 하지 마. 우리 할아버지랑 아빠 돌아가시기 전에 다 내가 간호하고 보살폈어. 나 잘할 수 있어."
아! 주먹이 운다.
"낭만개 아저씨 미치지 않았어. 지극히 정상… 완전 정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경미한 증상이야? 그럼 더 잘됐네. 정신 이상도 초기에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
"야! 그런 거 아니라고. 진짜 정상이야. 넌 화경의 고수가 미치는 거 봤어?"
순간, 단문령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 아니었어? 농담 아니야?"
"아니라고! 최소한 십수 년 전에 벌써 화경의 반열에 오른 어마어마한 양반이야."
"헐! 조금도 모르겠던데?"
"네 경지로 그게 보이겠냐? 나도 감지하기 힘든데. 거기 형님들!"
난 곧바로 시선을 돌려 숙박에서 고개를 쑥 내밀고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세 오빠에게로 향했다.
"어, 처남 형님!"
"지금 하는 이야기 절대 비밀입니다. 절대로요."
"여부가 있겠나. 하하하! 우린 처남 형님이 시키는 일이라면, 평생 벙어리가 되어 살 수 있다네. 아무 걱정하지 마시게. 아니, 당장 우리 입을 꿰매야겠다. 셋째야."
"응, 큰형."
"가서 바늘하고 실 가자고 와라. 우리 입 좀 꿰매자."
"알았어!"
셋째는 진짜 바늘과 실을 가지러 초가로 향했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런 오빠들을 향해 고개를 갸우뚱하는가 싶던 단문령도 다시 나를 보았고.
"정말이야?"
"응."
"와! 무슨 화경의 고수가 거지야?"
"너도 얼마 전까지는 개방의 방도였으면서 그런 말을 하냐?"
"아! 그렇긴 하다. 개방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엄청난 고수들이 셀 수도 없이 많긴 하다. 그래도 좀 그렇네."
그녀는 낭만개 아저씨가 신기한 건지 아니면 내 얼굴을 보는 게 좋은 건지, 연신 싱글벙글하며 내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기분이 좀 애매했다.
화도 나는데, 또 그렇게 싫은 것도 아니고.
얘가 예쁘긴 무지하게 예쁜 것도 사실인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또 욱하기도 하고.
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걸었던 걸 생각하면 더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저렇게 계속 나만 쳐다보고 있으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모르겠다.
"자, 받아."
"이거… 뭐야? 헉! 금, 금자……."
놀람은 잠시, 순간 나를 볼 때보다 더 환한 얼굴이 되어 버리는 단문령.
입꼬리가 귀에 걸려 버렸다.
역시 이 집안에서는 무공의 고강함도 아니고 잘생긴 미남도 다 아니다.
돈이 최고다.
"선불금."
"선불금?"
"응, 우리 분타 어린 거지들. 3일에 한 번씩 양꼬치 스무 개씩 줘. 배탈 나니까 더 주지는 말고."
"에이, 아이들 먹는 거면……."
"공짜로 주게?"
"호호호. 그건 나중에, 호호호. 우리가 혼인하면 다시 생각해 보자."
그렇게 호호 소리를 내며 깔깔 웃더니, 어느새 귀신같이 내가 식탁 위에 올려놓은 금자를 자기 품속으로 숨긴다.
그러면서 또 한없이 행복한 얼굴을 짓는다.
예쁘긴 예쁘다.
그것도 엄청나게.
나는 그날 늦은 시간까지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분타로 돌아갔다.
당분간 낭만개 아저씨한테 무공 배운다고 찾아오지 말라고 했더니 울먹여서, 내가 어린 거지들 데리고 가끔씩 오겠다고 하니 그제야 다시 얼굴을 펴는 그녀였다.
아! 얘 때문에 마음이 심란하다.
남자가 맺고 끊음이 확실해야 하는데.
이렇게 우유부단해서야.
아무튼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떠났고.
당연히 늙은 처남들… 아니, 단문령의 세 오빠는 대문 밖까지 따라 나와 허리를 깊이 숙여 나에게 인사를 했다.
* * *
"본격적으로… 하하, 드디어 아저씨한테 무공을 전수받는 날이 오네요. 하하하하!"
"그렇게 좋냐?"
"네, 좋고 말고요. 제가 얼마나 이 시간을 기다렸다고요."
"나도 좋구나. 하하하!"
"궁금한 거 엄청 많아요."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다 물어보거라."
"네, 그러려고요. 아! 맞다. 가장 궁금한 거."
"그게 뭐냐?"
"일단 보세요."
"그래, 있는 힘껏 펼쳐 보아라."
난 순천검을 들고 지금껏 내가 다섯 번의 차원 이동과 다시 무림에서 얻은 모든 무학과 깨달음을 담아 낙백구검을 펼쳤다.
낙백구검을 마치자마자 다시 타구봉법을 또 전력으로 펼쳐 보였다.
무려 한 식경 동안 펼친 내 검법과 봉법.
"헉헉. 헉헉. 어때요? 좀 이상하지요?"
숨을 헉헉거리며 물었지만, 낭만개 아저씨는 한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깊은 생각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
난 그런 그의 맞은편에 앉아 그가 생각을 정리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결국…….
"기이하구나. 참으로 기이해."
역시!
역시다.
단번에 내 문제점을 정확히 알아본 낭만개 아저씨다.
"내 비록 천하의 모든 무공을 다 알고 또 그 수련법을 모두 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네 상태는 너무나 기이하게 발전하였구나. 역시 기연 때문이나?"
"어떤데요?"
"글쎄다. 한마디로 표현하기도 힘들구나."
"기연 때문인 것 같기는 해요. 정상적인 수련으로 지금의 상태에 이른 게 아니니까요."
내 말에 낭만개 아저씨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다시 약간의 시간을 가져 고민하였다.
그러더니…….
"그것도 그것인데, 더 큰 문제는 네가 현재의 네 상태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건 또 무슨 말이야?
나보다 내 상태를 더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의심하지 말자.
낭만개 아저씨는 어쩌면 천하제일인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세요."
"신검합일을 깨우쳤구나. 물아일체의 경지에 올랐고."
"네."
"앞서 말했지만, 환골탈태도 했고 자연기는 그 경지가 나를 넘어섰다."
"그런 것 같아요."
"외공까지……. 으흠. 모르긴 몰라도, 외공 하나만 놓고 본다면 너도 어쩌면 천하제일인일지 모르겠구나."
웃을 상황이 아닌데, 자꾸 웃음이 나네.
진지해지자!
"그런데 너는 이류나 삼류 아이들이나 할 법한 수련법을 고수하고 있다. 생각까지 아직 그곳에 머물러 있어."
아! 더 어려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음,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갑자기 무치개 이 장로가 떠올랐다.
무치개가 있던 석창림을 떠날 때, 그가 하산하던 나에게 천리전음을 보냈었다.
‘낭만개가 천하제일인인 건 맞지만, 그는 누굴 가르칠 성품이 되지 못한다. 기다리고 있겠다. 언제든 돌아와라.’
그래서 그런 걸까?
무공의 경지와 가르치는 건 별개의 문제?
하지만 기우였다.
"낙백구검과 타구봉법이 따로 놀면서 애매하게 섞여 있다."
"더,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세요."
"초식에 연연하면서도 마음은 급하고, 또 내가 알지 못할 기이한 수련과 경험 때문에 이게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상태가 되었다."
"더 어려워요."
"신체는 화경의 반열에 올랐고, 그 힘은 초인을 넘어섰다. 무학의 깨달음은 절정에 이르렀고, 그 위력은 초절정을 압도한다. 그런데 넌 여전히 삼류나 이류, 잘 쳐 줘야 일류들이나 할 수련법을 따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네가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부가 없어서요?"
낭만개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역시 중요한 이유겠구나. 만약 좋은 사부가 있었더라면, 진즉 네 수련법을 바꾸고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줬을 텐데 말이다."
"지금 있잖아요. 낭만개 아저씨요."
아저씨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러면 됐다. 이제 내가 그 길을 제시해 주어야……. 그런데 태한아."
"네, 아저씨."
"너, 이곳에 온 거 정말 총타에 보고 안 해도 되겠느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중요한 시점에."
"비걸개 수칙 위반 아니냐? 그도 중요한 일이잖느냐. 네가 수칙을 위반해서 윗사람들에게 혼날까 걱정이구나."
"휴우, 아저씨."
"……?"
"열흘만 있다가 보고해요. 아니, 보름. 딱 보름. 그냥 수칙 위반하고 혼 조금 나는 게 나아요. 제가 여기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인간들이 절 가만 놔두지 않을 거예요."
연신 싱글벙글, 나만 보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낭만개 아저씨가 순간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아니, 심각한 얼굴이다.
그러면서 조심스레 나에게 묻는다.
정말 매우 조심스러웠다.
"혹시… 혹시 누가 널 괴롭히느냐? 솔직히 말해다오."
"그, 그게……."
"괜찮다. 그냥 솔직히 말하면 된다. 있구나?"
"네."
"누가… 누가 우리 태한이를 괴롭힐까?"
"그게……."
아! 이거 말해야 해?
말하면 이 아저씨 사고 치는 거 아니야?
그러면 감당 안 되는데.
그냥 없다고 할까?
벌써 눈치챈 것 같은데.
어쩌지?
그렇게 내가 막 갈등하고 있을 때.
동시에 낭만개 아저씨는 분노와 살기를 아슬아슬하게 억누르며 여전히 조심스럽게 내 입만 주시하고 있을 때였다.
"어이! 우리 나태한이, 걸이번! 잘 있었나?"
"나도 왔네, 걸이번!"
"나도 나도!"
저 멀리서 세 노인네가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손까지 마구 흔들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맞다.
그 노인네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상취개, 순화자, 속리자.
이 노인네들을 보자마자 남만에서 겪었던 개고생들이 일시에 모두 떠올랐다.
다 저 노인네들 때문이다.
참지 않았다.
나는 낭만개 아저씨를 보며, 다시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노인네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울분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낭만개 아저씨! 저 노인네들이에요. 저 인간들이 저를 단체로 괴롭혀요. 집단 괴롭힘이요."
내 말에, 우두둑 우두둑.
낭만개 아저씨가 고개를 양쪽으로 번갈아 꺾으며,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났다.
저 노인네들 오늘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