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붉은 코뿔소의 뿔을 얻고 닷새가 지났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미 3일 전에 야수궁에 도착했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가 지나온 길은 그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밀독궁의 공격은 지독했고 집요했으며 끊임이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크아아아아아앙!
열랑이 괴성을 지르며 하늘로 솟구치는가 싶더니, 이내 두 발로 땅을 내리찍었다.
쿠웅.
그곳에서 핏물이 마치 샘물처럼 흘러나왔다.
이미 수십 번을 더 겪은 매복이다.
땅속에 숨어 있다가, 독침이나 독화살로 우리를 공격하려던 밀독궁 사람이다.
나도 지쳤다.
내공은 고갈된 지 오래다.
외공에 의지해 적들과 싸웠다.
얼마나 죽였을까?
3,000?
4,000?
모르겠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적과 싸웠고 또 죽였다.
운기조식은커녕, 잠을 잘 시간도 없었다.
그나마 열랑이 잘 버텨 줘 지금까지 살 수 있었다.
열랑은 심지어 쓰러진 보파 공주까지 등에 업고 적들과 싸웠다.
지금도 지치고 다쳐 혼절한 보파 공주는 열랑의 등에 단단히 묶여 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신경 쓸 틈도 없이 주위를 경계하는 데에 모든 정신력을 쏟아야 했고.
빌어먹을.
또 왔다.
그런데 이번엔… 한 명이다.
중년의 사내.
중원의 옷을 입고 있다.
첫날 내가 죽였던 세 명의 노인과 비슷한 복장의 옷이다.
성가신 듯 빼곡한 풀과 넝쿨을 이리저리 헤치며 다가오는 사내.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듯 여유롭다.
그렇게 그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으르르렁.
열랑이 겁을 먹었다.
중년의 사내는 황소만 한 열랑이 으르렁거리고 있음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그저 나를 보며 방긋 웃는다.
"기특한 녀석이로구나."
"칭찬으로 듣겠다."
"칭찬 맞다."
경지를 조금도 가늠하지 못하겠다.
독곡의 고수가 분명한데.
첫날 내가 죽인 세 노인의 아래가 아니다.
"누구냐, 넌?"
내가 물었다.
피 칠갑을 하고 온몸에 상처를 입은 내가, 열랑과 같이 으르렁거리는 기세로 물었으나, 그는 여전히 여유롭게 웃는다.
"독곡의 곡주다. 이름은 사연손. 이곳에선 이름보다 밀림독선(密林毒仙)이라 불리지."
젠장!
독곡의 곡주라니.
내공은 없고, 피곤은 쌓일 대로 쌓이고.
온몸에 안 아픈 곳이 없다.
숨을 쉬는 것조차 아프다.
그냥 다 포기하고 누워 자고 싶다.
그나저나 이러다가 밀독왕까지 만나는 거 아니야?
돌겠네, 진짜.
"기회를 주겠다."
"……?"
"나와 함께 가지 않겠나? 굳이 내가 올 필요도 없는데, 네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이렇게 먼 걸음을 했다. 너를 데려가고 싶어서."
"나를? 왜?"
"중원의 아이를 제자로 삼고 싶거든."
"제자… 제자가 되면 나를 살려 줄 건가?"
"제자를 죽이는 사부가 몇이나 있겠나? 그리고 너를 죽이려면 굳이 내가 이곳까지 올 필요도 없었어. 내 뒤 저 밀림에 밀독궁의 정예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거든. 그들을 뚫고 나가면 더 강한 녀석들이 또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고."
"어떻게 해도 죽는다는 소리네?"
"그렇지. 단, 내 제자가 된다면 살 수 있다. 물론 착한 아이처럼 말을 잘 들어야지."
"내가 배신하면?"
"그럴 기회를 줄 정도로 나는 멍청하지 않다."
"내 몸에 무슨 수작을 부리겠다는 소리네?"
대답하지 않는다.
그냥 웃기만 한다.
"보파 공주와 열랑. 둘을 야수궁으로 보내 줘. 그러면 지금 당장 구배지례를 하고 당신을 사부로 모시겠다고 천지신명께 맹세할 테니까."
"기회는 내가 주는 것이고, 너는 현재 협상할 위치가 아니다."
"부탁입니다. 둘을… 살려 주세요."
"싫다."
"X새끼."
"선택해라. 사실 너를 제자로 삼고 싶은 것도 있지만, 네 실력이 정말 내가 들은 것처럼 대단한지 궁금하기도 하구나."
"보면 까무러칠 텐데? 그 순간 후회하게 될 거고."
"후훗. 재밌는 녀석이구나."
"보여 줄까?"
"지금 몸 상태로는 제대로 힘을 쓰기 힘들 것 같은데. 일단 내가 데리고 가야겠구나. 푹 자고 나면 밀독궁에 도착해 있을……."
쉬이이이이이이익!
놈이 말을 하고 있을 때.
비귀부를 던졌다.
놈은 당황하지 않고, 살짝 허리를 틀어 비귀부를 피했다.
그리고 그때.
피피피피피피피피핏!
연사침탁을 날렸… 젠장!
마지막 침이 바닥났다.
열세 발이 마지막이었고.
사실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나 한 발도 놈을 맞추지 못했다.
"진짜 재미난 녀석이구나. 특히 그 우모침 암기는 나를 정말 놀라게 했다. 사천당가에서 어마어마한 암기를 만들어 낸 모양이구나."
"사천당가 거 아니야."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곡의 곡주.
그가 표정으로 물었지만, 대답할 의무가 없어서가 아니라 대답할 힘조차 아껴야 할 형편이라 입을 꾹 다물었다.
"가자, 밀독궁으로. 푹 자고 나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다."
놈이, 본격적으로 나를 향해 움직이려고 했다.
난 대성검을 뽑아 양손으로 움켜잡고.
"와라! 더러운 독곡의 개잡종아."
또 웃는다.
아니,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계속 웃고 있는 놈의 웃음이 더 짙어졌다.
역시나 산책이라도 하듯 가볍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나에게 다가온다.
방심이 아니다.
자신감이다.
그렇게 놈은 뒷짐을 지고 있던 오른손을 꺼내 나를 향해 뻗었다.
아니, 막 뻗으려다가.
"어? 중독이 안 됐네? 제법 상처가 대단한데, 중독이 전혀 안 됐구나?"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됐냐? 너희 독곡의 독 따위가 만독불침인 나를 어쩔 수 없다. 왜? 이제 조금 겁이 나냐?"
허장성세다.
혹시나 해서 던져 봤다.
하지만…….
놈의 웃음만 한층 더 짙어지게 만들 뿐이었다.
"멍청한 밀독왕 같으니라고. 그래서 내가 제대로 된 독을 쓰라고 했더니. 쯧쯧. 괜한 병력만 수천 명이나 낭비를 했네."
"곧 너도 그 수천 명 중 한 명이 될 것이다."
"그래, 너의 그 무모한 용맹함이 마음에 든다. 가자, 제자야."
곧, 그의 형체가 내 눈앞에서 사라졌고.
푹.
뭔가 뒷덜미가 따끔했다.
곧바로 나는…….
쿵.
바닥에 쓰러졌다.
엄청난 고수다.
내 몸 상태가 정상이었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 있었을까 싶은 고수가 맞다.
난, 있는 내공 없는 내공을 다 끌어 그가 내 몸에 찔러 넣은 독에 저항해야 했다.
하지만 의식이 점점 사라져 간다.
으르렁.
내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그는 열랑에게로 다가갔다.
역시나 산책을 하듯 가벼운 걸음걸이다.
"잠, 잠깐만요."
마지막 힘을 다해 그를 불렀다.
그러자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밀림독선 사연손.
"죽… 죽이지 마세요."
"그건 내가 결정한다."
"절… 저를 업고 가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공주까지 업어야……. 으윽, 헉헉. 공주까지 데리고 가려면… 열랑이 필요……."
"주변에 밀독궁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을 시키면 될……. 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쯧쯧. 네 녀석에게 겁을 꽤 먹은 모양이군."
"열랑… 저를 열랑 등에 태워… 주세요."
"쯧. 어쩔 수 없지. 곱게 가자. 다른 생각하지 말고. 네가 말만 잘 들으면 저 늑대와 공주 모두 안전을 약속하겠다."
"고맙… 고맙습니다."
씨익 웃는다.
그렇게 그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기분이 좋은가 보다.
그는 나를 들어 열랑의 등에 태우려고 허리를 숙여 양팔을 뻗었다.
그리고 그때.
레드 드래곤 오니푸네의 갈비뼈로 만든 드래곤 스워드 우룡검(友龍劍).
내 허리를 감싼 요대(腰帶, 허리띠)로 변신해 있던 녀석.
그 우룡검이 처음으로 빛을 발했다.
내가 요대를 풀어 휘두르는 순간, 검으로 변신했고.
곧 우룡검은 마치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를 뿜는 것처럼 엄청난 불의 검강을 사연손에게 뿜어 댔다.
사연손은 또 웃었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내 머릿속을 모두 꿰뚫어 보고 있었다고.
자신은 그깟 잔꾀에 넘어갈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그는 그렇게 자신 있게 웃다가… 와락!
인상을 구겼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놈은 처절한 비명과 함께 불길에 휩싸이고 말았다.
다시 얼마를 버티지 못하고 새까만 숯덩이가 되어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오로지 레드 드래곤 오니푸네의 힘이 실린 우룡검만으로 이 모든 게 가능했다.
실로 내 우룡검은 신검이니 보검이니 하는 수준이 아닌, 그냥 사기다.
그렇게 나는 독곡의 곡주 밀림독선 사연손을 죽였다.
스으윽. 스으윽.
쓰러진 나를 열랑이 혀로 핥아 주었다.
더럽다.
"열랑, 나를… 나를 등에 태워 줘."
열랑이 커다란 입을 벌려 나를 살포시 문 후 휙 던졌다.
정확히 녀석의 등에 올라탈 수 있었다.
크르르르릉.
출발하겠다는 소린가?
열랑은 내 대답도 듣지 않고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안 돼. 아니야! 열랑, 멈춰!"
다급히 녀석을 불러 세웠다.
"야수궁이 아니야. 열랑, 반대편. 반대편으로 가야 해."
어리둥절해하는 열랑.
명령이 아닌 이해와 설명이 필요한 영물이다.
"아까 너도 들었잖아. 저 숲속에 끝도 없는 적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야수궁으로 가는 길 전부 막혀 있어. 이젠 나도 싸울 수 없고. 그리로 가면 죽어."
깨갱. 깨에에엥.
"괜찮아, 살 방법이 떠올랐어."
컹컹.
"숭불사. 숭불사 알아?"
하악하악.
"그리로 가자. 적들은 우리가 야수궁으로 가는 줄만 알고 있을 거야. 우리는 그 틈을 노려 숭불사로 도망가자. 그곳에는 우리를 지켜 줄 수 있는 대단한 고수 스님들이 있어. 일단 숭불사로 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열랑의 등에 엎드린 채, 녀석의 털을 꽉 잡고.
나는 위험한 운기조식을 시작해야 했다.
방법이 없다.
사연손의 독은 무서운 것이었고, 제대로 중독당했다.
버텨야 했다.
숭불사까지만 살아서 간다면, 스님들이 도와줄 테다.
은혜의 빚이 두 배로 늘겠군.
다 갚으면 된다.
일단 가자, 열랑.
* * *
운기조식을 하다 결국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깨어나 보니 내 몸은 열랑의 등에 꽁꽁 묶여 있었다.
"정신이 들어요?"
"보파 공주님."
"그나마 다행이에요. 대협께서 혼절하자마자 제가 깨어났고,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어요. 나 대협은 정말 굉장한 무공을 익히셨나 봐요. 응급처치도 응급처치지만, 나 대협의 몸이 스스로 독을 밀어내고 있었어요."
실버 드래곤 히포네우스의 환골탈태 덕분일 것이다.
"여긴 어디죠?"
"숭불사로 갈 생각이었어요?"
"네."
"정말 대단한 기지를 발휘했어요. 열랑이 밤새 우리를 태우고 이곳에 올 때까지, 한 명의 적도 만나지 않았어요. 저기 보여요? 저기가 바로 숭불사예요."
눈에 익은 풍경이다.
숭불사 자락에 도착한 것이다.
다행이다.
죽지 않고 살았… 뭘까?
쾅!
콰콰콰콰콰쾅!
콰콰콰콰콰쾅!
쿠르르르르릉.
산 정상의 숭불사에서.
큰 폭발과 산사태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아직 움직이면 안 돼요!"
내 몸을 묶은 밧줄을 풀고 일어났다.
보파 공주가 막으려 했지만, 안 된다.
숭불사의 스님들께 은혜를 입었다.
목숨의 은혜다.
그들이 위험한데, 어찌 나 혼자 살겠다고 이렇게 누워만 있을 수 있겠는가?
"공주님, 이곳에… 이곳에서 꼼짝도 하지 말고 계세요. 상황을 살피다, 안 되겠다 싶으면 열랑과 함께 떠나세요."
"나… 나 대협."
그녀가 울음을 터뜨렸다.
"부탁이에요. 공주까지 따라오면 제가 더 위험해집니다. 열랑과 이곳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난 그녀의 어깨를 한 번 두들겨 준 후, 곧바로 숭불사가 있는 산 정상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잠깐의 운기조식과 깊은 잠을 잔 덕분에 내공이 일부 돌아왔다.
사연손의 독이 내 몸에 아직 상당량 남아 있지만, 지금 그걸 염려할 때가 아니다.
최고의 속도로, 바람과 하나가 되어 단숨에 숭불사에 도착했… X팔!
"저 녀석은 어떻게 여기에 온 거지? 밀림독선을 보내지 않았나?"
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나이.
절대자의 기운이, 독으로 궁극의 경지에 오른 그 위엄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다.
밀독왕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나 소협! 숭불사는 우리가 지킬 것이오! 몸을 피하시오!"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밀독왕을 향해 몸을 날리는 붉은 가사의 스님.
내 목숨을 구해 준 파스라 스님이다.
인자하기만 했던 파스라 스님은 온몸이 피로 뒤덮여 있었고, 숭불사의 다른 스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겹겹에 다시 겹겹으로 밀독궁의 고수들이 숭불사를 포위한 상태였고.
그게 아니더라도, 밀독왕의 존재는 실로.
나와 숭불사의 스님 모두가 힘을 합친다고 하여도 그를 이길 수 있을까?
됐다.
생각은 나중에 하자.
내 눈앞에서 내 생명의 은인인 파스라 스님이 죽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몸을 날렸다.
우룡검을 뽑아, 내 모든 것을 끄집어 내어.
밀독왕을 향해.
그리고 그가.
난 내 모든 것을 걸었지만.
밀독왕은 그런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고.
한 손을 뻗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나와 밀독왕의 차이.
손이 닿을 듯 말 듯.
하지만 고수 간의 그 격차는 하늘과 땅의 차이고.
수백 수천 번을 죽고 다시 살릴 수 있는 간격이다.
그의 손에서 검은 독의 강기가 나를 향해 뿜어져 나왔다.
곧, 그 독의 강기는 내 온몸을… 번쩍!
* * *
번쩍!
쿠당탕탕.
행운석이 발동됐다.
땅을 몇 번이나 굴렀다.
그런 후 양손으로 땅을 잡고 일어서려다… 멈추었다.
무릎을 꿇고, 땅을 짚고, 고개를 떨구고.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며칠 동안 이어진 위기와 고생이 내 정신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었고.
차원 이동을 하자마자 안도와 설움이 얽히고설켜 나도 모르게 서럽게 오열을 토해 낸 것이다.
나는 정말 오랜 시간 그렇게 땅에 엎드려 울고 또 울고… 어?
데구르르르르.
뭔가 내 앞으로 굴러왔다.
은색의 작은 상자 같은 것인데.
그제야 나는 주위를 둘러볼 여력이 생겼다.
사방이, 풀과 나무.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지금껏 내가 차원 이동했던 곳이 모두 풍경만큼은 다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이곳은 특별하다.
마치 아주 오랜 시간, 최소 수천 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자연을 보는 듯하다.
기분 탓일까?
다시 내 앞에 굴러온 은색의 상자로 시선을 돌렸다.
이건 철로 만든 것 같은데, 기이할 정도로 가볍다.
생김새도 기이하다.
어떻게 여는 것이지?
나는 은색의 상자를 열기 위해 꽤 오랜 시간 씨름을 해야 했고.
삐리릭.
철컥.
열렸다.
음, 종이 한 장이 달랑 들어 있다.
한자(漢字)가 아닌 처음 보는 문자다.
하지만 나는 그 글을 읽을 수 있었다.
행운석이 작동한 덕분이다.
* * *
[인류 멸망 보고서]
[나는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나는 평생을 바쳐… 바쳤는데, 끝까지 삼류 작가였다.
나는 신조(神鵰)다.
2047년 인류는 멸망했다.
아마도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인류가 바로 나이지 않을까 싶다.
기적처럼 인류가 부활하게 된다거나.
어쩌면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하게 된다면.
2047년 지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 주기 위해 이 글을… 젠장!
이걸 누가 읽을까?
생의 마지막 순간에 쓰는 글까지 아무도 읽어 주지 않는 인기 없는 글이 되겠군.
일단 계속 쓰겠다.
그러니까 지구와 인류에 무슨 일이 일어났냐면…….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