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이번 여행기-51화 (50/174)

51화

독?

독에 중독됐다고?

뭔 소리야?

감시하는 눈이 몇 개인데?

"이해할 수 없습니다. 독이라니요? 분명 사부님께서 처방해 주신 약 이외에는 그 어떤 약도 대인께서 복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중량은?"

"철저히 지켰습니다."

"약을 달이는 시간은?"

"그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한 치의 실수도 없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태사 대인께서는 어떻게……. 음, 어떻게 중독됐는지 알아보는 것은 후의 문제다. 일단 태사 대인을 살리고 봐야겠다."

"네, 사부님. 무엇이든 명하십시오."

"태사 대인께서 복용하셨던 것은 무엇도 빠지지 않고 나에게 가지고 오라. 물부터 음식, 약, 방에 피웠던 향까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시비들이 화장을 하고 향을 뿌렸다면 그것까지 모조로 다 정리해 나에게 가지고 오너라."

"네, 사부님. 헌원 공자님."

"네, 조 의원님."

"긴급하니, 태사대부패의 도움을 받아야겠습니다."

"물론입니다."

* * *

나와 조구식은 곧바로 내원을 빠져나가 빠르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세가 전체에 난리가 났다.

헌원세가의 무인들은 검까지 빼 들고 흉흉한 기세까지 마구 뿌려 대며 사람들을 재촉했다.

실제 거짓말을 하거나 협조하지 않는 자 몇 명의 목을 베기 전까지의 상황에 가기도 했다.

덕분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나와 조구식은 한 시진을 조금 넘기자마자 헌원문장이 복용한 모든 것을 정리하고 구비해 태의에게 가져다주었다.

태의는 그 많은 서류와 음식, 약재 등을 방 안으로 가져간 후 오랜 시간 나오지 않았다.

"조 의원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헌원이번 공자님."

역력히 지친 모습의 조구식이 힘겹게 답했다.

"독에 중독되었으면, 해독약을 복용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그러나 먼저 어떤 독에 중독되었는지 알아야 하고, 또 그 독에 대한 해독법을 알아내야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태의시라면 가능하시겠죠?"

"민간에서는 사부님을 향해 의선이라고 하지만, 사부님께서 진짜 신선도 아니고 우리와 같은 인간입니다. 다만, 저는 사부님께서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혹시 말이에요."

"네, 공자님."

"지난번 말씀하셨던 그거요."

"음… 같은 증상으로 돌아가셨던 역대의 황제들 말씀이십니까?"

"네, 태의께서 계속 그에 대한 연구를 하셨다고 했잖아요? 어떤 성과가 있었을까요?"

"수백 년 동안 황궁의 내의원에서 연구해 왔던 일입니다. 아무도 어떤 단서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사부님께서 근 몇 달 동안 연구하셨지만, 어떨지는 솔직히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약 같은 병이라면… 아! 그러면 그 황제들도 독에 중독되어 돌아가셨다는 말이네요?"

"그렇겠죠."

"그건 알고 있었어요?"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추론하고 있었습니다. 공자님께 말씀드리지 못한 이유 역시,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요."

"만약 태의께서 헌원문장 대인의 증세를 정확히 진단한다면, 같은 증상으로 돌아가신 역대 황제들의 죽음에 대한 의혹도 모두 풀리겠네요."

"그렇겠죠."

태사 헌원문장의 전각 대청.

그곳에서 태의의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은 나와 조구식 둘만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하고 있는 한 명이 더 있다.

일곱 살 헌원공량이다.

그런데 저 녀석.

아버지가 곧 돌아가실지도 모르는데, 책을 읽고 있다.

마치 자신이 곧 죽을 것처럼, 그래서 자신의 소원대로 죽기 전에 한 권의 책이라도 더 보려고 기를 쓰는 것 같다.

뭐지?

저 녀석 괜찮은 건가?

괜히 더 걱정되네.

* * *

결국 하루가 지났다.

다행히 밤사이 헌원문장은 죽지 않았다.

태의가 급하게 손을 쓴 덕분이다.

나와 조구식 그리고 헌원공량은 밤을 새웠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세가주가 죽고, 나라의 태사가 죽을 수 있는 마당에, 그 누가 그의 집에서 잠을 청할 수 있겠는가?

세가의 모든 사람이 초조한 마음으로 그렇게 날밤을 샜고, 아침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그때.

드르르륵.

태의의 방문이 열렸다.

그가 나를 향해 말했다.

"헌원이번 공자라 했소?"

"네, 태의님."

"한 가지 부탁을 더 해야겠소."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태사 대인의 친족과 현재 이곳에 있는 대관들을 모두 불러 모아 주시오."

"당장 모두를 소집하겠습니다."

"나는 잠시 후 가겠소."

"네."

* * *

태웅전(太雄殿) 대청.

헌원공지, 헌원파지, 헌원공량, 배시 부인.

그리고 종인부와 도어사를 비롯한 대관 대작들.

헌원세가의 주요 인사들까지.

내원 대청의 크기를 생각해 줄이고 줄였음에도 40명이 넘었다.

그런데 이들을 모두 불러 모으고 한 시진이 더 지났지만, 태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도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다.

오히려 한 사람 한 사람, 머릿속으로 어떤 셈이라도 하는지 복잡한 심경을 얼굴에 드러내고 있었다.

음, 그런데 이곳에서까지 헌원공량은 책을 읽고 있다.

"흑흑흑. 아버지… 흑흑."

헌원공지는 숨죽여 흐느끼고 있고.

헌원파지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눈을 부라리고 있지만, 눈에서 주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지는 못했다.

두 여인의 슬픔.

젊은 관인들이나 무인들이 그녀들을 훔쳐보며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을 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황비, 황후 그리고 어쩌면 훗날의 황제가 정해지는 일일지도 모르는 이 심각한 상황.

이를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앞날을 그리고 있던 늙은 대관들조차 힐끔힐끔 그녀들을 훔쳐보며 멍한 얼굴을 해 댔다.

그렇게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한 시진이 흘렀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태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를 뒤따르는 젊은 의원 둘의 손에 무언가 들려 있었다.

탕약이었다.

뭐지?

정말 해독약을 완성이라도 한 건가?

내가 궁금증을 가득 담아 그를 보고 있을 때.

아니, 모두가 태의에게 집중하고 있을 때.

태의가 무겁게 닫혔던 입을 열었다.

"태사께서는 중독되었습니다."

"아!"

"이런!"

여기저기서 탄성이 새어 나왔다.

"무슨 독입니까! 어떤 독에 중독되었는지 찾았습니까?"

종인부가 급히 물었다.

그러자 태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최종적으로 두 가지 독으로 압축했습니다."

"독이 두 개라는 말씀이시오?"

"둘 중 하나입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 모두에게 독의 원리와 작용을 모두 이해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밤새 고민한 결과 두 가지 약재 중 하나가, 제가 처방한 약들과 상호, 상충 작용을 하였고, 극독의 약효를 내도록 변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가 잠시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고 몸이 날아갈 것 같으며 의욕이 넘치지만, 이내 서서히 몸이 쇠해 종국에는 급격히 독이 발현하며 죽게 되는 독입니다."

역시나 원인을 모르고 죽었다는 역대 황제들의 증상과 같다.

잠깐!

그런데 이거… 이거 설마.

젠장할!

최근 내 몸 상태가 바로 그거였잖아!

이런 X신 같은 놈!

"그럼 어찌합니까? 아니! 그래서 그 독이 무슨 독입니까?"

종인부의 물음에 태의의 시선이 천천히 옮겨졌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 두 여인이 있었다.

헌원공지와 헌원파지다.

다들 믿을 수 없다는 격한 놀라움을 표했다.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향원초와 공천근입니다."

이번엔 도어사가 나섰다.

"공천근은 태의께서 직접 처방한 약으로 알고 있고, 향원초 역시 태의의 허락을 받아 태사께서 복용하신 줄 압니다."

태의가 헌원파지를 보며 말했다.

"헌원파지 소저, 공천근은 분명 남월의 깊은 습지대에서 난 것만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몇 차례에 걸쳐 말하였소. 이는 배가대부에까지 나의 제자를 보내 알린 중요한 사실인데, 어찌 된 일이오?"

배시 부인과 헌원파지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릴 뿐, 그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태의의 시선이 헌원공지에게로 옮겨 가는가 싶더니, 자신의 수제자 조구식에게 닿아서야 멈추었다.

"어찌 된 일이냐? 분명 식단까지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하였다. 내가 허락한 음식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왜 향원초를 밥에 첨가하는 것을 허락한 것이냐!"

"사, 사부님… 저, 저는… 저는……."

기억났다.

나에게 향원초에 대해 설명해 준 하악하악 그 내시.

‘네, 하악하악. 태사 대인의 식단은 황궁에서 황제 폐하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과 같이 철저히 관리되어 만들어집니다. 식사에 들어가는 밥 한 톨까지 태의께서 직접 허락을 받은 것들이고, 향원초 또한 이미 조구식 의원님의 허가를 받아 넣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향원초는 태의가 아닌, 아! 젠장.

조구식이 임의로 허락한 거였어.

털썩.

조구식이 지진이 일어난 듯 흔들리는 눈동자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무릎을 꿇은 조구식이 주먹을 불끈 쥐고, 고개를 푹 숙이며, 입을 굳게 닫아 버렸다.

향원초는 헌원공지가 준비한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나와 태의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자.

헌원공지 역시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온몸을 덜덜 떨기만 한다.

어쩔 수 없다.

해야만 한다.

쉬이이익!

내가 품에서 태사대부패를 꺼내 높이 치켜들었다.

"태사부의 권위로 명한다. 헌원세가의 무인들은 당장 배시 부인과 헌원공지, 헌원파지 그리고 조구식을 포박하여 무릎을 꿇려라!"

주춤하는 무인들.

"당장 시행하라!"

노한 음성으로 호통을 치자 무인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배시 부인과 공지, 파지 그리고 자포자기한 듯한 조구식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두 딸은 슬피 울었다.

억울함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들 때문에 아버지가 죽을 수 있다는 자책 때문일까?

두 절대 미녀의 서글픈 울음은, 곧바로 장내에 있는 모든 사내의 마음을 혼란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젊은 무인 몇몇은, 당장에라도 칼을 뽑아 들고 그녀들을 위해 싸울 것 같은 분위기를 흘려 댔다.

사실 내 마음도 쓰린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냉정해야 한다.

내가 한 걸음 나아가 태의를 향해 물었다.

"준비하신 두 개의 탕약이 해독탕입니까?"

"그렇소, 헌원이번 공자."

"두 개의 독 중 어느 독이 태사 대인을 중독시킨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태사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독은 독으로 치료해야 하오."

"쉽게 설명해 주십시오."

"내가 준비한 두 가지 탕약은 각각 향원초와 공천근으로 인해 유발한 극독을 해독하는 또 다른 극독들이오. 두 사람을 뽑아 며칠 동안 향원초와 공천근을 각각 복용하게 하고, 그런 후 이 해독탕을 역시 각각 마셔 상태를 지켜본 후, 효과를 보이는 해독탕을 태사 대인께 복용하게 하면 됩니다."

"문제가 있군요?"

"그렇소, 만약 중독되지 않은 자가 해독탕을 마시면, 오히려 해독탕의 독에 중독되어 죽게 됩니다."

"그게 전부인가요?"

"더 큰 문제는, 최소한 5일은 향원초와 공천근을 복용해야 실험이 가능한데, 태사 대인께서 그때까지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오."

이런, 젠장!

이 역시 운명이란 말인가?

나 말이다.

여기 와서 계속 두 가지 약을 매일 복용했다.

"제가… 제가 해야겠네요. 닷새도 아니고 7일이나 계속 향원초와 공천근을 복용했습니다. 두 소저가 직접 밥과 탕약을 지어 저에게 보내 주었습니다."

"정말… 공자가 실험의 대상이 되겠다는 말이오?"

"저 말고는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한 가지 탕약을 골라 마시면 되오. 단, 공자가 고른 탕약이 독에 대한 탕약이면 공자는 살 것이고, 독에 대한 탕약이 아닌 다른 해독탕을 선택할 경우… 1각을 버티지 못하고 죽게 될 것이오."

"제가 독에 대한 면역이 조금 있습니다."

숨기고 있는 무공을 말한 것이다.

그런데…….

"혹시 사천당가의 무형지독이라고 들어보셨소, 공자?"

"물론이죠."

"고금을 통틀어 최고의 독이라 알려진 독이오. 그리고 지금 공자가 실험하려는 두 탕약은 향과 형태가 느껴지지만, 독성만큼은 무형지독의 아래가 절대로 아니오. 이미 알고 있지 않소? 역대의 황제를 몇 명씩이나 돌아가시게 만든 극독이라고."

X팔!

죽어라 죽어라 하는구나.

그래도 뭐?

어떡해?

우리 집 가훈이 ‘은혜를 갚아라’이고.

헌원문장에게 수십만 거지들의 목숨을 빚졌는데, 갚아야지.

그걸 떠나.

헌원공지나 헌원파지 중 한 사람은 감히 범인이 상상할 수 없는 희대의 악녀라는 게 밝혀졌다.

아직 그녀가 누군지는 몰라도, 황후의 자리를 탐해 자신의 아버지를 독살하려 한 것이다.

패륜이다.

악녀는 처단해야 하고, 정의는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 만백성이 행복할 수 있다.

내 목숨 하나로 만인이 행복할 수 있다면.

X팔! 이깟 목숨, 걸어야 하지 않겠나?

"제가 하나를 먹고 죽으면……?"

태의가 답했다.

"반대의 약을 태사 대인께 복용시킬 것이오."

"제가 먹고 살면?"

"그 약을 태사 대인께 드릴 것이오."

"어쨌든 태사 대인은 살겠네요?"

"그렇소."

"제가 살 확률은 반반이고요."

"그렇소, 헌원이번 공자."

더 물을 것도 없다.

뒤를 돌았다.

자리에 있는 모두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나만 보고 있다.

그리고 곧, 내 앞에 두 개의 해독탕이 놓였다.

해독탕을 한 번 보고, 무릎을 꿇고 있는 헌원공지와 헌원파지를 보았다.

둘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누가 악녀인지만 알면 답은 나온다.

헌원공지가 아버지를 죽이려 했다면, 향원초에 대한 해독탕을 마시면 나는 살 수 있다.

반대로 헌원파지가 아버지를 죽이려 했다면, 나는 살기 위해 공천근에 대한 해독탕을 마시면 된다.

진실을 찾기 위해, 그녀들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보고 또 보고, 그녀의 눈동자를 넘어 그 심연의 깊은 곳의 진실을 찾아 계속 보았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X팔!

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나의 빌어먹을 눈은, 헌원공지와 헌원파지의 아름다움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엿됐다.

"시간이 없소, 헌원이번 공자."

알아! 안다고!

아! 이 빌어먹을 상취개 육 장로는, 내가 급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아직도야?

돌겠다.

쪽팔려서 울지는 못하겠고.

결국 나는…….

헌원파지를 선택했다.

그녀가 권력을 탐해 아버지를 죽이려는 악녀다.

공천근에 대한 해독탕을 손에 쥐자.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혼절하기 직전의 모습이다.

반대로 헌원공지는?

하염없이 울고 또 울고.

곧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내 처지보다 그녀들의 슬픔이 더 안타깝다.

세상에 X신도 이런 X신이 따로 없다.

그래, 될 대로 돼라.

나 하나 죽어서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그 무엇이 여한이겠는가?

결국 나는 헌원파지의 공천근에 대한 해독탕을 입으로 가져가 벌컥벌컥……. 번쩍!

* * *

번쩍!

어?

어라?

넘어왔다.

차원 이동이다.

뭐지?

당장 내가 필요로 하는 무공에 관련된 것은 없는데?

설마……?

독?

독에 대한 내성을 기르게 해 주려고, 행운석이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건가?

뭐야?

여기서 만독불침이 되는 거야?

큭큭큭.

조금 전까지 목숨을 걸어야 했던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웃음이 나왔다.

나올 수밖에 없지, 큭큭.

그나저나 여긴 사방이 밭이고.

그저 평범해 보이는 마을 주변의 농지 같은데.

소인국이나 칵뉴족 때처럼 특이한 것은……. 어?

참, 참새… 참새가……. 허거거거거거거거거걱!

응, 조막만 해.

그냥 참새야.

짹짹.

진짜 행운석은 나를 왜 이곳으로 보낸 것일까?

평범하고 평화로워 보이다 못해, 계속 보고 있자니 나른해지기까지 하는 한가로운 곳인데.

아! 저기 사람이다.

일단 가서 이곳이 어떤 곳인지 상황부터 파악해 보자.

그렇게 총총걸음으로 한참 쭈그려 앉아 밭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여인들만 일하고 있네?

"저기… 실례하겠……."

허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걱!!

허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걱!!

헌원공지, 헌원파지, 얇은 발목, 개미허리에 버금가는!

하늘마저 놀라 까무러칠 정도로 아름다운 절대 미녀들이… 밭을 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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