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이번 여행기-20화 (19/174)

20화

호북 신농가림.

서안에서 신농가림까지.

참 멀기도 하다.

한 달 넘게 걸렸다.

사실 뭐 내가 바쁠 게 없지 않겠나?

그래서 천천히, 쉬엄쉬엄.

돈도 많겠다.

물론 금자는 손도 안 댔다.

은자만 썼다.

그래도 충분했다.

편안한 여정이었다.

더군다나 신출귀몰해 보기 어렵다는 방주와 거지들에게 신선처럼 떠받들어지는 장로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꽤 설레었다.

내 처지가 처지지만, 심안개의 말마따나 무슨 큰일이야 있겠나 싶기도 했고.

그렇게 호북 신농가림에서도 변두리인 목어진이란 마을에 도착했다.

아! 누가 거지 아니랄까 봐.

시골인 목어진에서도 다시 외곽으로 빠졌다.

마을의 오폐수가 모두 모여 흐르는 더러운 냇가.

허름한 다리 하나가 있고.

젠장!

그 밑이 우리 개방 총타란다.

뭐, 임시긴 하지만, 그래도 설레는 마음으로 총타를 찾은 나에게는 큰 실망이 아닐 수 없었다.

소림파나 무당파처럼 멋지거나, 남궁세가나 제갈세가처럼 으리으리한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래도 이건 진짜 너무하긴 했다.

그렇게 다리 밑으로 내려갔더니.

"와! 손님이다!"

"먹을 거! 먹을 거!"

"돈 있는 놈이다! 먹을 거! 먹을 거!"

거지새끼들, 그러니까 진짜 어린 거지 20여 명이 우르르 나에게 달려들었다.

"먹을 거 내놔!"

"먹을 거 줘!"

이게 구걸을 하는 건지, 강도질을 하는 건지.

아놔!

코흘리개들을 때릴 수도 없고.

참자.

"얘들아, 진정하고. 여기에 어른 거지는 없니?"

"먹을 거! 먹을 거 내놔!"

아놔!

이 거지새끼들을 그냥 확 그냥 막 그냥!

그때였다.

몇 개의 더러운 움막 중 한 곳에서 노인 거지가 나왔다.

"뉘신가?"

내가 묻고 싶다.

당신은 누구요?

뭐, 거지겠지.

그래도 혹시 몰라 전음을 보냈다.

- 걸이번입니다.

"들어오게."

뭐지?

그냥 거지 아니었어?

저 빌어먹게 생긴 늙은 거지가, 설마 방주?

아니면 장로?

그런데 왜 혼자야?

"먹을 거! 먹을 거 내놔! 먹을 거!"

아놔, 진짜 이 어린 거지새끼들을 어쩌지?

그나저나 저 늙은 거지가 방주나 장로 맞는 걸까?

그냥 거진데?

일단 들어가 보자.

"먹을 거! 먹을 거 내놔! 못 가! 먹을 거!"

움막까지 몇 걸음 걷는 데 내공까지 써야 했다.

코흘리개 거지들이 만만치 않다.

그렇게 힘겹게 움막 안으로……. 우웩!

냄새가 너무 지독하다.

그냥 썩은 내가 아닌, 술 냄새가 가득 섞인…….

이 거지가 설마?

"앉게."

"걸이번이 상취개(常醉丐) 육 장로님을 뵙습니다."

"오, 용케도 알아보는군."

어떻게 몰라보겠나?

술 냄새가 이렇게 진동하는데.

무엇보다 이 술 냄새 진동하는 거지가 바로 우리 비걸개들의 총책이다.

내 생사여탈권도…….

생사여탈권까지는 아니고.

아무튼 나에 대한 징계권은 확실히 이 거지가 가지고 있다.

냄새나는 거 티 내지 말자.

"으흠."

뭐지?

내가 뭘 잘못했나?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으흠."

뭐야? 말을 하라고.

"으흠. 어험."

아놔!

어쩌라고?

"빈손인가?"

"네?"

"먹을 거."

아놔, X팔!

애나 어른이나, 먹을 거에 미쳤나!

"쯧쯧쯧. 하여간 요즘 젊은것들은 도대체 뭘 배우면서 큰 건지. 나 때는 말이야, 응? 어른을 만나러 갈 때 구걸을 못 하면, 하다못해 어디서 개밥이라도 한 그릇 훔쳐서 드리곤 했는데 말이야."

참자.

참아.

내가 계속 비걸개를 하고 말고는, 이 주정뱅이 노인네한테 달렸다.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육 장로님."

"어험."

* * *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

움막을 나오자마자 또 거지새끼들이 달라붙어서 그놈의 먹을 거 타령을 했지만, 다 제치고 열나게 달려 마을 중심으로 갔다.

"고기만두 30근."

"아, 네. 야채 소로 만든 만두는 반값인데요."

거지들은 고기에 환장한다.

그렇게 고기만두 30근을 사고, 그 옆의 객잔에서 오리구이 한 마리와 화주 다섯 병까지 샀다.

그렇게 다시 총타로 돌아왔다.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내가 도착하자마자 또 어린 거지새끼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래서 고기만두 30근을 냅다 저 멀리 던져 버렸다.

"와! 와아아아아!"

"먹을 거! 먹을 거다!"

어린 거지새끼들이 내가 던진 고기만두를 향해 달려갔고, 이번에는 수월하게 움막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

아놔!

육장로 이 인간 말이다.

개코인가 보다.

내가 움막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던 게 확실하다.

"술, 술부터 주게."

내가 건넨 화주를 병째 꿀꺽꿀꺽 비우더니, 곧바로 오리구이를 통으로 뜯기 시작한다.

나는 잠자코 그가 화주 다섯 병과 오리구이 한 마리를 배 속으로 다 집어넣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끄억. 조오오타! 하하!"

다 먹었다.

이제 시작하려나?

그런데 뭐지?

기분 좋게 트림까지 한 육 장로가 나를 보며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눈만 껌뻑껌뻑한다.

그러더니…….

"자네 누군가?"

아놔!

참자, 참아,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고 했다.

"걸, 걸이번입니다. 이번 횡산 흑철광산 현철 문제로 징계를 받으러 왔습니다."

난 그에게 현철 세 덩어리와 심안개의 보고서까지 건넸다.

"아! 그렇지, 그래, 맞아. 하여간 정신머리하고는. 자네도 술 적당히 마시게. 술을 많이 마시면 나처럼 깜빡깜빡하게 된다니까. 어디 보자……."

현철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내가 건넨 심안개의 보고서를 먼저 읽고, 다시 뒤에 있던 쓰레기 산처럼 쌓여 있던 종이를 마구 뒤져 그중 한 장을 꺼내 대충 읽는다.

그러더니, 자세를 고쳐잡았다.

갑자기 분위기가 싹 바뀌어 버린 그였다.

더불어 내 심장도 콩닥콩닥.

확실히 장로가 맞긴 맞나 보다.

코를 찌르는 술 냄새는 여전하지만, 그에게서 감히 범접하기 힘든 위엄이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그것도 엄청나게.

"그럼 정식으로 비걸개 징계를 시작하겠네. 걸이번 본인 맞나?"

"네."

무슨 으리으리한 심판장 같은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많이 허접하긴 했다.

그렇다고 내 긴장이 풀리고 그런 건 아니다.

어쨌거나 이번 징계에 내 운명이 걸렸으니 말이다.

"임무 수행 중 수칙을 많이도 어겼군."

"죄송합니다."

"첫 번째 죄목, 비리자와 결탁. 인정하나?"

"네."

"두 번째 죄목, 뇌물 수수. 인정하나?"

"네."

"세 번째 죄목, 임무 중 금지된 무공 사용. 인정하나?"

"네."

"네 번째 죄목, 비걸개 신분 노출. 이건 중죄야. 이것도 인정하나?"

"네."

"다섯 번째 죄… 기타 등등은 뭐, 됐고. 어디 보자."

다시 여기저기 때가 꼬질꼬질한 서류를 빠르게 읽는 육 장로.

이미 나에 대한 보고는 모두 받았고, 징계까지 결정된 모양이다.

"오! 맞다. 자네가 자네였군."

뭔 소리야?

"1갑자 내공. 자네 맞지?"

"네, 행운이 따라 줬습니다."

"그렇지 행운석. 맞다."

다시 서류를 대충 읽고.

"횡산에서 큰일을 해냈군. 맞아. 그렇다고 보고를 받았지. 최종 징계를 내리겠네. 준비됐나?"

"네, 육 장로님."

그가 다시 자세를 바로 세우고, 목소리까지 가다듬은 후 근엄한 얼굴로 최종 징계를 읽기 시작했다.

"비걸개 걸이번은 의와 협을 버리지 않았다. 고인이 된 걸십이번과 협력해 현철의 새외 유출을 막은 공이 지대하다. 하나, 임무를 수행하며 방규와 비걸개의 임무 수칙을 어긴 것 또한 분명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육 장로 상취개가 징계문을 읽어 내릴수록 그 초조함 때문에 오줌이 다 나올 것 같았다.

"짧은 시야로 봤을 때, 걸이번의 이번 활약은 무림의 흥복이다. 하지만 긴 관점으로 봤을 때, 본방의 근간을 흔들고 나아가 비걸개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여 무림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행동이었다. 고로 본방에서는 걸이번에게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은 징계를……."

"잠깐!"

도저히 그냥 들을 수 없었다.

만약 비걸개 신분이 박탈된다면.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절대로 구걸은 할 수 없다.

어떻게든 비걸개는 계속해야 한다.

뭐라도 해 보자.

"뭔가? 마지막 한 줄 남았는데."

"휴정. 잠시 징계에 대한 휴정을 원합니다."

"휴정? 왜?"

"아까 마을에 갔다가 깜빡하고 사 오지 못한 게 있습니다."

"자네 이 자리에 둘밖에 없다고 가벼이 생각하는 건가?"

"절대! 절대로 아닙니다. 제 명운이 걸린 일인데, 어찌 그리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 뭔가?"

"꼭, 꼭 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네."

"그게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겠나?"

"곧 아시게 될 겁니다."

"으흠……."

잠시 나를 쳐다보며 신음성을 흘리는 육 장로.

내가 도망가지 않을 거란 건 그도 알 테다.

"한 식경 주지. 마음 좀 정리하고 오게."

"네."

나는 마을로 다시 달렸다.

아!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하더니.

그토록 많았던 게 왜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지.

결국 마을을 두 바퀴나 돈 후에야 원하던 걸 찾을 수 있었다.

* * *

"와아아! 또 왔다!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어린 거지들에게 다시 만두 30근을 저 멀리 던져 줬다.

"와아아아아아!"

어린 거지들이 만두를 주워 먹으러 달려갔고 나는 제법 커다란 솥단지와 작은 항아리를 들고 육 장로의 움막 안으로 들어갔다.

이 노인네.

개코 맞다.

조금 전 오리구이 한 마리와 화주 다섯 병을 꿀꺽한 양반이, 아까보다 더 많은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고, 고기… 개고기……. 하하. 하하. 그리고 이건……. 하하! 하하하! 죽엽청! 하하하하하하하! 어서, 어서 줘. 어서, 어서!"

주지 않았다.

오히려 뒤로 숨겼다.

그러자 나라 잃은 표정을 짓는 육 장로.

"제, 제발, 제발 줘. 먹을 거, 개고기, 죽엽청. 대협!"

와!

급하긴 급한가 보다.

나한테 대협이란 소리까지 한다.

하지만 아니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그러자 이제는 간절하다 못해 눈물까지 그렁그렁한 육 장로.

"왜? 제발……."

"하던 거 마무리하셔야죠."

"뭘? 우선 먹고. 응? 걸이번! 아니, 걸 대협!"

"장로님, 체통을 지키시죠. 그리고 아까 한 줄 남았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한 줄 빠르게 읽고 개고기와 죽엽청을 마음껏 드시지요."

"오! 그래, 한 줄. 한 줄만 읽으면 돼. 어서 다시 하자."

얼마나 급한지 손까지 덜덜 떨며 멍석 위로 던져 뒀던 징계문을 다시 주워 들었다.

"어디까지 읽었더라. 그래, 여기. 읽는다? 고로 본방에서는 걸이번에게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은 징계를……."

"내일."

내가 끼어들었다.

그러자 본능적으로 뭔가 있음을 깨달은 육 장로가 징계문을 읽다 말고 입을 뚝 멈추었다.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계속 개고기."

흔들린다.

나를 바라보는 육 장로의 눈동자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 글피도, 닷새 후에도, 계속 열흘 동안 오리구이, 개고기, 죽엽청. 밖에 있는 어린 거지들까지 배 터지게."

"……."

육 장로의 떨림이 멈추었다.

눈빛마저 변했다.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아!

내가 너무 과했나 보다.

상대는 개방의 장로다.

육 장로가 정색을 했다.

젠장.

실패다.

"다시 읽겠다. 이번엔 끼어드는 일이 없도록."

"네."

결국 나는 고개까지 푹 숙인 채, 그렇게 나에 대한 징계를 받아들여야 했다.

"고로 본방에서는 걸이번에게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은 징계를 내린다. 걸이번, 비걸개 자격 박탈."

아!

어쩌지?

뭘 어쩌나?

다 끝났다.

눈물이 났다.

갑자기 먼저 하늘나라로 간 엄마도 보고 싶고, 그 얼뜨기 낭만개 아저씨도 생각나고.

바위를 부숴라 형님과 우리 얇은 발목, 개미허리도 보고 싶고.

됐다.

돌이킬 수 없다.

남들 다 하는 구걸, 나라고 못 할 거 있겠…….

못 하겠다.

진짜 구걸만큼은 못 하겠다.

젠장!

빌어먹을!

"어험, 어험. 아직 안 끝났다. 끝까지 바른 자세로 방의 징계를 받아들이도록."

"네? 아, 네."

뭐야?

뭐지?

"어험. 어험. 그러니까… 그렇지. 걸이번, 비걸개 자격 박탈. 기한은 열흘. 아니, 보름으로 하는 게 적당하겠군."

그 자리에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검은 숯을 집어 들더니, 징계문을 고쳐 쓴다.

뭐야?

설마?

"걸이번은 보름의 징계 기간 동안 신농가림 목어진 분타에 머물며 육 장로와 분타의 어린 거지들을 성심성의껏 모시고 돕는 봉사를 한다. 이상, 끝."

고쳐 쓴 징계서를 다 읽은 육 장로가 근엄한 표정과 자세로 나를 노려본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성공한 건가?

정말 이렇게 쉽게 끝?

"정말… 정말 이게 끝입니까?"

"자네."

"네, 장로님."

"줘."

"네?"

"먹을 거, 빨리. 급해."

"아, 네. 여기."

육장로는 징계문을 바닥으로 던져 버리고, 내가 건넨 술과 개고기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이거, 제가 읽어 봐도 되나요?"

"쩝쩝. 냠냠. 응, 봐. 캬아아, 맛있다. 쩝쩝. 냠냠."

징계문까지 제대로 고쳐 썼다.

됐다.

성공이다.

그런데 정말 이래도 되나?

"장로님, 그런데 이렇게 징계문을 막 고쳐 써도 돼요? 나중에 문제 생기는 거 아니에요?"

나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육 장로는 술과 고기를 입으로 마구 쑤셔 넣으면서도 용케 답을 해 주었다.

"냠냠. 자넨 자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냠냠. 후루릅. 자네에게 어떤 징계를 내렸는지, 궁금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리고 어차피 내 권한이고. 냠냠. 후르릅. 캬아, 좋다!"

그렇다.

육 장로의 말이 맞다.

난 내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다.

아니다.

나와 같은 삼결제자는 중원 전역에 수백, 수천 명이나 될 테다.

어린 삼결제자의 징계 따위를 무림의 기라성이라는 개방 장로들이 주의를 갖고 지켜본다는 게 더 우습겠지.

하아!

진짜 우습네.

내 운명, 인생, 소망.

결국 개고기 한 마리와 죽엽청 한 항아리가 살렸다.

지랄맞은 세상이다.

빌어먹을 개이번이 다 틀렸지만, 딱 한 가지는 옳은 말을 했다.

돈은 많을수록 좋다는 거.

"냠냠. 쩝쩝. 후르릅. 걸이번."

"네, 장로님."

"냠냠. 쩝쩝. 후르릅. 또 깜빡할 뻔했네. 이번 징계 끝나면 이 장로님께 가 봐. 누군지 알지?"

"무치개(武痴丐) 장로님 아니십니까?"

"응, 맞아. 무공에 미쳐서 무치개라 불리는 장로. 회의는 참석도 하지 않고, 딸랑 서신 한 장 보내서 자네를 콕 집더군. 징계 끝나면 바로 보내라고."

"제 내공 때문이군요."

"이유는 적혀 있지 않았어. 아마 그럴 것 같긴 한데, 모르지. 냠냠. 쩝쩝. 후르릅. 봉사 활동 다 하고 가야 해! 성심성의껏 매일 개고기……. 냠냠. 쩝쩝. 후르릅. 아무튼 보름 후에 가."

이 장로 무치개.

개방의 수뇌부에서는 공식적으로 그 어떤 표명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 거지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방의 최고수라 인정받는 고수다.

거지들의 용이라 하여, 걸룡(乞龍)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그 용이 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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