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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이번 여행기-7화 (6/174)

7화

소풍 며칠 뒤.

씨앗 껍질 까 족장을 찾아갔다.

"부락 사람들 전체 소집 부탁합니다."

"무슨 일 있나?"

"무공을 가르칠 거예요."

"무공?"

"네, 정확히는 삼재기공(三才氣功), 삼재곤법(三才棍法), 삼재보법(三才步法), 삼재신법(三才身法), 마지막으로 합격술을 부릴 수 있는 삼재진법(三才陣法)까지도요."

"그러니까 그게 뭔데?"

"싸우는 방법이요. 몽둥이로 적을 때리는 방법. 피하는 방법, 도망치는 방법 그리고 강한 적을 상대로 여럿이서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는 방법이에요."

"그래서 그걸 왜 배워야 하는데?"

"약하니까."

"누가? 네가? 요즘도 다리에 힘이 풀려 비실대다가 쓰러지는가?"

반응이 영 미지근하다. 그냥 눈만 껌뻑껌뻑하는 게, 내가 뭘 잘못 먹고 미친 게 아닌가 의심하는 눈이다.

"됐어요. 바위를 부숴라 형님 불러 줘요."

"걔는 또 왜?"

"한판 붙게요."

"……?"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요?"

"아니, 젊은 놈이 왜 죽으려고 하는지 난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어서 말이야."

"안 죽어요. 그러니 불러 줘요. 무공이란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증명해 보일 테니까요."

"불러는 줄 텐데, 죽지는 마. 내가 잘 말해 줄 테니까."

"안 죽는다고!"

* * *

바위를 부숴라만 불러 달랬더니, 부락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보름이나 스무날에 한 번씩 개미굴 밖으로 나가는 것 외에는, 내내 누워서 빈둥대는 사람들이다.

심심하던 차에 구경하러 온 거다.

그리고 내가 바위를 부숴라를 콕 집어 부른 이유는, 당연히 그가 이 부족의 최강 전사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나랑 한판 붙겠다고?"

"네, 형님."

"진심이냐?"

"네,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부분은 형님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제 무공의 위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 형님께 부탁하는 겁니다."

"무공? 그게 뭔데?"

"저 처음 봤던 날 기억하죠? 닭과 병아리들의 공격을 여유롭게 피했던 거."

"그게… 기억하지. 그런데 정말 우연이 아니었어?"

믿는 건가? 확실히 최강 전사는 뭐가 달라도 다르군.

"네, 바로 무공이란 거예요. 그리고 저는 무공의 힘을 증명하고, 그걸 부락 사람들 모두에게 전수해 줄 거예요. 더는 닭이나 쥐, 두꺼비 따위에게 당해 죽는 사람이 생기지 않게요."

"장가가려고 무리수를……. 하하. 아니네. 비실대다 쓰러져 동생!"

"네, 형님."

"나도 궁금하구나. 그 무공이란 게 정말 얼마나 대단한 건지."

"허락해 주시는 거예요?"

"물론이다. 앞으로는 네가 비실대다 쓰러지지 않게, 다리를 완전히 분질러 주겠다. 큭큭큭."

젠장.

혹시나 했지만, 바위를 부숴라도 믿지 않는다.

됐다.

증명해 보일 테다.

"간다!"

"네, 오세요!"

부우우우우웅!

커다란 궤적을 그리는 그의 주먹.

엄청난 속도다.

주먹에 실린 힘은 그냥 모든 것이 찢겨 나갈 것처럼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타닥.

딱 두 걸음.

정확히 낙백보를 두 번 밟아 피했다.

쿠당탕탕.

내가 맞을 줄 알았나 보다.

헛손질을 한 후 자신의 힘을 못 이겨 바닥을 열댓 번이나 구르는 그였다.

조금 놀랐는지 고개까지 갸우뚱한 후.

부우우우우웅.

이번엔 힘을 좀 많이 실었다.

속도도 무지막지하게 빠르다.

하지만…….

타탓.

이번에도 보법을 정확히 두 번 밟아 피했다.

쿠당탕탕.

이번에는 석 장 밖까지 굴러 땅굴 벽에 부딪힌 후에야 멈추는 그였다.

"좀 더 빠르게, 더 정확히. 다시 오세요."

"음……."

잠시 자신의 주먹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부우우우우웅.

부우우우우웅.

이번엔 양쪽 주먹을 동시에 날린다.

하지만…….

타탓.

보법을 두 번 밟아 피한 후.

탁!

그의 목덜미를 수도로 가볍게 때렸다.

쿠당탕탕탕. 쾅!

"으아악!"

목덜미가 아픈 게 아니다.

자신의 힘을 못 이긴 그가, 개미굴 벽에 크게 충돌하여 아픈 것이다.

10갑자에 달하는 내공을 갖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쓸 줄 모른다.

기의 운용이나 분배는 물론, 10갑자의 내공이 있음에도 발경(發勁)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이들이다.

"다시!"

바위를 부숴라는 계속해서 내게 덤볐다.

하지만 끝내 나의 옷깃 하나 건들지 못했다.

그때.

"비실대다 쓰러져! 내가 나서도 되겠나?"

거의 50합의 대결이 지난 후 바위를 부숴라가 만신창이가 됐을 때.

부락의 또 다른 최강 전사가 나섰다.

부락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다.

"오세요, 비 사이로 막 가 아저씨."

쉬이이이이익.

쿠당탕탕.

쉬이이이익.

쿠당탕탕.

결국 비 사이로 막 가도 내 옷깃 하나 건들지 못하고 바닥에 지쳐 쓰러졌다.

그다음은 부락에서 가장 잔인하다고 알려진 최강 전사, 깐 데 또 까가 나왔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그리고 처음, 심심해서 헤헤거리며 구경이나 나왔던 부락의 사람들은 어느새 진지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더 이상!"

내공을 실은 내 음성.

조금 전의 비무 때문인지, 아니면 목소리에 기운을 실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사람들은 놀란 얼굴만으로 내게 집중하였다.

"개미굴 밖의 짐승 따위에게 가족을 잃지 않게 돕겠습니다! 제게 무공을 배우고 싶거든, 매일 아침 이곳으로 모이십시오."

처음 이들에게 무공을 전수하겠다고 결심한 후에도, 나는 며칠이나 더 고민했었다.

과연 내 판단이 옳은 것인지, 또 어떤 무공을 전수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결국, 삼재공(三才功)을 택했다.

이들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가공할 내공이라면, 삼재공만으로도 충분히 천적들을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고작 삼재공이라지만, 사실 지금까지도 이들에게 무공을 전수하는 게 옳은 일인지 확신할 수 없다.

어쩌면 내가 이들에게 전수한 무공 때문에, 짐승들에게 죽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죽게 될지도 모른다.

같은 인간에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들을 믿는다.

그래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고.

‘내 것’, ‘네 것’, ‘빼앗다’, ‘훔치다’, ‘부자’, ‘가난’ 등의 단어 자체가 없는 이들이다.

모든 것이 풍요로워서만은 아니다.

이제는 이들 자체가 내가 살던 곳의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아마도 이들은 무공을 통해 더 밝은 미래, 희망적인 미래를 꾸려 나가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건 나의 희망찬 바람이고.

무공을 익힌 후 그들이 맞이할 미래는 온전히 그들의 몫이 되리라.

* *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네.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떤가?"

씨앗 껍질 까 족장이 나를 향해 말했다.

그 뒤에 서 있는 열두 명의 원로들 역시 나를 매우 걱정하는 얼굴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꿀 마음은 없다.

"바위를 부숴라 형님, 비 사이로 막 가 형님, 깐 데 또 까 형님! 그만둘까요?"

"아니다! 우린 할 수 있다!"

내 뒤에서 세 사람이 동시에 큰 목소리로 답했다.

부족의 최강 전사 세 명, 그리고 이들이 특별히 고르고 고른 전사 120명.

거기에 나와 얇은 발목 그리고 개미허리까지.

총 126명.

본격적으로 무공을 수련한 지 두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족장과 원로 그리고 부족의 노인들은 일부 수련에서 제외되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노인들은 먹이 활동을 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익히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라 하겠다.

그래서 그들은 아직도 무공의 위력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됐다.

지난 두 달 보름 동안, 나는 바위를 부숴라와 비 사이로 막 가 그리고 깐 데 또 까에게 삼재공을 가르쳤다.

다시 이들 부족의 최강 전사 세 명이 부족의 젊은이들에게 무공을 전수했다.

모두 열심히 했다.

거기에 기본적인 무재가 너무나 좋았다.

내공이야 두말하면 입만 아프지 않겠나.

이들의 무공은 하루가 다르게 하늘을 뚫을 것처럼 상승했다.

기운의 효율적인 조절이라던지, 기운을 한 곳에 집중해 그 힘을 배가시키는 발경(發經)의 수법이라던지.

정말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라는 말처럼, 이들의 무공은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가장 나를 놀라게 했던 건 바로 삼재진법을 바탕으로 한 합격술이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어떻게 된 일일까 분석해 보니, 그 밑바탕에는 이들 사이의 절대적 신뢰가 존재하였다.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동료에 대한 믿음이, 무림인들이 펼치는 합격술의 몇 배나 강력한 힘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두꺼비 사냥에 나선다.

반년 전, 우리 개미굴을 습격한 그 두꺼비를 잡아 우리가 그동안 익힌 무공과 합격술의 결과를 증명할 생각이다.

물론, 오늘 성공하면… 큭큭큭, 나 장가간다.

그래서 꼭!

반드시!

절대!

두꺼비 사냥에 성공해야 한다.

"첫 출전이니만큼, 두꺼비 대신 사마귀는 어떤가?"

"족장님. 보이지 않으십니까? 우리의 이 뜨거운 열기가요. 가족을 지키고 부족을 지키겠다는 우리의 간절함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믿어 주십시오. 출정을 허락해 주십시오."

씨앗 껍질 까 족장은 내 뒤로 길게 도열한 부족의 전사들을 오랫동안 눈에 담았다.

그런 후.

"휴우, 내가 늙긴 늙었나 보군. 젊은 전사들의 끓어오르는 피를 보지 못했으니 말이야. 이보게, 비실대다 쓰러져."

"네, 족장님."

"꼭, 꼭 살아 돌아오시게. 모두를 데리고."

"약속…하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들의 첫 출정, 두꺼비 사냥이 시작되었다.

* * *

이미 두꺼비의 위치는 정찰조가 파악해 두었다.

개미굴을 벗어난 우리는 빠르게 그곳으로 움직였다.

완벽하게 자신의 기운을 숨기고, 또 완벽하게 자신의 몸을 숨긴 채 빠르게 움직이는 이들이었다.

내 소인장기공도 두 달 보름 전에 비하면 일취월장하였지만, 이들에 비한다면 한참 부족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소인장기공과 은형술을 펼쳐 움직였다.

곧, 두꺼비가 우리 시야에 들어왔다.

내가 손으로 지시를 하자, 바위를 부숴라와 비 사이로 막 가 그리고 깐 데 또 까가 각자 수십 명의 전사를 이끌고 약속된 위치로 움직여 자리를 점했다.

"제1 공격!"

내공이 실린 우렁찬 나의 명령.

곧바로 비 사이로 막 가가 단신으로 두꺼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도 빨랐지만, 삼재보법과 삼재신법을 익힌 그의 움직임은 이제 1갑자가 훌쩍 뛰어넘는 내공을 지닌 내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곧바로 바 사이로 막 가가 이끄는 전사들까지 합류하였고.

두꺼비의 혀가 수십 번이나 번개와 같은 속도로 날름거렸지만, 비 사이로 막 가와 전사들의 옷 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제2, 제3 공격!"

바위를 부숴라와 깐 데 또 까가 전사들을 이끌고 두꺼비의 옆구리와 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공격해도 별 타격을 주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이들의 공격에 두꺼비가 화들짝 놀라 곧바로 반응했다.

발경이다.

아직 기운을 발출하는 발기(發氣)까지는 하지 못한다.

그래도 수 갑자에 달하는 강기가 저들의 돌 몽둥이를 둘러싸고 있다.

바위를 부숴라의 주먹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겁할 만한 권강이 터질 것처럼 맺혀 있다.

쾅!

콰콰콰콰쾅!

콰콰콰콰콰콰콰쾅!

삼재진을 바탕으로 한 합격술 그리고 차륜전까지.

두꺼비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인간들의 공격에 놀라 연신 펄쩍펄쩍 뛰며 반항을 해 보지만, 제대로 무공을 익힌 인간들을 좀처럼 타격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꺼비가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내가 나설 차례다.

"오빠."

내가 나서려고 하자 얇은 발목과 개미허리가 동시에 나를 잡았다.

근심과 걱정이 가득한 눈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들의 손을 살며시 떼어 놓았다.

나도 이제 이 부락의 일원이다.

함께 싸워야 한다.

"우리도……."

"아니, 너희는 여기서 지켜봐. 이건 내 싸움이야. 그리고 약속했잖아. 내가 위험해질 때만 나서기로."

얇은 발목과 개미허리가 눈에 힘을 주어 나를 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난 그렇게 두 여인을 남겨두고, 두꺼비를 향해 몸을 날렸다.

발검과 동시에 은은한 빛이 검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곧, 내 검이 두꺼비의 정면으로 향했을 때, 내 검에서는 1갑자하고도 20년 치나 되는 검강이 발출되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정확히 두꺼비의 왼쪽 눈을 타격하였다.

어마어마한 내공을 얻었지만, 검강의 발출과 조절이 익숙지 않아 걱정했는데 성공이다.

다시.

콰콰콰콰콰콰콰쾅!

오른쪽 눈 명중.

다시!

나를 향해 날아오던 두꺼비의 혀를 걸레로 만들어 버렸다.

그때.

"정신 차려!"

내 어마어마한 검강과 신위에 놀라 동작이 둔해진 사람들.

아직 사자후라 하기는 뭐하지만, 목소리에 내공을 가득 실어 그들을 일깨웠다.

"삼재진, 천진공!"

정신을 차린 바위를 부숴라가 전사들을 이끌고 두꺼비 등에 올라타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다.

"삼재진, 지진공!"

비 사이로 막 가가 전사들을 이끌고 두꺼비의 아랫배 쪽을 빠르게 들락이며 치명상을 입혔다.

"삼재진, 인진공!"

깐 데 또 까는 역시나, 처음부터 시종일관 전사들과 함께 두꺼비의 항문 쪽만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두꺼비의 내장이 조금씩 조금씩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쾅!

쾅쾅쾅!

콰콰콰콰콰콰콰쾅!

무려 세 시진에 달하는 혈투. 우리는 아무도 피를 흘리지 않았다.

피를 흘린 건 두꺼비다.

결국…….

쿠우우우우우우웅!

온몸이 난장이 되고, 피를 바다와 같이 흘렸으며, 찢어진 항문으로 내장을 잔뜩 쏟아 낸 두꺼비가 쓰러져 죽었다.

하지만 아무도 환호하지 못했다.

정말 오랜 시간, 두꺼비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 자체를 실감하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결국 내가 먼저 외쳤다.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두꺼비를 이겼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다!"

"우리 부족이 인류 최초로 두꺼비를 잡았다!"

"와아아아아!"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고. 우리들의 함성은 끝이 날 줄 몰랐다.

* * *

위풍당당.

감개무량.

마치 모두가 개선장군이라도 된 것처럼 흥분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급조한 수레 열 대에 두꺼비 고기도 가득 실었다.

내가 선두에서 무리를 이끈다.

내 호위 무사 자격으로 출정한 얇은 발목과 개미허리가 내 옆에 있고 바로 내 뒤로 바위를 부숴라와 비 사이로 막 가, 깐 데 또 까가 전사들을 이끌며 따르고 있다.

정찰조를 미리 보냈기에, 앞에 천적이 있을 가능성도 적다.

아! 정찰조란 개념도 내가 만든 것이다.

이곳에서 나는 손자병법의 손자고, 무공을 최초로 전파한 달마 대사쯤 되시겠다.

아니, 앞으로 그리될 것 같다.

그래서 좀 근엄한 표정을 짓고 그래야 하는데, 자꾸 웃음이 나네. 너무 좋다.

한 명도 다치지 않고 강력한 천적인 두꺼비를 물리칠 수 있었다는 게, 나조차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흥분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이제 진짜 장가간다.

"비실대다 쓰러져 동생."

"네, 바위를 부숴라 형님."

"잠시 쉬었다 가는 게 어떤가? 전사들이 너무 흥분해서 자기도 모르게 슬금슬금 기운을 흘리고 있어. 좀 차분해질 때까지 안정을 취하는 게 좋을 듯해."

"네, 그렇게 하죠."

이해한다.

나도 이렇게 좋아 죽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그렇게 우리는 잠시 쉬기로 하였……. 어?

"꺄아아아악!"

"꺄아아악!"

얇은 발목하고 개미허리가… 땅으로 꺼진다.

땅으로 빠르게 사라지면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간절한 눈빛.

너무나도 슬픈 눈빛.

그녀들의 눈빛이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

난 곧바로 그녀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오지 마! 오빠, 제발 오지 마!"

눈물이 났다.

눈물을 뿌리며 그녀들을 향해 달렸다.

너희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데, 어찌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오직 그녀들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달렸다.

그리고…….

하아, X팔!

내가 막 그녀들을 향해 손을 뻗으려던 그때.

땅을 살짝 밟았을 뿐인데, 그 땅이 꺼진다.

모래 늪인가?

됐다.

나에겐 개방에서 사사한 낙백신법이 있다.

타타타타타타탓!

젠장!

통하지 않는다.

무너지는 모래 늪으로 내 몸이 더 깊이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곧 땅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내 다리를 강하게 물었다.

엄청난 힘으로 나를 모래 아래로 끌어당긴다.

이게 무엇인지, 왜 이러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언제 한 번 들었다.

그거라고.

하아!

엿됐다.

개미귀신이다.

[*개미귀신 : 명주잠자릿과 곤충의 유충을 개미귀신이라고 부른다.

모래밭에 고깔 모양으로 된 함정(개미지옥)을 만들어 그 속에서 먹이를 기다리다가 개미 등의 작은 육상 곤충이 빠지면 큰 턱으로 잡아서 땅속으로 끌고 들어가 체액만을 빨아먹고 남은 껍데기는 집 밖으로 던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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