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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171화 (171/175)

171화

갈랜드 박사의 얼굴엔 의아함이 가득했다.

“정말 이상합니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다니?”

기계 장치의 전원을 1차와 2차 모두 차단했다.

남은 전류가 없다는 것까지 검사를 통해 확인했다.

그 후에 해체를 진행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왜 이제 와서 갑자기? 에너지의 파동도 좀 다른 것 같은데?”

언제 가까이 왔는지.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는 박사를 향해, 제시카 로즈가 버럭 소리쳤다.

“지금 그게 중요해? 당장 저걸 막아야지. 당신이 전문가니까 무슨 방법을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로즈 양? 정말 오랜만입니다.”

“로즈 양이고 나발이고 어서 방법이나 알려달라고.”

“이미 열리기 시작한 게이트를 무슨 수로 막는다는 겁니까? 설사 방법이 있다고 해도,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을 리가….”

갈랜드 박사의 상식으로, 그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아니었다.

신이 존재한다면 또 모를까.

이미 체념한 박사를 향해, 제시카 로즈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 옆에 있잖아.”

“박민준 씨 말입니까?”

자신을 바라보는 갈랜드를 향해 박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저 장치만 박살 내면 되는 건가?”

“아마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이미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기계 장치였다.

그래서 박사는 그 어떤 무기라도 그걸 뚫고 들어가 장치에 직접 물리적인 영향을 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걱정은 하지 마.”

“네?”

“내가 이미 뉴욕에서 한 번 막은 적이 있거든.”

박민준이 몸을 훌쩍 날렸다.

자신의 검을 들고, 그대로 장치를 향해 파고들었는데.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 뉴욕에서 상대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 그땐 이 정도로 강력하지 않았었는데?’

장치가 폭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좀 쉽게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런 박민준의 예상은 빗나갔다.

1분도 채 지나기 전에.

뉴욕에서 폭주가 절정에 이르던 때와 같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으니.

박민준이 가진 검이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득 흡수해버렸다.

그리고 검을 지나친 기운이 박민준을 직접 노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때보다 더 강해진 그였다.

내공을 끌어올려 정면을 막으면서 머리를 굴렸다.

억지로 최대한 힘을 내면, 장치를 파괴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검이 그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 조각날 가능성이 매우 컸다.

‘이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 막을 뚫어내려면, 좀 더 강한 무기가 필요한데. 마침 그게 있었군.’

쾅!

박민준이 바닥을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절반 가까이 박힌 검을 손에서 놓고, 제시카 로즈 곁으로 돌아왔다.

“뭐야? 설마 너도 저걸 어찌하지 못하는 거야?”

대답하는 대신.

그녀의 손에서 돌도끼를 빼앗은 박민준이었다.

“그걸로 뭘 하려고?”

역시나 대꾸하지 않은 그가 다시 장치를 향해 돌진했다.

절대 고수의 호신강기를 가볍게 찢어버리는 돌도끼라면 저 기운도 무리 없이 갈라버릴 수 있으리라.

그의 예상처럼.

박민준이 정면으로 내세운 돌도끼가 기계 장치가 내뿜는 에너지를 둘로 쪼개기 시작했다.

한 번 균열이 생긴 기운을 파고드는 건, 박민준에게 정말 쉬운 일이었다.

그가 기계 장치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더니.

팍! 팍! 팍!

폭주하던 장치를 단숨에 8조각 내 버렸다.

곧이어.

쾅! 콰쾅!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에너지 공급이 차단된 게이트도 확장을 멈췄다.

그 크기가 작아지더니.

금방 힘을 잃고 완전히 사라졌다.

박민준의 엄청난 활약을 보고, 델타포스 부대원들이 크게 감동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지난번에는 민간인들을 대피시키느라 미처 볼 수 없었는데.”

“뉴욕에서도 저런 식으로 기계 장치의 폭주를 막았던 거였구나.”

“그나저나 이번엔 꼼짝없이 죽는 줄만 알았는데. 저분 덕분에 살았다.”

군인들의 말을 듣고.

갈랜드 박사가 고개를 저었다.

“저분이 여기 있는 우리의 목숨만 구한 게 아닙니다.”

“네? 박사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까 그 기운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 게이트가 제대로 열렸다면, 안에서 상상하기조차 힘든 괴물이 나왔을 겁니다.”

델타포스 요원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특수 임무 도중 게이트가 열리는 상황을 몇 번 마주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두의 경험을 통틀어봐도, 아까 같은 기운을 가진 게이트는 단연코, 한 번도 없었으니.

“박사님 말이 맞습니다. 아까 그건 우리 같은 사람들도 처음 보는 게이트였으니까.”

이젠 상황이 다 종료되었다는 듯.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잡담을 나누는 그들과는 달리.

박민준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가 난간으로 뛰어가더니.

아래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끼기기기긱!

그리고 지상으로부터.

뭔가 육중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금속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장치는 저렇게 박살 나버렸는데.”

“대체 무슨 소리지?”

“대체 어디서 들리는 거야?”

혼란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박민준이 혼자 중얼거렸다.

“저건 또 뭐지?”

제시카 로즈가 그에게 다가왔다.

“뭔데 그래? 아래 또 뭐가 있어?”

대답을 듣기 전에, 그녀도 밑을 내려다봤는데.

쿵! 쿵!

밀레니엄 파크 앞에 있던 대형 금속 조형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형물이 움직이잖아? 저거 네가 그러는 거야?”

“아니.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네가 직접 보고 있으면서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건가?”

“보고 있긴 한데. 아무래도 그건 말이 안 되잖아. 트랜스포머도 아니고.”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중얼거리듯 대답한 박민준이 난간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제시카 로즈는 달랐다.

박민준이 하늘을 날다시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야! 너 혼자만 내려가면 어떡해? 나도 데려가야지.”

이번에도 그녀는 상대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잔뜩 삐진 그녀가 옥상 입구로 향했다.

그사이에.

이미 지상에 발을 디딘 박민준이었다.

건물 주변의 민간인들을 모두 미리 대피시켜 놓은 덕분에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쿵! 쿵!

100톤에 가까운 금속 조형물은 기존의 물방울 같은 모양이 아니라, 네발 달린 괴물로 변해있었다.

늑대와 비슷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온몸에 송곳처럼 솟아난 금속 털이 기괴하게 느껴졌다.

막강해 보이는 적을 앞에 두고도.

박민준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슴도치 멍멍이라고 부르면 되려나? 쯧쯧. 멍멍아 어서 이리와. 그래야 내가 널 편히 죽이지.”

강아지 부르듯.

혀를 차며, 손바닥을 까닥거린 그를 향해.

“끼이~”

괴물이 기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짐승의 울부짖음 같았는데, 거기에 금속음이 섞여서 귀를 찢어버릴 듯한 고음을 내고 있었다.

그 영향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옥상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귀를 틀어막고 쓰러졌다.

“으악! 귀하고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아.”

“머리까지 이상해진다.”

“야! 너 귀에서 피가 나고 있어.”

“뭐라고? 근데 너 지금 귀에서 피나는데? 괜찮은 거냐?”

내공으로 귀를 보호한 박민준이 멀쩡한 얼굴로 무기를 들었다.

“덩치가 산만 해서, 직접 덤빌 줄 알았더니. 별 개소리를 다 내는구나.”

녀석이 상대에게 아무런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걸 알고.

바로 울음을 멈췄다.

대신 으르렁거리며, 박민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쿵! 쿵!

녀석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흔들리고, 굉음이 울렸다.

피식.

웃음 지은 박민준이 돌도끼에 내공을 가득 주입했다.

그리고 그대로 금속 괴물을 향해 던졌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더니.

푹!

작은 소리와 함께 괴물의 미간을 뚫고 사라졌다.

맹렬한 기세로 돌진해오던 녀석이 움직임을 멈췄다.

다만 달려오던 속도가 있어서인지.

멈춘 상태 그대로 미끄러지며 박민준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으니.

합!

박민준이 두 손을 내밀고 거대한 기합성을 내뱉었다.

쾅!

무형의 벽에 막힌 듯.

거대 금속 괴물이 반대로 튕겨 나가 버렸다.

쾅! 데구루루.

“어! 방금 뭐야?”

그제야 밑으로 내려온 제시카 로즈였는데.

박민준이 손도 대지 않고, 괴물을 날려버리는 모습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그녀가 보기엔 박민준이 기합만 내뱉었을 뿐이었다.

“100톤이나 되는 괴물을 그냥 저렇게 날려버릴 수 있다고?”

기기기긱!

거친 금속음과 함께.

멀쩡하게 몸을 일으킨 괴물이었다.

제시카 로즈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근데 저것도 만만치 않잖아. 상처 하나 없이 다시 일어나다니? 저 정도면 그냥 둘 다 괴물인데?”

금속으로 된 녀석이었으니.

괴물의 맷집은 그렇다 쳐도, 박민준의 강함은 그녀의 상상 이상이었다.

이미 한국에서 그와 격돌한 적이 있는 제시카 로즈였기 때문에, 박민준의 강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강하다. 이젠 내가 아예 개기지도 못하겠는데?’

그녀가 감탄하는 동안에도.

박민준과 괴물의 계속 싸움을 이어갔다.

그는 맨손으로 상대를 연신 두들겨 패면서도, 얼굴에는 의혹이 가득했다.

“도끼 때문에 저놈의 머릿속이 완전 박살 났을 텐데. 어떻게 계속 움직이는 거지?”

더욱이.

박민준이 녀석의 몸을 때려봤자, 움푹 찌그러질 뿐.

시간이 흐르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맨손으로는 백날 때려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건가? 그렇다면.’

쾅! 쾅!

박민준이 강력한 정권을 연이어 때렸다.

그걸 버티지 못한 녀석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 틈을 노리고.

박민준이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녀석의 머리 부위가 크게 들썩이며 흔들리더니.

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안에 박혀있던 돌도끼가 그의 손으로 다시 돌아왔다.

무기를 강하게 움켜쥔 그가 씨익 웃으며 먼저 몸을 날렸다.

“이번에도 재생할 수 있는지. 어디 두고 보자.”

천마 신공의 붉은 색 강기가 돌도끼를 넘어 크게 넘실거렸다.

그 강렬한 도강이 그대로 금속 괴물의 몸을 다져놓기 시작했다.

완자를 만들기 위해 고기를 잘게 자르듯.

끊임없이 도끼를 휘두르며, 빠르게 녀석의 몸을 조각내 버렸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이 완전히 분해되어버린 괴물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다시 몸을 재생하지 못했다.

“우와! 정말 질린다 질려. 아주 작살을 내놨네. 이젠 네가 무섭다.”

“넌 여태 내가 무섭지 않았다는 거냐?”

“당연히 그건 아니지. 무섭긴 했는데. 더 무서워졌다는 말이었어.”

“무슨 개소리야?”

“그냥 네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거지. 정말 굉장했어.”

미녀인 그녀가 과장되게 말하며, 연신 검지를 치켜세우는 걸 보고, 박민준도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돌연.

뭔가를 보고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제시카 로즈가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그래? 유령이라도 본 사람처럼?”

대답하는 대신.

박민준이 손을 들어 괴물 조각을 가리켰다.

“왜? 그냥 그대로인데?”

“네 눈에는 저게 보이지 않는다고?”

“어. 죽은 괴물 녀석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넌 아니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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