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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165화 (165/175)

165화

“내가 고생하며 운영하는 게임을 망쳐놓으려는데, 어떤 미친놈이 가만있겠어?”

“뭐? 게임?”

“그래. 게임의 노예면 노예답게 행동해야 맞는 거잖아? 왜 쓸데없는 기계를 만들어서 내가 직접 나서게 했냐 그 말이지.”

“네놈이 나에게 접근한 이유가 게이트를 닫는 기계 때문이라는 건가? 그럼 뉴 유니온의 회장은?”

“아무리 초월체인 나라고 해도 그 늙은이는 좀 꺼림칙해서 말이야.”

천마 신공 때문이라는 건가?

알파도 그렇고, 지금 저 베타란 놈도 그렇고, 천마를 직접 상대하지 않으려고 꼼수를 써야 할 정도인가?

하지만 천마 신공이라면 박민준도 현재 익히고 있었다.

“나는 만만했냐?”

“당연하지. 얼마 전까지는 네놈을 구경하는 게 제일 재미있었거든. 예상치 못하게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아주 제멋대로 구는 게 말이야.”

그 말을 듣고 박민준이 결심을 굳혔다.

‘시스템이고 뭐고, 당장은 저놈부터 죽인다.’

다행히, 그는 지금 프랭크 교수의 탈을 쓴 베타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으니.

내공을 단번에 끌어올린 그가 오른손에 힘을 줬다.

“진짜 날 죽이려고? 역시 넌 제멋대로구나. 거침없는 개자식이야.”

싸늘하게 웃은 베타가 박민준의 얼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 들고 있던 기계 장치의 조각이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박민준은 상대의 그런 행동을 예측하고 있었다.

‘굳이 조각을 손에 챙겨 들고 따라오더니만. 내 이럴 줄 알았다.’

왼손에 든 검으로 암기를 막아냄과 동시에.

오른손에 내공을 가득 담아 그대로 힘을 줬다.

우두둑!

허무할 정도로 너무 쉽게 상대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

‘이게 맞는 건가? 놈에게서 느꼈던 기운에 비해서 너무 터무니없이 당한 것 같은데?’

박민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죽은 프랭크 교수의 맥을 확인했다.

목이 완전히 부러졌고, 심장도 멈춘 걸 알 수 있었다.

“진짜 끝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시체를 내려다보던 그때.

뭔가를 느낀 박민준이 고개를 황급히 앞으로 숙였다.

그와 동시에.

단검이 박민준의 머리카락을 스치며 지나갔다.

가까스로 피한 그가 자신을 뒤에서 공격한 단검을 손으로 잡으려고 했다.

받은 게 있으니, 고스란히 돌려줄 생각이었는데.

팅!

단검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반탄력 때문에 낚아채지는 못했다.

‘이런 미친!’

그의 손을 빠져나간 단검이 그대로 건너편 건물 옥상으로 날아갔다.

쾅!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단검에 맞은 건물 옥상은 물론이고, 상층부 전체가 산산조각이 나는 게 보였다.

앞서 기계 장치가 폭발한 것에는 못 미치지만, 인간이 보일 법한 모습 또한 아니었으니.

눈살을 찌푸린 박민준의 귀로 중성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하하. 이건 아니지. 뒤통수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피한 거야?”

빙글 몸을 돌려서 확인해 보니.

아까 봤던 특수부대 요원이 실실 쪼개며 말하는 게 보였다.

“방금은 진심으로 감탄했어. 넌 정말 대단한 인간이야. 그래서 더욱 죽어야 해.”

“넌 또 뭐냐?”

“이런. 날 몰라보다니. 여태 나와 대화하고 있었잖아. 당연히 나를 바로 알아봤어야지.”

“베타? 널 방금 죽이지 않았던가?”

“죽이긴 했지. 근데 그게 뭐? 지구엔 그런 껍데기가 얼마든지 있어. 그냥 갈아타면 그만이야.”

프랭크 교수가 베타의 변신체인 줄 알았는데.

그냥 빙의 같은 거라는 말인가?

‘일이 어렵게 되는군.’

베타를 죽여도 금방 다른 사람의 몸으로 갈아탈 수 있다면, 녀석을 없애는 게 불가능하단 것과 같았다.

박민준을 제외한 지구에 있는 모든 인간의 몸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얼굴을 잔뜩 구긴 박민준을 향해, 군인의 모습을 한 베타가 천천히 다가왔다.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는 거야? 내가 너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 들어볼래?”

“말해라.”

“나와 손을 잡자. 그럼 넌 더 이상 노예가 아니야. 나와 동급은 아니지만, 게임의 운영자 격은 될 수 있단 말이지.”

지구를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초월체 베타의 제안을 들었으니.

제법 오래 고민할 법도 한데.

박민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개소리. 넌 내 손에 죽을 것이다. 그리고 지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

“그 말 진심이야? 정말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난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다.”

“어디 해봐. 대신 나도 더는 봐주지 않겠어.”

두 팔을 좌우로 벌리고 눈까지 감아버린 베타였다.

박민준이 검 자루를 꽉 움켜쥐고, 그대로 몸을 날렸다.

이형환위의 극치를 선보이며 상대에게 달려들었는데.

검 끝이 목에 닿기 직전.

스르륵.

사라져 버린 베타였다.

박민준이 보기에 그건 이형환위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냥 사라져 버린 거였다.

‘순간이동 같은 건가?’

길게 생각할 틈이 없었다.

목 뒤로 서늘함을 느낀 그가 빠르게 검을 뒤로 휘둘렀다.

땡!

뭔가 묵직한 물건이 검날과 충돌했다.

이번에도 기계 장치의 조각이었다.

그게 날아온 방향을 따라.

멀리 옥상 끝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베타의 모습이 보였다.

“진짜 신기하네. 너 인간 맞냐? 혹시 뒤통수에 눈도 달려 있는 거냐고.”

박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저 이죽거리는 상대의 얼굴에 검을 찔러 넣겠다는 의지만 다졌다.

박민준이 검을 앞세워 다시 몸을 날렸다.

이번에도 검 끝이 베타를 찌르기 직전.

사사샥.

신기루처럼 그의 몸이 사라져 버렸다.

이번엔 박민준이 멈칫거리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검을 등 뒤로 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빙글 돌렸는데.

정작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날아가는 검이었다.

다른 사람이 봤다면 박민준이 미쳤다고 생각했을 텐데.

정작 당사자인 그는 검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저 주먹을 쥔 상태에서 검지와 중지를 붙여서 내밀고, 검을 향해 손을 뻗을 뿐이었다.

워낙 빠르게 날아간 검이라.

금방 옥상을 벗어날 듯 보였다.

그렇게 검이 반대편 난간을 통과하는 순간.

푹!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뭔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아주 교묘하게 검이 그걸 명중했으니.

가슴 한가운데 검이 꽂힌 상태로 중얼거린 베타였다.

“어떻게?”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자길 바라보는 상대를 향해.

박민준이 씨익 미소로 답했다.

“한 번 당한 수법에 두 번은 당하지 않는다. 날 상대하면서 그런 것도 몰랐나?”

“빌어먹을.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한 인간이군. 그 늙은이가 왜 졌는지 알 것 같네.”

투덜거리듯 말한 베타가 가슴에 꽂힌 검을 뽑으려 들었다.

하지만 검 끝을 잡으려던 녀석이 힘을 쓰지 못했다.

스르륵.

검 자루를 쥐지 못하고, 그대로 팔이 아래 방향으로 축 늘어졌다.

“이거 뭐야? 이 몸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네놈이 천마 신공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이더라. 그래서 검에 천마 신공의 기운만 가득 담아봤지.”

대답을 듣고.

얼굴을 있는 대로 구긴 베타였다.

“제대로 싸웠으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진 않았을 텐데.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했구나.”

그 말을 끝으로.

스르륵. 쿵!

그가 옥상 바닥으로 쓰러져버렸다.

그런 모습을 봤지만, 박민준은 방심하지 않았다.

조심하면서도 최대한 빨리 상대에게 다가갔다.

천마 신공의 기운을 발에 담아 그대로 베타의 머리통을 밟아버릴 생각이었는데.

그러기 전에 벌떡.

몸을 일으킨 베타였다.

“망할 놈이 방심도 하지 않는 거냐?! 죽은 사람의 머리를 밟으려 들다니.”

“넌 사람이 아니잖아. 그나저나 역시 죽지 않았네.”

“당연하지. 겨우 이 정도에 죽으면 초월체라고 불리지도 못한다.”

“네놈들은 신도 아니라면서 대체 진짜 정체가 뭐냐? 초월체가 뭘 말하는 거지? 외계인?”

“빌어먹을 인간 놈. 네놈의 호기심을 풀어줄 마음은 없다.”

“그래? 그럼 계속 죽어.”

박민준이 중지와 검지를 모아서 손을 움직였다.

푹!

베타의 가슴팍에 꽂혀 있던 검이 그의 손길을 따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대롱대롱.

아직도 천마 신공의 내공이 검에 담겨 있었기 때문에, 베타가 반항도 하지 못했다.

검의 움직임에 따라 베타의 몸이 좌우로 흔들거릴 수밖에 없었으니.

그동안의 한풀이를 하려는 듯.

박민준이 대놓고 상대를 비웃으며 손을 멈추지 않았다.

고통 속에서도 그걸 본 베타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빌어먹을 지구인. 널 찢어 죽이지 않으면 내가 초월체가 아니다.”

이를 악문 녀석이 기어이 검 자루를 움켜쥐었다.

으아아악!

길고 처절한 비명과 함께.

검을 뽑아내려고 시도하는 베타였다.

“어딜!”

그걸 막기 위해.

박민준이 내공을 운용하며 손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리저리 난리를 치는 검 때문에 가슴에 난 상처의 구멍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도, 베타는 포기하지 않았다.

기어이 검 자루를 양손에 움켜쥐고, 그대로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는 베타가 상체를 숙인 상태로 고개를 쳐들었다.

박민준을 노려보더니.

“내가 방심만 안 했어도 이 지경은 되지 않았을 터. 하지만 여기서 날 죽이지 못했으니. 너에게 기회는 없다.”

“웃기고 있네. 곧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한 주제에 입만 살아있구나.”

박민준이 손을 움직이자, 베타가 들고 있던 검이 심하게 요동쳤다.

녀석이 그걸 놓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텼다.

베타의 시선이 잠시 검에 닿은 순간.

박민준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다시 상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베타가 직접 검을 휘둘렀다.

자신의 검을 휘두르는 상대를 향해.

박민준이 피하지 않고 마주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에 내공을 두르고, 그대로 검날을 낚아챌 생각이었다.

히죽.

그걸 본 베타가 기분 나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뭔가 잘못됐다.’

이상함을 느낀 박민준이 검날을 움켜쥐기 직전에 손을 뒤로 뺐다.

간발의 차이로 피했는데.

완벽하게 검날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쫙!

검날과 손바닥이 아주 살짝 닿았을 뿐인데.

박민준의 호신강기가 뚫린 건 물론이고, 손바닥의 상처가 길게 벌어지면서 피가 솟구쳤다.

흠칫.

박민준이 속으로 놀라면서도, 가만있지 않았다.

반대편 손으로 베타의 머리통을 후려쳤으니.

그의 대응에 놀란 베타가 검의 방향을 바꿨다.

그대로 검과 주먹이 맞닿으려는 순간.

박민준의 왼손이 교묘하게 움직였다.

검날을 스치고 지나쳐서 그대로 쾅!

베타의 옆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데 성공했다.

그 충격으로 골이 흔들리면서 눈앞이 흐려진 베타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검을 되찾은 박민준이었다.

검을 빼앗자마자, 그대로 휘둘렀다.

휙!

바람을 가른 검날이 그대로 베타의 어깨를 잘라냈다.

당연히 그 밑에 붙어 있던 오른팔도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끄아악!

중성적인 목소리로 내뱉는 소름 끼치는 비명이 옥상 가득 울려 퍼졌다.

마저 끝장을 내기 위해.

박민준이 검을 재차 찔렀다.

상대의 이마를 꿰뚫어버리기 직전.

베타도 반격에 나섰다.

순간이동을 통해 박민준의 검을 피하더니.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만들어서 내밀었다.

상대의 공격을 검날로 막아낸 박민준이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헬파이어!”

마법?

말 그대로 지옥의 불길이 박민준의 몸을 완전히 뒤덮었다.

화르르!

검은색 불길에 휩싸여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싸늘하게 웃으며 그걸 바라보는 베타였다.

“놀라울 정도로 강한 인간이었다. 결국, 승자는 바로 나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고 있는데.

헬파이어의 불길이 사그라들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박민준을 보고 그의 미소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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