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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156화 (156/175)

156화

“저건 제롬 차 아니야? 여태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그러게. 지하주차장에서 뭔가를 알아냈나?”

“가서 물어보면 알겠지.”

“놈이 과연 우리와 정보를 공유할까?”

“그렇다고 안 물어볼 수도 없잖아. 이제 이틀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럼 어서 가보자고.”

간부 두 명이 남색 SUV를 향해 다가갔다.

차량 유리 코팅이 진하고 주변이 어두워서 운전석과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제롬이 안에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똑똑.

운전석 쪽 유리를 살짝 두들기자, 문이 열렸다.

그리고 획!

뭔가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간부 두 명을 동시에 낚아채서 차 안으로 데리고 사라졌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리둥절하기만 한 두 사람이었다.

“뭐야?”

“누가 날 잡아당겼는데?”

서둘러 주위를 살피려 했지만,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자유로운 건 오직 입 주변 근육뿐이었다.

“제롬? 아까 우리에게 실망했다고. 이런 장난을 치는 건가?”

“우리가 잘못했으니. 어서 놓아주게. 평소의 자네답지 않게 이게 무슨 짓인가?”

“우리도 반성하고 있어. 그래서 여기 직접 온 거라네.”

“이봐!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는 거지?”

두 사람의 귀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이 근육 덩어리의 동료가 확실한 것 같군.”

엄청난 근육질을 자랑하는 제롬의 차 안이었으니.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지칭한 건 제롬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뭐라고? 너 누구야?”

“눈치가 이렇게 없어서야. 내가 누구긴 누구겠어? 너희를 잡아가려고 온 사람이지.”

“제롬이 조직과 우릴 배신한 건가?”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은 몸이 붕 뜨는 기분을 느꼈다.

우당탕.

차 뒷좌석으로 처박힌 뒤에 그들이 본 건, 두 눈만 말똥말똥 뜬 채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이 차의 주인이었다.

“제롬?”

“우릴 배신한 게 아니었구나. 저놈에게 너도 당한 거였어.”

제롬의 무력이 대단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건 따로 있었다. 그는 텍사스 방울뱀이라고 불릴 정도로 맹독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아무리 각성자라고 해도 절대 너의 독을 이겨낼 수 없었을 텐데?”

독 기운이 미량이라도 피와 섞이면, 그 즉시 강력한 효력을 발휘하는 아주 무서운 독이었다.

그런 그가 제대로 반항도 못 하고 제압당하다니.

도대체 얼마나 강한 적인 거지?

“대체 뭐 하는 놈이지? 투명화 특성을 가진 각성자 중에 저렇게 강한 녀석이 있다는 건 들어본 기억이 없는데.”

같이 잡힌 간부 역시 적의 정체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박민준은 그런 그들의 의문을 풀어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저 어딘가로 전화를 걸 뿐이었다.

“월척을 잡았어. 그것도 세 마리나 되니까, 제시카는 잡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러니까 우선 이쪽으로 와.”

간부들이 박민준의 통화를 듣고, 뭔가 깨달았다.

‘제시카 로즈를 잡으려는 놈들이라면? 미국 쪽에 붙은 각성자구나.’

‘하지만 더원 말고도 이렇게 강한 녀석이 있었던가?’

잠시 후.

검은색 승합차가 도착했다.

그 차에서 자들을 보고, 간부들이 눈을 부릅떴다.

‘진짜 더원하고 스폐셜 쓰리의 블랙 존슨이잖아? 놈들이 손을 잡다니.’

***

오랜만에 미국으로 도착한 블랙 존슨은 동료 제시카 로즈를 찾으러 나서기 전, 박민준의 연락을 받았다.

더원 그리고 이지원과 함께, 바네사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박민준이 잡은 사람들의 정체를 알고 깜짝 놀랐다.

“텍사스 방울뱀! 옆에 있는 건 그림자 형제잖아? 저들이 다 뉴 유니온의 간부였다는 건가?”

더원과 이지원도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블랙 존슨만큼이나 적잖이 놀란 얼굴이었다.

반면 박민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뭘 그렇게 놀라. 실력이 별로 대단한 놈들도 아닌 것 같던데?”

“그게 무슨! 텍사스 방울뱀은 더원을 일대일로 상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각성자란 말이다.”

그 말에 바로 발끈하고 나선 더원이었다.

“그 입 다물어. 내가 겨우 저런 놈하고 동급이라는 말 따윈 모두 헛소문이니까.”

“그럼 저놈이 독을 가지고 공격하면? 뭐로 상대해서 이겨낼 건데? 그렇게 자신 있나?”

“거리를 두고, 놈의 독이 내 몸에 닿기 전에 먼저 죽인다. 그럼 깔끔하게 끝나는 거지.”

“말이 쉽지. 그렇게 생각하다가 저놈 손에 죽은 게 몇 명인 줄 알아?”

“10명?”

“아니. 내가 아는 것만 해도 30명이 넘는다. 그중엔 S등급 각성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지.”

블랙 존슨의 말을 듣고, 더원도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이지원이 다른 간부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림자 형제는 정말 잡기 힘들었을 텐데. 아저씨 어떻게 하신 거예요?”

“힘들긴 뭐가 힘들어? 방심하는 것 같길래, 그냥 잡았을 뿐이야.”

더원이 박민준을 향해 고개를 획 돌렸다.

그리고 그런 소리 하지 말라는 듯.

크고 빠르게 말했다.

“이젠 웃기지도 않는군. 네 말대로 그냥 잡힐 그림자 형제였으면, 우리 미국에서 현상금을 그렇게 많이 내걸지도 않았을걸?”

“이놈들 현상금이 얼만데?”

“무려 100억이다. 그것도 각각으로 말이지.”

“두 놈이니까. 200억인가? 용돈벌이 정도는 되었군.”

“200억이 장난인 줄 알아? 그리고 너 내 앞에서 돈 자랑하는 거냐?”

더원은 몰랐지만, 박민준의 재산은 현재 한화로 1조 원이 훌쩍 넘었다.

그리고 그 삼 분의 일가량에 바로 더원의 조국인 미국이 일조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몇 배나 더 많은 재산을 가진 박민준을 향해, 더원이 돈 자랑을 하려던 그때.

이지원이 먼저 불만을 토로했다.

“아저씨. 내가 한국에 다녀온 사이에 바네사 회장을 상대하겠다고 하더니. 그냥 죽여버린 거예요?”

“그래서? 그게 불만인가?”

“네. 그 여자는 일반인이었을 텐데. 좀 너무한 것 같아요.”

“대신 그 여자는 남보다 월등한 재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 그건 생각하지 못하는 건가?”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항상 꼽히는 대기업을 총수가 바로 바네사 회장이었다.

그런 그녀를 겨우 신체적인 각성만 가지고 나약하다고 판단하는 건 아니라는 게 박민준의 말이었으니.

블랙 존슨이 그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나섰다.

“그건 박민준 씨 말이 맞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재력이야말로 진정한 힘이라 할 수 있지요. 잘 처리하신 겁니다.”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박민준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내비쳤다.

더원도 어째서인지 웃음을 참는 듯 보였다.

이지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왜 그렇게 웃어요? 내가 너무 나약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날 비웃는 건가요?”

그런 그녀를 향해, 박민준이 고개를 저었다.

“널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건 맞지만 비웃은 건 아니었다. 그냥….”

“그냥 뭐요?”

“너희 두 사람이 너무 단순하다는 걸 내가 이제야 깨달았다는 게 웃겼던 거다.”

블랙 존슨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가 단순하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네 능력으로 직접 확인해봐.”

“알겠습니다.”

블랙 존슨이 눈을 지그시 감고 특성을 발동했다.

잠시 후.

번쩍 눈을 뜬 그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바네사 회장이 죽지 않았군요. 더원과 짜고 같은 편인 우리까지 속인 거였다니.”

“네? 아저씨가 우릴 속였다고요? 그 여자가 정말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거예요?”

그에 대한 대답은 박민준 대신 더원이 했다.

“그래. 저놈이 나에게 그 일을 부탁했다. 바네사를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기고, 대신 죽은 거로 처리해달라더군.”

“왜요?”

“그게 그 여자와의 거래였다.”

“거래요?”

“정보를 주는 대신 자신이 죽은 거로 하고 몰래 보호해달라고 하더군. 우리가 뉴 유니온의 뿌리를 뽑을 때까지 말이야.”

“그럴 수가.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

“이런 일을 굳이 아는 사람이 많아서 뭐 하게?”

맞는 말이긴 했다.

비밀이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더 잘 지켜지는 법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이 박민준을 향해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더원이 힐끔 뉴 유니온의 간부 세 명을 바라보고 박민준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근데 저놈들이 있는 곳에서 이렇게 다 말해버려도 괜찮은 거야?”

“우리 대화를 저놈들이 듣지 못하도록 내가 차단하고 있었어.”

그가 자신의 기를 사용해서 만든 무형의 장막이었다.

그런 걸 전혀 모르는 더원은 그저 박민준의 능력이 신기하기만 했다.

“뭐? 너 그런 것도 할 수 있는 거냐?”

더원이 박민준과 뉴 유니온의 간부들 사이로 팔을 뻗고 휘휘 저었다.

“너 뭐하냐?”

“보이지 않는 막이 펼쳐져 있나 해서.”

“지금은 없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체.”

혼자서 뭔가를 생각하던 블랙 존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바네사 회장에게 정보를 얻었으면서 왜 여태 여기 있었던 겁니까?”

“그러게. 너 왜 여기서 이놈들을 잡고 있었던 거냐?”

더원도 뒤늦게 의구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블랙 존슨의 말에 맞장구치며 박민준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그 여자가 거짓말을 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거든. 그래서 이곳에 접근하는 다른 놈들을 기다리고 있었지.”

“아니. 뉴 유니온의 조직원들이 이곳에 올 걸 박민준 씨가 미리 알았다는 겁니까? 어떻게요?”

“바네사란 여자를 직접 상대해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보통 여자가 아니었거든. 아마 조직에서도 제일 중요한 인물 중 하나였을 거야.”

사람의 마음을 읽는데 익숙한 박민준조차도 그녀가 진실을 말한 건지. 아니면 거짓말로 정보를 준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 남아, 뉴 유니온으로 추정되는 자들이 나타나길 기다렸고, 무려 최고위 간부 세 명이라는 월척을 잡을 수 있었다.

원래 같으면, 박민준이 그 세 명을 끌고 은밀한 곳에 가서 마구 고문하고 정보를 얻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지원이 블랙 존슨을 데리고 왔기 때문에 그런 수고를 덜어낼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존슨. 네가 나설 차례다.”

“알겠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최고위 간부 세 명의 기억을 모두 읽어낸 블랙 존슨이었다.

그가 잔뜩 지친 얼굴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세 명 다 저보다 강한 놈들이라서 기억을 읽어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생색내지 말고, 어서 말해. 뉴 유니온의 본부가 어디야?”

닦달에도 불구하고 블랙 존슨은 물부터 찾아 마셨다.

실컷 여유를 부리고, 의미심장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듣고 놀라지 마십시오. 놈들의 본거지는 바로 한국에 있었습니다.”

그것마저 예상했던 걸까?

박민준이 작게 고개만 끄덕였다.

오히려 놀란 사람은 더원과 이지원이었다.

박민준의 놀란 표정을 기대했던 블랙 존슨이 혀를 찼다.

그런 그를 향해 이지원이 물었다.

“한국이라니? 놈들이 한국에 있었다고요?”

“그래. 간부들은 외국인이 다수였지만, 뉴 유니온의 회장은 한국 본부에 항상 머물고 있었다.”

“회장이 누군지도 알아냈어요?”

“페이라는 이름의 노인이야.”

“페이? 한국인 이름은 아닌데요? 중국 사람인가?”

“나도 몰라. 하지만 이건 하난 확실하지.”

“뭐가 확실해요?”

“그 노인이 저기 있는 간부 세 명쯤은 동시에 가볍게 죽일 수 있는 강자라는 것.”

“네?!”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더원과 이지원이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저들은 뉴 유니온의 최고위 간부답게 모두 S등급 각성자였다.

그리고 스폐셜 쓰리의 일원인 블랙 존슨과 세계 최연소 S등급 각성자 기록을 가진 이지원보다 더 강했으니.

이번엔 박민준도 흥미가 생겼는지.

눈을 살짝 크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나 말고도 그런 강자가 지구에 또 있다는 건가? 하지만 이상하군.’

자신이 원했던 표정이었는지.

싱긋 웃은 블랙 존슨이 마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습니다.”

“그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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