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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152화 (152/175)

152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톰 베이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을 올리고 있으며, 직접 미국에 방문해 조문하는 일도….”

“테러를 일으킨 단체의 이름이 뉴유니온이라고 밝혀졌습니다. 앞으로 우리 미국은 뉴유니온의 모든 조직과 구성원을 소탕하는 건 물론이고, 그와 연관된 경제 단체 또한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게이트가 열린 뒤에도, 세계의 중심은 미국이었다.

그런 미국의 대통령이 비밀 조직에 의해 암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우방국들은 매우 강한 어조로 뉴유니온을 비판했다.

미국의 우방국은 물론이고, 적대시하던 나라의 수장들마저도 테러를 일으킨 조직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냈다.

“어떤 이유에서 간에 테러는 절대 용납될 수 없습니다. 우리 한국은 이번 사건의 위중함을 알고 있으며, 미국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을 이 자리에서 발표하는 바입니다.”

“우리 일본은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동아시아에도 있을지 모를 뉴유니온 조직원의 존재를 찾아내기 위해 힘쓰고, 그들을 소탕하는 데 모든 자국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 대테러 규탄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비밀 테러조직 뉴유니온에 대한 분노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톰 베이 대통령님은 더원과 더불어 우리 미국의 자존심이었습니다.”

“그런 훌륭한 분이 테러범들의 손에 죽다니. 반드시 놈들을 찾아내서 처단해야 합니다.”

“테러에 절대 반대한다. 폭력은 게이트에서 나온 괴물을 상대할 때만 유효할 뿐이다.”

“뉴유니온이란 테러조직을 뿌리 뽑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뭉쳐서 싸워야 한다.”

전 세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테러조직을 욕하고 있을 때.

그 어느 곳보다 이번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곳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갈랜드 박사가 속한 뉴유니온이었다.

***

뉴유니온의 본부.

주요 구성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서로를 향한 삿대질과 고함이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애초에 왜 박민준 그자를 우리 일에 끌어들인 겁니까? 그자가 위험하다는 걸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

“누가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나? 평소처럼 갈랜드 박사를 통해 외부인을 움직이려고 했을 뿐이었는데.”

뉴유니온은 이번 기회야말로, 평소 자신들의 일을 방해했던 박민준과 미국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와 연관 있는 이지원이 미국의 비밀기지에 잡혀 있는 걸 알아내자마자, 박사를 박민준에게 보내서 설득하도록 했다.

조직의 진짜 비밀을 모르는 박사를 통해 상대를 속일 계획이었다.

처음엔 박민준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이자, 모든 게 잘 풀릴 거라고 여겼었는데.

최강 S등급 헌터인 박민준의 실력은 우리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에게 많이 당했으니까.

그자라면 충분히 더원과 톰 베이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으니.

박민준 그자도 죽거나 크게 다치리라.

그럼 그때 우리 조직이 나서서 양측을 쓸어버리는 거다.

그렇게 장밋빛 계획을 세웠었는데.

이게 웬걸?

미국과 박민준의 공멸은커녕, 비밀 조직이었던 자신들의 정체만 온 세상에 드러나 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세계 최악의 테러 단체라는 오명까지 생겼으니.

처음 이 계획을 생각해낸 자는 이미 처단되었고, 남은 구성원들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싸우기 급급했다.

“그래서 결과가 이겁니까? 전 세계에서 우리 조직의 이름인 뉴유니온이 욕 대신 쓰이고 있단 말입니다. 뉴유니온 같은 놈이니. 뉴유니온보다 못한 놈이니 하면서 말이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

“젠장. 죄 없는 우리가 욕을 먹고 있는데. 그것보다 뭐가 더 중요한 게 있습니까?”

“미국의 대통령 암살 누명부터 벗어야지. 그럼 우리 조직에 대한 적대감도 줄어들 테고.”

“그걸 어떻게 증명할 겁니까? 저쪽에서 작정하고 모든 정보를 조작했는데.”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 작정하고 정보를 조작 은폐했기 때문에, 아무리 국제적인 조직인 뉴유니온이라고 해도 그걸 뒤집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드르륵.

회의실 문이 열리고.

백발의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각자 떠드는 바람에 시장통 같았던 실내가 순간 조용해졌다.

“왜들 소란인가? 문밖까지 자네들의 말싸움 소리가 들리던데?”

그는 뉴유니온을 창설하고, 갈랜드 박사를 영입한 장본인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곧게 편 허리와 떡 벌어진 어깨가 인상적이었다.

그런 백발노인을 향해, 금발 머리 미녀가 다가가서 말했다.

“별일 아니에요.”

“별일 아니긴. 다들 겁에 질린 것처럼 떠들지 않았나?”

그 얘기를 듣고, 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청난 근육질에 크게 210cm는 될 법한 남자였다.

“우리가 겁에 질리다니요? 말이 좀 심하십니다. 회장님.”

위협적으로 눈알을 부리라는 상대를 향해.

노인이 늦은 목소리로 답했다.

“흥분하지 말고, 어서 다시 앉게. 아니면 내가 자넬 죽일 수도 있으니.”

“네? 네. 죄송합니다. 페이 회장님.”

순간.

엄청난 살기를 느낀 근육질 남자가 어정쩡한 자세로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미친. 저 늙은이는 계속 강해지는 건가? 어째 내가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때보다 더 강해진 것 같은데?’

분명 각성자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계속 강해질 수 있는 거지?

자길 빤히 바라보는 근육질 남자를 향해, 회장 페이가 인자한 미소를 보였다.

“늙은이를 뭘 그리 뚫어지라 바라보는 건가? 슬슬 민망해지려 하는군.”

“죄송합니다.”

“사과는 그만하면 되었네. 내가 좀 늦게 왔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금발 머리 여자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머지도 입을 꾹 다물고, 회장을 응시했다.

‘저분이라면 이번에도 뭔가 확실한 대책을 가지고 계시겠지.’

거의 모두가 회장을 신뢰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걸 담담하게 받아낸 회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젠 우리 조직이 전면에 드러나야 할 때가 온 것 같군.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외부와 일부 공유하고, 오해를 풀 생각이네.”

그의 말을 듣고.

참석자 모두가 희열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근육질 남성이 제일 기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회장님! 드디어 결심하신 겁니까?”

“그렇다네. 어차피 우리 조직의 이름이 드러난 마당에 더 뭘 숨기겠나?”

“맞습니다.”

“그리고, 이젠 시간이 별로 안 남았다네. 몇 달만 지나면, 이젠 미국에서도 게이트를 조절할 수 있게 될 테니.”

“설마요? 그 발표는 그냥 허세이지 않겠습니까?”

“자네. 내 말을 의심하는 건가?”

순간 싸늘해진 회장의 표정이었다.

그걸 본 남자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회장 노인을 향해 바닥에 엎드리고 사죄했다.

“전혀 아닙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어서 일어나게. 자네들은 진정한 식구인데. 내가 그렇게 쉽게 자네를 죽이겠나?”

“감사합니다.”

회장 노인의 말을 듣고 진심으로 안도한 남자였다.

그가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내며 도로 의자에 앉았다.

“그럼 우선은 내 말대로 진행하는 거로 하고. 이젠 자네들의 말을 들어보도록 할까? 혹시 좋은 생각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말해보게.”

회장의 말이 끝났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뭔가 의견을 내고 만약 그게 틀어지면?

얼마 남지 않은 조직의 영광을 함께 누리지 못할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노인도 딱히 기대가 크지 않았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금발 여인을 향해 말하고 회의장을 나갔다.

“바네사 양이 이번 일을 책임지고 진행하도록 하게. 필요한 게 있으면 저들에게 나 대신 명령을 내려도 좋아.”

“절 이렇게 믿어주시다니. 정말 감사해요. 회장님.”

“감사는 무슨. 대신 권한이 크면 책임도 크다는 것만 잊지 말도록 하게.”

마지막 말이 바네사의 심장을 대못처럼 찔렀다.

연신 싱글거리던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알겠습니다.”

***

미국 백악관.

최고 레벨 긴급회의가 열렸다.

뉴유니온을 상대하는 일과 죽은 대통령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건지. 그리고 앞으로의 국정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제일 상석에는 더원이 앉아 있었다.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부통령 제도가 있었다.

만약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망하면, 부통령이 그 자리를 이어받아 남은 임기를 채우는 방식이었다.

놀랍게도 미국의 현 부통령이 바로 더원이었다.

세계 최강 최고의 S등급 헌터라는 그의 대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기 위해서 준 형식적인 자리였을 뿐.

더원이 부통령인 걸 누구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통령이 죽을 거라는 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아마도 더원 본인도, 이렇게 뜬금없이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터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미국의 정치인이나 장관이 아니라, 박민준이 앉아 있었다.

그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대다수였지만, 감히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다.

새롭게 대통령의 자리를 물려받은 더원이 그를 자신의 수석 고문으로 임명했다.

그건 박민준의 도움을 얻어서 몇 번이나 목숨을 구했던 이유와 더불어, 그가 착륙장 폭발 이후 보여준 행동 때문이었다.

‘박민준 저자가 아니었다면, 난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거야. 아마도 대통령을 죽였다는 죄로 감옥에 가거나, 증인들을 모두 죽이고 빌런으로 전락해버렸겠지.’

그런 일을 막아줬으니.

더원은 그가 자신의 생명을 구한 것보다 명예를 지켜준 것에 관해 박민준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친구이자 수석 고문으로 그를 옆에 앉혀두고 회의를 진행했다.

박민준도 자신과 이지원을 이용하려던 조직을 엿 먹이는 일을 계획하는 더원을 도울 생각이라서, 그 자리를 거절하지 않았다.

‘감히 겁도 없이 날 이용하려 들다니. 그걸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겠다.’

박민준은 뉴유니온이란 조직을 철저하게 박살 낼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세계 최강인 미국의 대통령이 함께한다면, 그 수고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더원이 재무부 장관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뉴유니온이란 테러조직을 상대하기 위해서 예산을 얼마 정도 쓸 수 있는 겁니까?”

그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유일하게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원과 박민준의 눈치를 심하게 보며 답했다.

“그게…. 제대로 계산을 해봐야 알겠지만, 제가 알기로는 대략 10억 달러 정도까지 긴급 사용이 가능할 겁니다.”

10억 달러면 한화로 약 12조 원이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더원은 만족하지 못했다.

“그걸로는 좀 부족한데. 다른 예산을 줄여서라도, 이번 일에 필요한 자금을 더 늘려보도록 합시다. 가능하지요?”

“물…. 물론입니다. 대통령 각하. 지금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으니까요.”

그렇게 순조롭게 회의가 진행되던 그때.

회의장 문을 거칠게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무슨 일인가?”

“큰일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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