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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133화 (133/175)

133화

휘~익.

첨벙!

박민준이 뭔가를 물속에 던져넣었다.

보드카의 시체였다.

‘어째서?’

‘시체를 숨기려고?’

뒤이어, 기절하긴 했지만, 아직 살아있는 네 명을 공중에 띄우더니.

풍덩!

그대로 인공호수의 한가운데 빠뜨리는 모습이었다.

찬물에 넣어서 깨우려는 건가?

그렇다면, 굳이 저들을 저 멀리까지 가서 떨어뜨릴 이유가 있나?

실제로 물에 빠진 뒤에 곧장 정신을 차린 네 명이었다.

“앗 차가워.”

“다들 괜찮은 거야?”

“우리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여긴 그자의 집 호수 같은데?”

그때 물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오더니.

아직 물 위에 있는 그들을 빠르게 낚아채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S등급 헌터들이었지만, 수중전은 전혀 경험이 없었다.

황급히 무기를 사용했지만, 마력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았다.

너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순식간에 모든 무기를 잃어버린 그들이었다.

그 이후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손짓, 발짓하며 물속 괴물에 대항했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결국, 4명이 모두 물속으로 잡혀가고 말았다.

어두운 밤이지만, 달빛이 환했다.

제시카 로즈와 블랙 존슨이 간신히 물속에서 나온 존재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촉수? 문어 같은 건가?’

아무튼, 그렇게 4명이 사라지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방수열도 그 광경을 보고 매우 당황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래서 중간에 그에게 물어보거나, 미처 말릴 틈도 없었다.

혼자 생각하던 그가 박민준에게 다가가 말했다.

“방금은 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시체 처리나 나머지 인원 정도는 제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수문이도 먹을 건 먹어야지. 오랜만에 싱싱한 먹잇감을 구했는데, 그냥 죽이면 너무 아깝잖아.”

“보드카는 몰라도, 나머진 살아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수문이도 사람 사냥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좋지 뭐.”

“네?”

“날 죽이러 온 놈들인데. 멀쩡히 살아있는 상태로 네가 데려가면 안 되지. 어차피 죽일 놈들이니, 조금이라도 써먹을 수 있을 때 써먹어야 하잖아. 안 그래?”

박민준의 대답을 듣고.

그가 할 말을 잃었다.

‘그럼 저들은 왜 살려준 거지? 방금 죽은 네 명도 저들과 같은 S등급인데?’

방수열이 속으로 생각하며, 스폐셜 쓰리를 바라봤다.

‘그들 네 명은 박민준 씨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구나. 그래서 저렇게 처리한 거야.’

7등급 괴물 새끼의 훈련용 먹잇감이 되는 것 말고는 다른 이용 가치도 없다는 게 박민준의 판단이지 않았을까?

반면, 제시카 로즈와 블랙 존슨은 집 지키는 개 수준은 된다는 거였고.

그걸 깨달은 방수열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이제는 박민준 씨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전혀 아니었구나.’

다섯 명의 숨통을 끊어놓고, 별일 아니라는 듯.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박민준이었다.

제시카 로즈와 블랙 존슨은 자신들의 결정이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구나. 내가 본 그 누구보다 냉혹한 사람이었어.’

‘살려달라고 빌길 잘했군. 보드카나 저 친구들처럼 나도 괴물의 먹잇감이 될 뻔했잖아? 그건 절대 안 될 일이지.’

엄청난 박민준의 실력에 비해 그의 성격은 조금 느슨하게 바라보던 두 사람이었으니.

이번 일로 강한 경각심을 일깨운 건 분명했다.

“다들 표정이 왜 그래? 무슨 큰일이라도 있었나?”

“아닙니다. 그나저나 밤이 너무 늦었군요. 더는 시키실 일이 없다면,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저놈들에게 이 말만 전하고 그만 가도 좋아.”

“말씀하십시오.”

“경호 일은 내일부터 시작한다. 두 명이 다 필요한 건 아니니까, 순서는 알아서 정하면 된다.”

방수열의 통역을 들은 두 사람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내일부터 당장 경호를 하라니. 우리가 기존에 해오던 일은 어떻게 하란 말이지?”

“그게 싫으면 여기서 당장 당신을 죽여줄 수 있답니다. 그러니, 마음대로 하십시오.”

박민준의 협박을 듣고, 제시카가 바로 꼬리를 내렸다.

“누가 싫다고 했나? 그냥 좀 곤란하다는 거였지. 아무튼, 알았어.”

그녀가 블랙 존슨에게 순서를 물었다.

“야. 네가 먼저 시작해라.”

“가족들에게 금방 돌아갈 거라고 말해놨는데.”

“난 미국에 돌아가서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고. 그것만 마치고 금방 돌아올 테니까, 네가 양보해.”

“흠. 좋아. 하지만 이번에 내가 양보하는 대신, 네가 일주일 더 많이 경호를 서야 한다.”

블랙 존슨의 말이 타당해 보였지만, 그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게 어딨어?”

“싫으면 나도 양보 못 해.”

“그럼, 실력으로 결정하자.”

제시카 로즈의 전투력이 그보다 더 강했다.

굳이 싸워봤자, 질 게 뻔했으니.

이마를 잔뜩 찌푸린 블랙 존슨이었다.

“네가 나보다 강하잖아? 그건 반칙이지.”

“아. 몰라. 난 당장 내일 비행기로 떠날 거니까, 네가 남아. 아니면 여기서 붙든가.”

정말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듯.

무기를 주워드는 제시카 로즈였다.

그걸 본 블랙 존슨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 넌 항상 제멋대로군. 마음대로 해라. 대신 빨리 돌아와야 한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방수열이었다.

그가 박민준에게 결정된 사항을 전했다.

“블랙 존슨 씨가 먼저 경호 일을 시작할 겁니다.”

“그래? 역시 그렇군.”

“네?”

“아무것도 아니야. 수고했으니까. 오늘은 그만 가봐.”

“오늘은이라니? 내일도 절 부를 생각입니까?”

“당연하지. 내가 저놈하고 말하려면 통역이 필요하잖아.”

“아아. 그런 일이라면 제가 따로 통역사를 부르겠습니다.”

“마음대로 해. 대신 네가 믿을 수 있는 인간이어야 해.”

이유를 딱히 말하지 않았지만, 방수열은 다 알 수 있었다.

S등급 헌터 박민준의 집은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비밀이었다.

또한, 그의 집 앞 인공호수에는 7등급 괴물의 새끼가 살고 있었고, 그게 밝혀지면 난리가 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스폐셜 쓰리의 일원 블랙 존슨이 이곳에서 경호 일하는 게 알려질 경우.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언론에서 취재하려고 혈안이 되겠지.’

스폐셜 쓰리 같은 대단한 사람이 겨우 경호 일 따위를 하는 이유가 뭔지.

블랙 존슨이 어떻게 아무 연관도 없던 박민준과 알게 된 건지.

링고 도노반의 실종과 관련된 일인 건 아닌지 등등.

온갖 소문이 떠돌 것이 분명했다.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었으니.

‘입이 무겁고 내가 믿을 수 있는 자가 아니면, 이번 일을 맡길 수 없다.’

생각을 정리한 그가 의지를 다지며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정말 믿고 있는 후배를 보내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제시카 로즈가 방수열과 함께 떠났다.

그를 통해 미국행 항공편을 빨리 얻어내기 위해서였다.

혼자 남은 블랙 존슨은 호텔에 남겨 둔 짐을 챙겨오겠다면서 사라졌다.

박민준도 무려 7명이나 되는 S등급 각성자를 상대해놓고, 아주 개운하다는 얼굴로 집에 들어갔다.

***

일본의 게이트 전담 관리청.

최근 청장인 야마다 장관의 실종으로 침체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장관님이 실종되다니.”

“대체 왜 그분을 찾지 못하는 거지?”

“아니면 찾았는데, 위에서 뭔가 잘못된 걸 알고 숨기고 있나?”

“그럴 가능성도 있지. 우리가 대외적으로는 양지에서 일하지만, 음지의 일도 정말 많이 하고 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임시 청장직을 수행하게 된 이타쿠라 부청장이었다.

그는 최근에 정보원이 획득한 첩보를 듣고, 기회를 얻었다고 판단했다.

그건 바로 필리핀의 7등급 수생 괴물이 새끼를 가졌었으며, 그중 한 놈이 멀쩡히 살아서 한국에 있다는 소식이었으니.

‘임시가 아니라 진짜 청장이 될 기회가 내 앞에 나타났다.’

다만, 그 괴물 새끼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박민준인 걸 알고, 그가 몹시 곤란함을 느꼈다.

‘이런 때 하필이면 특수전담팀이 실종될 게 뭐람. 대체 어딜 가서 다 죽어버린 거야?’

박민준의 괴물을 노리다가 몽땅 죽은 것도 모르고, 그들을 잔뜩 욕한 이타쿠라였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그의 결정은?

‘어차피 내가 새로운 청장이 될 텐데. 이번 기회에 새 팀을 꾸리면 되겠구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한국에 몰래 잠입해서 현존 최강 S등급 헌터라고 알려진 박민준의 7등급 괴물 새끼를 납치해오는 것.

그 일을 해내려면, 일본 최고의 요원들을 선발해야 할 터.

이미 최고라고 알려진 이들이 실종된 특수전담팀이었기 때문에 그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가 밤을 꼬박 새워가며 직접 4명의 요원을 추려냈다.

‘이 녀석들이라면, 이번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무려 S등급 각성자가 포함되고, 나머지 세 명도 A등급인 초호화 팀이 이타쿠라에 의해 완성되었다.

팀장이 된 S등급 헌터 이나즈마가 그의 호출을 받고, 청장실에 도착했다.

“부르셨습니까?”

“휴가 중일 텐데. 정말 미안하네.”

“아닙니다. 청장님을 위해서라면 휴가쯤은 뒤로 미뤄도 상관없습니다.”

아직 임시직임에도 그를 청장이라고 대놓고 부르는 이나즈마였다.

그리고 그 말이 정말 듣기 좋은 이타쿠라였다.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 그동안 막대한 금액의 투자를 아끼지 않은 보람이 있군.’

크게 미소 지은 그가 이나즈마에게 말했다.

“이미 여기 오면서 들었겠지만, 자네가 맡게 된 이번 임무는 우리 일본에 정말 중요한 일일세.”

“그렇겠지요. 살아 있는 7등급 괴물의 새끼라니. 그 내용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그건 정말 극비 사항일세. 자네와 팀원들만 알고 있어야 할 일이야.”

“이런 중요한 일에 저를 믿고 맡겨 주시다니. 목숨을 걸고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그래. 자네가 이번 일에 성공한다면, 내가 크게 한자리 약속하지.”

“어떤 자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죽은 아오야마 겐조의 자리가 공석이지 않나? 그렇지?”

이타쿠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이나즈마는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맞습니다. 그자가 죽은 지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도 대체자를 뽑지 않았지요.”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그 자리에 앉기에 딱 맞는 사람이라는 게 내 생각일세. 어떤가? 자네?”

“저를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좋아. 그럼 반드시 임무에 성공해서 돌아오게. 그럼 아오야마 겐조가 누리던 명예와 부가 자네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니.”

“알겠습니다.”

이전 청장인 야마다 장관이 먼저 첩보를 접수하고 자신이 혼자 독차지하려던 실수를 부하였던 그가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나즈마 또한, 자신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아오야마 겐조의 운명을 따르려 하고 있었다.

겁도 없이 박민준을 건드리는 길을 말이다.

***

인천공항.

가짜 신분증을 들고, 입국장을 통과한 이나즈마와 그의 새로운 부하들이었다.

한미중일 협약에 따라 사전 통보를 하고 입국해야만 한다.

이전에 스폐셜 쓰리에 속한 블랙 존슨과 제시카 로즈도 그래서 개인 휴가라는 명목으로 위장하고 한국에 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공식, 비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즈나마 일행이었으니.

한국은 물론이고, 자국인 일본에서도 그들이 이곳에 온 걸 이타쿠라 임시 청장만 알고 있었다.

“임무는 간단하다. 오늘 밤. 한국의 S등급 헌터 박민준의 집에 잠입. 목표물을 탈취하고, 그대로 일본에 복귀한다.”

이타쿠라에게 무슨 약속을 받았는지.

나머지 A등급 세 명도 의욕이 넘쳤다.

“알겠습니다. 대장님.”

“목숨을 걸고 대장님을 도와 임무에 성공하겠습니다.”

“일본의 영광을 위하여.”

그걸 흡족하게 바라본 이즈나마였다.

“그리고 가능하면, 박민준 그자의 목숨도 끊어놓을 것이다.”

“그것도 상부의 명령입니까?”

“아니다. 내가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다.”

“아…. 그렇습니까?”

미적지근한 반응에 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자의 죽음은 결국, 우리 일본을 위한 일이 될 것이니. 날 믿고 따르라.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 미리 준비해놓은 대포차를 타고 무궁화 마을로 향한 이나즈마 일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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