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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131화 (131/175)

131화

“당신이 세계 최고라면서? 그래서 그냥 한국에 온 김에 만나보려고 한 것뿐이야.”

풋!

대답을 듣고.

통역하기 전.

방수열이 대놓고 비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스폐셜 쓰리를 살리려고 애쓴 장본인이긴 하지만, 오히려 박민준만큼이나 그들에게 강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겁니까? 애초에 한국에 들어온 목적부터 의심스러웠습니다.”

“뭐가 의심스럽다는 거지? 우린 쉬러 온 거야. 휴가 중이라고.”

“뭐. 좋습니다. 한미중일 게이트 헌터 조약법에 의거, 당신들은 위법을 저지른 겁니다. 체포하고 구금 절차를 밟겠습니다.”

“한국 같은 작은 나라의 부장 따위한테 그게 가능한 일이긴 할까?”

“가능합니다. 여기에 나 혼자 있는 게 아니니까요.”

방수열이 말을 듣고.

제시카가 자신도 모르게 박민준의 눈치를 봤다.

‘이렇게 보면 그냥 평범한데. 별로 강해 보이지도 않고.’

그녀가 박민준과 눈을 마주쳤다.

흠칫 놀란 나머지.

고개를 수상할 정도로 획! 하고 빠르게 엉뚱한 방향으로 돌렸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잠시 바라보는 그녀에게 박민준이 말했다.

“좋게 대해서 말을 듣지 않는다면, 더는 어쩔 수 없지.”

“뭐라고?”

박민준이 통역을 해가며 대화할 마음을 버렸다.

이젠 몸의 대화를 시작했다.

“고통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효과적인 언어 수단이지.”

그 말을 듣고,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낀 방수열이었다.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뭔가 말이 안 맞는 것 같은데요?”

“아니면 말고.”

씨익 웃은 그가 손을 내저었다.

으악!

일곱 명의 얼굴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또 움직일 수가 없잖아?’

‘그런데 뭐지? 이 엄청난 고통은?’

‘온몸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다.’

대부분 고통을 참지 못하고 바로 비명을 내질렀다.

참을성이 강한 몇 명도 신음을 몇 초 흘리다가 결국,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인간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극한의 고통이 그들의 몸을 지배하는 동안.

방수열과 박민준은 태연하기만 했다.

박민준이야 본인이 한 일이라 그렇다고 해도.

방수열마저 그의 방식에 이미 익숙해져 버렸으니.

‘저렇게 뻣뻣하게 굴며,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교육도 필요한 법이지.’

그가 박민준을 만나기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생각을 가볍게 하며 흘려보냈다.

한편, 일곱 명이 목이 터지라 비명을 질렀지만, 정작 그들의 주변까지 멀리 퍼지지는 않았다.

가족이 잠자는 시간이라서 박민준이 내공으로 소리를 모두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스폐셜 쓰리 일행에게 영원할 것 같던 고통의 시간이 흐르고.

슬슬 걱정하기 시작한 방수열이었다.

“저렇게 계속 내버려 둬도 되는 겁니까?”

“왜?”

“저러다 혹시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합니까?”

“죽이지 않아. 스스로 죽을 수도 없고. 그러니 걱정하지 마.”

“알겠습니다.”

다시 또 시간이 흐르고.

일곱 명의 눈에서 흰자만 보일 무렵.

박민준이 다시 손을 내저었다.

고통이 사라짐과 동시에.

헉헉!

거친 숨을 몰아 내쉰 네 명이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스폐셜 쓰리의 두 남녀와 비니 모자를 쓴 남자만 정신을 잃지 않았다.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목에서 피가 나는 것 같다.’

그가 블랙 존슨을 노려봤다.

‘우리 7명이면 충분히 저자를 잡을 수 있다고 장담하더니. 저런 놈인 줄 알았으면 그 돈의 두 배를 준다고 해도 여기 안 왔어.’

세계 최고 레벨을 가진 S등급 헌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정말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한 남자였다.

시선을 받은 그가 보드카를 마주 노려봤다.

‘더러운 러시아놈. 기껏 돈을 주고 불렀거늘. 무기력하게 당해? 그래놓고 1,000만 달러를 달라고 한 거야?’

비니 쓴 남자의 이름은 보드카.

잘 알려진 러시아 술이었다.

그게 본명인지 가명인지는 본인만 알고 있었다.

그는 아주 특별한 특기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걸 미처 사용하기도 전에 박민준에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거기. 너희 둘 사귀냐? 사내자식끼리 뭐 그렇게 오래 눈을 마주치고 있어?”

그 말을 듣고 당황한 보드카가 고개를 돌렸다.

기절한 나머지 동료들이 눈에 들어오자,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저런 쓰레기들도 S등급이라고 거들먹거린 건가? 이번 기회에 확 죽어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저 새끼도.’

그는 만약 자신이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자기 손으로 저기 네 명과 블랙 존슨을 모두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박민준 씨를 왜 노린 겁니까?”

방수열이 다시 그들에게 물었다.

이번엔 보드카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금발 샌님이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난 풀어주고, 저놈에게 물어보십시오.”

“블랙 존슨 말입니까?”

“맞습니다. 미스터?”

“한국 게이트 관리국 소속 방수열 부장입니다.”

“아. 언젠가 들어본 이름이군요. 저는 보드카입니다. 혹시 아시려나?”

“물론입니다. 손에 닿는 액체를 술로 만들 수 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내 이름이 보드카인 겁니다.”

“소문으로 듣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신기하군요.”

“여기서 살려주면, 내가 직접 물을 술로 만드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원하면 마실 수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방수열의 대답을 듣고.

순간 표정이 차갑게 변한 보드카였다.

“쳇. 쓰레기 같은 놈한테 괜히 시간만 낭비했군. 저놈은 술을 좋아하려나? 내가 방금 한 말을 네가 좀 전해줘라.”

대답하지 않고, 블랙 존슨에게 향한 방수열이었다.

“당신이 대답해 보십시오. 대체 뭘 어떻게 알고, 박민준 씨를 노린 겁니까?”

그가 뭔가 대답하려는데.

제시카 로즈가 먼저 말했다.

“그걸 말하면 넌 여기서 살아도 앞으로 평생 귀찮아질 거야. 어쩌면 저놈들에게 잡혀서 노예가 될지도 모르지.”

“죽는 것보단 그게 낫지.”

“그렇다면 네 마음대로 해.”

블랙 존슨이 크게 한숨을 내쉬고, 방수열을 올려다봤다.

“내 특기는 공간과 사물의 기억을 읽는 거다.”

“사이코메트리 같은 초능력을 말하는 겁니까?”

“그보다 더 뛰어나다. 딱히 물건을 만지지 않아도, 내가 서 있는 장소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일을 볼 수 있으니까.”

다만, 시간이 많이 흐르면 그의 능력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황급히 서둘러서 비행기 폭발 사건 현장에 방문한 거였으니.

박민준이 한 일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너무 쉽게 자기 동료인 링고 도노반을 죽인 걸 보고, 한국에서 가까운 나라에서 활동하던 S등급 헌터들을 불러 모았다.

그게 보드카를 포함한 5명이었다.

돈을 준다고 약속하거나 과거의 은혜 등을 들먹여서 모은 만큼, 살인 능력은 확실한 자들이었는데.

박민준에게 3분 만에 당했으니.

그가 자조감을 느끼고,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한편, 방수열은 그의 능력에 대해 듣고, 진심으로 놀랐다.

‘세상에 저런 능력도 다 있나? 보드카란 자의 특기도 신기하지만, 저건 정말 대단하다.’

솔직히 말해서 무척이나 탐나는 능력이었다.

“그것참 대단한 능력이군요. 누군가에게는 귀찮은 능력일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여태껏 능력을 숨겨왔던 거다. 예전에 어떤 빌런에게 한 번 들켰다가 정말 죽을 뻔했거든.”

“그런 걸 지금 우리에게 말해줘도 괜찮은 겁니까?”

“그게 아니면? 내가 뭐라고 설명하고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긴, 그런 능력이 아니고서는 박민준 씨가 링고 도노반을 죽인 사실을 알 수 있을 리 없지요.”

방수열이 슬쩍 박민준을 훔쳐봤다.

‘스폐셜 쓰리라 불린 남자가 목숨 걸고 지켜온 능력에 대한 비밀을 저렇게 실토하게 만들다니. 같은 편이라 정말 다행이다.’

박민준이 그의 시선을 받고 눈살을 찌푸렸다.

“저놈들하고 아까부터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난 또 왜 그렇게 보는 건데?”

“저자들이 당신을 노린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그래? 그게 뭔데? 대체 어떻게 알았다고 말했어?”

“제가 데려간 장소에서 과거의 기억을 읽어냈다고 합니다.”

“뭐? 그게 가능해?”

박민준이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모습을 보고, 방수열도 같이 깜짝 놀랐다.

“당신도 그렇게 놀랄 줄 아는 사람이었군요.”

“나도 사람이야. 당연히 놀랄 만한 일이 있으면 놀랄 수 있지.”

“방금 그 표정을 보려면, 저기 보드카라 불리는 사람의 능력에 대해서도 제가 말씀드려야겠군요.”

“보드카? 그거 러시아 술이지 않아?”

“맞습니다. 비니를 쓴 저 남자가 바로 보드카입니다. 손에 닿는 액체를 술로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진짜?”

“네. 저도 소문만 들어왔는데, 저자가 자기 입으로 그렇게 실토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시는 겁니까?”

“왜긴. 당연히 확인해봐야지. 너무 신기하잖아.”

“진심입니까? 방금까지 저들이 당신을 죽이려는 이유를 캐고 있었는데요?”

“이젠 대답을 얻었으니까. 그 정도 여유는 있잖아?”

“아니요. 저들을 모두 본부로 데려가서 감금시켜놓고 그런 일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빡빡하게 굴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아……. 마음대로 하십시오. 어차피…. 아닙니다.”

“어차피 뭐?”

입을 꾹 다문 방수열을 보고 싱긋 웃은 박민준이었다.

그가 성큼성큼 걸어서 보드카를 향해 다가갔다.

영문을 모르는 그가 크게 당황했다.

‘설마 날 죽이려고?’

상대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긴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불안한 그였다.

웃으면서 상대를 죽이는 것 정도는 저기 있는 블랙 존슨이나 그도 즐겨 하는 일이었다.

살인만큼 자극적이고, 짜릿한 일도 드물었으니.

“살려주십시오. 그럼 평생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박민준이 뒤돌아보며 말했다.

“얘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영어 발음이 너무 구려서 아예 못 알아듣겠는데.”

“자길 살려주면, 박민준 씨를 평생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말한 겁니다.”

“그래? 그것도 나쁘진 않겠네.”

“진심입니까?”

“응. 재밌잖아. 물을 술로 바꿀 수 있다니.”

“아아…. 네.”

“너 왜 아까부터 자꾸 말을 이상하게 하냐?”

“제가요?”

“그래. 확실히 말하고, 제대로 끝내. 대충 얼버무려서 기분 상하게 만들지 말란 말이야. 알았어?”

“알겠습니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상황을 지켜보던 조용히 보드카의 눈빛이 달라졌다.

금방이라도 뭘 할 듯.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등을 돌리고,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해? 난 안중에도 없다는 건가?’

그렇다면!

빠르게 몸 상태를 살핀 그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좋았어. 이젠 원래대로 움직일 수 있다.’

보드카가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상태에서 그대로 팔을 쭉 내밀었다.

덥석.

그가 박민준의 발목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흐흐흐.”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박민준이 태평하게 말했다.

“뭐야? 왜 그렇게 웃어?”

상황을 뒤늦게 알아차린 방수열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지금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닙니다. 어서 저놈의 손을 떼어내십시오.”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박민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보드카였다.

그가 눈알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네놈의 발목부터 날려 버려주지. 내 손이 닿은 부위의 모든 피와 체액이 이제 술로 변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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