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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126화 (126/175)

126화

[뉴스입니다. 오후 4시경, 경기도 외곽지역에 외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합니다.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파되었으며, 생존자는 없다고 합니다. 시체의 신원 또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안보 공백 이대로 안전한가? 국적 불명의 스텔스 비행기가 경기도 외곽에 추락. 탑승자 전원 사망…. 밝혀진 사항이 아무것도 없어….]

언론에 추측성 보도가 줄을 이었다.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스텔스 비행기를 타고 몰래 한국에 들어온 걸까?

애초에 스텔스 기능을 가진 비행기는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같은 몇몇 국가에서만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니.

한국의 우방국이든 아니든 간에, 사전 협의 없이 몰래 국내에 잠입했다는 점을 큰 문제로 삼았다.

***

대한민국 대통령 집무실.

잔뜩 상기된 얼굴의 대통령이 목 뒤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다 죽였다고?”

“어.”

“일본과 미국의 장관이 한국에서 죽었어.”

“근데?”

“스폐셜 쓰리라고 불리는 미국의 S등급 헌터도 죽었지.”

“맞아. 내가 다 죽였지.”

“무슨 생각이었냐? 그냥 제압만 할 수도 있었잖아?”

“그랬으면, 제대로 된 처벌도 받지 않고, 자국으로 돌아갔겠지.”

“그러니까 죽였다? 아이고 머리야.”

미국과 일본의 장관 정도 되면, 한국에서 함부로 단독 재판을 열고 처벌하기가 어려웠다.

그걸 꼭 집어 말한 박민준을 보며, 대통령이 두통을 느꼈다.

한편, 박민준을 도와 이번 사건을 덮은 방수열 부장이었다.

그가 눈치를 보다가 앞으로 나섰다.

“각하. 그렇게 걱정하실만한 일은 아닙니다.”

“뭐가 아니야! 자네, 이 친구가 해외에서 사고를 쳤으면 그걸 말렸어야지. 오히려 사기 치는 걸 도왔다고?”

“제가 무슨 수로 말리겠습니까? 그리고 도운 게 아니라 그냥 방관한 것뿐입니다.”

“그게 그거지. 나한테 보고라도 했어야지!”

“그 점은 저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부터 반드시 빠른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대통령은 맨 처음 보고를 받고 자신의 눈과 귀를 믿지 못했다.

박민준이 괴물의 가치를 부풀려서 미국과 일본에 40억 달러로 팔아넘겼다는 걸 알고 기절할 뻔했으니.

그런 상황에서 시간적 여유도 없이.

박민준과 관련한 보고를 또 받았다.

국내에 몰래 들어온 스텔스기가 사실은 일본의 것이며, 그 안에 야마다 장관과 제이크 장관, 그리고 S등급 헌터 링고 도노반이 타고 있었다.

그 목적은 박민준이 은밀히 키우고 있는 7등급 괴물의 새끼를 훔쳐 가기 위해서였고.

그 도둑을 잡은 박민준이 역추적.

경기도 외곽에서 기다리던 장관과 S등급 헌터까지 모두 죽였다.

그 덕분에 목격자는 없지만, 사망한 자들의 신분이 문제였다.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국에서, 일본과 미국의 현직 장관 둘이 동시에 죽었어. 그것도 한국인 헌터에 의해서 말이지. 이걸 어떻게 두 나라에 설명할 거야?”

“안 하시면 됩니다.”

“뭐야?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야? 곧 미국하고 일본이 알고 난리를 칠 텐데. 어떻게 설명을 안 해?”

잔뜩 흥분한 대통령을 향해.

방수열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 스텔스기가 한국에 온 건 일본에서도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어떻게?”

“보통은 자국 비행기를 실시간으로 위치 추적하니까요. 이번에도 알고 있었을 거란 말입니다.”

“그럼 일본 정부가 배후에 있다는 건가?”

“박민준 씨가 사로잡았던 소리노란 자의 말에 따르면 그건 또 아닙니다.”

“소리노? 그건 또 누구야?”

“일본의 특수요원입니다. 전원 각성자로 이뤄진 팀을 이끌었던 자로 이번에 박민준 씨의 괴물을 훔치려다 잡혔습니다.”

“그래서 그놈이 제 입으로 다 말했으니. 괜찮다는 건가? 어떤 미친놈이 그런 걸 사실대로 말해? 거짓말이면 어쩔 거야?”

“거짓말이 아니다. 내가 직접 듣고 판단한 거야.”

마지막 말은 박민준이 불쑥 끼어들며 한 것이었다.

흥분해 있던 대통령이 그에게도 목소리를 높였다.

“야! 진짜 나한테 왜 그러냐? 사고 칠 거면 미리 좀 알려나 주든가. 내가 너 때문에 제명대로 못 살겠다.”

“저 녀석 말대로 걱정하지 마. 그냥 넌 모르는 척하면 돼.”

“실제로 별로 아는 것도 없다.”

방수열이 슬쩍 대화에 다시 합류했다.

“각하께서는 그냥 모르는 일이라고 하십시오. 어차피 급한 건 일본이나 미국일 겁니다.”

“그러니까. 왜?”

“저들이 우리나라에 통보도 없이 몰래 들어온 게 사실이니까요. 그것만 계속 문제 삼으십시오.”

“비행기는? 조사하면 나중에 터졌다는 거 알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스텔스기는 제가 박민준 씨에게 부탁해서 아예 흔적도 없이 박살을 내 버렸습니다.”

“뭐야?”

또 놀란 대통령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방수열이 속으로 뒷말은 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제이크 장관을 죽이라고 한 걸 알면 아주 기절하셨겠는데.’

증거이든 증인이든 간에, 박민준이 전부 부수고, 불태웠다.

그걸 그에게 요청한 사람이 방수열이었다.

사실이 밝혀지면 엄청난 외교 문제로 번질 테니.

아예 아무도 모르게 하자는 것.

그래서 마치 예기치 못한 비행기 사고처럼 생각되도록 일부러 언론에 파편적인 정보를 흘렸다.

자국의 비행기가 한국에 들어간 걸 일본에서도 아니.

그것까지 없던 일로 하거나, 부인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이런 자신의 생각도 모르고 흥분한 대통령을 향해, 방수열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뭘 그리 놀라십니까? 블랙박스고 뭐고 증거가 될 만한 건 전혀 찾지 못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진짜야? 아무것도 찾지 못할 거라고?”

“네. 제 목숨을 걸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제일의 첨단 과학 수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게이트 관리국이 그중 탑이었고.

그곳의 전략실 부장인 방수열은 아까 현장을 조작하면서 확신할 수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누가 와서 조사해도, 여기서 일어난 일은 알 수 없을 거라고 말이다.

마침,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흠. 조만간 한미일 합동 조사단을 꾸려야 할 텐데? 한국은 대충 생색만 내더라도, 미국과 일본은 전문가들이 모두 달려올 거야.”

“그래도 소용없습니다. 박민준 씨가 아주 가루로 만들어놨거든요.”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아닌가? 비행기가 정상적으로 추락해서 폭발한 게 아닐 거로 나올 텐데.”

“상관없습니다. 그걸 누가 그랬는지, 미국과 일본에서는 모를 테니까요.”

자신의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았으니.

박민준이 직접 입을 열지 않는다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방수열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안정을 되찾은 대통령이었다.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나도 좀 안심이 되긴 하는군. 하지만 정말 문제가 없어야 해.”

“진짜로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오히려, 이번 일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면 수리남에서 사기 친 건에 대해서는 비교적 시선이 덜 가게 될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일의 경중이 다르니까.”

“맞습니다. 그건 돈만 관련된 문제지만, 방금 한국에서 일어난 일은 장관 두 명의 목숨에 심각한 외교정치 문제까지 걸려 있으니까요.”

대통령이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대충 상황이 마무리되어가던 그때.

박민준이 그 둘에게 말했다.

“이제 가도 되지. 내가 아직 저녁을 못 먹었거든.”

“야. 너. 지금 밥 생각이 나냐?”

“응. 다 잘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잖아?”

“그건 그렇지.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다 같이 먹자. 방 부방 자네도 괜찮지?”

잠시 눈알을 굴린 방수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습니다.”

“그럼 다 같이 가자고.”

심각하게 시작해서 나름대로 잘 마무리한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렸다.

***

일본 외무성.

대회의실.

외교정치를 담당하는 그곳에 일본의 총리를 포함, 장관급 주요 인사들이 모여들었다.

일본 게이트 전담 관리청에서는 최고 책임자인 야마다 장관이 부재인 관계로 부청장인 이타쿠라가 참석했다.

“애초에 왜 야마다 장관이 탄 스텔스기가 왜 한국으로 향한 거지? 일본으로 바로 돌아오지 않은 이유가 뭔가?”

총리의 질문에 아무도 답하는 이가 없었다.

“답답하군. 아무도 들은 바가 없나?”

몇몇 시선이 이타쿠라에게로 향했다.

그의 상관이 연관된 일이었으니.

뭔가 알고 있지 않냐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도 아는 게 없었다.

‘빌어먹을 야먀다 같으니. 제멋대로 구는 그 인간 때문에 내가 이게 무슨 고생이야?’

속으로 상관을 욕한 그가 억지로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저 수리남에서 계약에 성공했으니, 결제금 25억 달러를 스위스 계좌로 입금하라는 짧은 메시지만 받았을 뿐입니다.”

“뭐요? 25억 달러?”

“네?”

“방금 25억 달러라고 하지 않으셨소?”

“아…. 그게….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정확한 금액은 그게 아닐 겁니다. 저도 모릅니다.”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그를 무척이나 못마땅하게 바라본 총리였다.

‘뭐 저런 바보가 다 있지? 극소수만 알고 있어야 할 대외비를 이렇게 다른 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스스로 까발리다니?’

일본에서는 아직 자신들이 사기당한 걸 모르고 있었다.

수리남 괴물의 실제 가치가 엄청나게 과장되어 부풀려졌다는 걸, 야마다 장관이 말도 하지 않고 한국에서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야마다가 바로 일본에 돌아오지 않고 한국을 경유한 걸 더욱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장관급 인사들이 모였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었다.

총리가 직접 한국의 대통령에게 연락했지만, 그도 아는 게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긴급 현장조사팀을 보내기로 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현장을 철저하게 조사해보면 뭔가 나오겠지. 오늘은 그만 해산하도록 하지.”

다만, 이들은 자국의 스텔스기에 미국의 장관과 S등급 헌터가 타고 있다는 걸 몰랐다.

아마 알았으면, 겨우 이 정도로 회의를 끝내지 않고, 총리인 그가 직접 한국으로 당장 날아가지 않았을까?

자리에서 일어나던 총리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이타쿠라 부청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수리남에 있는 괴물은 정확히 언제 우리 일본으로 가져오는 건가?”

“이미 오늘 낮에 운송팀을 조직해서 파견했습니다.”

“그래? 그건 그나마 다행이군.”

무려 25억 달러를 들인 괴물의 사체였다.

미국이 15억 달러를 거들었지만, 그대로 일본이 더 많은 돈을 썼으니.

미국과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에 앞서.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먼저 조금이라도 더 일찍 괴물을 살펴볼 생각이었다.

***

미국 대통령은 연락이 닿지 않는 제이크 장관 때문에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

그는 일본과는 달리.

수리남의 7등급 괴물이 제값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체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지금쯤 돌아오는 비행기에 타고 있어야 하잖아?”

“계속 알아보고 있습니다.”

제이크 장관이 자국에 알리지 않고, 일본의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향했으니.

당연히 아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아까부터 계속 뭘 알아보고 있다는 거야? 정 못 찼겠으면 링고를 추적해봐. 그도 함께 있을 거 아냐?”

“진작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도 역시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S등급 헌터까지 연락 두절이라는 걸 알고, 대통령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때.

“찾았습니다!”

“뭐?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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