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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119화 (119/175)

119화

미국의 S헌터이자 더원에 이어 이인자로 알려진 링고 도노반이 손을 살짝 들고 말했다.

“돈을 주고 사면 되지 않나? 이게 회의할 일인가? 더원 아니, 아놀드가 여기 있었어도 나처럼 말했을 것 같은데요?”

제이크 장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나도 그걸 고려했다. 하지만 아직 누가 소유주인지 알려지지 않아서 가격을 확신할 수 없다.”

“다른 나라에서 선수를 쳐서 먼저 사갈 수도 있다는 거군요.”

“그래. 담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소 금액인 7억 8천만 달러보다 더 비싸게 사갈 나라가 몇 개나 되었으니까.

혹은 그 두 배로 팔릴지도 모르고.

“답답하네요. 그럼, 헌터와 군인들을 비행기에 태우고 당장 수리남으로 날아가서 강제로 빼앗아버리지요. 그럼 되지 않습니까?”

“자네 미쳤나?”

“아니요. 무력을 써서 먼저 괴물을 차지하고, 그 뒤에 좋게 돈을 주거나 회유하면 그만이지 않겠습니까? 그게 바로 우리 미국의 해결 방법이지요. 세계 최강대국만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 말입니다. 하하.”

한숨을 푹푹 내쉬는 장관이었다.

그때 장관의 부하가 회의장에 급히 뛰어 들어와 뭔가를 알렸다.

“장관님!”

“무슨 일인가? 자넨 지금 내가 회의 중인 게 안 보이나?”

“그래서 바로 온 겁니다. 이걸 말씀드리려고요.”

“그럼 어서 말해봐.”

“지금 막, 이자벨라 대통령이 대리인 자격으로 자길 통해서 괴물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공식발표를 있었습니다.”

“젠장! 그게 사실이야? 그럼 이렇게 회의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7등급 괴물 사체의 진짜 주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신 대리인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접근해서 조기에 거래하는 것도 가능할 터.

제이크 장관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오늘 회의는 여기서 중단한다. 모두 해산.”

그가 황급히 대통령에게 연락했다.

장관의 연락을 받은 그가 깊게 고민하지도 않고, 긴급 예산 사용을 승인했다.

“그 물건이 다른 나라에 넘어가면 돈이 문제가 아니야. 우리 미국이 주도하던 게이트, 헌터 패권이 다른 나라에 넘어가게 되는 거라고.”

“그 말이 맞습니다. 그럼 제가 직접 수리남으로 가서 최소한의 금액으로 계약을 따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왕이면 더원이나 링고를 데려가도록 하게. 그 많은 돈을 쓰는데 잘못되면 안 되잖아?”

“네. 최종 구매전, 현장에서 정말 S등급 헌터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수리남 공화국.

대통령궁에 도착한 제이크 장관과 링고 도노반이었다.

차에서 내린 링고가 건물을 보고 말했다.

“공항은 쓰레기 같더니. 여긴 그런대로 운치가 있군요? 못사는 나라라고 하더니. 여기다 돈을 다 쏟아부었나?”

“자네. 그 입조심 하게.”

“이렇게 가난하고 별 볼 일 없는 나라에서 제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이 나라 사람들을 자극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이자벨라 대통령이 대리인이라는 걸 잊지 말게.”

“그 여자가 엄청 섹시하다고 하던데.”

“자네! 내 말을 듣고 있는 건가?”

“물론이지요. 대놓고 그 여자를 유혹하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네 말고 차라리 다른 사람을 데려올 걸 그랬군.”

“그렇다면 제가 지금이라도 미국으로 돌아갈까요?”

“아니. 그럴 시간이 없어. 그냥 얌전히 있어 주게.”

“네. 장관님 분부대로 하지요.”

못마땅한 얼굴로 링고를 바라본 장관이었다.

그가 마저 주위를 둘러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나저나 이자벨라 대통령이 직접 마중을 나올 줄 알았는데?”

그들을 맞이하러 몇 사람이 나오는 게 보였다.

‘역시나 대통령은 없군. 감히 우릴 무시하는 건가?’

미국의 장관으로서 다른 나라를 갔을 때는 항상 최상급 대접을 받았다.

그 나라의 대통령이나 적어도 그에 준하는 장관급들이 반드시 미리 나왔으니.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게 못마땅한 제이크 장관에게 수리남 측 사람이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미국의 제이크 장관님. 앞서 온 손님들 때문에 대통령님께서 바쁘신 관계로 비서실장인 제가 대신 나온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듣고, 그가 불쾌하다는 표정이 싹 사라졌다.

“우리보다 먼저 온 나라가 많다는 건가?”

“물론입니다. 3개 나라에서 먼저 도착해서 우리 대통령님과 한창 대화 중이시지요.”

“이런.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 어서 안내하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안내를 받아 회의실에 도착한 제이크 장관 일행이었다.

그곳에서 그가 아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중국의 양위몽이군. 프랑스의 마르샹 테리에와 일본의 야마다도 와 있다니.’

당연히 미국보다는 한 수 아래 국가지만, 모두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나라인 건 분명했다.

적어도 7억 8천만 달러 이상을 일시금으로 지급할 능력이 되면서, 동시에 세계 제일의 헌터 강국을 넘보는 나라들이었으니.

‘조금 더 늦게 왔으면 정말 큰일 날뻔했군.’

한편, 미국의 장관인 제이크의 등장을 보고, 세 나라 장관들이 거의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워낙 순식간에 표정을 일그렸다 폈기 때문에 그걸 본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당사자인 제이크는 분명히 봤다.

‘흥. 내가 온 이상, 당신들은 빈손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자벨라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머지 3개국 장관들도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지금 상황을 주도하는 건 수리남의 대통령이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을 맞이한 것에 대해 박민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다.

‘저 강대국의 콧대 높은 인사들이 내 행동에 반응하고 있다. 정말 감동이구나.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역시 박민준 그 사람과 결혼을 해야…….

그녀의 의식이 엉뚱하게 흐르던 그때.

크크 흠.

헛기침하며 주의를 끈 제이크 장관이었다.

“내가 너무 늦게 온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설마 벌써 괴물 소유권이 팔린 건 아니겠지요?”

“당연히 아니지요. 늦지 않게 잘 오셨습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제이크 장관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다행이군요.”

“어서 앉으세요. 마저 대화를 진행하도록 하지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앉는 걸 보고, 이자벨라가 말했다.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관심을 보여주실 줄은 몰랐어요. 그럼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괴물 소유권 판매 경매를 시작할게요.”

“공개 경매였던 겁니까?”

“당연하지요? 최소 7억 8천만 달러를 시작으로 경매에 부칠 거예요.”

제이크 장관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그의 시선이 중국과 일본으로 향했다.

‘빌어먹을. 잘못하면 이거 두 배가 아니라 3~4배까지 돈을 주고 낙찰받게 생겼군.’

프랑스는 야욕이 넘치지만, 최근 경제가 침체에 접어든 터라.

미국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달랐다.

두 나라 모두 미국을 위협할 만큼의 돈을 마구 사용할 수 있었으니.

그렇게 몇 시간을 더 기다리겠다는 이자벨라 대통령을 향해, 제이크 장관이 말했다.

“굳이 다른 나라가 오길 더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지금 와 있는 나라끼리 참가해서 결정짓도록 하지요.”

그의 말을 듣고 3국의 장관들이 모두 찬성했다.

경쟁자를 줄일 수 있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으니.

의외로 이자벨라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좋아요. 다들 원하시는 것 같으니 그렇게 하지요.”

그렇게 공개 경매를 시작하려던 그때.

링고 도노반이 슬쩍 끼어들며 말했다.

“경매고 뭐고, 물건이 확실한지는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여기 온 건데.”

그는 여태 침묵을 지키긴 했지만, 이자벨라 대통령의 몸을 대놓고 훑어보고 있었다.

당연히 당사자인 그녀는 그걸 알고 있었고.

무척 불쾌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자벨라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퉁명스러웠다.

“제이크 장관님도 가만히 계셨는데,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요?”

“당연히 있지요. 내가 그 유명한 링고 도노반이니까요. 미스 이자벨라.”

“날 함부로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링고 도노반 씨.”

“원하신다면.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한편, 각 나라의 장관이 그의 말에 동조하고 나섰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군요. 욕심이 앞서서 물건도 확인하지 않고, 사들일 뻔했으니.”

“지금 바로 확인하면 좋겠습니다.”

“7등급 괴물이 있는 곳으로 바로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이자벨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바로 이동하도록 하지요.”

***

수리남 대통령을 따라 밖으로 나온 이들은 젊은 동양인 남자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저자는 한국의 S등급 헌터 박민준이 아닙니까?”

“왜 저자가 갑자기 동행하는 겁니까?”

“혹시 소문처럼 저 사람이 실소유주인 겁니까?”

동시에 여러 질문을 받은 이자벨레 대통령이 미소와 함께 답했다.

“제가 동행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현장에 아직 괴물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고,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다른 건 말씀드릴 수 없으니까 묻지 마세요.”

“설마 우릴 못 믿으시는 겁니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요.”

“뭐. 알겠습니다.”

그들이 박민준에게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가는 걸 보고.

그녀가 서둘러 말했다.

“네. 그럼 괴물이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바로 가볼까요? 저기 마침 여러분을 위한 차가 도착했군요.”

한편, 링고 도노반은 박민준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놈이 더원보다 더 높은 레벨을 가진 S등급 헌터라고? 별로 강해 보이지도 않는데?’

그는 박민준과 싸움이 붙으면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까지 했다.

그렇다면 박민준은?

그 또한 링고 도노반을 보고 실망했다.

‘겨우 저런 놈이 스폐셜 쓰리라고 불리는 강자라는 건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강 각성자라고 하기에는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저 정도는 실력으로는 앞서 내가 상대한 7등급 괴물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잘해봤자 몇 번 싸우다가 잡아먹히기 딱 좋아 보인다고 할까?

그럼 괴물이 아니라 박민준과 붙으면?

‘당연히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더원이라는 놈은 어떨지 모르겠군.’

물론 박민준이 직접 링고 도노반의 특성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실전은 또 다르겠지만.

‘그래도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두 사람을 두고 먼저 차에 올라탄 사람들이었다.

제이크 장관과 이자벨라가 그 둘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자네 뭐 하고 있나? 어서 이리 오게.”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저와 함께 타고 가요.”

그렇게 여러 대의 차를 나눠타고 거대 여왕개미 괴물의 시체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정말 거대하군. 다른 7등급 괴물과 비교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어.”

“이렇게 큰 곤충형 괴물은 처음 보는 것 같소. 이런 녀석을 인간이 정복하다니.”

압도적인 크기!

그 앞에 선 인간들은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는 걸 느꼈다.

“대단해. 이걸 정말 저자가 혼자 잡았다는 건가?”

“이렇게 보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

모두가 박미준을 우러러봤다.

심지어. 아까는 그를 평가절하한 링고 도노반조차 순간적으로 자기 생각을 바꿀 정도였다.

‘괴물을 이렇게 직접 보니. 감히 나 혼자서 맞서 싸울 용기조차 들지 않는다.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괴물과 연이어 싸워 이긴 거지?’

앞서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걸 깨달으면서도, 애써 자존심 때문에 무시해버렸다.

‘하지만, 괴물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싸우는 건 또 다른 얘기다.’

한편, 여왕개미 괴물이 죽은 지 며칠 되었지만, 어째서인지 보존 상태가 아주 뛰어났다.

“이거 정말 놀랍군요. 이 괴물은 아직도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다니.”

“그러게 말이오. 건조해서 바짝 말라버리거나, 부패가 시작되었을 줄 알았는데.”

침묵을 지키던 일본의 야마다 장관이 괴물에게 다가가 살피다가 눈을 빛냈다.

그가 장관 일행 중에 그 이유를 제일 먼저 알아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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