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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118화 (118/175)

118화

자기 숙소로 돌아온 방수열이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영상 몇 개를 골랐다.

박민준이 찌른 검강을 7등급 여왕개미 괴물이 맨몸으로 막아내는 장면이었다.

“이게 제대로 잘 나왔군. 음. 이것도 괜찮고.”

짧게 편집하고, 화질도 일부러 조금 낮췄다.

그리고 수리남 사람의 계정을 얻었다.

동영상이 의도치 않게 유출 당한 척, 그 계정으로 인터넷에 올렸다.

대한민국 S등급 헌터 박민준과 7등급 괴물이라는 제목으로 올라가서 그런지.

전 세계 사람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았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조회 수 1,000만을 달성했다.

각국 정부에서 동영상을 확인한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수리남의 7등급 괴물 사냥에 성공했다는 게 사실이었군.”

“저 한국의 헌터는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할 일을 연이어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지구 최강이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닌 듯싶은데.”

“그나저나 7등급 괴물의 방어력이 정말 대단하군.”

“S등급 헌터의 에너지 블레이드를 막아내다니!”

에너지 블레이드는 쇠도 자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그런 신소재를 확보하고, 개발하면, 경제와 국방력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일가는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야심을 품고, 거의 모든 서방의 강대국에서 열렬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저 괴물의 시체를 확보할 수 있겠나? 어서 수리남 공화국에 연락을 취해보게.”

“알겠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가난한 수리남 공화국이 현재 처한 사정을 뻔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약간의 경제적 지원 등을 약속하고, 괴물을 강제로 빼앗을 생각들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그 괴물은 우리 수리남 공화국 소유가 아닙니다.”

“아니. 수리남에 나타난 괴물인데. 그럼 누가 괴물 시체의 소유권을 가졌단 말입니까?”

“그건 사정상 따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알아서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수리남 공화국에서 7등급 거대 괴물의 소유권을 가지지 않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한국?

“우리 대한민국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헌터 약소국에 S등급 각성자를 파견했을 뿐입니다.”

“그럼 괴물의 소유권을 어느 누가 가지고 있단 겁니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말해줄 의무도 없고. 스스로 알아보십시오.”

양국에서 부정적인 답변만 듣게 되었으니.

다른 강대국이 그 배후에 있는지 의심 들기 시작했다.

설마 미국이 중간에 선수를 쳤나?

수리남과 경제적으로 가까운 중국일 수도 있겠군.

순식간에 온갖 루머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방수열이 슬쩍 정보를 흘렸다.

그동안의 인맥을 동원해서 은밀하면서도 널리 알렸으니.

각국의 게이트 관련 정보기관에서 거의 동시에 이런 소문이 퍼졌다.

“우리 요원이 개인적으로 얻은 정보에 의하면, 수리남 공화국에 나타난 7등급 괴물의 소유권을 곧 누군가 판매할 거라고 합니다.”

“뭐? 한국도 수리남도 아니라면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해? 대체 어느 나라의 누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거지?”

“저도 그건 확실히 모릅니다.”

“정말 어이가 없군.”

“그러게 말입니다. 대체 한국과 수리남 공화국이 무슨 생각으로 이번 일을 진행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양국 모두 정말 멍청이들이 정치하는 모양이군. 그런 엄청난 가치를 몰라보고,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리다니.”

“혹시……. 아닙니다.”

“아무튼, 누군지 알아내서 최대한 빨리 접근해서 괴물의 시체를 사들이겠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한국 정부와 수리남 공화국의 관계자들이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상황.

그래서 박민준이 거대 여왕개미 괴물의 주인인 걸, 다른 나라에서 추측만 할 뿐. 아직 아무도 확실히 몰랐다.

‘미국의 더원도 자신이 사냥한 괴물을 100% 자신의 것으로 하지 못한다. 아무리 그자라고 해도 혼자 그 괴물의 소유권을 독차지할 순 없겠지.’

누가 최종 소유자인지 모르니.

당연히 각국에서 다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곳이 한국과 수리남의 정부뿐이었다.

“한국의 대통령님. 우리나라와 한국의 친밀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괴물의 소유권 판매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주십시오. 아니면 적어도 공동 연구 개발을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한국 정부는 아무 답변도 드릴 수 없습니다.”

“괴물의 소유권을 가진 개인이 누구인지 밝혀주십시오. 그럼, 수리남의 재건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자금을 저금리로 빌려줄 수도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자와 우리를 연결해 준다면, 막대한 소개비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비밀도 보장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사정하거나 협박과 회유가 끊임없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과 수리남의 대통령은 계속 침묵을 지켰다.

한국의 대통령은 친구인 박민준의 무서움을 잘 알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절대 상대하지 말고, 그냥 모른다고 해. 책임은 대통령인 내가 지도록 하지.”

“아무리 그래도, 무반응으로 일관하면 외교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됐어. 그놈에게 찍히는 게 더 무서워. 외교는 다른 거로 풀면 돼.”

이자벨라는 박민준에게 크게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그를 배신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우리 수리남 공화국과 국민을 위해 대신 그 거대 괴물과 싸워준 사람이다. 어떻게든 의리를 지켜주는 수밖에 없어.’

그런 상황에서 이자벨라 앞에 박민준과 방수열이 떡하니 나타났다.

그녀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죠? 당신들 때문에 우리까지 아주 난리가 났어요.”

“넌 내가 소유주인 걸 다른 나라에 밝히지 않았더군? 이유가 뭐지?”

“당연하지요. 그게 당신이 우리나라에 오는 조건이었잖아요? 괴물의 소유권을 넘겨주고, 비밀을 지킨다.”

대답을 들은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의리를 지켜줬으니. 나도 조금은 보상을 해주도록 하지.”

보상이라는 말에 그녀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뭘 어떻게 해주겠단 인가요? 소유권의 일부를 나눠주기라도 하게요?”

“아니. 그건 안 될 말이지.”

“그럼? 다른 게 뭐가 있는데요?”

“네가 날 대신해서 7등급 괴물을 다른 나라에 넘기도록 해.”

“정말요? 정말 그래도 돼요?”

“응. 그렇게 하면 중간에 충분히 이득을 챙길 수 있잖아?”

“당연하지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수리남 공화국에 내건 조건들이 상당했다.

“그럼. 내가 조건과 가격을 제시하지. 거기에 맞춰줄 수 있는 나라를 찾아서 괴물을 넘겨.”

“하지만 당신이 진짜 소유자라는 걸, 내가 끝까지 밝히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겠죠?”

“그건 당연하지. 귀찮은 건 질색이거든.”

단순히 돈 때문에 찾아올 사람들로 인해, 귀찮다는 건 아니었다.

누가 소유주인지 몰라야 자기들끼리 경쟁하려고 가격이 더 올라갈 테니까.

‘내가 소유주인 걸 알면, 자기들끼리 담합할지도 몰라.’

여러 선진국에서 거대 여왕개미 괴물을 공동구매하고, 그걸 다시 공동연구를 하려는 잔머리를 쓸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누가 주인인지 몰라서 어느 나라에 팔려갈지 모를 때.

그때야말로 가격이 올라간다는 걸.

박민준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세상에서도 그렇게 돈을 벌어봤거든.’

그렇게 이자벨라 대통령을 대리인으로 내세워서, 다른 나라에 전한 조건과 괴물 사체의 가격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여왕개미 괴물의 사체는 나눠서 팔지 않는다. 구매를 원하면 전체를 통째로 사야만 한다.

둘째, 판매 대금을 미국 달러나 금으로만 받을 것이며, 계약서를 작성하고 괴물을 넘겨주는 동시에, 그 즉시 전액을 지급해야만 한다.

분할 지급은 거절한다.

셋째. 환불이나 계약 파기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조건을 명확히 하고, 추후 이 계약에 대해 절대로 문제 삼지 않는다.

넷째. 괴물 사체 전체에 대한 가격은 미화로 최소 7억 8천만 달러다. 금으로 지급할시,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당시 금 시세에 따라 환산해서 계산한다.

엄청난 가치를 지닌 7등급 괴물의 거래 조건은 이렇게 겨우 4가지뿐이었다.

단순하지만, 문제가 될 내용이 있었다.

우선 미화 7억 8천만 달러는 한국 돈으로 대략 1조 원이나 되는 거금이었다.

그걸 갑자기 일시불로 지급할 수 있는 나라가 그리 많지 않았다.

미국이나 일본, 또는 유럽의 일부 선진국 정도만이 가능한 금액이었다.

또한, 계약이 종료된 후 절대 문제 삼지 않는다는 조건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는데.

‘왜 이런 조건을 내건 걸까? 마치 괴물의 시체에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것 같군.’

그렇다고 해도, S등급 헌터의 공격을 가뿐하게 막아내는 영상이 조작된 게 아니라고 밝혀진 이상.

“그렇다면 1조 원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

“아니, 향후 경제적 이익까지 생각한다면, 10조 원을 줘도 전혀 아깝지 않은 물건이다.”

“생각해봐라. S등급 헌터의 에너지 블레이드를 막는 보호복 제작에 성공했을 때의 가치를.”

등등의 판단을 내린 강대국들이었다.

박민준의 계획대로 동영상이라는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것이다.

이젠 다른 나라에 그 엄청난 괴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먼저 차지하려고 서로 다툴 일만 남았다.

***

미국.

중앙 게이트 관리부.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장관 제이크가 긴급회의를 열었다.

“오늘 회의의 주제는 수리남 공화국의 7등급 괴물에 대해서이다. 그 괴물은 우리가 예상한 것 이상의 효용을 지닌 것으로 뒤늦게 파악되었다.”

만약 S등급 헌터의 에너지 블레이드를 막을 수 있는 괴물인 걸 알았다면, 박민준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더원을 포함한 미국의 S등급 헌터들을 총동원.

수리남 공화국의 거대 여왕개미를 사냥하고, 그 처리에 대한 수고비 명목으로 헐값에 사들이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런 좋은 기회를 다른 나라에 넘겼다는 것에 대통령은 큰 분노를 표출했다.

박민준이 괴물과 싸우게 한 장본인이 자신이면서 말이다.

“제이크 장관!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수리남의 괴물이 엄청난 경제적, 과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걸 알았으면, 우리 미국이 먼저 나섰어야지. 왜 그걸 다른 나라에 넘겨. 넘기길.”

“죄송합니다. 미처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다른 나라의 7등급 괴물을 모두 파악해서 다시 보고서를 올리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그 괴물의 사체 전부를 우리 미국이 차지하도록 만들어. 돈을 쓰든, 협박하든, 뭐든 하란 말이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답을 고분고분하게 한 제이크 장관이었다.

하지만 속으로 무척 억울했다.

‘정말 어이가 없군. 자기가 나에게 명령해서 진행한 일을 가지고 왜 이제 와 저렇게 화를 내는 거지? 난들 그 괴물이 그런 방어력을 가진 줄 알았겠냐고?’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대통령이 자신의 상관인 것을.

아무튼, 그런 이유로 회의가 열렸으니.

“지금 상황에서 수리남의 7등급 괴물을 우리 미국이 소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누가 좋은 의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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