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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115화 (115/175)

115화

거대한 괴물의 머리가 먼저 보이더니.

뒤이어 작은 개미 괴물들이 새까맣게 밀려 나왔다.

바글바글.

수천 마리는 족히 되어 보였다.

“어이쿠. 저게 다 뭐야?!”

제법 가까이에서 그걸 보고 기겁한 트럭 운전사였다.

괴물이 나타난 걸 확인하면, 조작 버튼을 눌러서 다음 계획을 진행해야 했는데.

“여기 있으면 죽고 말 거야. 당장 도망쳐야 해.”

폴짝.

그걸 잊어버릴 정도로 놀란 그가 운전석에서 뛰어내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뛰어 사라졌다.

드론을 운영하고 있던 방수열 일행도 재빨리 후퇴해야 했다.

“모두 도망쳐. 계속 여기 있다간 전멸하고 만다.”

“네. 부장님.”

모두가 열심히 뛰면서도 조종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조종이 가능한 최대 거리까지 도망친 뒤.

드론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현장 상황을 파악했다.

방수열이 거대 괴물의 등에 뭔가가 덮여있는 걸 확인했다.

“저놈 등에 무슨 막이 있는 것 같은데?”

한편, 박민준은 7등급 거대 괴물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녀석의 새끼 수천 마리가 그의 주변을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앞에는 어미 괴물, 좌우와 뒤에는 새끼 괴물 수천 마리.

도무지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분명, 위기를 느낄 만도 하건만.

박민준은 무척이나 침착했다.

“여왕개미였나? 그사이 새끼를 많이도 쳤군. 아니면 다른 곳에 또 개미집이 있었나?”

뭐가 되었든 간에.

이젠 별로 의미가 없었다.

수리남에 있는 개미 괴물이 모두 자신 앞에 모여있는 것 같으니.

“그냥 다 죽여버리면 그만이다.”

새끼 괴물은 그냥 무시하고, 제일 강한 여왕개미 괴물부터 처리할 생각이었다.

‘적의 쪽수가 많으면 대가리부터 친다.’

흐~읍!

숨을 깊게 들이마신 그가 크게 발을 내디뎠다.

한 발 한 발.

허공을 밟으며, 거대 괴물의 머리를 향해.

빠르게 공중으로 도약한 그였다.

여왕개미 괴물은 작은 인간이 다가오는 걸 보고 가소롭게 여겼다.

날카롭고 거대한 긴 턱을 이용해서 박민준의 몸을 두 동강 내려고 했다.

후욱!

묵직한 바람 소리와 함께 그를 향해 다가오는 녀석의 턱!

곤충형 괴물이라 그런지.

거대한 크기에 비해서 움직이는 속도가 경이로울 정도로 빨랐다.

크기가 4m나 되어서.

마치 탑처럼도 보이는 적의 위협 앞에서.

박민준이 검강을 발현했다.

녀석의 턱과 비슷한 크기의 빛나는 검을 정면으로 내밀었다.

“그대로 잘게 잘라버려 주마.”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깡! 깡! 깡!

세 번의 거친 금속음이 울려 퍼질 뿐.

녀석의 긴 턱은 그대로 붙어있었다.

박민준의 검은 특별해서 쇠도 두부처럼 자를 수 있다.

거기다 검강까지 발현한 상태였는데.

그게 막혔으니.

박민준도 이번엔 놀랐다.

눈을 살짝 크게 뜨며 중얼거렸다.

“검강을 견뎌냈어? 저놈의 껍데기가 그렇게나 단단하다는 건가?”

녀석의 턱도 아주 멀쩡한 건 아니었다.

자세히 보면 길고 깊은 흠집이 나 있었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는 상처라고 볼 수도 없었다.

검강을 마주해 놓고도 겨우 껍데기 표면만 상했을 뿐.

속살은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정말 놀라운 방어력이네.”

진심으로 감탄한 박민준이 턱 위에 올라탔다.

그대로 달려가며 녀석을 향해 검강을 찔렀다.

이번엔 괴물의 눈 사이를 파고들었는데.

쩡!

무쇠로 된 종을 치는 소리만 들릴 뿐.

검강이 깊게 파고들지 못했다.

그걸 본 박민준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세상에! 뭐 이런 괴물이 다 있어?”

녀석이 검강을 막았지만.

엄청난 고통을 느낀듯했다.

크게 포효하며, 거칠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더니.

파르르.

녀석의 등에서 얇은 막이 펴졌다.

“날개! 저게 뭔가 했는데. 여왕개미라 날개가 달려 있었구나.”

거대한 날개가 움직이고.

괴물의 몸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엄청난 방어력에 하늘을 나는 능력까지.

‘어떻게 이런 놈이 앞서 내가 상대한 괴물들과 같은 7등급이라는 거지? 훨씬 강하기만 한데.’

그건 바로, 지능의 차이 때문이었다.

앞서 문어 괴물과 원숭이 괴물은 상당히 지능적인 놈들이었다.

싸움이나 사냥에서 머리를 아주 잘 쓴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상대하는 괴물은 곤충이라 그런지.

오직 본능에 따라서만 움직였다.

한편, 괴물의 머리에 붙은 박민준이 천근추를 사용해서 버텼다.

요동치는 상황에서 떨어지지 않고 버티던 그가 이번엔 괴물의 눈을 직접 찌르려고 했다.

“설마 눈알까지 단단하진 않겠지?”

빛을 뿜어내는 검강이 녀석의 눈을 찔렀다.

푹!

이번에 제대로 박혀 들었다.

“좋았어!”

고통과 함께.

위기를 느낀 녀석이 드디어 다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앞다리를 사용해 박민준을 노리고 달려들었으니.

‘치. 더 후벼팠어야 하는데 좀 아쉽군.’

껍질에는 검강이 통하지 않는 괴물이라, 다리를 피해서 허공으로 몸을 날린 그였다.

날개가 없는 인간이면, 곧장 땅으로 추락해버릴 텐데.

박민준은 운룡대팔식을 펼쳐서 허공을 밟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걸 본 괴물이 박민준을 한입에 삼켜버리겠다는 듯.

날개를 이용해 움직이며 입을 크게 쩍 벌렸다.

그는 신법을 통해 충분히 녀석의 입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됐다.’

싱긋 미소 짓더니.

곧장, 녀석의 입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아!

드론으로 전투를 촬영하고 있던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번에도 그가 빛나는 검을 휘둘러 괴물을 박살 낼 거로 생각했었는데.

쉽게 끝내지 못하고, 고전하던 끝에.

괴물에게 잡아먹혀 버렸으니.

“어떻게 저럴 수가?”

“그대로 잡아 먹혔어?”

“설마. 이렇게 끝나는 건가?”

다들 안색이 어두워졌다.

오직 두 사람만이 담담했다.

방수열과 이자벨라 대통령이었다.

방수열은 박민준의 검강이 통하지 않는 걸 보고, 속으로 무척 놀랐다.

하지만 뒤이어 그가 스스로 괴물의 입속에 들어가는 걸 보고, 무슨 계획이 따로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자벨라는 대열에서 이탈한 새끼 괴물들을 창으로 죽이면서 박민준을 응원했다.

‘내가 너무 약해서 저 거대한 괴물과 싸우는 그를 직접 도울 수는 없지만, 가만있을 순 없어. 이렇게라도 도와야 해.’

순간.

하늘에서 길고 날카로운 굉음이 들렸다.

“여왕개미 괴물의 울음소리다!”

모두가 같은 걸 듣고, 동시에 고개를 하늘로 쳐들었다.

날갯짓을 멈춘 여왕개미가 그대로 땅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쪽으로 떨어지고 있어!”

“거기! 멍청하게 보고 있지 말고 어서 피해.”

의문 어린 시선을 받은 녀석의 몸이.

쿵!

기어이 엄청난 충격음을 내면서 바닥과 충돌했다.

얼마나 큰 몸집을 지닌 괴물이었는지.

밑에 있던 새끼 괴물 수백 마리가 녀석의 몸에 깔려 죽었다.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미리 피한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지능이 낮고 인정머리도 없는 새끼 개미 괴물들은 동족이 죽든 말든, 어미 괴물이 죽든 관심도 없는지.

소리가 난 방향을 한 번 바라만 볼 뿐.

금방 관심을 버리고는.

오직 피가 담긴 트럭을 향해 서로 앞다투어 달려들고 있었다.

덕분에 땅에 떨어진 여왕개미의 근처에는 살아있는 새끼 괴물이 없었다.

일행 중, 거대 괴물과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은 이자벨라였다.

“진짜 죽은 건가?”

녀석의 죽음을 확인하고자, 그녀가 여왕개미 괴물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순간.

부르르.

괴물의 다리 몇 개가 빠르게 진동하듯, 움직였다.

흠칫

놀란 그녀가 두어 번 뒷걸음질 쳤다.

“아직 살아있어?”

이번엔 괴물의 머리 부근도 살짝 움직였다.

기겁한 이자벨라가 창을 내질렀다.

기를 가득 담은 창이 괴물의 머리에 닿았지만, 살짝 표피만 까질 뿐.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창을 찔렀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하던 중.

녀석의 입이 살짝 벌어지는 게 보였다.

‘표피가 단단하다면, 안에서 속살을 공격하면 되겠구나.’

그렇게 판단한 그녀가 벌어진 입을 향해 뛰어들었다.

엄청난 용기를 가지고 한 행동이었는데.

정작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다.

“뭐야?”

그곳에서 나오던 박민준과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괴물이 아직 살아있어서 움직인 게 아니라, 이분이 나오면서 신경을 건드린 거였구나.’

괴물의 죽음을 확인한 그녀가 길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역시 당신은 살아있었군요. 이럴 줄 알았어요. 몸은 괜찮아요?”

이자벨라가 박민준의 몸을 위아래로 살폈다.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의 그를 보고, 더욱 크게 미소 지었다.

“이렇게 무사하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계속 뭐라는 거야?”

“당신이 이 거대하고 강력한 괴물을 사냥하는 데 성공하다니. 이게 바로 기적이란 걸까요?”

“아니. 뭐라고 떠드는 거냐고? 통역사 어딨어?”

서로 다른 말을 하던 두 사람이 눈을 마주쳤다.

박민준은 바로 시선을 돌려서 주변을 살폈는데.

이자벨라는 그렇지 않았다.

창을 버리고, 박민준을 꽉 끌어안았다.

“뭐야? 미쳤어?”

“당신은 나의 영웅이에요. 아니, 우리 수리남 공화국에 영원히 길이 남은 영웅이지요. 정말 고마워요.”

“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답답함을 느끼던 그가 상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고마움과 애정을 듬뿍 담은 이자벨라의 키스 때문이었다.

당돌한 미녀의 행동 때문에.

박민준이 잠시 움직이지 않고, 멍청하게 있었다.

‘남미가 열정적인 나라라고 하더니. 감사도 이런 식으로 하나?’

몇 초 뒤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크크 흠.

헛기침하며 그녀를 밀쳐냈다.

“나한테 고마워서 이런다는 건 대충 알겠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 갑작스럽잖아?”

그가 빠르게 말을 내뱉고는, 바닥에 떨어진 창을 주워들었다.

그걸 이자벨라의 손에 들려주고,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창을 받아든 그녀가 박민준을 따라나섰다.

7등급 괴물이 죽고, 수백 마리의 새끼 괴물이 죽었다.

하지만 아직 수천 마리의 괴물이 남은 상황.

평소라면 그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절망적이었겠지만.

이자벨라는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앞서 걷고 있는 박민준의 등을 보며, 더할 나위 없는 든든함을 느꼈다.

‘역시 우리 공화국에는 저 남자가 필요해.’

그녀는 여자의 몸으로 혼자 수리남 공화국 최고, 최강의 A등급 헌터이자,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해왔다.

젊은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가혹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견뎌냈다.

누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오로지 혼자 이겨내야 했으니.

그 스트레스가 보통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했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식사해도 자신이 뭘 먹고 있는지.

맛도 느끼지 못할 지경이었는데.

한국에서 온 단 한 명의 남자가 그런 그녀를 구해줬다.

그리고 그녀의 조국을 괴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러니 어찌, 박민준에게 호감이 없을 수가 있을까?

작은 괴물들이 많이 남았지만.

그건 예전의 암울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정말 별거 아니었다.

거대 여왕개미 괴물의 죽음으로 더는 새끼들의 수가 늘지 않을 테니까.

이자벨라의 입속에서 희망이라는 말이 맴돌던 그때.

시선을 느꼈다.

박민준이 자기 뒤를 졸졸 따라오는 이자벨라를 힐끔 돌아보며 말했다.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봐야겠지?”

말이 통하지 않으니.

대답도 듣지 않을 생각이었는지.

이자벨라가 뭐라 말하기 전에 검강을 만든 그가 새끼 괴물들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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