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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103화 (103/175)

103화

“야! 내가 민물호수를 만든다고 너한테 얘기했으면 너라도 말렸어야지. 그냥 진행하게 만드냐?”

“네? 공사가 잘 끝났다고 들었는데요. 갑자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너같이 똑똑한 놈이 문어는 민물에서 살 수 없다는 것도 몰랐어? 내가 깜빡했으면 너라도 생각해냈어야지.”

살짝 흥분한 박민준과는 달리.

방수열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 그것 때문에 전화해서 이 난리를 피우신 겁니까?”

“난리? 너 지금 내 앞에 없다고 말을 그따위로 하는 거냐?”

“그거라면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다 생각이 있어서 그냥 진행한 거니까요.”

“뭐?”

“그 녀석이라면 민물에서도 문제없이 살 수 있습니다.”

“진짜? 그런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제가 며칠 데리고 있으면서 민물에도 넣어봤습니다. 먹이도 이것저것 종류별로 다 줘봤고요.”

“설마 실험을 했다는 건가?”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호기심을 푼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민물에서 살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았어. 애도 멀쩡해 보이니까. 이번엔 그냥 넘어가 주지.”

“감사합니다.”

속으로 아차 싶었던 방수열은 상대가 화를 내지 않자, 속으로 크게 안도했다.

‘당장 여기 와 날 쥐어팰 줄 알았는데. 참 다행이군. 앞으로 더욱 조심해야겠어.’

작게 한숨을 내쉬며, 관자놀이를 주무르는 그에게 다른 질문이 들렸다.

“그런데 얘는 뭘 줬을 때, 제일 잘 먹든?”

“식물은 전혀 먹지 않고, 완전히 육식성이었습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거라면 다 잘 먹는 것 같습니다.”

“죽어 있는 건?”

“먹기는커녕, 아예 건들지도 않았습니다.”

거기다 아직 어린 새끼이면서 사냥본능도 있다고 했다.

죽은 걸 먹으면 편할 텐데.

굳이 살아있는 물고기를 따라다니면서 직접 사냥해 잡아먹는 모습을 보였다.

“알았어. 그럼, 말이 나온 김에, 네가 얘 먹이까지 챙겨서 좀 가져다줘라.”

“제가 말입니까?”

“왜 싫어? 싫으면 하지 말고.”

“아닙니다. 제가 아주 잘 챙겨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감히 싫다고 할 수 없는 방수열이었다.

아쉬운 쪽은 자신이 속한 쪽이었으니까.

대신 모든 비용은 다 영수증 처리할 생각이었다.

‘내가 이 고생을 하는 걸 위해선 알까? 모든 비용을 청구하고, 추가 보너스까지 달라고 해야겠네.’

할 말을 마친 박민준이 전화를 끊으려고 했는데.

방수열이 서둘러 물었다.

“그리고 다음 출국 일정이 잡혔습니다. 15일 뒤입니다.”

“다음? 내가 어느 나라를 갈지 정하지도 않았는데? 네 멋대로 그걸 왜 정해?”

불쾌하다는 박민준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번 필리핀에서 보인 당신의 활약에 대한 소문이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그래서 대통령님께 서로 먼저 자기 나라로 와달라는 전화가 매일같이 계속 온다고 합니다.”

“그래?”

“네. 정말입니다. 그래서 다음 출국을 서두르려는 겁니다.”

“뭐, 내가 잘나서 그렇다는 거니까. 이해해야겠네.”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이번엔 어느 나라를 가실 생각입니까?”

“동남아시아는 한번 다녀왔으니까, 이번엔 멀리 남미 쪽을 가볼까? 거긴 어느 나라가 후보야?”

대답 대신.

타닥탁. 탁탁.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남미 쪽에서 파견을 요청한 나라는 페루, 파라과이, 우루과이, 수리남, 베네수엘라가 있습니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는 괜찮은가 봐? 이왕이면 거기에 가보고 싶었는데.”

“거긴 자체적으로 잘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그 나라들을 가시려던 겁니까?”

방수열이 알고 있기로는 박민준은 남미 쪽에 다녀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굳이 왜 그 두 나라를?

“내가 축구를 좋아하거든. 그 나라에 가서 펠라나 로나우두, 마라도니를 만날 수 있잖아.”

대답을 듣고, 순간 방수열이 당황했다.

“아…. 겨우 그런 이유 때문이라니.”

“왜? 그럼 안 되나?”

“아니요. 안 될 건 없습니다. 파견 국가는 박민준 씨께서 선택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그 두 나라는 제외입니다.”

“내가 해치울 괴물이 없으니까?”

“맞습니다. 그러니 다른 나라를 선택해주십시오.”

조금 긴 침묵이 흐르고.

“기다려봐……. 수리남이란 나라를 내가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거기에 가봐야겠다.”

“어째서입니까?”

“그냥 모르는 나라니까. 신선한 느낌이 들었어.”

“그렇군요. 아무튼, 잘 생각하셨습니다. 지금 그곳은 나라가 망할 지경입니다.”

“괴물 때문에 나라가 망해? 그 정도 상황이 안 좋아?”

“네. 인구가 50만 명도 되지 않는 작고 약한 나라니까요.”

그리고 수리남 역사상 S등급 헌터가 단 한 번도 탄생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아마 이번에 수리남에 가서 박민준 씨께서 그들을 도와주면, 100년은 기릴만한 구국의 영웅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딴 건 상관없어. 아무튼, 거기 가면, 7등급 괴물이 확실히 있는 거지?”

귀찮게 해외까지 갔는데.

겨우 6등급 괴물이면 김이 빠질 게 분명했다.

7등급도 강하지 않다고 느끼는 마당에, 6등급은 잡는 재미마저도 없을 터.

더욱이 경험치도 더 적게 받을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방수열에게서 확답을 들을 수 있었다.

“네. 확실히 7등급입니다. 미국에서 확인했습니다. 괴물의 크기도 상당하고, 수리남의 피해도 굉장하거든요.”

“이번엔 괴물의 위치를 확실히 알아놔. 그래야 내가 가자마자 처리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일주일 뒤에 뵙겠습니다.”

“알았어. 내가 말한 거나 잊지 말고 빨리 준비해줘.”

통화를 마치고.

표정이 밝아진 박민준이었다.

“아들? 무슨 통화를 그렇게 오래 하니?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아니요. 저쪽에서 말이 많아서요. 아무 문제 없어요.”

“그래서, 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수문이는 바닷물이고 민물이고 전혀 상관이 없는 괴물이라네요. 그냥 물만 있으면 된대요.”

“다행이네.”

“네. 그리고 저 15일 뒤에 다시 출국해요.”

“그렇게 빨리?”

“네. 이번에 필리핀에서의 활약을 듣고, 대통령에게 전화가 많이 걸려온 모양이에요. 다들 서로 와달라고.”

아무튼, 그렇게 박민준네 인공 호수에서 살게 된 7등급 괴물의 새끼, 수문이었다.

***

다음 날 오후.

방수열이 보낸 수조 차량이 여러 대 도착했다.

인공 호수에 넣을 수생(水生) 동식물이었다.

당연히 민물에서 살 수 있는 종류였고, 호수의 생태계를 조성하거나, 수문이의 먹이가 될 녀석들이었다.

엄청난 수량을 보고, 그의 가족들은 기겁했지만, 박민준은 흡족했다.

‘역시 똑똑한 놈들에게 시켜야 확실히 일을 잘하는구나. 앞으로 인공 호수 관리도 맡겨야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방수열은 몸에 한기를 느꼈다.

“이상하군. 왜 요즘 따라 간혹 추위를 타고, 몸이 떨리는 거지? 아직 겨울도 아닌데? 진짜 보약을 한번 지어 먹어야 하나?”

***

다음 출국까지.

이제 14일 정도 시간이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평일엔 수문이를 훈련하고, 주말엔 조카를 가르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그가 호수를 워낙 크게 만들었기 때문에 아직 작은 수문이를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이래서는 저 녀석을 훈련시킬 수도 없겠는데? 아예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잖아?”

결국, 박민준이 선택한 방법은, 자신이 직접 물속에 들어가는 거였다.

물속에서 사용하는 무공은 익히지 못했지만, 그 정도 고수쯤 되면 사실, 물 밖이나 물속이나 크게 상관이 없었다.

숨을 쉬지 않고도 10분 정도는 너끈히 버틸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경신법과 천근추, 장법을 활용하면, 아주 자유롭게 물속에서 움직이거나 상당히 빠르게 헤엄치는 것도 가능했다.

당장은 수영복이 없는 관계로.

그가 옷을 다 벗고, 물속에 뛰어들었다.

첨벙.

엄청난 속도로 헤엄치면서 결국, 수문이를 찾아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며칠을 줘도 불가능했을 터.

평화롭게 여유를 부리던 수문이를 손에 쥐고 그가 물 밖으로 나왔다.

박민준이 그 상태로 가족을 불러냈다.

“잠시만 호수 쪽으로 나와주세요.”

평소 말하듯 크기 크지 않게 말했는데.

내공을 담아서 외친 터라.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의 귀에 아주 또렷하게 들렸다.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호숫가에 모였다.

“무슨 일인데?”

“왜 갑자기 불러낸 거야? 별일 아니기만 해봐.”

“아들아. 그거 잡아먹기로 한 거냐?”

가족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그가 수문이에게 소개했다.

“이쪽부터 우리 가족을 소개할게. 아버지, 엄마, 누나. 조카도 있지만 그 애는 나중에 보여줄게.”

그의 행동을 보고, 박민희가 눈살을 찌푸렸다.

“너 미쳤니? 지금 저것한테 우릴 소개하려고 이렇게 갑자기 불러낸 거야?”

“응. 그래야, 우리 가족을 안 잡아먹지.”

“헉!”

“너 말이야. 너무 태연하게 대답하는 것치고 너무 무시무시한 내용이었거든.”

“왜? 이 녀석은 완전 육식성 괴물이라고.”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사람을 잡아먹는다니. 너무 끔찍하잖아?”

“이 녀석이 어느 정도 커지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나 대신 우리 집을 지켜줄 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잘 교육해야 해.”

그 첫 번째가 바로 박민준의 가족에게 덤비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가 수문이를 들고 가족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녀석이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뻗어 장미령을 만지려고 했다.

그 순간.

박민준이 그걸 막고, 퍽!

녀석의 몸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움찔 몸을 떤 녀석이 뻗어가던 다리를 재빨리 회수했다.

잠시 시간을 주고.

이번엔 누나 박민희에게 녀석을 가까이 가져갔다.

이번에도 그녀의 얼굴을 향해 다리를 뻗었고.

짝!

강하게 머리를 얻어맞은 수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 박철수에게 녀석을 들이밀었다.

두 번이나 연거푸 얻어맞았기 때문에, 쉽게 다리를 뻗지 않았다.

흡족한 얼굴이 된 박민준이었다.

“잘했어. 이 세 명은 우리 가족이니까, 절대로 공격하면 안 돼. 아니 아예 만질 생각도 하지 마. 알았어.”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수문이로 하여금, 가족들의 얼굴을 녀석의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이젠 아무리 녀석을 가족에게 가까이 들이대도, 절대 다리를 뻗는 시늉조차 하지 않게 되었으니.

‘역시 말이 안 통하는 짐승의 훈련은 이렇게 해야 빠르다니까.’

일부 동물 애호가를 자처하는 다른 사람이 봤으면 동물 학대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박민준의 가족만 보는 상황.

더욱이 녀석이 무서운 괴물이라는 걸 잘 아는 그들이라.

‘사람을 잡아먹는 7등급 괴물의 새끼. 어려서부터 확실히 훈련해놔야 나중에 우리가 마음 편히 키울 수 있다.’

아들의 교육이 조금 잔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참았다.

더욱이, 수문이는 애완동물 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괴물이었으니.

딱히 법에 저촉될 일이 없었다.

키우는 것 자체가 불법이긴 하지만, 그 역시 게이트 관리국과 대통령의 협조를 얻어낸 상황이라 아무 문제가 없었다.

***

주말이 되고.

조카 채영이가 집에 돌아왔다.

“엄마, 나 왔어.”

전화로만 들었다가, 이제 처음 집에 생긴 인공 호수를 보고.

그녀가 크게 감탄했다.

“이야. 외삼촌이 정말 스케일이 크구나. 설마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입을 떡 벌린 그녀에게 박민준이 다가갔다.

“마침 잘 왔다. 거기 서 있는 김에, 잠시 나하고 뭐 좀 하자.”

“응? 뭘 하려고요.”

대답 대신.

옷을 벗는 박민준을 보고, 그녀가 기겁했다.

“꺅! 외삼촌!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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