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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67화 (67/175)

67화

박민준이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안 돼!”

다른 사람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왜 저러는 건가 싶은 순간.

푹!

서태준의 부하가 눈을 부릅떴다.

심장에서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그대로 쓰러졌다.

한숨을 내쉰 박민준이 맨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커억!

역시나 아무것도 없는데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젊은 다크 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멍청한 놈.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한 거냐?”

싸늘하게 쏘아붙인 박민준이 그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차라리 날 직접 노렸으면, 대응이 더 빨랐을 텐데. 왜 저놈을 갑자기 찌른 거지?’

이번엔 그가 아니라 서태준을 부하를 노리고 달려든 터라.

다크 엘프족의 투명화를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족장도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저 아이가 내 뒤를 따라왔었구나.’

그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상처가 너무 심했다.

그래서 바닥을 기어서 다가가 박민준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틸라크는 족장인 저의 복수를 위해서 저 인간을 죽인 겁니다. 그러니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족장의 내려다본 박민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이 내 계획을 방해했어. 내가 한 놈을 괜히 살려둔 게 아니었단 말이야.”

목을 잡힌 다크 엘프가 그제야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저자를 통해 배후를 캐려고 했던 거였어. 그런데 내가 그냥 죽여버렸으니.’

박민준의 속마음을 틸라크가 전혀 모르고 방해했지만, 어쨌거나 일은 벌어졌다.

그러니 이젠 그에게 죽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살기를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그대로 목이 부러져 죽겠지.

하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의 목이 시원해지는 걸 느꼈다.

박민준이 틸라크를 놓아준 것이다.

순간 어리둥절해서 멍청하게 있는 그와는 달리, 족장이 박민준을 향해 서둘러 감사를 전했다.

“그 아이를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의 공도 있으니. 이걸로 서로 없던 일로 하면 되겠지.”

박민준의 말에 족장이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어떻게 알고 계셨습니까?”

“당연하지. 네 꼴이 그 지경인데, 내가 그 정도도 모르겠냐?”

“우리 다크 엘프에게 이 정도 상처는 별거 아닙니다.”

“그러냐? 아무튼, 네놈이 내 가족을 보호하고 구해줬으니. 나도 이번 한 번은 이 녀석을 살려주겠다. 단지 그뿐이야.”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적이 쳐들어와서 가족을 위협했다.

그걸 막아주고, 시간을 번 인물이 바로 족장이었고.

박민준도 그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더욱이, 엄청난 상처를 입은 그를 보고 있으니.

박민준도 그의 동족을 죽일 마음이 더는 없었다.

족장이 그에게 다시 감사를 전했다.

“당신은 참으로 자비로우시군요. 고맙습니다.”

“됐고. 몸이 그래서 당장 정령술을 가르쳐 줄 수는 없겠네?”

“네. 죄송하지만, 며칠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박민준이 감탄했다.

그가 보기엔 족장의 상처가 상당했다.

인간이었으면 진작 죽거나 몇 달은 요양해야 할 정도.

‘그런데 겨우 며칠?’

박철수와 아내와 딸을 꽉 안았다.

“여보 괜찮아?”

“네. 여보. 저는 괜찮아요.”

“민희야. 너는?”

“저도 괜찮아요. 아빠.”

“정말 다행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했어.”

“아빠. 우리 민준이가 오지 않았으면, 다 죽었을 거예요.”

“그래. 그 말도 맞지. 우리 모두 민준이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어. 고맙다. 우리 아들.”

장미령과 박민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아들. 정말 무서웠는데, 아들 덕분에 살았어.”

“야. 고맙다.”

감사를 전하는 가족을 보면서 박민준도 작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은 찜찜했다.

‘한 놈을 살렸어야, 배후를 캐고 뿌리까지 도려낼 수 있는 건데. 다 죽어버렸으니.’

또 누가 언제 가족을 노릴지.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이 마을까지 이사 온 거였다.

결과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박민준의 고민이 깊어졌다.

‘집에 경호원을 한두 명 둬야겠는데.’

그렇다고 아무나 들일 수는 없으니.

박민준 주변에 마땅한 사람도 없었다.

경호원을 하려면, 적어도 믿을 수 있어야 하고, 실력도 괜찮아야 했으니까.

“그만 가서 쉬어야겠다.”

“방 청소는 내일 날이 밝으면 하자꾸나.”

“근데 계속 이 집에 있어도 괜찮을까요?”

“그러게. 무서워서 당분간 잠도 안 올 것 같은데.”

걱정하는 가족에게 박민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걱정할 필요 없어.”

“그래. 우리 아들이 또 지켜주겠지. 저 이상한 사람들도 있고.”

“여자여,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 긍지 높은 다크 엘프족이지.”

“아무튼, 고마워요.”

고개를 끄덕인 족장이 작별을 고했다.

“우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틸라크.”

“네. 족장님.”

“날 부축해다오.”

“알겠습니다.”

족장이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하자.

틸라크가 그를 안아 들었다.

그들은 족장이 몸을 회복할 때까지 당분간 차고에서 지닐 생각이었다.

그 뒤엔 마신의 구슬을 돌려받고 떠날 테고.

“우리도 이만 가봐야겠다. 민준이 넌 어떻게 할래?”

“여긴 내가 알아서 할게. 다들 가서 쉬어.”

“알았어. 고마워. 아빠, 엄마, 어서 내려가요.”

박민희가 부모를 살피며 1층으로 내려갔다.

혼자 남은 박민준이 창문을 열었다.

시체와 남은 부위를 몽땅 공중에 띄우더니.

그대로 창밖으로 날려 버렸다.

그런데 착륙지점이 자기 앞마당이 아니었다.

바로 옆집이었다.

박민준도 함께 이동해서 홍나은의 집 앞에 시체들을 내려놨다.

그녀의 집 입구를 지키던 요원들이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저게 뭐야?”

“저쪽에서 뭐가 날아와서 떨어졌는데?”

“어서 가보자.”

시체인 걸 알고 깜짝 놀란 그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시체다. 몇 구는 토막 난 것 같아.”

“어서 안에 연락해.”

“잠깐, 저기 누가 또 있는데?”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둡기도 했고.

갑자기 나타난 서태준 일행의 시체에 집중한 나머지.

박민준을 뒤늦게 알아봤다.

“혹시, 박민준 씨?”

“그래. 나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저거 내가 가져온 거야.”

“네? 저 시체들 말입니까?”

“그래.”

“왜 저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단 말입니까? 설마?”

“무슨 생각을 하는 건데? 저거 서태준하고 그놈 부하들이야.”

“서태준이요?”

우르르.

시체 더미로 뛰어간 그들이 서둘러서 신원을 확인했다.

목이 부러져서 기이하게 꺾여있고, 얼굴이 아주 창백했다.

하지만 방금 죽은 탓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으니.

분명 서태준이 맞았다.

“진짜 서태준이야.”

“세상에! 최악의 빌런 서태준이 죽다니.”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어서 본부에 알려야 하는 거 아냐?”

“당연하지. 우선 팀장님에게 보고하고, 본부에도 알리자.”

그렇게 박민준이 서태준을 처단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심지어 그 장소가 GI 그룹 회장의 저택이라는 걸 기자들이 알게 되었으니.

얘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서태준이 GI 그룹의 홍 회장님을 노렸다더라.”

“세상에. 서태준이 노리면 다 죽는 거 아니었어? 설마 홍 회장도 죽었나?”

“아니. 멀쩡히 살아있지.”

“어떻게?”

“마침, 옆집에 박민준이 살고 있었대.”

“대박! 박민준이 이미 전에도 서태준을 잡았었잖아?”

“그러니까. GI 그룹 회장이라 그런가? 운도 억세게 좋다니까.”

“정말 부럽다.”

“왜? 뭐가?”

“부자라서 그런 좋은 곳에 사는 데다, 옆집에 S등급 각성자가 살면 또 얼마나 안전하겠어?”

“하긴, 내가 홍 회장님 같아도, 마음이 든든해서 잠이 절로 오겠네. 분명, 그럴 거야.”

과연 그럴까?

홍 회장은 자기 집 앞에 서태준의 시체가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라긴 했다.

“뭐, 서태준의 시체가 왜 우리 집 앞에 있어?”

“이웃인 박민준 씨가 우연히 놈을 만나서 잡았다고 해요.”

“박민준? 그놈이 잡았다고?”

순간 표정이 썩어들어간 홍 회장이었다.

굉장히 아끼던 물건을 그에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넘겼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왜 그래요. 아빠? 어디 불편하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범죄자 놈이 죽어서 다행이긴 하군.”

“그러니까 말이에요. 박민준 씨는 정말 굉장한 사람인 것 같아요.”

침묵하는 아빠를 향해, 홍나은이 허공을 응시하며 혼자 계속 말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서태준의 부하 중에 투명화 특성을 가진 사람도 있었대요.”

“그래?”

“네. 그러니까 우리 집을 무단침입한 것도 아마 그자들이었는지도 몰라요.”

다크 엘프의 존재나 마신의 구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홍나은이라.

그녀는 당연히 서태준이 자기 집을 노리고 들어온 범인이라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게이트 관리국에서는 서태준이 이번 일의 범인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홍 회장 집 사건을 초기부터 지휘한 소치원은 사건이 해결되고 제일 기뻐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거 다행이지 않나? 박민준이 옆집에 살지 않았다면, 어떻게 서태준을 잡았겠어?”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일이 아주 잘 풀렸어.”

“당분간 한시름 놓을 수 있겠네요.”

“어디 그뿐이야? 우리 팀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거지.”

“그렇네요.”

그렇게 GI 그룹 회장댁 사건이 아주 자연스럽게 서태준 일당의 짓으로 마무리되었다.

덕분에 다크 엘프는 모두의 관심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다크 엘프들이 저지른 모든 잘못까지도 죽은 서태준이 안고 이승을 떠났으니까.

***

병원에 있던 백호 길드장 주희철도 의식을 되찾았다.

TV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를 공격하고, 백호 길드원을 죽인 게 다크 엘프의 짓이 아니라, 서태준 일당의 악행인 걸로 말이다.

그는 아예 다크 엘프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오히려 서태준이라 자신과 부하들이 당한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서태준이었어. 그놈이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내 부하들을 죽인 거야.”

병문안 온 동생 주희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형님. 그러니, 너무 분해하지 마십시오.”

“아니. 너무 화가 난다. 같은 A등급인데, 내가 그놈에게 졌다는 말이잖아.”

“형님. 상대는 대한민국 최악의 빌런 서태준이었습니다. 이렇게 살아남으신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하신 겁니다.”

동생의 말에 대답 대신.

입을 일자로 굳게 다문 주희철이었다.

한참 동안 TV만 보던 그가 동생에게 말했다.

“네가 나 대신 그자를 찾아가 감사를 전해라.”

“누구요?”

“누구긴. 박민준이지.”

“아! 그렇군요. 죽은 길드원들의 복수를 대신에 해줬으니.”

“괜히 어설프게 사례하지 말고, 은혜를 제대로 갚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잘하겠습니다.”

“그래. 나도 몸이 괜찮아지면, 그를 따로 찾아가겠다고 전하고.”

“알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형 대신 박민준을 찾아온 주희준이었다.

그에게 당했던 옛 기억 때문에 껄끄럽긴 하지만, 길드장의 부재로 인해 그가 직접 올 수밖에 없었다.

“네놈이 여긴 웬일이냐?”

“길드장인 형을 대신해서 감사를 전하기 위해 왔습니다.”

“감사? 나한테?”

“네. 우릴 대신해서 서태준과 그놈의 부하를 전부 처단해 주셨으니. 당연히 감사드려야지요.”

“너희도 서태준하고 악연이 있었나?”

“이번에 홍 회장님 사건의 범인이 서태준이지 않았습니까? 다 알면서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아. 그래. 그렇게 되는 거였군.”

사실 박민준은 서태준의 시체를 쉽게 처리하고자, 그냥 가까이 있던 게이트 관리국 요원에게 떠넘긴 거였다.

그러지 않으면, 직접 그 많은 시체와 조각을 가지고 본부까지 가거나, 누가 치우러 올 때까지 자기 집에 보관해야 했으니까.

어쨌거나 그 덕분에 박민준이 GI 그룹 홍 회장을 지켜줬다는 소문이 퍼졌고.

그의 위상도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갔다.

한편, 주희준이 그에게 검은 가방을 건넸다.

보통 손가방이 아니라, 크기가 제법 컸다.

“이걸 받아주십시오.”

“그게 뭔데?”

“감사의 의미로 준비했습니다.”

가방 안에는 돈이 들어있었다.

다크 엘프들에게 죽은 백호 길드원이 11명.

그래서 대신 복수해준 대가로 인당 2억씩, 총 22억을 줬다.

박민준은 돈다발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응? 갑자기?”

“형님께서 대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나중에 몸이 나으면 직접 찾아뵐 거라고 하셨고요.”

“그래? 주면 받긴 하겠는데. 그놈은 오지 말라고 해.”

“어째서 말입니까?”

“돈을 받았으면 됐지. 귀찮게 또 뭐 하러 만나? 이거면 충분해.”

“알겠습니다. 우선은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

백호 부길드장 주희준이 떠나고.

손님이 또 찾아 왔다.

최신형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타고 왔는데.

“여긴가? 과연 그자에게 어울리는 집이긴 하군.”

중얼거리며 차에서 내린 그가 초인종을 거침없이 눌렀다.

띵!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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