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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60화 (60/175)

60화

그걸 보고 의아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오작동일 가능성도 있으니.

‘아무것도 없는데 켜진 걸 보니. 그냥 오류였나 보네.’

그냥 무시했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흐르고.

딸의 방에 찾아온 홍나은의 부모였다.

안색이 너무 좋지 않은 모습이었고, 그들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나은아. 너 괜찮니?”

“뭐가요?”

“아니. 그게.”

뭔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엄마와는 달리, 그녀의 아버지는 심각한 눈빛이었다.

“괜찮은 것 같으니. 그만 내려갑시다.”

“아빠 말이 맞아요. 전 괜찮아요.”

“그래 보이는구나. 어서 다시 자라.”

이상한 느낌이 든 그녀가 부모를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자신이 본 걸 말했더니.

크게 한숨을 내쉰 아버지가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방금 우리 집에 침입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침입자라니? 설마 도둑이에요?”

“아니. 딱히 뭘 훔쳐 간 건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보이지 않는 뭔가가 집안 곳곳을 뒤진 흔적이 있었단다.”

그녀가 본 것처럼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집을 헤집고 다녔으니.

너무 무섭고 두려운 홍나은과 그녀의 부모였다.

그녀의 말을 들은 박민준의 표정이 달라졌다.

전혀 관심이 없는 상태였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라니?’

그가 종합병원에서 상대한 적 중에서도 그런 능력을 보인 자가 있었다.

남길영을 노리고 온 전문 암살자들.

물론 남길영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출하기 위해서 왔었긴 하지만, 갑자기 그놈들이 떠올랐다.

“더 자세히 말했으면 좋겠는데.”

박민준이 자기 얘기를 귀담아들어 준다고 느낀 걸까?

그녀가 기쁜 마음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마을 전담 경찰에 신고하고, 게이트 관리국에도 연락했어요.

조용히 처리해달라고 미리 말했는데.”

홍 회장댁인 걸 알고, 결국 난리가 났다.

마을에 있던 경찰이 전부 다 오고, 게이트 관리국에서도 요원 2명을 급히 보내줬다.

“어젯밤 침입자가 들어왔다고 하셨는데. 맞습니까? 회장님?”

“그래. 맞네.”

“저희가 CCTV를 모조리 돌려봤는데, 찍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럴 리가?”

“혹시 싶어 집안과 주변까지 흔적을 찾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발견된 게 없었습니다.”

우선 경찰의 입장은 집안사람들의 착각이나 오해라고 판단 내린 듯했다.

홍 회장은 그게 불만이었다.

그래서 경찰이 집안을 더 살폈다.

역시나 침입자의 흔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회장님께서 그냥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그냥 별거 아니라는 상대의 태도에 홍 회장은 화가 났다.

“아니 그럼, 사람이 아니라 유령이 그랬단 말인가? 버젓이 집안을 뒤진 흔적이 보였다니까.”

“글쎄요. 우선 경찰인 저희가 보기에는 우선 침입의 증거가 없단 말입니다. 마침 저기 게이트 관리국 요원분들도 오셨으니. 저분들도 따로 더 조사하시겠지요.”

“흠. 알았네.”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경찰이 떠나고. 게이트 관리국 요원이 합세했다.

소치원과 지민경을 만난 홍 회장과 가족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지나간 것처럼 1층 입구 불이 켜졌단 말이지요?”

“맞아요. 제가 똑똑히 봤어요.”

“흠. 단순히 기계 오류일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이상하게 여길 만도 합니다.”

“센서 오류가 아니에요. 부모님도 비슷한 시간에 인기척을 느끼고 깨셨다니까요.”

“인기척이요? 누굴 보긴 봤습니까?”

홍 회장 내외가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 누굴 본 게 아니라, 뭔가를 찾아 뒤지는 듯,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거예요.”

“결국, 두 분도 직접 본 건 없다는 말씀이군요. 그럼 잃어버린 물건은 뭡니까? 보석, 아니면 회사 기밀?”

바로 고개를 저은 홍 회장의 아내였다.

“뭘 잃어버렸는지 딱히 모르겠어요. 뭐가 워낙 많은 데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요즘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고.”

홍 회장도 모른다고 말했다.

“역시 나도 잘 모르겠군.”

“그렇습니까? 흠. 우선 이웃 주민들을 조사해 봐야겠군요.”

“이웃을?”

“네. 그분들이 뭔가 봤을 수도 있으니까요.”

한편, 뭘 훔치려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아버지를 보며,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느낀 홍나은이었다.

‘뭐지? 아빠가 뭐가 두려워서 가족인 우리에게까지 도둑맞은 물건을 숨기는 걸까?’

경찰과 게이트 관리국 요원이 다녀가고 그날 밤.

어제와 똑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

분명,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

누군가 집안에 들어와 물건을 만진 흔적이 남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침입자들이 조심한 모양이지만, 홍나은은 달라진 물건의 위치를 일부러 기억하고 있었다.

거실과 안방의 큰 액자가 0.5mm 정도 기울어졌다.

하필이면 두 곳 모두 다 그림 뒤쪽에 금고가 숨겨진 장소였다.

첫날에는 침입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었고.

‘그럼 첫날에 원하는 걸 찾지 못해서 어젯밤에 또 우리 집에 들어왔다는 건가?’

이번엔 그들이 물건을 훔쳐 갔을까?

아버지 홍 회장의 표정을 살핀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확신했다. 어제와 변함없는 모습이었으니까.

‘경찰이 다녀갔는데도, 또 와서 뒤지다니. 이러다 우리 가족까지 노리는 건 아닐까?’

대책을 세우고자.

그녀가 아빠에게 물어봤지만, 역시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엄마와 나에게 뭔가 숨기시는 게 있으신 거죠?”

“그런 거 없다. 도둑도 그날만 들어왔을 뿐, 어제는 괜찮았지 않니?”

“아니요. 누군가 또 들어와서 집을 뒤적거렸어요.”

흠칫 놀라는 홍 회장을 보고 그녀가 박민준의 얘기를 꺼냈다.

“얼마 전에 옆집에 새로운 가족들이 이사 왔다고 했잖아요?”

“그랬나?”

“네. 그게 바로 박민준 씨의 가족이었어요.”

“누구?”

“대한민국 세 번째 S등급 헌터 박민준이요.”

“아아. 그 사람. 우리 옆집에 산다니 신기하긴 하구나.”

“그래서 말인데. 그분에게 부탁할까 봐요.”

“그건 아닌 것 같구나.”

“왜요?”

“잃어버린 물건이 없는데. 왜 쓸데없이 일을 키우려고 해?”

“혹시라도 침입자가 원하는 물건을 계속 못 찾으면 그땐 저와 부모님을 노릴지도 몰라요.”

“그런 걱정은 하지 마라. 안 그래도 내가 어제 백호 길드장에게 따로 요청해 놨다.”

“그래요?”

“그래. 당분간 백호 길드에서 우리 집을 보호해 줄 거야.”

백호 길드라면 믿을 만하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헌터 집단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왠지 박민준이 더 믿음이 갔다.

겨우 한 번 만났을 뿐인데?

이상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고, 볼 때마다 안정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강자의 여유로 볼 수도 있고.

그냥 그녀의 착각일 수도 있었다.

“흠. 우선 알았어요.”

“우선? 넌 그냥 가만히 쉬다가 미국으로 돌아가. 정 불편하면 오늘 바로 떠나도 좋고.”

“아빠!”

“그럼, 이만 출근해야겠구나.”

그렇게 부모가 집을 나서고.

혼자 남은 홍나은은 불안감을 느꼈다.

그녀의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조차 함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일하는 사람이 제법 많으니.

그중 한두 명은 침입자와 한패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최근에 이사 온 분들을 더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찾아왔어요.”

“나은 양이 우릴 믿어주니까 좋긴 한데. 아무리 우리 민준이라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뭐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장미령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말이 맞아요. 흔적도 남기지 않고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는데. 뭘 어쩔 수 있을지.”

홍나은이 박민준의 얼굴을 살폈다.

그가 당황하거나 자신 없어 보이는 표정이 아니라는 걸 알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민준 오빠는 뭔가 방법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죠?”

끄덕.

고개는 끄덕였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네?”

“잃어버린 물건도 없다면서? 백호 길드에서 와준다고도 했고.”

“그건, 그래요.”

“내 조카가 있어서 거기에 가 봤는데. 길드장이 제법 똘똘한 놈이더군. 그놈이라면 충분히 잘 해낼 거야.”

“정말요?”

“그래.”

그가 기억하는 백호 길드장 주희철은 과감하고 상황판단 빨랐다.

박민준의 실력이 자신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걸 깨닫고, 바로 길드를 넘겨주겠다면서 영입하려고 들었으니까.

물론 박민준을 영입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그런 결심을 순간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의 거절에 홍나은이 실망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박민준의 가족들도 아들이 끼어들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딸이자 손녀인 김채영이 백호 길드에 속해 있었으니.

그런 상황에서 굳이 외삼촌인 박민준이 중간에 끼어들어 나서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했다.

박민준이야 남의 눈치를 안 보는 사람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조카 회사의 밥그릇을 외삼촌이 빼앗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제가 괜히 와서 부탁드렸나 봐요. 이만 가볼게요.”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나은 씨. 하지만 백호 길드에 내 딸아이도 있으니까, 아마 잘할 거라 믿어요.”

박민희가 위로했지만, 별로 도움은 되지 못했다.

홍나은이 떠난 뒤로도.

계속 대화를 나눈 박민준의 가족이었다.

“나은 양의 집에는 대체 뭐가 있는 걸까?”

“저런 대기업 회장댁을 노리다니. 분명 엄청난 가치의 보석이지 않을까요?”

“맞아, 주먹만 한 크기의 다이아몬드일 수도 있겠네.”

모녀의 대화를 듣고, 박철수가 고개를 저었다.

“굳이 보석 따위를 훔치려고 저러는 걸까?”

“보석을 노리지 않으면요?”

“애초에 눈에도 보이지 않는 빌런이면 굳이, 홍 회장댁을 노릴 필요도 없잖아? 보석이 저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듣고 보니 그렇네요.”

보석이 아니면 대체 뭘까?

***

그날 저녁.

홍나은의 집.

백호 길드에서 보낸 헌터 12명이 마당과 집안에서 대기했다.

GI 그룹 회장이 부탁한 것치고는 많지 않은 숫자라 느낄지 모르지만, 인원 구성을 보면 결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길드장 본인을 포함해서 A등급 헌터 6명과 탐지 특성의 B등급 헌터 두 명이 함께였고, 나머지도 전부 특성을 가진 B등급 헌터였으니까.

어지간한 빌런은 제대로 힘도 못 쓰고 제압할 수 있는 팀 구성이었다.

퇴근한 홍 회장이 주희철에게 감사를 전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회장님.”

“그러게. 한 3년만인가?”

“네. 얼추 그 정도 되겠네요.”

“자네가 직접 와주다니. 내 마음이 아주 든든하네.”

“회장님이 직접 부탁하셨는데, 어찌 다른 사람을 보내겠습니까? 다른 일이 있더라도 제가 꼭 와야지요.”

“고맙네.”

홍 회장을 상대하는 주희철이 너무 저자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거긴 다 사정이 있었다.

성공한 모든 조직이 그렇듯이.

백호 길드도 처음엔 소수 정예로 구성된 그저 그런 길드였다.

조직 운영에는 자금이 필요하고, 작은 길드라고 해도 돈으로부터 자유로 울 수 없었다.

그때, 주희철의 싹을 알아본 홍 회장이 투자를 아끼지 않았었다. 백호 길드에서 잡은 괴물을 제대로 값을 쳐주고 사들이고, 거의 무이자로 원하는 만큼 자금도 빌려줬으니.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헌터 길드로 성장한 백호지만, 주희철은 어려웠던 시절을 결코, 잊지 않았다.

지금도 그와 잘 지내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홍 회장에게, 그때 받은 도움에 보답할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에 오히려 기뻐했다.

“그만 들어가 쉬십시오. 이제부터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럼 자네만 믿겠네.”

홍 회장 내외가 방으로 들어가고.

의지를 다진 주희철이었다.

“회장님이 아직 잃어버린 물건이 없다고 했으니. 놈들은 오늘도 반드시 이곳에 올 거다. 그러니 다들 긴장을 놓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자정 무렵.

어두운 그림자가 다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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