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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51화 (51/175)

51화

주변 모두의 박민준에게 향했다.

“그러고 보니. 건물 밖에서 잡아둔 놈이 하나 남아있어.”

“네? 그자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박민준이 숲속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쓰러진 울타리 너머 수풀에 있을 거다.”

“감사합니다. 애들아. 가자.”

잠시 후.

요원들이 석상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를 들고 돌아왔다.

“이 사람, 몸이 완전히 굳어 버렸습니다.”

“숨소리도 이상한데요?”

대화를 들은 박민준이 나서서 손을 썼다.

점혈을 풀어주자, 지쳤다며 바닥으로 쓰러진 남자였다.

“아이고.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네. 지금이라도 잊지 않고 풀어줘서 고맙다.”

박민준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는 남자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마 지원 온 사람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면, 그를 숲에 버려두고 집까지 갔을지도 몰랐다.

물론, 나중에는 생각이 났겠지만, 아마 귀찮아서 다시 돌아오지는 않았을 터였다.

점혈된 상태로 오래 있으면 불구가 되거나, 죽을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이 방금 죽다 살아난 것도 모르고.

남자는 그저 몸을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기뻤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렇게 널브러진 상태로 시간을 벌다가 마력을 회복하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생각으로만 끝났다.

철컥.

곧장 그에게 능력을 제한하는 수갑을 채웠으니까.

‘빌어먹을. 이러면 도망칠 수도 없잖아.’

박민준이 챙긴 연구자료 백업.

눈에 액체화 피 폭탄이 심어진 김철진.

그리고 파괴된 연구소에서 일했던 남자까지.

불법 연구 증거와 증거물, 증인까지.

박민준 혼자 완벽하게 일을 마무리했다.

그걸 나중에 알게 된 경기지부장과 국장이었다.

“국장님. 정말 대단한 사람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S급이라고 해도 혼자서 그런 일을 해내다니.”

“흥. 자네. 그자에게 별로 좋은 감정이 없지 않았나? 언제부터 그자의 열렬한 팬이 된 거지?”

국장의 말에 지부장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요? 물론 예전에 잠시 기분 나쁜 일이 있었지요.”

“지금은 정말 아니란 말인가?”

“네.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가 제 부하들을 구하고, 제 구역에 생긴 문제를 빨리 해결해 줬으니. 이젠 그저 고마울 따릅니다.”

국장도 이번 사건에서 박민준이 혼자 활약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슬쩍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상황을 듣고, 그도 박민준을 칭찬하고 나섰다.

“정말 대단하군. 건방질 만도 해.”

“네?”

“그렇지 않나? 경험도 거의 없는 신입 각성자가 비밀리에 연구하던 정체불명의 단체를 박살 내고, 실종된 팀장급 헌터 공무원까지 구하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지.”

새로운 영웅의 탄생은 국민 대다수가 반기를 일이었다.

“그……. 그렇군요. 각하 말씀이 전부 맞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내일 방송사를 전부 불러모아야겠어.”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이번에 있었던 일 하고, 지난 오산역을 합쳐서 박민준에게 감사패를 줄 생각이네.”

“그자에게 감사패를 준다고요?”

“당연한 일이지 않나? 최근에 이 정도로 활약한 헌터가 또 어딨다고?”

“맞습니다. 그렇긴 한데.”

떨떠름한 표정의 국장을 향해 대통령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렇긴 한데는 무슨. 당장 내 말대로 진행하게.”

“알겠습니다.”

“내일 그자의 집에 내가 직접 찾아가서 한국에서 새로 등장한 S등급의 존재를 모두에게 알리고, 감사패를 전할 거야. 그걸 생중계하는 거지.”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지만, 계속 듣고 보니, 모두 옳은 말이라.

감히 대통령의 명령에 계속 토를 달지 못한 국장이었다.

옆에 있던 비서실장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국장님은 바쁘실 테니. 박민준 씨를 만나는 일 말고, 나머지는 제가 연락을 취해서 빨리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경호실장이 혼자 반대했다.

“이렇게 갑자기 외부 일정을 잡으시면, 경호에 구멍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내가 자네를 믿고 있어.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

“감사한 말씀입니다. 제 목숨을 걸고 각하를 반드시 지켜드리겠지만 역시나 경호에…….”

대통령이 뭔가 더 말하려는 그의 입을 막았다.

“그만 됐네. 내일 내가 직접 박민준의 집에 찾아가는 거로 하고, 늦었으니. 이만 마치도록 하지.”

***

한편, 화성지부 연구소장 노길상을 기다리던 중년 남자가 있었다.

백업을 마치고 나면, 곧장 보고를 올릴 줄 알았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이, 연구소의 폭탄이 작동했다는 알림을 먼저 받다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누가 말 좀 해보겠나?”

중년 남자의 말에 아무도 답하는 이가 없었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실수로 입을 잘못 놀리면, 당장 목이 날아갈 판이었으니까.

태백지부 같은 경우, 몬스터의 유전자를 조작하고, 조종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그걸 책임지던 소장이 멋대로 연구물을 외부에 노출했고.

태백 길드와 백호 길드의 요원을 건드렸으니.

성과는 매우 훌륭했다.

하급 몬스터로 정예 길드의 헌터들을 순조롭게 잡아냈으니까.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남자에 의해 연구물인 괴물을 대부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태백 연구소를 잃은 지가 얼마나 지났다고.

그보다 더 막대한 투자를 하고, 더 많은 시간을 쏟은 화성 연구소가 통째로 폭발해서 날아가 버렸으니.

다행히 중간에 정체불명의 남자가 박민준이란 걸 알아냈고, 그의 실체를 파헤치는 일은 진작부터 진행 중이었다.

“S등급으로 추정된다니. 이것 참. 놀랍군.”

“소문엔 그가 20년 동안 다른 차원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가족으로 부모와 누나, 조카가 있다고 합니다. 그중 조카는 태백에 파견된 백호 길드원 중 유일한 생존자라고 합니다.”

“조카를 구하기 위해서 태백 일을 망치게 된 게 확실합니다. 우리 일을 미리 알고 막을 의도는 없었을 겁니다.”

“이번 화성 연구소의 일도 남길영이 데려온 그 김철진 헌터 공무원 때문에 그가 관여한 거로 밝혀졌습니다.”

보고를 받은 중년 남자가 허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 엄청난 자가 나타났는데. 우리가 여태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했다고?”

더군다나, S등급의 강자가 아주 우연히 자신들과 계속 엮였으니. 그저 운이 없다는 말로 표현해도 되는 걸까?

앞으로 또 엮이지 말란 법도 없을 텐데?

“죄송합니다. 저희도 워낙 바빠서.”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이럴 때 더 조심해야 하네. 우리가 무너지면, 지구도 끝이야. 그걸 자네들도 잘 알지 않나?”

“명심하겠습니다.”

침묵을 지키는 중년인을 향해 누군가 건의했다.

“그 박민준이란 자를 제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가? 자네가?”

“물론 제가 해야지요.”

“잠시 생각해보도록 하지.”

잠시라고 하더니.

실제로는 한참을 고민한 그였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좋아. 자네라면 믿을 수 있겠지. 대신, 실패하면 다신 그 자리에 앉지 못할 걸세.”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다 고려하고 제안한 겁니다.”

“좋아. 그럼 최대한 빨리 처리하도록.”

“감사합니다.”

“아 참. 그 남길영이란 자는 어떻게 할까?”

“의외로 그자는 우리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그런가? 그럼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좋다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우릴 배신하고 화성 연구소의 위치를 말했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요.”

“그럼 그 일은 누가 할 텐가?”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아까 박민준을 죽이겠다고 말한 자가 슬쩍 손을 들었다.

“그 일 역시 제가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저를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자네가 고생이 많은 거지.”

“다 인류를 위해서 노력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 자네 말이 맞네. 인류를 위해서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뭐가 인류를 위한 일인지 아직은 몰라도.

작은 희생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악업은 물론이고, 타인의 생명마저 아무렇지 않게 거두는 그들이었다.

***

다음 날 오전.

“삼촌! 여태 자고 있으면 어떻게 해?”

“왜? 무슨 일 있어?”

“밖에 사람들이 수십, 아니 수백 명이 와 있단 말이야.”

실제로 박민준의 집 앞에 사람들이 까맣게 몰려왔다.

가뜩이나 좁은 골목길이라, 집 근처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게이트 관리국 국장과 그 밑의 부하 직원들.

공중파 방송사와 기타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언론기관.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 인원까지.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구경 나온 동네 주민들도 있었다.

그래서 집안 모든 식구가 신경을 잔뜩 쓰고 있었는데.

정작 당사자인 박민준은 아무렇지 않게 늦잠을 잤으니.

“아. 그거. 신경 쓰지 마.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긴. 전부 외삼촌을 만나보겠다고 온 사람들인데.”

“나도 알아. 아! 그러고 보니. 이따가 대통령도 온다고 하더라.”

“정말? 그걸 왜 이제 말하는 건데?”

후다닥!

박민준을 깨우러 간 김채영이 자기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 큰일 났어.”

“여기서 더 큰일 날 일이 뭐가 있어?”

“외삼촌이 지금 말해줬는데, 글쎄 이따가 대통령님이 직접 여기 오실 거래.”

“뭐야? 그걸 이제 말했다고? 야! 박민준!”

잔뜩 열이 받은 누나의 닦달에 그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아니. 다들 왜 그래? 그냥 무시하면 되잖아.”

“넌 그게 마음대로 되니?”

활짝!

그녀가 거실 커튼을 열었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구름 인파를 확인하더니.

그녀가 서둘러 다시 커튼을 닫았다.

“봤어? 지금 밖이 저 모양인데. 그냥 무시하자고?”

“그럼 나보고 뭘 어쩌라고? 당장 나가서 다 쫓아낼까?”

몇 명 죽도록 패거나 죽이고, 겁을 잔뜩 주면 충분히 쫓아낼 수 있긴 할 거다.

아니면 오히려 더 미친 듯이 그걸 취재하려고 달려들 수도?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그가 뒷머리를 긁으며 중얼거렸다.

“아. 대통령 놈은 왜 귀찮게 이런 일을 벌인 거야? 감사패를 줄 거면 그냥 조용히 전달하고 꺼지든가 하지.”

“감사패?”

“어. 지난번 오산역 일하고, 어제 내가 한 일 때문에 감사패를 준다네. 방송사도 아마 그래서 온 걸 거야.”

“야!”

“왜 자꾸 소리를 질러?”

“나 잠깐 얼굴에 뭐라도 바르고 올 테니까, 그전까지 절대로 방송사 만나지 마. 알았어?”

“알았어. 지금도 괜찮은데, 또 뭘 바르겠다고.”

“닥쳐. 네가 여자에 대해 뭘 알아. 내가 필요하면 그냥 그런 거야.”

“알았다고.”

“대통령이 와도 무조건 기다리라고 해.”

“근데 누나가 왜 준비하는 건데?”

“그럼 감사패를 너 혼자 받고 사진도 너 혼자 찍으려고?”

“그게 당연하지 않아?”

“무슨 소리야. 우리 가족도 다 같이 찍어야지. 채영이도 네 덕을 좀 보고. 어쩜. 생각만 해도 너무 좋지 않아?”

“누나. 방송사에 가족들 얼굴 팔리고 싶어?”

“왜 안 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니?”

“어? 진짜?”

정말 모르겠다는 그에게 박민희가 말했다.

“대한민국 세 번째 S등급 영웅 박민준. 그리고 미모의 누나. 어리고 예쁜 조카까지. 온 가족이 유명해지면, 그때부터 그냥 앉아서 돈 버는 거야.”

“전 국민이 누나와 채영이를 다 알게 되는데도?”

“상관없어. 오히려 바라던 바라고.”

“정말 그 정도야?”

“그럼 아니야? 유명해지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 아니겠어?”

누나의 적극적인 태도를 보고, 박민준도 마음을 조금 달리 먹었다.

원래는 가족을 언론에 꼭꼭 숨기고, 그 혼자. 대통령과 방송국을 대충 적당히 상대하고 돌려보낼 생각이었는데.

지금 저 모습을 저걸 보니.

‘그래. 누나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나도 조금은 맞춰줘 볼까?’

거기다 그의 부모도 딱히 싫은 눈치가 아니었다.

슬쩍 머리를 꾸미고 빳빳하게 다림질한 양복까지 꺼내입은 아버지와 대놓고 미용실에 다녀와서 헤어스타일이 굉장한 어머니였으니까.

그렇게 박민준을 제외한 온 가족이 난리가 난 상황에서.

밖이 어수선해지더니.

띵 동!

드디어 초인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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