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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16화 (16/175)

16화

박민준이 먼저 도착하고 몇 분 뒤.

엄청난 교통체증 때문에, 뒤늦게 오산역에 온 이지원과 경기지부 헌터들이었다.

그들 말고도, 대형 길드인 수원의 블루 썬더에서도 A등급 길드장을 포함, 많은 인원이 출동했다.

“괴물을 빼앗기면 안 된다. 우리가 먼저 잡고 사체를 요구해야 한다.”

“6등급이라던데요? 우리끼리 될까요?”

“그래서 내가 왔잖아.”

“아무리 형님이라고 해도 이번엔 좀.”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너 뒤질래?”

“죄송합니다.”

“아무튼, 괴물을 발견하면 전력을 다해서 목숨 걸고 싸워라. 물러나다 나한테 걸리면 길드에서 쫓아낼 테니까.”

“알겠습니다. 근데 다른 곳에서도 잔뜩 몰려온 것 같은데요?”

“당연하지. 괴물 사냥이 곧 돈이고 명예 아니겠냐?”

“맞습니다. 형님.”

실제로 이번에 나타난 괴물이 6등급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듣고 오산 근처에 있던 헌터란 헌터는 다 몰려들었다.

“그나저나. 뭔 길이 이렇게 막혀?”

“예상하지 못한 게이트가 열려서 다들 패닉 상태였나 봅니다.”

기세 좋게 몰려오긴 했는데.

그들이 탄 차가 도로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괴물이 나타났을 당시.

서두르던 사람들이 교통사고를 내거나, 도로가 너무 막혀 도망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도로 위에 그대로 차를 버리고 가까운 건물이나 지하로 대피해 버렸으니.

빵빵!

“빌어먹을!”

이지원도 차를 타고는 더 가까이 갈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짜증이 난 그녀가 차에서 내렸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었다.

원래는 경기지부의 고위직이 현장을 지휘해야 하지만, 모두 눈치만 보고 있었다.

부국장이자 S등급 헌터 이지원이 함께 있는 상황.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빠르게 상황판단을 한 이지원이 모두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 출몰한 괴물은 6등급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C등급 이하는 민간인을 구조하고, B등급부터는 나와 함께 이동. 전투를 보조하고, A등급은 나를 도와서 직접 괴물을 상대한다. 이상.”

명령을 내린 그녀가 오산역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었다.

다른 헌터들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빠르기.

그런데도 그녀는 만족하지 못했다.

오히려 더 이를 악물고 속도를 높였다.

그렇게 괴물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동안.

처참한 광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엉망이 된 건물들.

이상하게 말라죽거나 잔해에 깔려 죽은 사람들.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조금이라도 더 피해를 줄이고자.

서둘러 괴물을 죽이기 위해 이곳에 온 건데.

‘내가 너무 늦었어. 어서 괴물을 처리해야.’

예상하지 못한 게이트가 열렸고,

또 하필이면 6등급으로 예상되는 괴물이 나왔다.

그건 그녀의 잘못이 절대 아니었다.

그저 모두의 운이 없었을 뿐.

그래도 이 모든 게 자신이 늦게 왔기 때문이라고 자책했다.

건물 사이, 거대한 괴물의 모습을 보고, 심장이 크게 두근거렸다.

‘저 정도 크기면 정말 6등급이겠는데. 이번엔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몰라.’

두렵지만, 이 주변에서 저걸 쓰러뜨릴 사람이 그녀밖에 없다.

괴물을 향해 돌진하던 그녀는 갑자기 박민준이 떠올랐다.

‘역시 그자도 데려왔어야 했나? S등급 둘이면.’

겨우 어제 각성 등급 검사를 받은 주제에 나름 몇 년간 경험을 쌓은 자신을 쉽게 제압한 사람.

대한민국에서 3번째로 탄생한 S등급.

사람이 아닌 괴물과의 전투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아! 다른 세상에 다녀왔다고 했지? 거기도 괴물이 있었나?’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되었을지도 모르는 박민준을 그녀의 욕심으로 데려오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가 괴물에게 죽어버릴 확률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잡생각은 그만하자.’

괴물을 죽이는 데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인데.

그녀가 거대한 괴물을 향해 다가가면서 점점 시야가 트였다.

누군가 먼저 괴물과 싸우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헌터들이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홀로 괴물을 상대하는 남자.

‘누구지? 정말 굉장한데?’

오산에 저런 강자가 있었나?

모르는 사람인데, 뒷모습이 묘하게 익숙하다.

입고 있는 옷을 보더니.

그녀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저자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

박민준이 손날을 검처럼 휘두르자.

후드득!

근처에 있던 녀석의 촉수 여러 개가 모조리 잘려나갔다.

총알도 거뜬히 막은 귀물의 외피지만, 그의 막강한 내공을 바탕으로 한 무형의 기운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몇 번의 손놀림만으로 수십 개가 넘는 촉수를 더 제거했다.

우르르!

촉수 끝에 잡혀 딸려가던 헌터들이 땅으로 떨어졌다.

“살았다!”

“감사합니다.”

괴물이 도망치는 그들을 보더니.

쓰으으~쓰으으~

놈의 입에서 기이한 비명을 흘러나왔다.

동굴에 대고 소리치듯, 사방으로 심하게 울려 퍼졌는데.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음파 공격이었던가?

녀석의 주변에 있던 헌터 모두 귀를 틀어막아야 했다.

“이건 또 뭐야?”

“귀가, 아니 고막이 터질 것 같아.”

먼저 약한 헌터들부터 더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특히, 촉수에 붙잡혔다가 도망치던 헌터들은 괴물 녀석과 너무 가까이 있었다.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음에도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걸 본 박민준이 긴 기합성을 내뱉었다.

“우우우우우~!”

정심한 곤륜의 내공을 바탕으로 한 창룡음.

박민준이 만들어낸 그 소리가 괴물이 만들어낸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고,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을 맑게 만들었다.

회심의 음파 공격이 막히자.

괴물이 박민준을 우선 처리할 적으로 의식하고 달려들었다.

중간에 걸리적거리는 다른 인간들은 무시했다.

자신의 촉수를 자르고, 비장의 음파 공격마저 무효화시킨 인간을 이번에 반드시 죽이겠다는 듯.

거대한 자신의 몸으로 박민준을 깔아뭉개려 들었다.

박민준 덕분에 정신을 차린 일부 헌터들이 그걸 보고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어서 피하십시오.”

박민준을 덮치는 괴물의 모습이란, 마치 작은 빌딩이 무너지면서 그 밑에 사람이 깔려 죽을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강한 헌터라 해도, 결국엔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

수십 톤이 넘을지도 모르는 저 거대한 괴물 녀석의 몸뚱이를 맨몸으로 버틸 수 없을 터.

그의 죽음이 이미 정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박민준도 감탄했다.

‘이거 정말 굉장한데?’

그가 마음만 먹으면 녀석의 공격을 가볍게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저놈의 몸뚱이를 피하면, 뒤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주변 건물까지 다 무너진다.’

헌터들이 휘말려서 깔려 죽는 건 물론이고.

저 건물들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피하고 숨어 있을까?

거대한 녀석의 몸이 만든 그림자가 박민준의 주변을 밤처럼 어둡게 만들었다.

이제 몇 초 뒷면 괴물의 몸이 바닥에 닿으리라.

위기의 순간.

그가 씨익 웃음을 지었다.

두 팔을 내밀고.

강한 기합을 내뱉었다.

극성의 미타금강장!

박민준이 곤륜파에서 익힌 장법으로, 역시나 곤륜파의 신공인 미타금강강기를 대성하면, 어지간한 산봉우리도 한 방에 날려버릴 힘이 장법에 담긴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런 엄청난 기운이 괴물을 향해 나아갔고.

그대로.

쾅!

그렇게나 단단해 보이던 괴물의 몸이었건만.

박민준의 미타금강장을 버티지는 못했다.

괴물의 두꺼운 배를 뚫고 들어간 것이다.

그 충격으로.

잠시 녀석의 몸이 위로 들리면서 들썩이더니.

이내 돌진을 멈추고,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박민준은 자기 뒤에 있는 건물들과 사람들을 구했지만.

멈춰선 괴물의 몸이 그대로 앞을 향해 쓰러졌다.

바로 박민준의 머리 위로.

쿵!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당연히 박민준의 몸도 보이지 않았다.

흙먼지가 아니더라도, 괴물 밑에 깔렸을 테니.

“아!”

안타까운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그런 상황에서 돌연.

펑!

이번엔 녀석의 머리 부위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이번엔 그 누구도 상황을 알지 못했다.

그냥 폭발음만 들었을 뿐.

“또 무슨 일이야?”

“폭탄이 터졌나?”

“방금 났던 것과 비슷한데?”

“아니. 내가 듣기에는 그냥 같은 소리 같아.”

“그럴 리가? 그자는 죽었잖아?”

한편, 방금 자신의 머리에 가해진 강한 충격 때문일까?

절반도 남지 않은 녀석의 머리가 크게 흔들렸다.

거기 달린 수백 개의 촉수가 벌벌 떨 듯 움직이더니.

찌르르르르르!

이전보다 더 끔찍한 소리를 내면서 일제히 고개를 숙이듯, 아래로 떨어졌다.

쿵!

높이 쳐들고 있던 녀석의 머리 부위가 바닥에 떨어지며 두 번째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 때문에 뿌연 먼지구름이 다시, 주변에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아!

흙먼지와 녀석의 몸 때문에 마지막은 못 봤지만.

그 이전의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일부 사람들은 당연히 박민준이 즉사했을 거라 여겼다.

갑자기 나타나서, 잠시지만, 엄청난 활약을 보인 사내였는데. 저렇게 허무하게 가다니!

죽음의 순간이 무척 짧아서 고통이 심하진 않았겠구나.

A등급, 아니, 그런 활약이라면 분명 S등급은 되지 않았을까?

과연 그는 누구였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아직 가라앉지 않은 흙먼지를 피해 연신 뒤로 물러나고 있는 헌터들이었다.

“어어?!”

“이게 갑자기 무슨 바람이지?”

그들은 어디선가 불어오는 강풍을 느꼈다.

사람들의 몸이 순간 휘청거렸을 정도.

놀라서 허둥대며, 서둘러 자세를 바로잡아야 했다.

“조심해!”

“괴물이 만든 바람일지도 몰라.”

경고하던 그들 중 하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분 바람으로 인해 흙먼지가 하늘로 날아가 버렸으니.

덕분에 그는 머리가 터져 죽은 괴물과 그놈의 몸 위에 올라가 있는 뭔가를 봤다.

“괴물 위에 저건 뭐지? 설마? 사람?”

뒤늦게 그 소리를 들은 동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괴물 위에 저게 사람이 있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미쳤어?”

“거기 어떻게 사람이 올라가?”

동료들의 말에 항의하듯.

그가 박살 난 괴물의 머리 옆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길 보라고. 저기 저렇게 사람이 서 있잖아.”

모두의 시선이 그의 손끝을 따라 괴물로 향했다.

“정말 사람이다.”

그들도 알고 있는 자였다.

박민준.

그가 당당하게 괴물을 밟고 서 있는 모습이란.

헌터들이 보기에는 마치.

정복자와 같았다.

아니면 사냥꾼의 의미를 지닌 진정한 헌터라 불릴 수 있으리라.

인간을 먹잇감으로 삼는 괴물 포식자의 천적.

무지막지한 괴물을 정복한 위대한 영웅!

온갖 수식어가 그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데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인데?”

“정말 아무도 몰라?”

저렇게 강한 걸 보면, 분명 엄청 노련한 헌터가 아닐까?

활동도 많이 하고, 경험도 많은.

경력이 오래된 헌터들이 동료의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도 박민준을 몰랐기 때문에 고개만 좌우로 저었다.

“모른다.”

“나 또한 오늘 저자를 처음 봤다.”

한편, 헌터 중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돌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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