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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6화 (6/175)

6화

“다른 세계의 신이 자길 납치해서 데려갔대요. 그리고 얼마 전에 다시 나타나 수고했다면서 지구로 돌려보내 줬다는데요?”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 흠. 그럼, 거기서 힘을 얻었나?”

“어머머. 팀장님. 설마 그 말을 지금 믿으세요?”

대답 대신.

그가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데.

박민준이 보기에는 어딘가 재수 없는 표정이었다.

‘예전에 내 앞에서 잔머리를 쓰던 제갈 어쩌고 놈이 저런 표정을 지었는데.’

박민준의 손에 머리통이 날아가기 전까지 말이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잔뜩 무게를 잡으며 말하는 김 팀장이었다.

“생각해보니. 제 소개를 제대로 하지 않았군요.”

사실 아까는 김철진이 의도적으로 상대를 슬쩍 압박하고자 그런 거였지만, 지금 박민준의 대답도 만만치 않았다.

“알아. 별로 궁금하지 않아서 나도 안 물어본 거야.”

“그랬습니까?”

“응. 넌 별로 강하지 않거든. 높은 자리에 있는 놈도 아닐 것 같고. 그럼 내가 귀찮게 알 필요가 없지.”

“지금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못 들었어? 그 나이에 벌써 귀가 먹은 거야? 그건 좀 불쌍한데.”

순간 눈이 뒤집힐 뻔한 김 팀장이었다.

상대가 강자라는 걸 깨닫고 속으로 화를 삭였다.

“귀먹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경기지부 기동 2팀장 김철진입니다. B등급 각성자이지요.”

그가 B등급이라는 말을 할 때 슬쩍 그 단어에 힘을 줘서 발음했다.

한 기관의 팀장이며, 나름 상위 실력자라는 걸 알아달라는 듯.

하지만 B등급이고 나발이고.

박민준이 보기에는 그도 기껏해야 일류고수.

잘해봐야 절정고수 초입 급이려나?

그런 놈이 나에게 이리 뻣뻣하게 굴었으면.

무림 세계에선 그냥 어디 한 군데 부러뜨려 버렸을 텐데.

하지만 여긴 지구.

더욱이 상대가 관인, 아니 공무원이라는 걸 알았으니.

‘그래. 약하긴 해도 나름대로 한국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잖아. 마음이 넓고 착한 내가 봐주자.’

박민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자신을 인정했다고 멋대로 생각한 김철진 팀장이었다.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와 함께 가도록 하시지요. 거기서 간단한 검사만 받으면 됩니다. 그럼, 괴물을 죽인 보상금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겨우 거미 몇 마리 죽였다고 보상금을 준다니?

좀 많이 크긴 했지만, 그렇다고 보상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런데 검사는 뭐야? 건강검진 검사 같은 걸 말하는 건가?”

“뭐 비슷합니다. 박민준 씨의 건강을 비롯한 각종 능력을 측정하고 각성 등급을 확인하는 거니까요.”

“귀찮게 그걸 내가 왜 해야 하는 건데?”

“박민준 씨. 각성한 걸 숨기면 위법인 건 알고 있습니까?”

“내가 뭘 숨겨? 저 여자가 말하는 걸 너도 들었을 텐데. 나 20년 동안 다른 세계 다녀왔다니까.”

그걸 다 엿들었나?

귀도 더럽게 밝군.

차라리 잘됐다.

“그렇지요. 그래서 검사를 받으시라는 겁니다.”

“왜 또 말이 그렇게 되나?”

“어차피 보상금을 받으시려면 한 번쯤은 지부에 방문하셔야 하니. 좋은 기회가 아닙니까?”

“좋은 기회?”

“네. 저와 함께 가시면 기다릴 필요도 없이 모든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겁니다. 등록도 최대한 빨리 도와드리지요.”

앞서는 박민준을 데려가 검사받게 만들려고 한 말이지만,

이건 절대로 거짓말이 아니었다.

팀장인 그가 도와주지 않으면, 검사를 받기 위해 거의 반나절을 기다려야 했으니까.

검사를 기다리는 인원이 많다기보다는 기계가 1대뿐이라 그런 거였지만.

박민준은 베타 시스템이 자신에게 무슨 영향을 끼쳤는지.

그걸 아직 제대로 확실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저자를 따라가 검사를 받으면, 그걸 알 수 있겠지?’

단순히 데이터만 이전 갱신한 걸까?

아니면 최대 레벨이 상향한 것 말고 내가 모르는 뭔가가 또 달라졌을까?

상태창으로는 딱히 달라진 걸 알 수 없으니.

‘내가 모르는 시스템상 변화는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기계의 도움을 받아봐야겠다.

무려 20년 만에 건강검진도 받으면 좋을 테고.

그가 받은 가장 최근 검사는 병무청에서 받은 신체검사였다.

‘어릴 때 당한 교통사고 때문에 면제받았었는데.’

그땐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검사를 받아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대신 조금이라도 나한테 이상한 짓을 하면 가만 안 두겠어. 너는 물론이고. 관청이고 뭐고 다 부숴버릴 거야.”

“각성을 확인하는 단순한 등급 검사일 뿐입니다. 박민준 씨에게 절대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겁니다.”

“당연히 그래야 해. 아니면 크게 후회할 테니까.”

“네. 그런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나저나 보상금이란 건 얼마나 주는 거야?”

한국 돈이 전혀 없어서 보상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검사를 받는 귀찮음을 무릅쓰면서까지 푼돈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한 마리당 500만 원입니다.”

“뭐? 얼마? 내가 잘못 들었나?”

“아닙니다. 마리당 500만 원이고, 박민준 씨가 처리한 게 6마리니까 총 3,000만 원이 되겠군요.”

금액을 듣고 박민준이 속으로 살짝 놀랐다.

‘20년 사이에 물가가 어느 정도 올랐기에 좀 큰 벌레 몇 마리 죽였다고 몇천만 원이나 준다는 걸까?’

별로 강한 녀석들도 아니었는데.

4등급이라고 한 걸 보면 그 이상도 있겠지?

그럼 그건 얼마일까?

나도 헌터라는 거나 해볼까? 싸우고 죽이는 건 자신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생각하는 한국은 2002년도가 기준이었으니까.

박민준에게 500만 원은 결코 푼돈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아니었지만.

죽은 괴물의 신체는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확실히 돈이 됐다.

거대 다발 거미도 4등급이었고, 거기서 만약 마력석이라도 나오면?

그건 따로 돈을 더 받을 수 있었다.

다만, 마력석은 워낙 잘 나오지 않는 물건이라, 그걸 배제한 액수를 말했을 뿐이었다.

박민준이 생각에 잠기고 잠시 침묵이 흐르는 사이.

송하영이 또 멋대로 끼어들었다.

“팀장님. 저 아저씨가 죽인 괴물이 2마리 더 있어요.”

예의가 없는 걸 나무라기에는 너무 의외 말.

“뭐? 그게 사실인가?”

“네. 저기 보세요. 머리 없는 놈들이요.”

“저건 자네와 김인석이가 처리한 게 아니었나?”

“선배와 저는 한 마리밖에 못 죽였어요.”

“그래?”

“네. 팀장님. 나머진 저 아저씨가 처리했어요.”

“그럼 8마리니까, 보상금도 총 4000만 원이겠군.”

계산을 마친 그가 박민준에게 말했다.

“이미 다 들으셨겠지만, 간략한 확인이 끝나면 당신에게 4,000만 원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그 보상금은 바로 주는 건가?”

“네. 목격자와 CCTV가 있으니,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아! 그리고 이건 세금도 떼지 않습니다. 빠르면, 오늘내일 중으로 전액 계좌 입금해 드리지요.”

계좌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기억난다고 해도 이미 정지되지 않았을까?

모르긴 몰라도 20년이나 사용하지 않았으니.

“혹시 현찰로는 안 주나?”

“가능합니다. 현찰을 원하시면 그렇게 해 드리지요.”

현찰로 주고 세금도 없단다.

그럼 더는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

‘부모님을 만나러 가기 전에 보상금부터 받아야겠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가족을 만나게 될 텐데.

그 돈을 받으면 새 옷도 사 입고 선물도 살 생각이었다.

아니면 그냥 보상금을 나눠 드려도 좋고.

실종된 아들이 건강하게 돌아오고, 돈까지 받으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20년간 못한 효도를 뒤늦게라도 하고 싶다.

“어서 가지. 안내해.”

“그렇게 하지요. 제 차로 함께 가시면 됩니다.”

박민준은 팀장의 BMW 7 게이트 시리즈를 타고 게이트 관리국 경기지부로 향했다.

‘저 여자도 그렇고 다들 돈이 많은가 보네. 전부 외제 차야.’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이 차 역시 무척 비싼 차다.

‘하긴, 벌레 몇 마리 죽이고 받는 돈이 몇천만 원인데. 이 정도는 껌이겠지.’

자신이 죽인 괴물이 무려 4등급이라서 보상금이 높은 편이라는 걸 아직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그에게는 너무 약한 녀석들이었으니까.

***

게이트 관리국 경기지부의 위치는 수원.

남다른 규모의 건물 앞에서 차가 멈춰 섰다.

“도착했습니다. 어서 내리시지요.”

“여기라고? 여긴 도청이 있던 자리 아닌가? 근데 건물이….”

“네. 좀 크고 화려하지요.”

“조금이 아닌데?”

“새 시대에 나타난 게이트에 대응하고자 도청부지에 새롭게 리모델링했습니다.”

차를 얻어타고 오는 동안에도 많이 변한 도시의 모습에 상당히 놀란 박민준이었다.

지금의 이 건물도 무려 100층은 되어 보였고.

‘굉장하네. 수원에 이런 건물이 생겼구나. 63빌딩보다 높아.’

박민준의 기억 속엔 그게 한국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었다.

“따라오시지요.”

“그러지.”

보안 검문을 통과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여기야?”

“네. 신규 각성자를 위한 능력 측정 센터입니다. 경기도에 사는 각성자들은 전부 이곳으로 모입니다.”

팀장인 그가 직접 나선 덕분에 검사를 위해 기다리는 줄을 서지 않았다.

그렇게 특별 취급을 받으며 검사장에 금방 들어섰다.

복도에만 사람이 많을 뿐 안으로 들어가니.

썰렁할 정도로 넓은 공간에 기계와 직원만 달랑 있었다.

박민준을 향해 내부 직원이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팀장님이 모셔온 분이시죠? 이름이. 박민준 씨?”

“그래. 내가 맞다.”

“저쪽에 편히 앉으세요. 나머진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지.”

그가 기계장치 앞 의자에 앉았다.

직원이 다가와서 오토바이 헬멧같이 생긴 걸 머리에 꾹 눌러 씌우더니.

“가만히 계시면 측정이 완료될 겁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윙! 윙!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뭐가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지? 원래 이런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직원이 다시 그에게 다가왔다.

“끝났습니다. 이제 헬멧을 벗고 내려오셔도 됩니다.”

“결과는?”

“몇 분 뒤면 나올 겁니다. 밖으로 나가시면, 검사자 대기실 안쪽 모니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 알았다.”

“아! 저기. 박민준 님?”

“또, 뭐지?”

“사진 제출 안 하셨죠? 그럼, 사진을 좀 찍어야 하는데, 지금 그대로 괜찮으시겠어요?”

사진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보상금을 받고, 자신의 데이터가 새롭게 이전, 갱신되었다는 베타 시스템은 뭐가 다른지.

그걸 알아볼 생각으로 여기 따라온 거였으니까.

“사진? 그런 것도 필요하나?”

“네. 검사 결과와 등급을 등록하려면 사진이 필요해서요.”

“지금 바로 찍도록 하지. 어디로 가야 하나?”

“저기 하얀 벽 쪽에 서세요. 그럼, 제가 잘 찍어드릴게요.”

박민준이 자세를 취하자.

사진을 찍으려던 직원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기요. 증명용 사진이라 팔은 내리고 계셔야 해요.”

크크 흠.

손으로 승리의 V자를 그리던 그가 헛기침하며 슬쩍 팔을 내렸다.

찰칵! 찰칵!

“좋습니다. 훤칠하게 잘생기셔서 사진도 잘 나오네요.”

“고맙다. 내가 좀 잘생기긴 했지.”

“아…. 네.”

검사자를 위한 개별 대기실.

아까는 아무도 없었는데.

김 팀장과 모르는 사람 몇 명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남녀가 섞여 있었고, 나이도 40대에서 60대 정도로 다양했다.

나 다음으로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인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늙은 사람도 있는데?

하긴, 각성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박민준이 다녀온 이계에서는 무려 100세의 나이에 처음 무림으로 나온 인간도 있었다.

폐관 수련만 무려 90년을 했었다고 말했던가?

‘뭐 그래 봤자. 무림에 나오고 이틀 만에 내 손에 죽긴 했지만. 제법 강하긴 했고.’

더욱이 저들은 별로 강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 내가 신경 쓸 필요도 없겠군.’

자기 일도 아니면서 긴장이라도 한 건가?

살짝 상기된 얼굴의 김 팀장이 그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검사한 결과는 어떻게 나왔지.”

“잠시 뒤에 직접 확인해 보시지요.”

“안에서도 한참 있었는데. 원래 이렇게 오래 걸리나?”

“간혹 이런 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1분쯤 뒤.

모니터 화면에 글자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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