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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가 힘을 안 숨김-4화 (4/175)

4화

크르?!

갑자기 죽어버린 동족을 보고는, 새로운 먹잇감의 강함을 깨달은 거대 다발 거미였다.

괴물의 본능이 놈에게 도망치라고 말했다.

그걸 충실히 따르려 했다.

펑!

그전에 허공을 타격한 박민준의 손길이 다시 이어지고.

앞서 머리가 폭발하며 죽은 동족처럼, 녀석도 운명을 다했다.

순식간에 괴물 두 마리를 모두 처리했지만, 그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옆을 향해 대충 손을 내저었는데. 송하영과 강인석을 누에고치처럼 감싸고 있던 거미줄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뜯어졌다.

놀란 송하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어지간한 검으로도 잘리지 않는 거미줄인데? 손도 대지 않고 어떻게?’

신체를 속박하고 있던 거미줄이 사라졌지만, 두 사람은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거미줄에 섞여 있는 독성분으로 몸이 마비된 까닭이었다.

‘마비 성분이 담겨있는 거미줄이었나?’

그걸 바로 알아차린 박민준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별 인연도 아닌데, 여러모로 사람을 귀찮게 하는군.”

그가 이번엔 송하영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는 그녀를 살피더니.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계에서부터 지니고 다니던 해독제.

‘총 100알 중에서 2알 정도를 사용했었나?’

그가 사천당문을 구하고 선물 받은 물건으로 효과가 아주 좋았다. 어지간한 독은 한 알만 먹어도 바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

만독불침까지는 아니지만, 이젠 천독불침쯤 되는 박민준이라, 어지간한 독은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으니.

이제 해독제는 거의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먼저 사용한 2알도 다른 이를 구하려고 썼을 뿐.

그냥 선물 받은 걸 버리기도 뭐해서 지니고 다녔다.

둥실둥실.

그가 손에 들고 있던 통에서 갈색 알약 두 개가 스스로 떠오르더니, 그대로 송하영과 강인석의 입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염력술사? 방금도 괴물을 저런 방식으로 죽였던 거였구나. 그런데 지금 나한테 뭘 먹인 걸까?’

냄새가 무슨 약 같은데?

그가 내공을 담은 손가락으로 다시 튕기자, 꿀꺽.

입안에서 살짝 녹고 있던 한약이 그대로 그녀의 목구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송하영의 몸에서 바로 반응이 나타났다.

“헉! 아우 써! 이거 뭐예요?”

아직 몸이 뻣뻣하긴 했지만,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 송하영이었다.

대답을 듣지 못하자, 선배부터 살폈다.

강인석은 깨어나지는 못했다.

대신 박민준의 손길이 닿은 뒤로 그의 허벅지에 흐르던 피가 멈춰 있었다.

덥석.

그녀가 손 닿을 거리에 떨어져 있던 검을 주워들더니.

다른 괴물이 있는지 살피면서 다시 상황파악에 나섰다.

‘설마? 저 아저씨가 괴물을 전부 죽이고 나와 선배를 치료해 준 건가?’

말도 안 되는 전투 능력.

거기에 치료도 수준급이라고?

4등급 괴물의 독을 이렇게 빨리 해독할 수 있나?

이 정도로 뛰어난 해독제는 아직 개발하지 못했을 텐데?

아까 지문을 조회했을 땐, 분명 각성자가 아니라고 나왔는데. 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송하영의 머릿속에 온통 의문만 가득했다.

한편, 박민준도 자신의 눈앞에 뜬 뭔가를 살피기 바빴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데이터 갱신 성공으로 경험치를 더 쌓으면 레벨업을 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상태창을 열고 확인해 주십시오.]

난 만렙이라 레벨을 더 올릴 수 없을 텐데?

이게 무슨 소리지?

서둘러 상태창부터 열었다.

화면 디자인은 좀 다르지만, 상당히 익숙한 숫자가 보였다.

이미 그가 예상했던 것처럼 이세계에서 쌓은 레벨은 물론이고, 능력치와 스킬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는데.

‘경험치와 레벨을 표시하는 부분이 싹 바뀌었다.’

만렙을 찍었던 부분이 50/100으로 바뀐 상황.

‘아직도 레벨을 50이나 더 올릴 수 있다고?’

베타 시스템이란 건, 만렙의 기준이 알파와는 다른가 보다.

그것도 두 배의 차이로.

‘그렇다면 스탯도 119 이상 올릴 수 있다는 건데.’

수치상으로는 레벨 50을 더 올리면 스탯도 169까지 가능하다.

이미 인간의 한계를 한참 벗어난 몸인데.

그럼 앞으로 또 얼마나 강해질 수 있다는 걸까?

레벨을 올려보면 알 수 있겠지.

마침, 운이 좋게도 경험치를 제공해줄 놈들이 아직 남아있구나.

멀리 있긴 하지만, 싱싱하게 살아있는 괴물들이 보였다.

박민준의 눈에는 전부 움직이는 경험치들이었으니.

“잠시 다녀오지. 여기서 날 기다려라.”

그 말만 남기고 송하영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네? 어디 가는데요? 아저씨?!”

아직 몸도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고, 다쳐서 의식도 없는 선배를 지켜야 했기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는 그녀였다.

***

어느새 빌딩 앞에 도착했다.

송하영이란 여자의 동료들인가?

무장한 사람들이 괴물들과 싸우긴 하는데, 너무 허접하군.

저래놓고 스스로 헌터라 부르는 건가?

차라리 헬리콥터를 타고 싸우든가, 로켓포라도 쓰지.

‘아. 그럼 건물이 무너지려나? 그럼 그거대로 또 안 되겠네.’

박민준의 말처럼, 건물 외벽에 높이 붙어있는 녀석들이라.

그리 효과적으로 상대하지 못하고 있었다.

건물 중간에서 창문을 열고 싸우거나 밑에서 총을 쏘는 정도?

그가 혹평하는 사이에도 거대 거미가 땅으로 내려와 사람을 공격하고 다시 위로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동료가 또 당하자 잔뜩 흥분한 남자가 소리쳤다.

“희철아! 안 돼! 이 빌어먹을 거미 새끼들아. 내려와. 다 내려오라고.”

탕탕탕.

“다들 뭐 해! 다 갈겨. 죽여버려.”

투두두두두두두.

기관총이 등장했지만, 그걸 본 괴물들이 건물 뒤로 숨어 버렸다.

밑에서 놈들을 따라 뛰어다니면서 열심히 총을 쐈다.

거미줄을 타고 이리저리 건물 사이를 뛰어넘으면서 계속 움직이는 녀석을 맞추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오히려 박살 나는 유리창과 건물 외벽에 남은 총알 자국만 늘어났다.

“야! 막 쏘지 마. 이러고도 괴물을 다 못 잡으면 저거 우리가 변상해야 해.”

동료의 말에도 이미 눈이 뒤집힌 남자였다.

투두두두...틱.

마저 기관총을 난사하더니.

아무 소득도 없이 총알만 전부 소비해버린 듯 보였다.

마침 나타난 중년인을 보고 젊은 남자가 말했다.

“팀장님. 차라리 몇 명이 나서서 저쪽 옥상으로도 올라갈까요?”

이미 여기 출동한 인원의 3분의 1이나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 방법으로 괴물의 숫자를 좀 줄였지만, 그 대가가 컸다.

올라간 일부가 죽거나 상처를 입고 지상으로 막 후퇴한 상황이었다.

김 팀장이 위를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섯 명은 날 따라 옥상으로 다시 올라간다. 나머진 밑에서 대기해. 아까처럼 총 막 쏘지 말고. 쏠 거면 제대로 조준하든가? 응?”

기관총을 든 사내고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아 참. 헬리콥터 지원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이제 곧 도착할 거랍니다.”

“뭐 이렇게 오래 걸려.”

“우리보다 먼저 헬기 지원을 요청한 팀이 있었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알았어. 그럼 이제 이동해!”

우르르.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그들을 보고 박민준이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지구에서는 저런 괴물을 상대로 어떻게 싸우는지 잠시 구경했는데. 실망이 컸다.

‘헬기는 늦는다 치고, 대안이 겨우 옥상으로 올라가는 건가? 그래 봤자 괴물이 다른 건물로 이동하면? 아무 소용없을 텐데.’

건물 사이를 쉽게 오가는 녀석들인데.

겨우 건물 몇 개 옥상을 점거하고 뭘 어쩌겠다는 거지?

근처만 해도 건물이 수십 개인데.

저런 식으로 싸우려면 지금 여기 있는 인원보다 10배는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할 거다.

‘내가 안 왔으면, 헬기가 올 때까지 계속 저 헛짓거리를 하고 있었겠네.’

그럼 이제 나서볼까.

짧은 기합과 함께 그가 건물 외벽을 수직으로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세계에서는 흔히 벽장공이라 부르는 무공이었다.

박민준 정도의 고수가 아니면, 절대로 벽을 이렇게 빨리 뛰어오르지 못했을 거다.

아마 대부분 천천히 걷거나 두 손까지 사용해서 겨우 붙어있을 정도?

마치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거미 인간 같은 그의 모습.

그걸 밑에서 본 사람들이 감탄을 내뱉는 게 들렸다.

“야! 저거 보여? 뭐야 저거?”

“사람이 건물 유리창을 밟고 뛰어오르고 있어.”

“정말 저게 가능한 건가?”

일반인의 순수한 놀람과는 달리.

각성한 헌터들은 직접 몸을 움직였다.

“저게 되는 거였구나.”

“빨리 뛰면 되나? 우리도 한번 해보자.”

“될까? 저건 저 사람의 특수 능력일 수도 있잖아.”

“그렇다고 시도도 안 해볼 거야? 괴물이 저 위에 있는데?”

“좋아. 가자.”

“가즈아!”

밑에 있던 헌터 몇 명이 박민준을 따라 시도했지만, 몇 미터 못 올라가고 모두 땅으로 떨어졌다.

다친 사람이 보였고, 아예 허리를 부여잡고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저런 머저리들.’

뒤를 보고 욕한 그가 어느새, 거미 괴물이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놈들도 갑자기 나타난 박민준을 보더니.

크~륵! 크~릌!

괴상한 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했다.

그게 모이라는 신호였나?

근처에 있던 녀석들이 떼로 몰려들었다.

모두 6마리.

박민준이 확인한 살아있는 녀석들이 전부 모였다.

“쫓아다니기 귀찮았는데 마침 잘됐다. 한꺼번에 처리해주지.”

가장 가까이 있던 녀석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펑!

이번엔 녀석의 머리뿐 아니라 온몸이 터져나갔다.

그걸 보고 놀란 괴물들이 앞다투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치려고.”

그가 추적을 위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거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인데?

구경하던 모두가 그의 추락을 의심하지 않았다.

“저렇게 혼자 잘났다고 미쳐 날뛰더니. 결국, 떨어져서 죽겠네.”

“아이고. 저걸 어째.”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모두의 예상을 비웃듯.

그가 하늘을 밟고 다시 뛰어올랐다.

그 뒤로도 몇 번 더 허공을 밟고 공중에서 몸을 틀었다.

눈을 씻고 봐도 거긴 아무것도 없는데?

도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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