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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선 주인공인 내가 현실에선 은거기인-41화 (41/62)

〈 41화 〉 성장 (1)

* * *

1인 1닭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나서 엘리는 거실에서 티비를 보게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상태창.'

정말 오랜만에 확인하는 것 같은 상태창.

[상태창]

­ 이름 : 유현

­ 등급 : 3

­ 능력치

체력 : 32 근력: 32 민첩 : 27 정신력 : 140 마력: 32

­ 잔여 능력치 : 0

­ 능력 : 입몽, 재래식 호흡법(9급), 뇌전신공(9급), 마나 폭주(8급), 명경지수(2급)

나인의 꿈에서 깸과 동시에 정신력이 대폭 상승했다는 메세지를 봤지만, 그대로 다음 꿈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상태창을 살피지 못했는데 정확히 나인만큼이나 정신력이 올라있었다.

그리고 능력란에는 명경지수라는 능력까지 추가되었다.

­ 명경지수 : 밝은 거울과 같이 잡념이 없고 정지한 물처럼 흔들림도 없는 마음가짐.

다른 능력들은 추가되지 않고 오직 명경지수만이 추가된 것은 이 능력이 정신에 관련된 능력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정신력이 대폭 상승한 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체력이나 근력, 민첩 그리고 마력까지도 능력치가 바뀌면 바로 체감이 되었는데 정신력은 정말 엄청나게 증가하였음에도 체감되는 변화는 적었다.

'굳이 말하자면 성격이 좀 차분해진 것 같다고 할까?'

그전에도 그리 활발한 성격은 못 되었지만, 지금은 가만히 있으면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듯 마음이 고요했다.

그러다가도 엘리와 말을 섞다 보면 수면 위로 떠 오르는 느낌이었지만.

'퀘스트.'

그리고 퀘스트창을 열어 나인의 보상과 훈트의 보상을 수령했다.

훈트는 열다섯 살의 나무꾼이었는데 아버지를 따라 나무를 하러 다니다가 나무꾼이 된 삶이었다.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 둘 다 나무를 하는 일이었는데 메인은 장비 제작에 필요한 단단한 나무를, 서브는 땔감으로 사용되는 나무를 하는 것이었다.

이 꿈을 통해 나무의 결을 확인하여 쉽게 나무를 쪼개는 방법을 알게 되었지만, 보상은 영 별로였다.

그렇게 나인의 보상으로는 정제된 만드라고라(300년산)를, 훈트의 보상으로는 1골드 30실버를 받았다.

[정제된 만드라고라(300년근)]

­ 등급 : 2

­ 설명 : 주변의 마나 분해하여 흡수하는 신비한 영약초 만드라고라를 복용하기 쉽게 정제한 영약. 복용 시 마력이 증대되고 신체 능력이 개선됨. 효과는 년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2등급이라….'

오거환과 달리 딱히 복용의 제한은 없었다.

골드와 실버는 서랍에 넣어두고 허공에 떠 있는 만드라고라의 잎사귀를 집었다.

복용 방법은 경매장에서 만드라고라를 수령하면서 들었다.

뿌리부터 시작해 잎사귀까지 반드시 다 먹을 것.

인간의 형상에 눈, 코, 입, 귀까지 또렷하게 보이는 뿌리는 영약이라기엔 다소 기괴한 모습이었지만 거리낌은 없었다.

바로 입을 벌려 다리로 보이는 뿌리 끝부터 입안으로 집어넣는다.

'으응?"

근데 잘근잘근 씹어야 될 것처럼 단단해 보이던 뿌리는 입안에 들어와 혀와 볼, 입천장 등에 닿자마자 액체의 상태로 변해버렸다.

꿀꺽꿀꺽.

들어오는 족족 액체가 되어버리는 뿌리를 계속해서 삼키는데 목에서부터 시작해 속까지 뜨거운 열기가 확 치솟는다. 열기를 참아내고 그 줄기와 잎사귀를 먹기 시작했다. 뿌리는 뭐랄까, 약간 달짝지근했고 줄기와 잎사귀는 쌉싸름한 맛이었다.

"후욱!"

몸에서 배출되는 뜨거운 공기를 뱉어내며 줄기와 잎사귀는 씹는다. 뿌리처럼 녹아내리지는 않는 데다 제법 질겨서 잘근잘근 씹어 삼키고 있을 때 거실에 있던 엘리가 갑자기 뛰어와 방문을 열었다.

"뭐 먹어?!"

"음음!"

만드라고라를 들고 있지 않은 손을 뻗어 엘리를 제지하고는 마지막 잎사귀까지 꼭꼭 씹어 삼켰다.

"왜 혼자 먹어!"

"…후욱! 이거…맛없어. 후욱! 찬장에서 과자 꺼내 먹어."

"응! 아이스크림도 먹어도 돼?"

"…그래."

엘리가 다시 거실로 나가자마자 그대로 침대가 아닌 바닥으로 드러눕는다.

"……큭!"

차가운 마룻바닥에 몸을 누이자 조금 나아졌지만, 온몸을 휘젓고 있는 비정상적인 열기는 점점 더 뜨겁게 몸을 달구고 있었다.

[체내에 비정상적인 열기 감지…. 보호 시퀀스….]

치직.

[작동….]

치지직. 뚝.

식도를 타고 흘러 들어간 만드라고라의 열기는 위부터 시작해 췌장, 십이지장, 소장, 대장 등의 소화 기관뿐만 아니라 폐와 기관지, 횡격막 등의 호흡 기관, 심장과 혈관 같은 순환 기관과 비뇨, 생식 등 다양한 내부의 신체 기관들로 뻗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나노봇이 열기를 제어하지 못한 채 도리어 열기에 먹혀버린 듯 움직임이 멎어버리고 열기는 이제 거꾸로 치솟아 올라 머리와 뇌까지 침범하려 하고 있었다.

"후욱! 후욱! 크으윽…!"

내뱉는 호흡이 너무 뜨거워 목이 녹아버릴 것 같은 감각 속에 식도를 타고 내려가고 있던 줄기와 잎사귀가 치솟아 오르는 뿌리의 열기와 만난다.

그러자 급격히 가라앉는 열기.

열이 식은 강대한 기운이 머리와 뇌를 향하고 곧이어 몸 전체를 차지하며 순환하기 시작한다.

"후욱!"

뿌리와 줄기, 잎사귀의 기운이 합쳐지며 열이 급격히 식었다고는 하나 아직 달궈진 공기가 몸 안에 남아있었고 이미 온몸은 땀구멍이 활짝 열린 듯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리고 기운이 몸을 순환하기 시작하자 피부를 찌르는 고통과 함께 몸 밖으로 땀이라고 하기엔 끈적한 무언가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크악!"

"윽! 냄새! 유현, 왜 그래? 어디 아파?"

"크윽! 아냐…! 방에…들어오지 말고…! 티비…. 보고 있어…!"

"…알았어."

눈도 뜨지 못하고 있어 보지는 못했지만 엘리의 기척이 다시 거실로 향하는 것이 느껴진다.

감각이 고도로 활성화된 느낌 속에 몸에서 나기 시작한 역한 냄새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이 정도의 악취라면 후각이 마비될 만도 했건만 전혀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예민해지는 감각.

그나마 다행이라면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갈 때마다 피부를 찌르는 듯한 고통이 차츰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줄어드는 고통만큼 흘러나오는 것도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 속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없게 되고 고통도 멎게 되었다.

오로지 악취만이 나를 괴롭게 하여 끝이 난 건가 싶어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

투두둑!

비명도 지르지 못할 정도의 고통이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밑에서부터였다.

발끝부터 시작해 다리 전체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이윽고 혈관을 강제로 넓히고 근섬유를 한가닥 한가닥 갈라서 찢는 듯한 고통과 함께.

우드득!

그대로 뼈가 뒤틀린다.

"으읍!"

이를 악물고 최대한 소리를 참으며 뒤늦게 나인이 행했던 통각 차단을 시행하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전혀 신경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어찌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정신은 너무도 또렷하여 선명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데 뒤틀어진 뼈가 마치 망치로 으깬 것처럼 분쇄되더니 몸에 흐르던 기운과 융합되어 다시 단단히 뭉치기 시작하고 그 위로 가닥가닥 찢긴 근섬유와 확장된 혈관, 신경선 등이 내려앉으며 부풀었던 피부가 다시 수축하기 시작했다.

"크으으…!"

'뒤지겠네, 진짜! 이렇게 아프다는 말은 없었는데 왜 이러는 거야!'

그러한 과정이 점점 위쪽으로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엄청난 두려움이 몰려왔다.

지금도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몸의 변화가 종아리를 지나 무릎, 허벅지를 지나고 마침내 그곳에 도달했을 때.

나는 감은 눈을 더욱 질끈 감고 괄약근에 잔뜩 힘을 준 채 한껏 오므려진 손과 발을 부르르 떨며 고통에 대비했다.

그리고 시작됐다.

투두둑!

"흐어어억!"

'아이고! 나 죽네!'

늘어나다 못해 살이 찢기는 고통에 결국, 비명을 내지른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아파트라는 걸 인지하고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끅끅거리고 있을 때.

거실에선 엘리가 내 끅끅거리는 소리가 거슬렸는지 티비 소리를 더욱 키우고 있었다.

'그래, 나는 신경 쓰지 말렴….'

전에 없이 팽창된 그곳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변화를 이어갔고 그곳의 변화를 시작으로 상체도 변화를 시작했다.

장기는 꿀렁거리며 요동을 쳤는데 딱히 고통스럽지는 않았고 다른 부분은 하체의 고통과 비슷했다.

우두둑!

"으국, 아구극, 에벡."

마침내 변화가 머리에 다달아 얼굴 뼈와 두개골마저 새롭게 재구성되고 날카로운 송곳으로 머릿속을 콕콕 찌르는 듯한 두통이 지나고 나자 고통은 멎고 몸 안에 활력이 넘쳤다.

[체력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근력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시야 한 편에 떠오른 창들을 치우고 상체를 일으킨다.

쩌어억.

"으으…."

온몸을 뒤덮은 거뭇하고 끈적한 점액이 바닥과 들러붙어 쭉 늘어난다.

"이게 대체 뭐지?"

뭔진 몰라도 굉장히 불쾌한 악취가 나고 있었고 덕분에 입고 있던 옷 또한 버려야 할 것 같았다.

완전히 몸을 일으켜 책상 위에 있던 휴지를 집어 들어 손바닥과 발바닥을 닦고는 까치발을 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솨아아아.

"으!"

샤워부스 안에 들어가 뜨거운 물을 틀고 몸에 들러붙은 옷을 모두 벗었다.

그리고 머리부터 시작해 몸에 묻은 점액을 물과 함께 손으로 밀어내며 일차적으로 세정 작업을 하고 바닥의 옷에 바디워시를 수차례 짜내 옷을 지르밟으며 샴푸를 짜내 머리를 감았다.

벅벅벅벅!

머리를 감고 샤워 타올에 바디워시를 짜내 몸을 벅벅 문대고 클렌징폼으로 세안까지 마친다.

그리고 다시 샴푸를 짜내 머리를 감으며 일련의 과정을 반복했다.

그렇게 3번을 씻고 나서야 몸이 뽀드득거리며 깨끗한 상태가 되자 물을 끄고 바닥에 있던 옷의 물기를 꾹 짜내 샤워부스 위쪽에 널고는 부스를 나왔다.

"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거울을 보는데 완전히 뒤바뀐 얼굴과 몸에 감탄을 자아낸다.

"너무 잘생겼는데?"

그전에도 잘생겼다고 생각하곤 했지만, 지금은 진짜 웬만한 연예인은 뺨칠 정도로 잘생겼다.

게다가 몸은 크기가 더욱 커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뼈대나 근육의 모양새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었고 느껴지는 힘 자체가 그 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는 능력치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궁금해 곧장 상태창을 불렀다.

'상태창.'

[상태창]

­ 이름 : 유현

­ 등급 : 3

­ 능력치

체력 : 105 근력: 103 민첩 : 102 정신력 : 140 마력: 132

­ 잔여 능력치 : 0

­ 능력 : 입몽, 재래식 호흡법(9급), 뇌전신공(9급), 마나 폭주(8급), 명경지수(2급)

"미, 미쳤다…."

엄청나게 상승해버린 능력치.

마력이 가장 크게 늘었지만, 마력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능력치도 어마어마하게 늘어 있었다.

"와…."

수건으로 몸을 닦는 동안에도 계속 감탄이 나왔다.

"와, 미쳤다…."

옷을 갈아입는 동안에도.

"진짜 대박인데…?"

방바닥의 점액을 휴지로 닦고 물티슈로 닦으면서도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엘리!"

"응?"

거실로 나가 엘리를 부르자 엘리가 소파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든 상태로 멀뚱히 바라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뜬다.

"밖으로 나갈 준비해!"

"유현, 너 얼굴이…달라졌어!"

"지금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빨리 먹은 것들 치우고나갈 준비해!"

"으응, 알았어!"

베란다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샤워부스에 널어둔 옷을 담고는 곧장 집을 나섰다.

당장 새롭게 얻은 힘을 시험해 봐야겠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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